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신은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최초로 학생에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그러나 한 명의 학자로서 그는 얼마든지 무릎을 꿇을 수 있었다. 더구나 그의 연구 범위에 포함되어 있는 미지의 영역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오~ 자기린 전설은 들어본 적이 없다네. 시간이 있다면 같이 밥이나 먹으면서 자기린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지 않겠나? 자기린은 어떤 개인가? 티베트 마스티프 계열인가? 내가 알기로 티베트 마스티프에는 자색이 없네만…”

   조우무챵바는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 “교수님이 사주신다니 저야 감사하죠.”

      조우무챵바는 식당에서 팡신교수에게 자기린에 대한 이야기를 말해주었다. 그는 담담하게 티베트 불교 교의부터 이야기 하기 시작하였다. “초기 티베트인은 우매하고, 그 성질이 난폭했다. 싸움을 잘했다. 대대로 전쟁이 많았다. 서로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관세음보살이 강림하기 전까지 말이다. 교의를 선민에게 퍼트렸다. 서기 629년, 33세 잔푸(赞普)가 즉위했다. 급속히 중앙 집권했다. 팔합(八合)을 정화하고, 교의를 받들고, 불교를 숭상하고, 백성을 선화시키고…”

      팡신은 말을 끊으며 말했다. “잠깐만, 자네가 말하는 것은 나도 다 알고 있네. 33세 잔푸는 티베트왕 송찬간부(松赞干布)가 아니던가? 토번(吐蕃)왕조를 건립하고 분열된 티베트를 통일했으며, 불교를 받아들여서 백성을 교화 시켰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이것과 자기린이 대체 무슨 관계인가?”

      조우무챵바는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지금 티베트의 역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한 경문의 내용을 현대 중국어로 번역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린의 이야기는 경문에 적혀 있고요.”

      팡신은 고개를 끄덕이면 계속 이야기하라고 재촉했다.

   조우무챵바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역사상 서기 641년에 티베트. 매우 놀라운 일이 발생. 네팔의 척존(尺尊)공주가 티베트로 왔다. 석가모니 8세의 등신금상(等身金像)을 가지고 왔다. 훗날. 당의 문성(文成)공주가 티베트로 왔다. 불교에서 가장 명성이 높다. 석가모니 12세의 등신금상(等身金像)을 가지고 왔다. 이 때부터 티베트 불교가 흥하기 시작하였다…..” 조우무챵바는 마치 번역에 익숙하지 않는 듯이 매 단락마다 멈추어서 생각을 했다.

   팡신 교수는 답답함에 다시 한 번 말을 끊고 말하였다. “굳이 번역할 필요는 없네.   고대 티베트어와 푸띠(伏地) 사투리를 알고 있으니 그냥 경문을 말해주면 되네. 예전에 티베트 불교의 홍교, 화교(花教), 백교, 황교, 복지(伏地)등의 큰 계열은 이미 연구해 보았네.”

   조오무챵바는 매우 기뻐하면 말했다. “교수님은 티베트 불교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으셨군요. 그럼 곧장 경문을 말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유창한 티베트어로 경문을 읊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제석궁의 문이 열리듯 거대한 문이 열려 그 안에서 세상의 이치가 담긴 묘과(妙果)을 취하시니, 이는 곧 법(法), 재(财), 욕(欲), 해탈(解脱)이라…”

   팡신 교수는 이 경문의 대략적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이 경문은 송찬간부가 티베트를 통일하고 전쟁이 끝난 뒤 전국민들에게 불교를 신봉하게 하였던 역사를 말하고 있었다. 훗날 송찬간부는 사묘법(四妙法)을 받들어, 스스로가 티베트 지역 최초의 대법왕(大法王)이 되었다. 그리고 사수인(四守人)을 티베트 동서남북으로 파견을 하여 지키게 하는 동시에 불법을 퍼트리게 하였다. 사수인은 법능을 지니고 황량한 변방에서 불법을 지키는 동시에 티베트에서 높은 지위를 영유하였다. 그 뿐만이 아니라, 사수인들은 티베트왕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몇 년마다 한번씩 티베트의 역사 기록을 티베트 왕으로부터 전수 받았다. 그렇게 함으로서 사수인들은 변방의 황야에서 전란과 왕조교체의 혼란 피해 대승불법과 티베트사료를 온전히 보존할 수 있었다. 조우무챵바의 조상도 이러한 사수인 중에 한 명이었던 것이다. 그의 가문은 티베트 최남단인 구웨이에서 이 완전한 티베트 경전을 대대손손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우무챵바는 자랑스러운 빛이 없이 시종 평상심을 유지하며 경전의 유래에 대해서 오래 동안 이야기 하였다. 팡신은 그가 경전의 진실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자기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조우무챵바는 담담하게 말했다. “대 티베트 왕 랑달모(朗达姆)는 수렵을 즐겼다. 황야에서 늑대를 쫓는 것을 즐겨하였다. 그가 제위에 오르자 불법을 폐할 것을 명하여 승려로 하여금 법복을 벗고 수렵에 참가하게 강요하였다. 또한 불상의 머리를 모두 파괴하니 하늘이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왕은 전투 마스티프 십승과 기병 오백, 궁노수 삼백을 거느리고 남평(南坪)에서 사냥을 하려 했다. 동쪽으로 100미를 갔을 때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보수(辅首) 바종(巴宗)이 간언하였다. “동쪽에 구름이 있어 불길하니 가지 마시옵소서.” 왕은 듣지 않고 계속 전진하였다. 양을 쫓아 말의 박차를 가해 산악평지를 건넜다. 수풀이 우거진 곳에 들어서자 말들은 갑자기 멈추며 고개를 숙이고 울부짖기 시작하였다. 앞의 초목이 움직였으나 어떤 동물인지 보이지 아니하였다. 왕은 놀라 전투 마스티프을 풀어놓기를 명하였다.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십여두의 전투 마스티프는  앞다리를 숙이며 부복하였다.  그들은 채찍질에도 꿈적하지 않고 눈에 하염없는 존경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갑자기 조그마한 울부짖음이 들려오자 천지가 진동하였고, 전투 마스티프는 모두가 일어나더니 평정을 되 찾았다. 전투말들은 모두가 광분을 하며 울부짖어 왕이 낙마하였다. 궁수에게 명하여 화살을 쏘게 했으나, 궁수는 두려움에 감히 활시위를 당길 수조차 없었다.

   팡신 교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수 많은 의혹이 떠올랐다. 티베트 왕 랑달모는 토번 최후의 티베트 왕이다. 랑달마(朗达玛)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적조덕찬(赤祖德赞)이 과도하게 불교를 숭상하였기에 대신들의 불만을 샀다. 그들은 비밀리에 현정권을 몰아내고 불교를 제제할 정치운동을 책동하게 된다. 그들은 우선 종교대신 발전포패길영단(钵阐布贝吉永丹)을 암살하고 적조덕찬의 신임하는 형이며 불법을 숭상하는 장마(臧玛)을 모해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찬보(赞普) 적조덕찬(赤祖德赞)을 모살하였다. 그 뒤에는 불법을 혐오하던 적조덕잔의 형 랑달마를 토벌의 찬보(赞普)로 옹립하였다. 이렇게 옹립된 랑달마에 대한 전설은 매우 다양하였다. 그러나 대략적으로 불교 밀종의 대사인 라용패길다걸(拉隆贝吉多杰)을 암살했고, 그 뒤 티베트가 100년의 혼란기에 접어들었다는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랑달마는 불법을 혐오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어찌 불경 속에 자신의 일을 기록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또한 랑달마의 사망 이후의 각 종 전설들은 신화적인 색채를 많이 띄우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보았을 때, 이 경문의 사실성 여부는 조우무챵바가 말하는 것보다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생각되었다.

   팡신 교수는 사색을 하는 동시에 조우무챵바의 말을 계속 들었다. “왕이 노하여 직접 활을 들고 우거진 숲을 향해 활을 쏘았다. 그 때 번개와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하늘의 빛이 변하며 무엇인가가 나왔다. 그것은 망아지와 같은 크기에 온 몸은 자금색을 띄고 있었다. 머리는 말과 같았고, 눈은 구리방울 같았으며, 네 발은 기둥과도 같았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쓰러지고 말들은 넘어졌다. 전투 마스티프는 설설 기며 공경스럽게 조용히 울부짖었다. 보좌(辅座) 바종(巴宗)가 큰 소리로 외쳤다. “자금표안수(紫金豹眼兽)로다!” 그 동물은 온통 자색이었고, 눈동자는 금빛을 품고 있었다. 발은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있는 듯 하였다. 오직 꼬리만이 개와 같았다. 짐승이 왕과 마주보았다. 왕은 감히 쳐다보지 못하고 “견신이여!”라며 활을 버렸다. 모든 전사들은 부복하며 절을 올렸다. 모두가 신의 강림이라며 찬양하였다. 삼배하고 구복하자 짐승은 비로서 사라졌다. 사냥을 포기하고 돌아오자 왕은 병에 걸려 일어나지 못하였다.  병에 걸려 수십일이 지나자, 명을 내려 “자기린은 불존의 사도이로다. 이번에 강림을 하심은 나의 죄를 묻는 것이다. 이에 선을 쌓아 불도로 돌아가야 비로서 근심이 해결되리라.” 몇 일 뒤 대조사(大昭寺) 간마과(羯摩科)에 다시 갔을 때 비석 앞에서 살해 당했다.

