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문학



‘4차 산업 혁명 시대’가 대선 후보들의 정책 공약 속에서 언급되면서, 신문과 방송, 주위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도 이 말에 관한 담론이 무성하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접하는 대부분의 독자, 청자들은 의아하기만 하다. 


“도대체 4차 산업 혁명이 뭔데?”


인터넷의 온라인 포털에서 이 용어를 검색해 보아도 뚜렷한 감이 잡히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2차 산업혁명은 ‘전기’,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의 발명과 확산에 따른 산업 생산의 혁명적 변화를 지목한 것이라는 말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4차는? 



로봇,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3D 프린팅, 무인 자동차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를 표상한다는 이것들은 결국 다 컴퓨터의 연장 아닌가? ‘인력’과 ‘증기기관’, ‘마이크로필름’과 ‘디지털 미디어’처럼 옛것과 새것을 확실하게 차별화하는 것이 ‘3차’와‘4차’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 경계선은 어디에 있는가?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가 그러했듯이, 전에 없었던 새로운 것이 나타나서 사회의 변화를 이끈다는 논리로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려 한다면 오랫동안 그 답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컴퓨터보다 더 진화한 무엇이 만들어내는 세상이 아니라, 그 컴퓨터가 인간 사회에서 쓰이는 방식이 달라지는 세상이다. 



컴퓨터에 의한 3차 산업혁명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나는 그 변화의 현장에서 경험한 사건 하나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대한민국 철도청은 1983년 10월 모든 열차의 승차권 전산 발권을 시작하였다. 그 이듬 해 어느 날 나는 서울에서 강의를 마치고 바로 부산으로 내려갈 일이 생겼다. 서둘러 서울역으로 가서 기차표를 사려 했는데, 그날의 좌석은 모두 매진이고 입석표밖에는 없다고 한다. 몹시 피곤했던 나는 낙담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창구 직원이 전혀 뜻밖의 제안을 했다. 


“표를 두 장 끊으시면 앉아 가실 수 있겠네요.” 


서울-부산 전 구간 좌석은 매진이지만, 서울-조치원, 조치원-부산 구간에는 각각 빈자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요금은 조금 더 내야 하지만....... 나는 두 말 않고 창구 직원의 제안을 따랐다. 거듭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러한 일이 기차표 전산 발매로 인해 가능해진 것이었다. 기차의 좌석 판매 현황을 모든 역에서 조회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어느 역에서나 여러 구간의 표를 팔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빈자리가 있는데도 입석표밖에 구할 수 없는 불합리가 개선된 것이었다. 전산 발권 시스템은 다양한 부수 효과를 확인하면서 해마다 누부시게 발전해 갔다. 이제 승차권은 발권 창구보다 개인 PC와 모바일로 구매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역사에서 역무원이 표를 조사하는 검표 시스템도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기차 안에서 승무원이 휴대하고 있는 PDA로도 전 구간, 전 좌석의 발권 현황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이른바 컴퓨터에 의한 3차 산업혁명의 성과이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에 컴퓨터는 ‘프로세스’의 효율화를 위한 도구로 쓰였다. 인력과 시간의 낭비를 줄이고 고객의 편의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더 많은 일에 컴퓨터를 도입해 온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 우리가 예전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부산물이 남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산 시스템에 남은 프로세스의 흔적, 바로 ‘데이터’(Data)이다.



서울-대전간 KTX 승차권을 모바일로 예매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한 나는 ‘누가 언제 어디를 갔었다는 명확한 사실의 기록’을 컴퓨터가 해석할 수 있는 기계적 신호(디지털 데이터)로 남기는 일을 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 수년 사이 나는, 책 한 권, 와인 한 병을 구입할 때마다 그 사실을 디지털 데이터로 생산하였음이 분명하다. 방대한 규모로 축적되어 가는 이러한 유의 데이터가 우리 사회의 각 방면에서 심대한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담론의 주요 주제이다. 



