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韓民族" 어린 시절부터 너무나 많이 듣던 이야기이다. 그런데 "한민족"은 대체 언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 것일까? 흔히 알고 있듯이 마한馬韓-진한辰韓-변한弁韓부터 지금까지 계속 내려 온 말일까? 만사 귀찮은 분들을 위해서 결론만 이야기 하면 : 한민족이라는 말은 1948년 대한민국 이후에나 쓰이는 말이며, 그 실질적인 유래도 1889년 대한제국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80이 넘은 어르신들은 스스로를 한민족이 아닌 "조선인"으로 부르는 것을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한민족"이라고 부르는 것을 익숙하게 생각한다. 또한 한반도라고 부르는 것을 익숙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한국을 제외한 중국과 일본 그리고 북한은 모두가 조선반도라고 부르고 있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한민족이라는 말은 보통 한인韩人으로 부른다. 한국의 교과서에서 한민족의 시작을 보통 고조선으로 놓고 있다. 그런데 고조선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이름은 어디까지나 조선朝鮮이었지 결코 한韩은 아니었다. 한은 보통 마한馬韓-진한辰韓-변한弁韓에서 나왔다고 이야기 되어진다. 문제는 그 이후에 한반도에 성립된 국가들이나 공동체에 대해서 스스로 어떻게 불렀고, 외부에서는 어떻게 불렀느냐이다.

그런데 근대에 이를 때까지 한韩은 거의 사용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경우 조선朝鮮으로 통칭되었다. 통일신라나 고려사의 사료에서는 한韩이라는 용어가 사실상 등장하지 않으며, 중국쪽 사료에서도 오직 삼한인(三韩人)이라는 말만이 몇 군데서 인용이 될 뿐이다[각주:1]. 그런데 삼한인이라는 용어는 결코 한반도만을 지칭하지 않았으며, 한반도뿐만이 아니라 현재의 중국동북부를 통괄하여 부르는 광범위한 용어였다. 현재의 한韩과 같은 개념이라고 하는 것은 서유럽과 프랑스를 완전히 동일시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실수이다.

그런데 대한제국(大韓帝國, The Greater Korean Empire)이 1897년 성립은 한 이후에 중국쪽 사료에서 재미있는 변화가 보인다. 광서光緒대의 사료에는 대한제국의 사람들을 한인韓人 혹은 한국인민韓國人民으로 부르기 시작한다[각주:2]. 예를 들어서 안중근 의사의 이토히로부미을 죽인 일에 대해서 기록을 하면서 한인안중근韓人安重根 이라고 묘사를 한다[각주:3].

이는 중국의 청나라가 한국의 대한제국을 승인하는 의미에서 한국인민 혹은 한국인으로 불렀던 것으로 보인다. 중화민국와 관계가 깊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대한제국을 이어받았다고 하였기에 계속 적으로 한韓을 계속 사용했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대한제국을 멸망시켰기에 한韓을 인정할 필요가 없었고 계속 조선朝鮮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 대한제국은 안전되고 튼튼한 정부도 아니었고 통치 기간도 짦았기에 정작 일반 민중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고 습관적으로 "조선朝鮮"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1945년 일본제국이 패망을 하고 한반도에 통일된 정부가 세워져야 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다 싶이 남북한으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북한은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를 조직하여 조선朝鮮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리고 남한은 한韓의 용어를 사용하여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이어받는 명분과 조선朝鮮는 차별화 되는 용어를 사용하는 정치성을 확보하게 된다[각주:4].

이처럼 한韓이라는 말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하지만, 실질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대한제국부터일 뿐이다. 또한 현재 한국을 제외한 주변이 나라와 동포들은 조선朝鮮이 더욱 익숙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한韓이라는 말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민족주의의 입장에서 생각을 한다면 앞으로 한민족의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용어로 스스로를 지칭할 것인가? 또한 공동체의 명분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외부에 설득력이 있는 용어는 무엇일까?  한민족韓民族보다는 조선족朝鮮族 혹은 조선사람朝鮮人이다. 민족주의가 아닌 세계주의의 입장에서 생각을 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하나의 용어로 통일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차라리 지금부터라도 한민족韓民族보다는 조선사람朝鮮人이나 조선족朝鮮族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물론 탈민족주의인 본인의 입장에서야 한민족이니 조선족이니 하는 말자체를 없애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말이다.


* 해당 글은 "동쪽의 아침햇살"님과 관계가 있습니다. 그 분의 생각을 제 방식대로 소화한 것입니다. 조금 더 기다리시면 저처럼 최소한의 자료로만 쓴 것이 아닌 빵빵한 사료를 바탕으로 한 논문을 보실 수 있으실듯 합니다.

  1. 송대《宋高僧傳》卷三十:"釋元表本三韓人也"; 원대《存復齋文集》卷五:"三韓人金生"; 명대 《瓊臺會稿》卷一:" [본문으로]
  2. 《東華續録(光緒朝)》光緒一百五十五:"中國人民在韓國者如有犯法之事,中國領事官按照中國律例審辦.韓國人民在中國者如有犯法之事,韓國領事官按照韓國律例審辦.中國人民性命財産在韓國者被韓國民人損傷,韓國官按照中國律例審辦.韓國民人性命財産在中國者被中國人民損傷,中國官按照中國律例審辦."; 《清史稿》志一百四十邦交六:“中國准韓國人民在圖們江北之墾地居住;四圖們江墾地之韓人,服從中國法權,歸中國地方官管轄及裁判,中國官吏於此等韓人與中國人一律待遇,所有納稅及其他一切行政上處分,亦同於中國人。五、韓人訴訟事件,由中國官吏按中國法律秉公辦理,日本領事或委員可任便到堂聽審,惟人命重案,則須先行知日領事到堂,如中國有不按法律判斷之處,日領事可請覆審。六、圖們江雜居區域內韓人之財產,中國地方官視同中國人民財產,一律保護。” [본문으로]
  3. 《清史稿》本紀二十五宣統皇帝本紀:“是月韓人安重根戕日本前朝鮮統監伊藤博文於哈爾濱。” [본문으로]
  4. 한민족이라는 말은 이처럼 정치적이다. 물론 아예 연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글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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