      팡신 교수가 기억에는 당시에 몇 가지 의혹을 제기했었다. 또한 그 날 이후에 조우무챵바와 이 전설의 진실성에 대해서 많은 논쟁을 벌렸었다. 그러나 조우무챵바은 언제나 이 전설의 진실성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자기린의 존재 여부에 대한 논쟁은 마치 공룡의 존재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이 어떠한 의미도 없는 일이었다. 팡신은 당연히 그의 생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조우무챵바의 대답은 매우 간단하였다. 그의 마을에 자기린을 본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몇 백 년에 한 번씩 한 두명의 승려가 자기린의 현령을 목격 했다고 증언한다는 것이다. 그 마을에서는 어릴 적부터 관세음보살이 자기린을 타고 현세에 내려온 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그의 마을은 티베트의 무인지역이기에 삶이 힘들어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선량한 사람이 간절히 원한다면 자기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강렬하였다.

   훗날 조우무챵바는 팡신 교수에게 티베트 마스티프의 특이한 변종이 아닐까라는 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팡신 교수는 만약 정말로 그런 거대한 체형과 독특한 신체특징을 가지고 있었다면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이미 오래전에 발견되어 보고 되었을 것이라는 이유로 부정하였다. 또한 자기린의 전설은 조우무챵바가 살았던 촌락에만 전해져 내려올 뿐 다른 사료가 없었다. 다시 말해서 어떠한 사람도 자기린의 종적을 발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연구가 진행되어감에 따라서 조우무챵바는 팡신이 최근에 연구하는 이론인 “격세유전”일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격세유전은 생물의 신체의 어떠한 특징이 그 다음 대에 표출되지 않고, 수 대나 수십 대를 거쳐서야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유전학의 발달과 함께 발견된 사실로서 열성유전자가 우성인자의 조합되어 항상 열성으로 나타나기에 외부에는 어떠한 표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또 다른 열성유전자를 만나서 합쳐지게 되면 우성유전자로 돌변하게 된다. 이는 좋은 면이 있을 수도 있고, 나쁜 면이 있을 수도 있다. 팡신 교수의 격세 대유전이론은 어떤 생물의 유전자가 최고의 조합을 갖추게 되면 어떠한 진화결과물을 내놓을 지에 대한 가설이다. 사실상 이러한 조합이 이루어질 확률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격세유전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고 그들은 계속 견과 동물을 연구하고 있었기에 격세대유전이론의 적용도 자연스럽게 개에 맞추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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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쓸데 없이 힘이 들어가서 직역도 아니고 의역도 아닌 글이 되고 말았군요. 반성반성--

아쉬워 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출판사에 보냈던 샘플은 여기까지 입니다. 또 다른 샘플이 있기는 하지만, 곧장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라 올리지는 못하겠군요. 한국에 제 정도가 아닌 제대로 된 번역가의 손에서 빨리 번역되기를 기대해 보셔요^^::


      팡신교수는 백발을 훑으며 생각에 잠겨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깨닭았다. 그래! 그 날이 일들을 어찌 있겠는가!

      학기 첫 수업 시간이었다. 100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교실에 겨우 50명도 안 되는 학생들만이 앉아 있었다. 듬성듬성 학생들이 앉아 있었기에 커다란 교실은 더욱 크고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팡신 교수는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 수업을 듣는 전공학생은 원래부터 적었고, 그들조차 이 학문의 가치와 의의를 모르고 있었다. 그는 수업자료를 정리하고 독특한 익살로 수업을 시작했다. “와야 될 학생은 다 왔고…” 그는 뒤쪽에서 자고 있는 학생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지 말아야 될 학생도 왔군요. 이미 제 예상치를 뛰어넘었습니다. 제가 그리 잘 생긴 것은 아니니 절 보러 오신 건 아닐겁니다. 듣자하니 어제 생물을 가르친 미스 랑이 좀 많이 빵빵했던지 교실이 꽉 찼다고 하더군요.”

      교실의 분위기가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팡신은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많은 학생들이 이 과목이 너무 단편적이고 간단하다고 생각하는 건 알고 있습니다. 개를 연구한다고? 개가 머 연구할 것이 있나? 길바닥에 넘쳐 흐르는 개?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고, 어떤 건 왈왈 거리고 어떤 건 사람을 물고 말야. 혹시 자신이 개에 대해서 잘 모르고 공부를 해야된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있나요? 있다면 손을 들어보세요”

      학생들 사이에서 잠시의 웅얼거림이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자신이 개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인정하지는 않았다. 팡신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자. 그럼 제가 여러분들을 시험해 보겠어요. 먼저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죠. 이 사진을 보고, 여러분들이 개의 이름을 말해보세요.”

      열 몇 장의 사진들이 지나갔지만, 어떤 이도 개의 이름을 말하지 못하였다. 모두가 생각하기에 개는 개일 뿐, 이름이 무엇이고 어떻게 구별 해야 되는지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팡신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 “이 문제는 너무 어려운 것 같군요. 그럼 간단한 문제를 내볼까요? 세상에서 가장 흉맹한 개는 어떤 개 일까요?”

      교실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올았다. 어떤 사람들은 셰퍼드(Shepherd)라고 하고, 하운드(hound, 猎犬)라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불독이나 시베리아견, 에스키모견등 온갖 개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교실 한가운데 앉아 있는 덩치 큰 학생의 입가에 경멸의 미소를 띄고 있는 것이 팡신 교수의 눈에 들어왔다. 이 때 팡신은 처음으로 조우무챵바를 보았다.

      팡신은 학생들의 이야기가 잠잠해지자 티베트 마스티프의 사진을 꺼냈다. 그것은 순종의 사자머리형 티에빠오진(铁包金)이었다. 그러자 몇몇 학생들은 그건 사자라고 말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마스티프는 아직 유명하지 않았기에 티베트 마스티프를 아는 사람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었다. 팡신 교수가 좌중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이 개야 말로 세계가 공인한 가장 흉맹한 개입니다. 국제적으로는 마스티프라고 하고 국내에서는 아오(獒)라고 합니다.” 그는 몸을 돌려 칠판에 “마스티프 아오(獒)”라고 크게 적으며 말했다. “이 종의 개는 티베트 지역이 원산지입니다. 가장 훌륭한 체형의 마스티프는 황하의 첫 번째 굽이, 보통 흐어취(河曲)라고 불리는 곳에서 자랍니다. 이 개는 표준적인 체형의 흐어취 마스티프입니다. 그리고 가장 흉맹하고 가장 주인을 따르는 마스티프는 티베트 다마현 근처에 있습니다. 그곳의 고원은 다른 곳보다 높아서 지리여건이 매우 열악합니다. 마스티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강희대자전(康熙大字典)에 따르면 “아오(獒)라 함은 4척 이상의 개만을 아오(獒)라 한다. 성격은 흉폭하고 주인을 지키며 맹수와도 싸울 수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민간에서는 보통 체형이 크고 흉맹하며 주인에게 충성하는 개를 아오(獒)라고 했습니다. 특히 티베트는 거주 인구가 적고, 맹수들이 많아서 티베트인들은 아오(獒)을 길러서 고원의 융폭하고 교활한 늑대들에게서 양들을 지켰습니다. 티베트에서는 한 마리의 아오(獒)가 세 마리의 늑대를 막고, 한 마리의 훌륭한 아오(獒)가 홀로 3~4마리의 흉폭한 늑대를 막을 수 있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팡신 교수가 마스티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학생들은 세계에 그러한 개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교수의 말을 경청했다. 팡신 교수가 즐거움을 느끼며 이야기를 계속 하려던 때 중간에 앉아 있던 거구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교수님이 전문적으로 개를 연구하신다니 한가지 묻고 싶습니다. 그럼 마스티프 중에 가장 흉맹한 것은 무엇입니까?

      학생들 사이에서 순간 정적이 흘렀다. 마스티프 안에서도 등급이고, 어떤 개는 더 대단하단 말인가? 팡신 역시 학생이 자신을 시험할 지 예상하지 못했기에 그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하지만 팡신은 당연히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바로 대답하였다. “이 학생이 매우 좋은 질문을 했습니다. 맞습니다. 마스티프 안에서도 종속간의 차이와 혈통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마스티프류는 티베트부터 동유럽뿐만이 아니라 북유럽까지 퍼져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기초적인 통계에 따르면 총 3종5속11대계로 분리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체력이 비교적 완벽한 개는 방금 전에 이미 말했다 싶이 히어취아오(獒)입니다. 그리고 싸움에 가장 적합한 체형을 가진 마스티프는 탕샹아오(党项獒)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혈통상 근접해 있어서, 속도나 체격 혹은 전투능력에서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티베트 지역에서…오직 티베트 지역에서만 다른 마스티프보다 강력한 마스티프를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태생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에 의해서 훈련되어진 것입니다. 티베트인들은 이 개를 “아홉 마리 개 중 한 마리 아오(九狗一獒)”라고 합니다.