3차 산업혁명 시대의 컴퓨터가 프로세스 효율화의 도구였다고 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컴퓨터는 데이터의 해석과 활용의 도구이다. 데이터의 해석을 집적하여 자동적으로 유효한 수준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한 것을 ‘인공지능’이라 하고, 그 지능을 가지고 인간을 보조할 수 있게 한 기계 장치를 ‘로봇’이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반이 ‘데이터’라고 하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그 시대에 ‘인문학’이 담당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지 않을 수 없다. 인간들의 삶이 컴퓨터에 의존함으로써 얻게 된 방대한 데이터, 이른바 빅 데이터(Big Data)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인간들의 다양한 삶의 자취’이다. 빅 데이터의 구성 요소는 ‘개체’와 그 개체들 사이의 ‘관계’이다. 예전에는 인간들이 삶 속에서 만들어내는 수많은 관계(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사람과 사물 사이의 관계, 또 인간 주변에서 만들어지는 사물과 사물 사이의 관계 등)를 일일이 포착하기가 어려웠지만, 그 삶의 많은 부분이 컴퓨터에 의존함으로써 그 실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데이터가 만들어지게 되었고, 그것이 의미 있는 ‘빅 데이터’로 간주되게 된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데이터’의 획득이 용이해졌다고 해서, 그에 대한 해석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피상적인 사실의 이면에 숨어있는  의미를 찾아내는 ‘해석’의 역할이 데이터의 풍요 속에서 더욱 절실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빅 데이터의 중심에 인간과 인간들의 삶이 있는 한, 그들의 삶과 엮여 있는 수만 갈래의 문화적 문맥을 도외시 한 해석은 의미와 효용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전망이 특정 기술 영역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상에 대한 예측이라면, 정신문화의 자취에 관심을 모아온 인문학의 세계도 그 새로운 환경 속에서 올바른 입지를 찾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패러다임을 탈인간적이고 반인문적인 현상으로 간주하고 도외시하는 사고는 이 시대 인문학의 발전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문 지식의 세계에 존재하는 ‘빅 데이터’를 디지털 세계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김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정보학 교수)



출처 : 『전통문화』 42호, 전통문화연구회, 2017. 5.

디지털 인문학 - 아카이브와 인문학 연구의 통섭

디지털 인문학 - 아카이브와 인문학 연구의 통섭[각주:1]

김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정보학 교수

1. 나의 아카이브, 나의 인문학

“당신이 의식하고 있든 아니든, 당신의 집에는 당신의 아카이브가 있습니다. 
서재의 캐비넷 속 파일, 지하실에 내려 놓은 상자, 다락에 올려 둔 궤짝 ……. 
가족의 생활사에 관한 의미 있는 기록물을 담아놓은 이것들은 바로 당신 개인의 아카이브입니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소(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 글을 디지털 인문학 수업 시간에 자주 인용하곤 한다. ‘디지털’이나 ‘인문학’이란 단어가 들어 있지 않은 이 말을 ‘디지털 인문학’의 화두로 삼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의 집’이 곧 ‘나의 아카이브’일 수 있다는 이 생각을 좀 더 발전시켜 보기로 하자. 부모님이 남기신 빛바랜 사진첩, 나의 초등학교 졸업장, 가족과 함께 갔던 여행지의 관광안내지도와 기념품……. 남의 눈에는 하찮게 보이겠지만 나에게는 의미 있는 가족사의 기록이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버리지 않고 상자에 넣어 보관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는 ‘나의 아카이브’의 콘텐트를 선별하여 수집하고 보존하는 아키비스트(archivist)이다.

때로는 어릴 적 기억을 상기시키는 사진이나 물건을 상자 속에서 꺼내 거실 벽에 걸어두거나 창틀 위에 올려놓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 집의 이곳저곳은 내 가족사의 이런저런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이 점에서 보면 나는 이 작은 갤러리, 또는 뮤지엄의 전시 기획을 담당하는 큐레이터(curator)이기도 하다.

상자 속의 물건을 꺼내어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이려 할 때마다 내가 하는 일은 먼지를 털고 찢어진 곳을 손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60년 전, 어머니의 소녀 시절 사진 속의 목조 건물이 어느 곳인지, 30년 전, 갓난아이였던 아들을 안고 찾았던 강릉의 고가가 어떤 역사를 안고 있었던 곳인지 알아보려는 욕구가 일어나고, 그것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실마리를 인터넷에서 찾기 시작한다. 이 순간에는 나도 학구적 관심사를 진지하게 탐구하는 인문학 연구자(researcher)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소장품의 다양함이나 그것에 관한 지식의 깊이는 논외로 하자. ‘나의 집’이 곧 ‘나의 아카이브’일 수 있다면, 그 영역의 주인인 우리 개개인은 모두 기록관리자이자 전시기획자이며, 인문학연구자일 수 있다. 그 세 가지 역할을 따로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하는 것이다. 삶의 흔적을 소중히 간직하고, 그것에 대해 더 많이 더 바르게 알려고 하고, 그렇게 해서 얻어진 것들을 가족이나 이웃과 공유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것은 사실상 기능적으로 분리할 필요가 없는 한 가지 일이다.

