최근 민홍규 전 4대 국새제작단장의 600년 비전이 날조로 밝혀지면서 국새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혹자는 한국의 무형문화재관리에 대해서 비판을 하고 있고, 혹자는 국새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최재천의 시사큐비즘 :: 국새는 왜 필요할까) 그에 대해서 본인은 조금은 다른 생각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과 같은 어새를 국새의 기본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금으로 만든 어새는 극소수이다.
어새는 옥이 기본이다.
국새의 원형이 되는 황제가 사용하는 어새(御璽 혹은 보새寶璽)의 대부분은 결코 금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절대 다수의 어새는 옥玉으로 만들어졌다. 진시황의 진秦나라 이후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다는 어새의 이름 자체가 전국옥새(傳國玉璽)
로서 옥으로 만들어진 어새였고, 현재 중국고궁박물관에 보관중인 청대의 25개의 보새중에서 23개가 옥새이고, 단 한개만이 금으로 만든 보새라는 점을 인지하면 옥새가 보새의 기본임은 너무나 명확하다. 사실 어새나 보새를 검색해보면 "옥새의 높임말"이라고 나온다. 대체 무슨 말이 더 필요가 있는가?
왜 대부분의 보새는 옥으로 만들었을까? 그 대답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나와 있다. ‘옥의 아름다움은 다섯 가지 德(덕)을 갖추었다. 윤기가 흘러 온화한 것은 仁(인)의 덕이요. 무늬가 밖으로 흘러나와 속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은 義 (의)의 덕이요. 소리가 낭랑하여 멀리서도 들을 수 있는 것은 智(지)의 덕이요. 끊길지언정 굽혀지지 않는 것은 勇(용)의 덕이요. 날카로우면서도 남을 해치지 않는 것은 潔 (결)의 덕이다.” 설문해자뿐만이 아니라 수 없이 발견되는 다양한 옥으로 만든 고고학유물들은 전국시대 이전부터 얼마나 오래동안 옥이 사랑받아왔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대체 언제부터 왜 국새를 금으로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했는지 본인은 도통 알 수가 없다. 조선시대에도 본인이 기억하기로 기본은 어디까지나 옥새였고, 고종황제의 보새도 어디까지나 은을 기본으로 한 금도금이었는데 말이다. 금으로 하면 삐까뻔쩍 있어 보인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을까? 전통만 생각하면 은으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옥새야 말로 국새의 기본이다.
어차피 현대기술은 이미 과거의 기술을 넘어섰다.
우리는 흔히 "현대 기술로는 재현해 낼 수 없는 고려 청자의 빛깔"이라는 소리를 언론을 통해서 자주 듣는다. 그러나 사실
현대의 기술은 고려청자나 조선백자의 빛깔을 충분히 구현해낼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학자나 관련인사들도 이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전통기술을 이어받고 있는 사람들의 밥그릇을 건드린다는 현실적인 문제부터 전통기술을 보호해야된다는 추상적인 문제들이 엮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새의 경우 이번 사태로 인하여 전통기술이 사실상 없어졌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최소한 금으로 만드는 어새에 대한 전통기술은 사실상 단절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의 밥그릇을 걱정하며, 어떤 전통기술을 보호한단 말인가? 차라리 현대기술을 총동원해서 국새를 만드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보인다.
아니면 나무로 만드는 건 어떤가? 단향목檀香木으로도 국새를 만들수도 있다.
다음 국새는 옥으로 만들자.
본인과 같은 보수주의에게 국새를 없애고 싸인으로 대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심정적인 거부감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한국의 대통령령은 아직 국새규정을 두고 있으며, 중요한 임명장에나 외교문서 등에 국새를 사용하게 되어 있고 국새의 사용에 문제 자체는 없지 않았는가? 그러나 깨지거나 전수된 전통기술이 없는 금으로 만든 국새를 계속 고집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 행동이다.
그렇기에
국새를 새로 만든다면 전통이라는 의미에 부합하는 옥으로 만든 국새로 만들었으면 한다. 옥 세공 기술은 본인이 알기로 아직 한국에 전통기술 전수자가 있으며, 옥새야 말로 국새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바로의 중얼중얼 : 본문의 전개와는 큰 상관없어서 놔두었던 문제를 간단하게 이야기해보렵니다. 국새의 종주국 중화인민공화국에서는 정작 국새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이 있습니다. 사실 이건 와전된 이야기로서
현재 중국은 국새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해야 합니다. 단지 전통식으로 글자가 쓰여진 국새가 아니라 중국휘장(国徽)이 새겨진 도장을 사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완전한 전통식 국새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도장형식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국새를 사용 안한다고 하는 것은 틀린 말입니다. 또한 타이완도 중화민국시절의 옥으로 만들어진 국새를 계속 사용 중에 있습니다. 실생활에서 한국에 비하여서는 도장의 역할이 비교적 적지만 여전히 중시되고 귀하게 여기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것이 중국휘장~~ (사실 이건 도장형식으로 찍혀 나오는 효과를 보여주기 위함이고, 좀 더 화려하다-_)
흐음..오랜만에 그럭저럭 역사 관련 포스팅이었군요.(으응?;;;) 역시 이런 글은 괜히 이래저래 거의 많은 사람들이 신경도 쓰지 않는 짜잘한 것에 저도 모르게 신경을 쓰다보니 적당히 유머 번역하는 것이 몇 배는 더 속편합니다. 그래도 역사관련으로 궁금한 것은 물어봐주셔요......특히 환빠님들의 주옥같은 황당무계 글들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그 분들의 글들은 저를 즐겁게 해주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