      학생들은 매우 신기하게 생각하며 팡신 교수의 말에 집중하였다. 대체 무엇이 “아홉 마리 개 중 한 마리 아오”라는 걸까?  “이것은 참혹한 경쟁을 통해서 가장 우수한 마스티프를 얻는 것입니다.  10마리의 같은 나이의 어린 마스티프를 구덩이에 던져 놓고 어떠한 음식도 주지 않거나 혹은 한 마리만 겨우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주게 됩니다. 그러면 열 마리의 개는 어쩔 수 없이 참혹한 경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음식을 차지하거나 아니면 다른 마스티프를 잡아 먹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야생늑대의 경우도 살아 있을 때에는 식구이지만, 일단 죽으면 식량이 된답니다. 특히 한랭 지역에서 늑대는 야생의 특징을 더욱 강하게 띄게 됩니다. 그래서 시베리아 늑대가 가장 흉맹하고 강력한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강력하고 두려운 생존욕구가 있기에 열악한 자연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살아 남은 마스티프는 가장 강력한 생존욕구와 완강한 육체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팡신 교수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설득력이 있었으니 그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이 그의 말에 빠져들어 있었다. 그러나 질문을 한 학생은 아직도 경멸의 웃음을 뜨고 있었다. 그 웃음은 팡신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아! 그렇다. 팡신은 다른 유래가 생각가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것은 티베트에서도 몇몇 지역에서만 비밀스럽게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었다. 이 이야기는 티베트 토박이들도 잘 모르는 이야기였다. “사실 “아홉 마리 개 중 한마리 아오”는 다른 유래도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에 의한 경쟁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낸 경쟁입니다. 이 유래는 더욱 비밀스럽고 더욱 참혹하며....그리고 더욱 오래되었습니다. 티베트 마스티프 역시 개입니다. 개도 다른 포유동물과 같이 한번에 4마리에서 6마리를 임신합니다. 정말 가끔씩 7마리를 임신할 때도 있습니다. 8마리를 동시에 임신을 하는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마리의 어미 마스티프가 9마리를 동시에 임신을 하게 되면 그 중에 한 마리는 마스티프의 신이 됩니다. 어미 마스티프는 아무리 많아도 8개밖에 젖꼭지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한 마리의 강아지는 어떻게 해도 모유을 먹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인공적인 “아홉 마리 중 한 마리 아오”와 같은 환경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 자연의 조화로 만들어진 마스티프는 그 형제들을 먹을 뿐만이 아니라 마지막에는 그 어미까지 먹어 버립니다. 그리고 마스티프 중에 마스티프가 됩니다. 이 전설 속의 마스티프는 성격이 매우 흉폭하여서 성견이 된 이후에는 회색곰을 사냥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고원늑대와 극지호랑이를 제치고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전설은 몇몇 지역에 한정되어서만 존재하고 있고, 아직 고증을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전설로만 남아 있고, 학술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참혹한 전설보다는 인공적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믿고 싶습니다.”

      전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나서야 팡신 교수는 질문을 한 학생이 자신의 지식에 대해서 놀라는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학생은 다시 질문을 했다. “교수님. 그럼 “아홉 마리 중 한 마리 아오”보다 강력한 것은 무엇이죠?”

      교실은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어떤 학생는 질문을 한 학생이 무서운 줄도 모르고 교수님과 끝을 보려고 한다고 하였고, 어떤 학생은 생각을 굽힐 줄 모르는 고집불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티프 내에만 이렇게 많은 종이 있고 수 많은 전살과 비밀이 있다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그들은 팡신 교수가 또 다시 답을 할 것이라고 믿으며 바라보았다.

      팡신 교수는 처음으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그는 질문한 학생이 이렇게 까지나 티베트 마스티프에 대해서 자세히 알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 건장한 학생의 얼굴은 고원 특유의 붉은 색을 띄고 있었고, 거칠고 딱딱한 피부와 똑 부러진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 질문을 한 학생은 분명히 티베트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설사 티베트인이 아니더라도 장기간 고원에서 생활한 한족일 것이다. 티베트인 앞에서 마스티프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는 것은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꼴이었다. 그러나 팡신은 분명히 교수였고, 학생들 앞에서 체면을 구길 수는 없었다. 그리고 상대방은 자신의 수업에 처음 참가한 학생이 아니던가!

      팡신 교수는 안경을 밀어 올렸다. 어떤 일을 신중하게 처리하거나 깊이 생각했을 때 언제나 안경을 밀어 올리고는 하였다. 학생들은 두 고수의 대결에 감히 참가하지 못하고 조용히 그 둘을 바라보았다. 팡신 교수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처음에는 천장을 바라보다가 다시 질문을 한 학생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이름을 말하기 싫다는 듯이 천천히 말을 꺼냈다. “그렇습니다. 사실 “아홉 마리 개 중 한 마리 아오”보다 더 강한 것이 있습니다. 티베트 지역에서 가장 숭배 받는 마스티프이며 “전투 마스티프(战獒)”라고 부릅니다.”

      팡신의 말이 끝나자 몇몇 학생들은 꾹 참은 숨은 내쉬었다. 팡신은 계속 전투 마스티프에 대해서 말했다. “소위 전투 마스티프라고 부르는 것은 이름을 들어도 알 수 있듯이 전투에 쓰이는 마스티프 입니다. 티베트 지역에서 전투 마스티프는 우리나라 고대 신화전설 중의 부처의 의자와 비슷하고, 신분은 태국의 신성한 코끼리와 같습니다. 전투 마스티프는 티베트 지역에서 가장 존경 받는 사람들만이 기를 수 있으며, 일반 백성들은 감히 기를 수 없습니다. 사실 전투 마스티프도 “아홉 마리 개 중 한 마리 아오”의 일종입니다. 단지 엄격하게 선발된 마스티프를 대대로 마스티프를 훈련시켜 온 최고의 조련사가 가장 현명하고 가장 충직하고 가장 막강한 공격력을 가진 최강 전투력의 마스티프로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세퍼트는 여러분들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경찰견으로 이 세퍼트를 많이 쓰는데 보통의 세퍼트와 경찰견 세퍼트가 싸우게 되면 체형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경찰견이 이기는 확률이 월등히 높습니다. 왜냐하면 경찰견들은 엄격한 훈련으로 어떻게 공격을 해야 가장 효과적인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렇게 설명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다 같은 인간이지만, 운동선수와 일반사람들 사이의 차이는 상당히 큽니다. 예를 들어서 역기 선수와 시합을 하게 된다면 3명이 힘을 합쳐도 역도선수를 따라 갈 수 없습니다. “아홉 마리 중 한마리 아오”는 야성이 강해서 훈련을 시키기가 매우 어려운 세계 3대 동물 중에 하나입니다. 이 녀석은 매우 오만하여서 굴복 시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훈련을 시켜서 전투 마스티프가 된다면 다른 개에 비하여 몇 배나 주인에게 충성을 다 합니다. 심지어 우리들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보다 더욱 감동스럽습니다. 제가 티베트 지역에서 조사를 하고 있을 때 일어났던 일을 말해드리지요. 사냥꾼인 아왕푸차이는 전문적으로 티베트 투스(土司)들의 전투 마스티프를 훈련시키는 사냥꾼이었습니다. 해방 이후에는 사냥부대 대장이 되었지요.  그에게는 뚜어지라는 전투 마스티프가 있었습니다. 제가 티베트에 갔던 그 해에 아왕푸차이가 사냥 중에 안타깝게 죽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부대원들이 그의 시체를 집으로 옮겨 왔습니다. 그런데 두꺼운 쇠사슬로 바위에 묶여 있던 뚜어지가 갑자기 발광을 하며 쇠사슬을 끊어 버렸습니다. 당시에 우수한 사냥꾼들 6~7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그 녀석의 기세에 눌려서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그 녀석은 차가운 시체에서 죽음이 무엇인지 느끼는 듯이 주인의 코와 이마를 핥았습니다. 뚜어지는 어떤 사람도 주인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면서 동상처럼 그의 곁을 지켰습니다. 누군가 접근하려 하면 털을 세우면서 으르렁거렸습니다. 그는 주인을 끌고서 입구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음식과 물도 먹지 않고 계속 슬프게 짖어대었습니다. 마치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듯 보였습니다. 그는 5일 동안 밤낮으로 주인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용감한 사냥꾼이 접근했을 때에는 이미 주인 곁 앉아 하늘을 보며 죽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몇 년이 지났지만 잊을 수가 없군요.” 팡신 교수의 목소리는 살포시 젖어 들었고, 많은 학생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이 때 종료벨이 울렸다. 팡신 교수는 손을 펴며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더 많은 티베트 마스티프에 대한 전설이 있지만, 오늘은 이미 시간이 다 지나갔군요. 이런 슬픈 이야기로 끝낼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자. 재미가 있었으면 내일 또 오시기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 이 교실을 쓸 학생들이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간 시간을 원망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학생들이 나가고 있을 때, 팡신은 질문을 한 학생을 불렀다. “거기 질문한 학생 기다려 보게. 이름이 무엇인가?”

      그 학생은 얼굴을 들며 당당하게 말했다. “저는 조우무챵바라고 합니다.”