‘나의 아카이브’라는 한정된 영역에서는 아카이빙과 큐레이션, 그리고 인문학 탐구가 하나로 연결되는 이러한 경지가 낯선 모습이 아니다. 미래의 인문학은 이와 유사한 통섭이 한 개인이나 집안의 범위를 넘어서서 지역사회나 국가와 같이 보다 넓은 영역에서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 전문성의 추구라는 이유로 분과 학문 사이의 벽을 높여 온 아날로그적 세계에서는 이러한 소통이 용이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의 클릭으로 기관, 지역, 전공의 경계를 넘을 수 있는 디지털 세계에서는, 그것이 어디에 있든 문맥이 통하는 모든 것의 합종·연횡이 가능하리라는 이상이 우리로 하여금 미래의 다학문적 통섭을 꿈꾸게 한다. 그러한 이유에서, 디지털 환경에서 소통하고 통섭하는 미래의 인문학을 ‘디지털 인문학’이라고 한다.

2. 디지털 인문학의 함의

디지털 인문학(digital humanities)은 디지털 환경(digital environment)에서 수행하는 인문학 연구와 교육, 그리고 그 연구와 교육의 성과를 우리 사회에 확산시키는 활용 노력 등을 포함하는 말이다. 2008년 미국의 인문학재단(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 NEH)이 디지털 인문학 지원단(Office of Digital Humanities)을 설치하고 각 대학의 디지털 인문학 연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디지털 인문학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대학의 새로운 관심사로 부상하였다. 한국의 인문학자들 사이에서도 최근 수년 사이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인문학은 단순히 인문학 자료를 디지털화 하거나, 연구 결과물을 디지털 형태로 간행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보 기술의 환경에서 보다 창조적인 인문학 활동을 전개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디지털 매체를 통해 소통시킴으로써 보다 혁신적으로 인문 지식의 재생산을 촉진하는 노력이 디지털 인문학이다.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말이 학계와 교육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기 전에도 인문 분야의 연구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여 학자들의 연구의 편의를 돕는다든지, 전자책을 만들어서 교육 교재로 활용하는 일이 적지 않게 이루어져 왔다. ‘인문학 자료 전산화’라고 했던 이러한 유의 일들과 오늘날 ‘디지털 인문학’이라고 부르는 것 사이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하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할 수 있는 그 두 가지 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누가 하느냐’이다.

‘인문학 자료 전산화’는 정보처리 기술을 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인문학 연구자와 교육자, 피교육자들을 위해 인문학 자료를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는 것을 위주로 하였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자료 이용의 편의성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에 반해, ‘디지털 인문학’은 인문학 연구자와 교사, 학생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자기주도적으로 연구와 교육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활용을 통해 예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연구·교육 성과를 도출하고 이로써 인문학의 사회적 기여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3. 디지털 아카이브, 디지털 큐레이션

‘디지털 아카이브’는 디지털 기술을 도구로 삼아 전통적인 아카이브 기능을 효율화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분과학문의 벽을 넘어서서 폭넓은 지식의 문맥을 이루어내는 것이 디지털 인문학의 관심사이듯이, 디지털 아카이브의 새로운 과제는 아카이브의 실물 자료 하나 하나가 인류, 국가, 지역, 조직의 문화에 관한 지식의 문맥(context) 속에서 하나의 노드(node)로 기능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디지털 인문학의 세계에서는 인문학 연구실과 아카이브가 별개의 분리된 영역일 수 없다. 인문학 연구실의 연구자가 인문 지식을 탐구할 때, 그 지식의 근거가 되는 원천 자료를 아카이브에서 바로 참조할 수 있고, 아카이브의 큐레이터는 실물 자료 하나 하나에 대해 그것이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어떠한 문맥 속에서 의미를 갖는 것인지, 인문학 지식과의 연계를 통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실현하는 융합연구가 ‘디지털 큐레이션’이고, 그러한 융합연구의 현장이자 그 성과를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체계의 중심이 ‘디지털 아카이브’이다.