      팡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티베트인이었군. 티베트 어디에서 왔나?”

      조우무챵바는 살포시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구웨이(古维)사람입니다. 다와누쳐(达瓦奴措)촌에서  왔습니다.”

      팡신은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역시! 어쩐지 마스티프에 대해서 잘 알더니만, 마스티프의 고향에서 왔구만!” 구웨이는 티베트에서도 가장 깊은 한 곳에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런 편벽한 곳이어야만 순종의 마스티프가 남아 있었고, 그래서 마스티프의 고향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그러나 다와누쳐촌이라는 곳은 팡신도 들어 본적이 없었다. 티베트의 전 면적은 120.2만평방KM임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채 300만명이 되지 않아서, 한 촌락의 면적이 소형도시보다 큰 경우도 비일비재하였다. 조우무챵바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교수님의 마스티프 연구는 정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군요. 그런데 제가 원래 물어보고 싶었던 것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팡교수님은 자기린 전설을 들어보셨나요? 안 들어보신듯 하더군요.”

      팡신은 이마를 찌푸리며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러나 자기린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인상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팡신은 자신의 기억력에 대해서 자신이 있었다. 한 번 들은 이야기는 분명히 인상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자기린이라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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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무챵바는 뒤통수를 강하게 맞은 사람처럼 멍하니 손 안에 있는 사진을 응시하였다. 사진 속의 영상은 순식간에 그의 영혼을 지배하며 그의 마음을 지배하여 어떠한 생각도 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는 평생을 공룡화석 연구에 바친 연구자가 바로 눈 앞에 당장이라도 만질 수 있는 희귀 공룡을 본 것과 같은 기쁨에 몸서리쳤다. 그의 영혼 깊은 곳에서 머나먼 과거로부터의 함성이 너무나 진실되게 그리고 친근하게 들려왔다. “가! 가서 그 녀석을 찾아! 너의 영혼과 신앙 그리고 존재이유가 바로 이것이야! 바로 이 녀석의 존재를 직접 보는 거야!” 그리고는 자기 자신을 비웃었다. “여기서 어처구니가 없는 강연을 하고 있구나. 이 사진의 주인은 얼마나 너를 비웃고 있을까? 너는 진정한 마스티프가 무엇인지 몰라! 넌 마스티프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그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어느 순간 그는 이 사진을 보내온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사진에 대해서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는 어떠한 것도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연단에서 뛰어내렸다. 아까 출입구에 서 있던 그 사람이 바로 사진의 주인이라고 확신했다. 또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이 마스티프에 대해서 알 수 없으리라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강연장은 이미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조우무챵바가 어렵게 강연장을 빠져 나왔을 때에는 사진의 주인은 물론 사진을 전달해준 소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조우무챵바는 미친 사람처럼 모든 이에게 물었다. 길을 가는 아주머니에게도 묻고, 벤치에 앉아 밀담을 나누는 연인에게도 물었다. 지나가는 차의 기사에게도 물어보았다. 그러나 어떤 이도 외투를 걸치고 선글라스를 낀 170cm정도의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고 했다. 아무도 그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고 했다.

      조우무챵바는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육체의 생기를 잃어갔다. 그는 이미 마스티프 대회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노력을 해서 만들어낸 대회였지만, 그의 머리에는 이미 사진 속의 눈빛만이 남아 있었다. 조우무챵바는 상사병을 앓는 환자처럼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이루지 못하며 두 장의 사진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비록 사진은 모호했지만 조우무챵바는 사진 속의 마스티프의 털 하나 하나가 눈에 선명히 들어왔다. 사진 속의 마스티프는 오른쪽 뒷발 3번째 발가락의 2센치 위쪽의 앞에서부터 36번째 체모가 갈라져 있었다. 그리고 왼쪽 앞발의 첫 번째 발톱의 끄트머리에는 자그마한 상처가 있었다. 그에게 이 모든 것들은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졌다.

      두 장의 사진은 그의 모든 사고능력을 박탈했다. 만약 그 전화가 없었다면 조우무챵바는 남은 평생을 그렇게 정신병자처럼 살았을지도 모른다. 전화벨은 한참 동안이나 울려 퍼졌지만, 조우무챵바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그에게는 언제나 비서와 영업과장이 있었기에 아주 가까운 친구의 전화만을 직접 받았다.

      하우그 비서가 가볍게 문을 열고 조용히 말했다. “조우회장님을 찾는 전화입니다.”

      조우무챵바는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표정으로 냉담하게 말했다. “없다고 하세요. 그리고 당분간 어떤 전화가 오든지 없다고 하세요.”

      하우그는 고개를 숙이고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전화를 하신 분이 하시는 말씀이 사진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고 하면 반드시 받을 것이라고….”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우무챵바는 방을 뛰쳐나가서 전화기를 들었다.

      조우무챵바는 전화기를 꽉 움켜잡고 딱딱한 영어로 이야기 하였다. “당신이 사진을 준 사람입니까? 절대 전화를 끊지 마세요. 어떤 요구를 해도 꼭 들어드리겠습니다. “

      전화기의 저편에서는 잠시의 정적이 울려 퍼졌다. 조우무챵바는 사형 언도를 받기 직전의 사형수와 같이 그 정적이 끝나기만을 원하고 또 원했다. 전화기의 저편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저기…그 사진에 있는 건 개 맞죠?? 개죠?” 전화기에서는 의외로 젊은이의 중국말이 들려왔다.

      조우무챵바는 바로 대답하였다. “네! 맞습니다! 최고의 개입니다. 지금 어디 계시죠? 만나서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전화기의 목소리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사진을 드린 건 그냥 확인을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굳이 만날 필요는 없는데요.”

      주우무챵바는 익사직전에 구명정을 발견한 사람처럼 끈질기게 매달렸다. “꼭 만나야 됩니다. 반드시 만나야 됩니다. 무엇을 확인하고 싶으신가요? 어떤 요구든 다 받아들이겠습니다. 반드시 만나서 이야기 해야 됩니다. 제가 지금 당장 달려가겠습니다.”

      전화기의 목소리는 여전히 주저하며 “멀 이렇게까지 해요. 칫…” 그 사람은 상당히 의외라는 듯 코웃음을 터트렸다.

      5분 뒤 조우무챵바는 엔드리스 병원에 입구에서 결국 전화기의 목소리와 만나게 되었다. 그는 십대후반으로 보이는 조금 건방진 중국 소년이었다. 자신을 탕밍이라고 소개하였다.

      조우무챵바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말했다. “무엇을 확인하고 싶으시죠? 설마 사진이 출처를 모르시나요?”

      탕밍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 “당연히 사진이 어디서 왔는지 알죠. 전 그냥 이 사진에 있는 것이 마스티프인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조우무챵바가 대답했다. “당연히 마스티프입니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고귀한 티베트 마스티프입니다. 마스티프 중에 마스티프입니다!”

      탕민은 조금 곤란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그게 아니고요. 이 마스티프는 진짜 존재하는 건가요? 환상이 아니고요??”

      “환상이라고요?!” 조우무챵바가 말했다. “어떻게 환상일 수 있겠습니까? 혹시 촬영자에게 물어보지 않았나요? 이 사진은 대체 어디서 구한 겁니까?”

      탕밍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래도…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봤거든요. 마스티프를 키우는 전문가들이라는데 다들 가짜래요. 컴퓨터로 합성한 거라고 하던데요?”

      조우무챵바는 탕밍의 어깨를 잡으며 초조함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사진 찍은 사람은요? 그 사람 어디 있습니까? 그 사람에게 물어보면 분명하지 않습니까?”

      탕밍은 어깨에 아픔을 느끼면서 조우무챵바의 손을 피했다. 그는 서생처럼 보이는 교수의 강한 힘에 놀라며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사진은 제 형이 찍은 건데, 이젠 물어볼 수가 없어요.”

      조우무챵바는 흥분해서 다시 탕밍를 잡으려고 했다. 탕밍이 그의 손길에서 벗어나자, 그는 급하게 물었다. “형은 대체 어디 있지요? 지금 당장 만나야 합니다!”

      탕밍은 미친 사람을 보는 것처럼 기괴하다는 눈빛으로 조우무챵바를 쳐다보았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엔드리스 병원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따라오세요”

      엔드리스 병원은 미국의 유명한 정신병원이다. 조우무챵바는 병실에서 탕밍의 형과 벽에 붙어 있는 수 많은 사진을 볼 수 있었다.

      탕밍의 형은 조우무챵바가 처음 사진을 볼 때와 같은 표정으로 침상에 누워서 멍하니 사진들이 붙어 있는 벽을 응시하고 있었다. 갑자기 생소한 사람이 들어오자 두려움에 벌벌 떨기 시작하였다. 탕밍은 형의 몸을 어루만지며 조용히 위로하자 겨우 진정을 하기 시작했다. 탕밍은 그보다 5살이 많으며 이름은 탕타오라고 소개했다.

      탕타오와 탕민의 키는 거의 비슷했으나 탕타오가 훨씬 건장하였다. 피부는 강철처럼 튼튼해 보였고, 머리카락은 매우 짧아서 바늘처럼 날카로워 보였으나 외모만은 매우 준수했다. 조우무챵바는 탕타오를 어디선가 본 것 같았지만, 벽에 붙어 있는 사진들이 먼저 그를 잡아 끌었다. 벽에는 세계 각지의 풍경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어떤 사진은 조우무챵바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런 사진들은 분명히 프로사진작가가 찍은 것으로 보였고, 어떠한 사진 잡지에 투고하여도 무조건 커버사진으로 사용될 수 있었다. 조우무챵바는 감탄을 하며 물어보았다.  “이 사진들이 다 형이 찍은 겁니까?”

      탕밍은 자랑스럽게 대답하였다. “당연하죠!”

      조우무챵바는 주위의 벽에 걸려 있는 사진들의 촬영 위치 선정이나 선명함 그리고 예술성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탕타오는 오직 그의 앞에 있는 벽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우무챵바는 탕타오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그 벽에 있는 사진은 다른 사진과는 완전히 다른 몇 십장의 모호한 사진들이었다. 그리고 그 모호한 사진 모두가 바로 그 신비한 마스티프였다. 조우무챵바는 그제서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두 장의 사진은 여기 붙어 있는 사진 중에서 가장 선명한 사진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벽에 있는 사진 중에 가장 모호한 것은 녹색 구름에 검은 구름이 박혀 있는 것처럼 상당히 불분명하였다. 조우무챵바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님 분은 어떻게 된 겁니까?”

      탕밍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모르겠어요. 이번에 돌아오니 이렇게 되어 있었어요. 의사들은 강한 충격을 받아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국내에서 치료를 받다가 미국의 의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이쪽으로 와서 심리암시요법을 받고 있어요. 신문에서 최근 마스티프 대회가 근처에서 개최된다고 하기에 참가해서 사진을 건내 드려 본 것이에요.”

      조우무챵바는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보기에는 별 문제 없어 보입니다만…”

      탕밍은 천장의 등을 가리키며 말했다. “암흑공포증이래요.” 조우무챵바는 그 때서야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방안의 모든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수 많은 의혹이 쏟아 올랐다. 그는 대체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탕밍이 말했다. “저도 이 사진이 진짜라고 믿어요. 형은 조작 같은 것을 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도대체 이 사진을어디서 찍었는지 도통 모르겠어요. 어떻게 몇 십장의 사진 중에 선명한 것이 하나도 없는 건지…”

      조우무챵바는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형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는데 어떻게 돌아올 수 있었던 겁니까?”

      탕밍이 대답했다. “작년 6월에 커커시리 산악순찰부대에서 발견했어요. 발견했을 때 형은 당장이라도 죽을 듯이 달리고 있었대요. 그 때 이미 정신적인 문제가 생겼던 거죠. 만약 순찰부대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죽을 때까지 달렸을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순찰대 요원이 말해주었는데, 형을 발견하고 겨우겨우 제지하자 갑자가 쓰러져서 혼수상태가 되었대요. 나중에 깨어났을 때에는 이미 이런 상태였고요. 단지 계속 두 말만 반복했대요. “멍허의 미친넘의 말이 사실이었어. 지옥의 문이야.” “왔어! 그들이 왔어! 도망쳐!” 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요. 나중에 순찰대가 형을 발견한 지점에서 300KM 떨어진 곳에서 형의 지프를 발견했대요. 지프에는 기름이 남아 있지 않았고요.”

      조오무챵바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만약 그의 형이 기름이 떨어진 뒤, 차를 포기하고 달렸다면, 그는 300KM나 달리고도 멈추지 않으려 한 것이다. 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그렇게까지 했던 것일까? 그러나 그는 너무나 즐거웠다. 남들이 모르는 그 두 마디를 그는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그는 어떤 이름이 생각났다. 그는 탕밍에게 물었다. “독행협?! 형이 독행협 탕타오인겁니까?”

      탕밍은 이제야 생각났냐는 표정으로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우무챵바가 어디서 본 것 같았던 것도 너무나 당연했다. 그는 국내에서 대단히 유명한 탐험가 독행협 탕타오였던 것이다. 그의 아버지 탕밍후이는 중국 유제품산업의 3대 거상 중 하나였지만 40이 채 되지 않아서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두 아들에게 몇 억 위엔의 유산을 남겼던 것이다. 그의 큰아들 탕타오가 언제부터 탐험을 좋아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혼자서 탕구라산을 넘은 것부터 시작해서, 그는 홀로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고, 홀로 초모랑마 정상을 정복하고, 홀로 황하와 장강 그리고 야로장포강를 배를 타고 내려왔다. 또 혼자서 발해해협을 수영으로 건너기까지 하였다. 그 뒤에 그의 활동무대는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산과 가장 무서운 급류 그리고 공포스러운 사망계곡을 향하여 떠나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이 가지 않는 곳에 그는 언제나 홀로 뛰어들어갔다. 모두가 죽을 것이라는 죽음의 행진 속에서 그는 언제나 기적적으로 다시 문명사회로 돌아왔다. 과거 어떤 이는 그에게 왜 이런 위험한 일을 하냐고 질문한 적이 있었다.. 그는 단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사진에도 조예가 깊었다. 역시 홀로 여행을 하면서 생겨난 취미였다. 그러나 그는 단 한번도 사진을 팔아본 적이 없었다. 많은 잡지사에서 상당한 액수를 불렀으나, 단 한 장의 사진도 얻을 수가 없었다.

      팡신 교수에게 사진을 어떻게 구했는지 모두 말한 뒤, 조우무챵바는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지도교수님! 독행협 탕타오가 찍은 사진입니다. 어떻게 가짜일 수 있습니까?”

      팡신이 말했다. “이미 결심을 한 것 같구나. 나의 아들아. 그래 가거라. 꼭 성공을 하길 바란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조우무챵바는 그의 지도교수를 설득할 수 없자 풀이 죽어버렸다. 그는 최고의 도우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는 원망스러워하며 사진을 챙겨 무거운 발걸음으로 걸어 나갔다. 문에 거의 도착했을 때, 그는 별안간 몸을 돌리며 물었다. “지도교수님. 아직 저희에게 처음 수업하셨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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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하게 말해서 궤 안에는 두 장의 사진이 있었다. 첫 장은 망망한 초원을 배경으로 낮은 관목들이 별처럼 여기저기 수풀 속에 서 있었다. 푸른 하늘에는 흰 구름이 떠 있고, 초원의 중앙에는 검은 색의 허리케인이 불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것은 결코 바람이 아니었다. 어떤 동물의 모습과 같았다. 사진 자체가 모호한 것이 아마도 사진을 촬영한 사람이 손을 떨었던 것으로 보이나 동물의 털을 판별할 수 있는 정도의 선명도였다. 두 번째 사진 역시 같은 초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만 세심히 본다면 촬영한 장소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같은 산들과 같은 관목들이었다. 심지어 우거진 풀 조차 같은 위치에 찍혀 있었다. 단지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의 하늘은 이미 어두운 밤으로 변해 있을 뿐이었다. 다시 말해서 촬영자는 낮부터 밤까지 같은 곳에서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검은색 형체도 거의 어둠 속에 매몰되어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사진은 형체와의 거리가 더욱 가까웠고 촬영자와 마주보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첫 번째 사진보다 더욱 선명하였다.

   두 번째 사진에서 보이는 모호한 얼굴은 아프리카의 숫사자와 같았다. 목의 주름은 갈기와 엉켜서 해바라기처럼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그러나 몸은 숫사자와는 전혀 달랐다. 아프리카의 숫사자는 지리기후적 요인으로 인하여 머리 주변과 무릎 뒤에만 갈기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전신이 두텁고 긴 담요처럼 되어 있어서 아크와 같이 튼튼하고 단단하게 보였다.

   팡신교수는 두 장의 사진을 손에 들고 어떠한 말도 꺼내지 못하였다. 야크와 같은 체격과 사자와 같은 머리 그리고 표범과 같은 곡선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사진 속에서 검은 색 털로 뒤 덮여 있는 이 녀석은 아름답고 무한한 힘을 간직한 듯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듯한 화살과 같은 그 모습은 고양이과의 동물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생물은 분명히 견과 동물이었다. 그것도 사각의 조그마한 귀와 피부에 긴 털이 매달려 있고, 작고 갈라져 넓게 갈라져 있는 입, 그리고 몸체는 직선의 등과 들어가 있는 배 및 기둥과 같은 다리를 보았을 때 분명히 티베트 마스티프였다. 모든 모습이 티베트 마스티프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생물은 결코 보통의 티베트 마스티프가 아니었다. 보통의 티베트 마스티프는 이렇게 크지 않고, 이렇게 단단하지 않다. 무엇보다 이렇게 강맹하고 용맹해 보이지 않는다. 그 녀석은 사진 속에서 왕족의 패기를 들어내며 철인처럼 서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간직한 야성은 천지를 비웃으며 위풍당당히 초원을 내달리고 있었다.

   팡신교수는 30분 동안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동안 조우무챵바는 웃음을 띄우며 교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교수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너무나 잘 알았다. 교수의 머리는 자신이 그 사진을 보았을 때처럼 백지상태일 것이다. 사진 속의 생물은 분명 진정한 티베트 마스티프였다. 사진 속의 맑고 푸르른 하늘과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구름은 고원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사각 가지의 전나무, 낮은 마황, 딱딱한 잎의 버드나무 관목들은 고원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식물이며, 몇몇 종은 특히나 티베트 고원에서만 볼 수 있는 종류였다. 무엇보다 사진 속의 마스티프는 조우무챵바나 팡신과 같은 이 방면의 원로급 인물들은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는 최고급 마스티프였다. 가장 아름다운 체형과 가장 아름다운 기질, 무엇보다 다른 마스티프에게는 없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는 최고의 마스티프였다. 조우무챵바는 호흡을 가다듬고, 다리를 가볍게 꼬집었다. 그는 매번 이 사진을 볼 때 마다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흔들려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이미 몇 번이나 보았지만, 볼 때마다 자신의 두 손을 어찌 할 바를 못했다. 지금도 그의 온 몸은 그의 의지를 벗어나서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팡신은 자신의 돋보기를 벗었다 썼다는 반복하며 계속 사진을 바라보더니, 마침내 사진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불가능하네. 이것은 가짜야. 컴퓨터로 만들어낸 사진이라고!”

   조우무챵바는 자기도 모르게 일어났다. 그의 얼굴은 이미 새하얗게 질려서는 손가락으로 팡신교수를 가리키고 있었다. 팡신교수가 그렇게 오래도록 바라보고서도 부정적인 결론을 내릴지는 생각도 못했다. 만약 그가 존경하는 인물이 아니었다면 당장에 주먹을 휘둘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팡신교수는 평온을 되찾고 다시 사진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먼저 이 사진을 보게. 낮에 촬영한 이 사진은 비록 배경이 상당히 모호하지만, 사진 속의 식물은 알아 볼 수 있지. 자네도 알다 싶이, 촨시-가문비 나무가 다 자란다면 대략 10미터에서 15미터 정도이네. 그리고 촬영자는 같은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았네. 그럼 우리는 목격된 이 녀석과 두 나무 사이의 거리를 추측할 수 있지. 만약 같은 평면상에 있다고 가정할 시에 비율을 따져서 생각해보면 이 녀석의 크기를 추정할 수 있네. 만약 이 녀석이 진짜라면 대략 계산을 하여도 지상으로부터 어깨까지 1.2미터에서 1.4미터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네. 만약 그렇다면 이 녀석의 전체 크기는 최소 2.5미터를 넘어갈 걸세. 이미 개가 아니라 조그마한 송아지라고 할 수 있지. 지금까지 보아왔던 어떠한 개도 지상으로부터 어깨까지의 거리가 1.05미터를 넘지 못하였네. 그리고 최근 보고의 가장 큰 개도 2.1미터일 뿐이라네. 마스티프의 크기는 자네도 잘 알고 있을 것일세. 지상으로부터 어깨까지의 거리는 0.8미터를 넘지 못하고, 전체 크기도 1.5미터를 넘지 않는다네. 자네는 이렇게 커다란 개를 본 적이 있나?”

      조우무챵바는 격분해서 말했다. “그러나! 마스티프과 견 속은 개 중에서도 가장 큰 개입니다. 마스티프의 중국이름인 아오(獒)의 원래 뜻은 체격이 크고 싸움을 잘하는 개를 말하지 않습니까? 독일의 유목견이나 덴마크견 그리고 스위스의 세인트버나드와 같이 세계가 공인한 커다란 체격의 견 류가 모두 마스티프의 혈통을 이어받았습니다. 마스티프가 특별히 큰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특별히 큰 것?” 팡신 교수는 냉소를 품고 말했다. “분명 그렇지. 그런데 자네도 이 녀석이 생존하고 있는 환경을 알지 않나? 고원일세. 그것도 세계 상에서 가장 높은 고원인 티베트 고원일세.”

   조우무챵바는 흥분을 억누르며 웅얼거렸다. “그래서……그게 어떻다는 겁니까?” 그의 전문지식은 분명 지도교수에게 미치지 못하였다.

   팡신이 말했다. “고원은 매우 특수한 생존환경일세. 공기가 매우 희박해서 그 안에 있는 생물은 모두 저산소 환경에 적응해야되네. 그래서 그 체형은 지세가 높아 질수록 점차 작아지게 되지. 대부분의 티베트 고원 동물들은 체격이 작고, 피부가 두껍고 털이 길며 사지가 작고 굵지. 신체 내 혈액이 정상적으로 산소를 공급하여 뇌의 상태를 맑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어. 자네도 배웠을 터인데 말이야. 결론적으로 고원의 모든 생물은 저지대의 같은 종류의 생물에 비해서 체격이 작지. 이 사진 속에는 티베트 고원 중에서도 고지대에서만 자라는 작은-고사리가 있네. 다시 말해서 사진 속의 마스티프는 다른 마스티프 보다 더욱 더 고지대에 있다는 것일세. 그런데 어떻게 다른 마스티프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것인가?” 팡신은 말을 하면서 탁자의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를 조작하면서 계속 천천히 말했다.  “우리 컴퓨터로 분석을 해보겠네. 이 사진의 해상도와 풀의 모호한 상태를 보면 대략 24%정도일세. 촬영자의 손이 떨려서 일어난 일이라고 판단할 수 있지. 그러나 이 녀석의 모호한 정도는 67%에 이른다네. 일반적인 카메라로 촬영을 할 경우, 플레쉬 발광에 필요한 시간은 0.005에서 0.01초 정도일세. 그럼 200분이 1초의 시간 동안 이 녀석은 사진 속에서 20센티미터나 그 이상을 움직였다고 할 수 있네. 이를 바탕으로 추론을 해보면 이 녀석의 속도는 초속 40미터에 이르네, 시속으로 따지면 140KM정도이지. 그런데 현재 지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은 표범이네. 표범의 최고속도도 시속 120KM을 넘지 못하는데, 자네가 생각하기에 이 마스티프가 표범보다 빠르다는 건가?”

      조우무챵바는 조금은 실망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지도교수님. 선명도는 그리 정확하지 않습니다. 만약 수치를 100분의 1로 놓고 본다면 이 녀석의 속도는 시속 80KM정도입니다. 일반적인 마스티프의 순간 속도를 생각하면 적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팡신이 말하였다. “그렇다고 하세. 속도로는 합당하다고 생각해보세. 그렇다면 우리는 이 녀석의 혈통의 측면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걸세. 지금 현재 세계 상의 마스티프의 원산지는 거의 모두 티베트에 있네. 총 3종7속16과이지. 털의 색은 순흑, 순백, 적갈색, 회색, 금색 발과 흑색등 및 순금색의 마스티프가 있네. 물론 희귀종인 붉은 색 마스티프도 있고, 하얀 눈의 사자머리도 있고, 동공이 두 개가 있는 표범 마스티프도 있지. 그런데 자네가 볼 때 이 개는 어떠한가? 그의 전체적인 털색은 자네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검은색이 아니네, 그렇다고 적갈색도 아니지. 만약 이 녀석이 진짜 존재한다면, 한번도 출연한 적이 없는 마스티프 종이지. 그의 털 색은 자주색이야. 그것도 매우 짙은 자홍색이지. “ 팡신은 여기까지 말을 하고는 안경을 들어올렸다. 이런 동물의 존재는 그의 전문 지식에 대한 도전이며, 그에 대한 무시였기에 얼굴이 자연스럽게 준엄해졌다.

      조우무챵바는 계속 혼잣말을 하면서 어떻게든 반론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학술적인 영역에서 그는 팡신의 학생이었을 뿐이기에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비록 마스티프 양육에 있어서는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학술적인 지식에 있어서는 팡신교수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어떻게 교수를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이는 그에게 사진을 준 이도 모를 것이다. 이 사진은 어디서 왔을까?

      팡신은 또 다른 증거를 말했다. “이런 털의 색과 체형 및 속도를 보았을 때, 어떤 사람이 컴퓨터를 통해서 이상적인 마스티프를 재현하려고 했을 걸세. 그런데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32비트의 색 분별도로서는 화학분광에 미치지 못하지. 그래서 합성한 검은색은 쉽게 짙은 자홍색이 되어버려. 두 색은 컴퓨터에서는 큰 차이가 없으니 말이야. 이 사진을 합성한 사람은 분명 전문적으로 마스티프를 연구해봤을 거야. 그래서 마스티프의 특징들을 알고 있었지. 그런데 너무 심하게 과장해서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다가 이런 실수를 하고 만 거야.”

      팡신은 조우무챵바의 이마에 땀이 맺히는 것을 보며 이번에는 그를 타일렀다. “됐네. 나도 자네가 세계 최고의 마스티프를 계속 찾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래서 이렇게 우수해 보이는 마스티프를 보고 잠시 혼동을 한 것일 테지. 괜찮네. 괜찮아. 일생을 몸바쳐 연구를 한 전문 골동품 수집가들도 잘못 볼 때가 있는 법인데, 자네 같이 전문적으로 마스티프을 연구하지 않은 사람이야 말해 무엇 하겠나.”

   “아닙니다!” 조우무챵바는 꿋꿋하게 고개를 들고 말했다. “지도교수님. 저는 이것이 진짜 마스티프라고 믿습니다. 이 녀석이 분명히 티베트에서 생활하고, 지금도 저 곳에 있을 것입니다. 저는……저는 결심했습니다. 저는 이 녀석을 찾으러 갈 것입니다. 이번에 지도교수님을 뵈러 온 것은 본래 지도교수님이 조언을 해주실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도교수님이 이 녀석의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으시니, 저 혼자서라도 찾으러 갈 수 밖에 없군요.”

      팡신은 과거 자신의 최고의 제자이자 친구였던 파트너를 바라보며 온화하게 질문을 던졌다. “사랑하는 챵바라. 무엇이 너를 이리도 고집스럽게 만들었니? 이렇게 큰 결정을 내린 것은 설마 존재하지도 않는 컴퓨터로 합성된 마스티프를 찾기 위해서니?”

      조우무챵바는 팡신교수의 손에 있던 사진을 잡고 두 번째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도교수님. 이 녀석의 눈빛을 보세요. 저는 처음 이 눈을 보았을 때 느낌이 왔습니다. 이 두 눈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이 녀석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입니다.”
      팡신은 다시 두 번째 사진을 살펴보았다. 사진기가 마스티프의 얼굴을 향하고 있기에 다른 부분은 모호해도, 두 눈만은 선명하게 보였다. 팡신교수는 그 두 눈을 보면서 놀라고 말았다. 그윽한 두 눈이 어두운 밤의 별처럼 사람을 혼비백산하게 하는 마력을 발산하면서 독특한 맹렬함과 패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조우무챵바는 선언하듯이 외쳤다. “컴퓨터로 합성한 사진이 어떻게 이런 눈빛을 보여줄 수 있습니까? 이것은 제가 본 것 중 가장 맑고 가장 사람을 끄는 눈빛입니다. 지도교수님은 이 눈빛을 보았을 때 어떠셨습니까? 저는 완전히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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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팡신은 이미 온갖 세상의 풍파를 거쳐왔기에 이제는 어떠한 물건도 그를 동요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조우무챵바가 가지고 온 물건이 다시금 그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었다. 대체 어떤 물건이기에 조우무챵바가 저리도 중요시 하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조우무챵바는 머뭇거리며 상자를 열지 않았다가 팡신이 상자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조우무챵바는 상자를 팡신의 앞에 가져다 두면서 존경심을 담아서 말했다. “지도교수님이 열어보십시오.”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조우무챵바는 백팔십의 키에 떡 벌어진 어깨와 곰 같은 허리, 그리고 산발한 머리와 딱딱한 표정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용맹스러움이 묻어져 나왔다. 그러나 일상 생활에서 양복을 입고 뿔태 안경을 쓴 그는 언제나 입에 미소를 뜨고 있어 온화해 보인다. 어떤 이는 그를 조우회장님이라고 부르고 어떤 이는 그를 교수라고 불렀다. 그러나 가까운 친구들은 챵바라라고 불렀다.

   42세의 티베트인인 조우무챵바는 티엔슬 명견훈련센타의 총재이자 상하이 푸단대학 생물학과에서 세계명견연구로 명예교수 자리를 얻었다. 티베트 고원의 무인지역에 가까운 변두리 다와누츄에서 태어난 조우무챵바라의 이름은 바다를 싸워 이긴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 이름대로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고, 현재 수십억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회장이며, 유명 대학의 교수로 명예와 부귀를 모두 얻었다.  그의 명예와 부는 모두 개로부터 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몇 천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공인되었다 싶이, 체형이 가장 크고 흉맹한 개는 마스티프입니다. 그리고 이 마스티프는 바로 우리 티베트지역의 특산품입니다. 마스티프는 이미 약 2000년 전에 그리스로 흘러 들어가서 훗날 로마제국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또 동유럽의 슬라브족에 의해서 유럽의 각국에 퍼져나가서 현재는 세계의 명견이 모두 DNA안에 티베트 마스티프의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라사 뿐만이 아니라 티베트 지역의 독특한 개는 모두가 티베트 마스티프에 속하며…” 조우무챵바는 화려한 강연단에서 강직한 모습으로 강연회에 참가한 손님들에게 티베트 마스티프의 역사적 유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이 행사는 그의 회사가 자금을 지원해서 조직된 제 1차 세계 마스티프견 대회의 개막식이다. 미디어를 통해서 티베트 마스티프을 알리고, 세계의 마스티프 애호가들에게 자신들의 훈련소를 알리려는 목적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진정한 마스티프가 무엇인지 보여주려 하였다.

   홀에는 세계 각 국의 기자 100여명과 이 대회를 위해서 세계 각국에서 날라온 마스티프 애호가들 8000여명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조우무챵바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현재 순혈의 마스티프 강아지의 가격은 10만달러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마스티프를 기르는 사람은 적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마스티프의 가치를 알아보는 분들입니다. 저는 여러분들께 감히 이 이야기를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순혈의 마스티프는 바로 저희 기지에 있습니다. 설오(雪獒)와 철포금(铁包金, Berchemia lineate)그리고 홍오(红獒) 모두가 저희 센터의 것이 가장 우수합니다. 또한…”

   홀을 매 우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참가자들은 이미 조우회장이 운영하는 센터의 마스티프가 가장 희귀하고 가장 순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에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자신의 개가 순위권에 드는 것을 원할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개가 티베트 마스티프의 대가로 알려진 조우회장의 눈에 띄어서 티엔슬 명견훈련센타에 들어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 곳의 개와 교배를 하면 더욱 순종의 티베트 마스티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티베트 마스티프가 티베트를 벗어난다며, 그 개를 마스티프라고 할 수 있나요?”

   보통 조우회장이 이야기를 할 때에는 모두가 조우회장의 강연 속에서 마스티프 양육법에 대한 지식을 조금이라도 더 듣기 위하여 경건하게 듣고만 있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의 돌발적인 질문으로 인하여 강연의 흐름은 끊어지게 되었으니 모두가 분개할 수 밖에 없었고, 몇몇의 마스티프 애호가들은 곧장 반박을 하였다.

   “어떻게 마스티프라고 할 수 없는가?”

   “니가 옷을 벗는다면, 너는 사람이냐?”

   “이 무슨 쓰레기 같은 말이야!!”

   질문을 한 사람도 대중의 분노를 받고 싶지 않은지 침묵하였고 조우무챵바는 웃으면서 사람들은 제지하였다. “좋은 질문입니다. 마스티프는 분명히 티베트에 있어야만 흉폭한 체형과 독특한 패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어떻게 저희 센터의 마스티프가 어떻게 그리도 용맹하냐고 묻습니다. 사실 그 이유는 저희 센터의 마스티프는 언제나 티베트에서 고르고 티베트에서 기르고 티베트에서 훈련시킨 진정한 티베트 마스티프이기 때문입니다.” 조우무챵바의 말이 시작되자 대중들은 비로서 안정을 되 찾고 그의 신성한 말에 귀를 기울였다.

   비록 사람들은 방금 질문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지만, 조우무챵바는 문가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두터운 조끼의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 알아차렸다.

   조우무챵바는 계속 자신감이 충만한 연설을 이어갔다. 그가 그의 센터에서 가장 우수한 마스티프의 사진을 화면에 비출 때에는 군중들 속에서 경탄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조우무챵바의 마음에는 무엇과도 비견하지 못할 만족감을 주었다. 그는 화려한 등 아래서 가벼운 흥분감을 느끼며 얼굴이 붉어지고 이마에 살며시 핏줄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바로 그 때, 한 남자 아이가 어떤 물건을 들고 사람들을 밀치며 강단으로 다가왔다. 강단에 가까워질 무렵 몇몇의 건강한 사나이들이 소년을 막아 섰다. 조우무챵바는 그 아이가 어떠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단지 손에 편지와 같은 물건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보드가드들에게 눈빛을 보내었다. 보디가드들은 소년이 조우무챵바에게 전해주려는 물건을 받아서, 잠시 검사를 한 뒤에 조우무챵바에게 건내주었다. 소년은 물건을 전해 주고는 부탁 받은 일을 끝냈다는 듯이 돌아갔다.

   조우무챵바는 그의 뒤의 펼쳐진 화면을 가리키며, 그의 센터에서 기르고 있는 마스티프의 우수함과 혈통을 계속 말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편지를 뜯었다.

   편지를 뜯는 그 찰나의 순간, 그의 얼굴에서는 언제나 달려 있을 듯한 웃음이 사라졌다. 밝은 조명 아래의 강연단에서 마치 미라처럼 굳어져 서 있었다.

   조우무챵바의 연설을 주의 깊게 듣고 있던 많은 사람들은 그가 멈추자 모두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단지 반입을 허가 받은 몇몇 카메라의 셔터만이 찰칵 찰칵 소리를 내고 있었다. 대체 어찌하여 갑자기 연설을 멈추었는지 모두의 눈빛이 조우무챵바의 몸에 집중되었지만, 그의 눈은 사진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마치 영혼이 사라진 육체처럼 살짝 붉게 상기되었던 얼굴은 이미 창백하기 그지 없었다. 조우무챵바가 자기도 모르게 한 손으로 들고 있던 편지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들었다. 그의 손은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청중들은 조우무챵바의 눈이 떨리는 것을 보며, 분명히 어떠한 큰 충격을 받았다고 생각하였다. 민감한 기자들은 때를 놓치지 않고, 이 모든 사건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하고 있었다.

   일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 조우무챵바는 갑자기 정신이 든 것처럼 마이크를 잡고 외쳤다. “애야..기다려!” 목소리는 이미 메마르고 날카롭게 변해 있었고, 마치 기자나 다른 모든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소년만은 노려보며 물었다. “이 물건은 대체 누가 너한테 준거야?”

   그 소년은 조우무챵바의 표정에 겁을 먹은 듯 단지 출입구 방향을 가리킬 뿐이었다. 그리고 대답 없이 사람들의 틈에서 벗어나려고 하였다. 조우무챵바는 소년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방금 전의 “외투에 선글라스 낀 사람”은 어느 사이에 사라져 있었다. 조우무챵바는 연단에서 뛰어내려서 출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장내는 곧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였다. 기자들은 특종의 냄새를 맡고 그에게 접근하려고 하였고, 보디가드들은 조우무챵바를 위해서 길을 터주고 있었다. 어떤 이는 앞으로 나서려 하고, 어떤 이는 물러서려 하니 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조우무챵바는 홀연히 사라졌다. 사람들은 소년이 조우무챵바에게 대체 어떤 물건을 주었는지 궁금해 하였다. 어떤 물건이기에 이 많은 카메라 앞에서 이런 중요한 개막식을 내팽개치고 쫓아 간단 말인가? 더욱이 조우무챵바가 난리가 난 개막식 이후, 다른 세계최고급 마스티프 대회일정에 한번도 모습을 들어내지 않자 이러한 의심은 더욱 깊어만 갔다. 앞자리에 앉았던 사람들이 편지봉투에 들어있었던 것이 사진이었다고 증언하였다. 많은 기자들은 분명 무슨 일이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이 사건에 대해서 온갖 추측 기사들을 쏟아내었다. 조우무챵바의 이름은 순식간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기자들이 이 사건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취재를 하고 있을 때, 조우무챵바는 이미 상하이의 팡신교수의 집에 있었다. 조우무챵바는 사실 명예교수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팡신이야 말로 진정한 견류동물학교수이다. 현재 65세로 이전에 조우무챵바가 견류 생물연구를 할 때의 지도교수였다. 그들은 한 때 티베트 마스티프 연구 파트너였다. 그런데 팡신교수는 학술적인 측면에서의 연구만을 해야 된다고 주장하며, 마스티프를 돈 벌이 수단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였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의 길을 달리하였다. 훗날 조우무챵바가 마스티프 사육으로 이름을 높이고 있을 때에도 팡신교수는 여전히 이름 없는 연구가였다. 그러나 팡신교수가 조우무챵바를 이 길로 이끌었던 은혜가 있고, 팡신 교수의 깊은 학술적인 지식을 높이 사서, 조우무챵바는 여전히 팡신교수의 학술활동을 계속적으로 지원하였다. 현재 팡신교수는 견류학술계에서 이미 일가를 형성하였다. 만약 세계적인 명견이 되고자 한다면, 팡신교수의 증명을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정도였다. 최근 그는 전세계 티베트 마스티프에 대한 족보를 만드는 티베트 마시티프 혈통 논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 논문만 완성이 된다면, 앞으로 세계의 유명한 마스티프는 그의 논문 안에서 모두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논문은 이번에 팡신 교수에게 푸리터상을 수여할 예정인 마시우리야생물논단에 발표하기 위하여 쓰여지고 있었다. 푸리터상은 동물학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동물학자들의 꿈이었다.

   팡신은 이미 백발이 되었지만, 그러나 정신은 언제나 맑고 또렸하였다. 그는 두 눈을 빛내며 습관적으로 중화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담배 연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말했다. “나는 다음주에 독일의 마시우리아 생물논단에 참가할 예정일세. 특별한 물건을 가지고 왔다지? 대체 무슨 물건이 미국 마스티프대회에서 자신을 알릴 기회를 포기하고 상하이로 돌아오게 했는지 궁금하구만……”

   조우무챵바는 언제나 그렇듯이 존경을 담아서 말했다. “지도교수님. 이것을 한번 보십시오.” 그는 말을 하면서 손에 있던 가방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것은 철갑으로 만들어진 도난방지용 운송가방이었다. 팡신은 그 때서야 조우무챵바가 수갑으로 자신의 손과 가방을 묶어놓았음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팡신은 놀라고 말았다. 조우무챵바는 과거 티베트 쿠바이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인 경찰은 그의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는 예전에 2000만 달러의 다이아몬드를 옮겨야 될 때도 대충 헝겊 주머니에 담아서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을 뿐이었다. 비싼 다이아몬드조차 조심스럽게 운반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조우무챵바가 가방을 열었을 때, 팡신은 더욱 더 놀라고 말았다. 가방 안에는 한 척 크기의 황금궤가 들어있었다. 황금궤의 위에는 불상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고, 네 모서리에는 화려한 묘안석이 박혀 있었다. 가장 작은 묘안석도 최소 13개 이상의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팡신은 이 황금궤가 감히 값어치를 매길 수도 없는 조우무챵바의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보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보물궤는 원래 불경을 담아두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조우무챵바의 아버지가 티베트에서 가장 완전한 닝마선경을 포탈랍궁에 헌납한 뒤에는 계속 비어있던 것이었다. 조우무챵바는 농담으로 본인의 일생에서 이 궤에 들어갈 물건은 찾지 못할 것이라고 냉소하며 말하고는 하였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물건을 넣어 가지고 왔다는 것인가?

   팡신은 이미 온갖 세상의 풍파를 거쳐왔기에 이제는 어떠한 물건도 그를 동요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조우무챵바가 가지고 온 물건이 다시금 그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었다. 대체 어떤 물건이기에 조우무챵바가 저리도 중요시 하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조우무챵바는 머뭇거리며 상자를 열지 않았다가 팡신이 상자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조우무챵바는 상자를 팡신의 앞에 가져다 두면서 존경심을 담아서 말했다. “지도교수님이 열어보십시오.”
   팡신은 하얀 장갑을 착용하고 조심스럽게 궤를 열었다. 궤의 안에는 오직 사진이 들어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팡신의 표정은 조우무챵바가 처음 그 물건을 보았을 때처럼 순식간 돌처럼 굳어졌다.


해당 글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티베트코드는 어떤 책인가?을 참고하십시오.

티베트코드는 2008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중국의 인터넷 소설이다. 처음 연재를 시작한지 5일만에 중국의 네이버인 바이두에서 17만회의 검색량을 보였다. 그 뒤로 수 많은 출판사들이 판권을 얻기 위해서 난리를 쳤다. 영어로도 번역이 되어서 상당히 좋은 출판부수를 자랑하고 있다.

본 티베트 코드는 티베트의 전설의 사원을 두고서 벌어지는 모험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인 허마何马는 스스로가 커커시리 고원평야나 시솽반나의 원시밀림을 혼자 횡단하는 모험가이니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모험에서 얻은 경험과 풍문들이 이 책에 녹아들어 있다. 핵심이 되는 티베트에 대한 많은 전설들은 비록 과장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사료로서 이야기해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되었다.

다만 본인이 출판사와 해당 글의 번역여부를 이야기하며 샘플번역을 만들었을 때 느낀 점은 문체가 거지 같다는 점이었다. 번역을 하게 되면 작가 이상으로 그 작가의 문장을 이해하고 분석해야된다. 루쉰鲁迅의 훌륭한 문장의 경우 이 미묘한 표현을 한국어로 어떻게 가장 가깝게 옮겨야 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의 문장은 그런 수준에 가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주어와 동사가 서로 어긋나는 경우가 너무 빈번하게 발생을 하여서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 내용 자체는 티베트 전문가들도 박수을 줄 정도로 이런저런 티베트에 대한 온갖 지식들이 들어가 있다. 티베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을 읽어볼 만은 하다. 그리고 그렇기에 영어로 번역되서도 괜찮은 판매량을 보였던 것이다. 문장은 별로이지만 내용 자체가 좋기에 말이다. 그러나 글쓴이가 한족이기에 기본적으로 티베트 독립이 아닌 중화인민공화국 아래서의 티베트를 그리고 있으니 그에 대한 반감이 있는 분은 자제하시는 것이 좋다.

해당 책의 번역은 본인이 시간도 없고, 스스로의 번역 능력에 대한 자괴감이 생겨서 다른 이에게 넘겼지만, 만들어놓은 샘플이 아까워서 한 번 올려보고자 한다. 본인이 알기로 아직 해당 글은 출판되지 않았다. 또한 출판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번역한 부분은 일부분에 불과하기에 오히려 티베트 코드를 광고하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럼 예전에 번역해 둔 것을 올리는 날로 먹기 시작한다. 참고로 가면 갈수록 원문에 충실한 번역보다는 제가 "스스로 알아서 번역이라기보다는 창작"한 부분이 많이 있다. 또한 저는 해당 소설을 다 번역할 생각은 없다. 그럴 것이었으면 출판사와 계약을 했을 것이다. 그냥 맛보기로 즐겨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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