2009년 미국에서 디지털 인문학의 필요성을 인식한 일군의 인문학자들이 디지털 인문학 선언(The Digital Humanities Manifesto)을 발표했다. 그 선언문 속에는 연구실과 강의실에서 이루어지던 인문학 연구와 교육이 박물관, 아카이브를 무대로 하는 큐레이션과 하나로 융합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대학의 인문학 연구가 이론 탐구를 위주로 하고, 그 이론의 증거가 되는 실물 자료를 수집, 보존, 정리, 전시하는 아카이브와 박물관의 기능을 부차적인 것으로 인식해 온 것을 비판하고, 미래의 인문학은 실물 자료가 있는 현장이 곧 인문학의 연구 무대가 되어야 함을 주장한 것이다.

아카이빙이나 큐레이션, 그리고 인문학 제분과의 학술 연구가 각기 다른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러한 주장이 낯설고 무리한 것으로 여길 수 있다. 디지털 인문학 선언의 취지는 그 특화된 전문성을 외면하려는 것이 아니라, 각 영역 사이의 연계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대학과 아카이브, 박물관이 각기 다른 물리적 공간에 독립적인 기관으로 존재하는 아날로그 세계에서는 각각의 기관에 종사하는 교수, 연구원, 기록관리사, 학예연구사들이 각기 다른 부류의 전문가들이었고, 자료의 열람이나 연구 참여도 각각의 기관이 정한 규정을 따라야 하는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대학의 연구실도, 아카이브의 수장고도, 박물관의 전시실도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간 상황에서는 새로운 협업의 패러다임이 요청되지 않을 수 없다.

아날로그 세계에서는 대학의 강의실에서 고조선 시대에 대한 강의를 듣는 것과 박물관의 청동기/고조선실을 관람하는 것이 다른 일이었다. 디지털 세계의 가상공간에서는 그것이 별 개의 두 가지 일일 필요가 없다.

이론과 증거 자료를 하나의 디지털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상호참조하는 디지털 강의실(=디지털 연구실=디지털 전시실=디지털 아카이브)은 디지털 인문학 교육의 청사진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것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만으로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아날로그 세계에서 다른 공간, 다른 전문 분야에 속했기 때문에 고립되고 소통하지 못했던 지식과 자료들을 디지털 세계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형태로 재구성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인문지식의 디지털 큐레이션(Digital Curation of Humanities Knowledge)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과제는 디지털 기술 전문가가 대신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지식과 자료에 대한 식견이 있고, 그것을 탐구할 학술적 동기가 있는 인문학 연구자들이 주체가 되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점에서 현재의 디지털 인문학 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미래의 인문학 연구자들에게 디지털 시대의 통섭적 패러다임에 대한 안목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갖게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의 인문학자는 인문학 연구자(researchers of humanities disciplines)이면서, 아키비스트(archivists)이자 큐레이터(curators)가 될 것이다. 미래 인문학을 준비하는 현재의 디지털 인문학은 역사, 문학, 철학 등 인문학 제분야의 지식이 보다 용이하게 아카이브의 실물(archival objects)에 다가갈 수 있게 하는 디지털 큐레이션 연구와 인문지식 큐레이터의 육성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림1 : 디지털 큐레이션 연구 사례 : 그래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고문서 내용 분석 및 시각화 -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고문서 디지털 아카이브



그림2 : 디지털 큐레이션 교육 사례 : 민족기록화 가상 미술관 - 한국문화/예술 자료와 한국학 지식이 만나는 디지털 전시 공간의 구현


  1. 본 내용은 기록인(IN) 36호 (국가기록원, 2016. 가을.) 을 통하여 종이출판되었고, http://kadhlab103.com/wiki/index.php/%EB%94%94%EC%A7%80%ED%84%B8_%EC%9D%B8%EB%AC%B8%ED%95%99_-_%EC%95%84%EC%B9%B4%EC%9D%B4%EB%B8%8C%EC%99%80_%EC%9D%B8%EB%AC%B8%ED%95%99_%EC%97%B0%EA%B5%AC%EC%9D%98_%ED%86%B5%EC%84%AD 을 통하여 웹출판되었다. [본문으로]


the digital history of the History of Woman Suffrage



여성의 참정권의 역사를 당시의 텍스트 자료에서 출현하는 말뭉치(코퍼스) 분석을 통한 단어들의 빈도를 통계를 통하여 분석하고 해석한 글이다. 여성 참정권에 별 관심이 없어서 내용은 잘 보지는 않았다. 다만 해당 방법은 한국의 정치나 언론학계에서도 번번히 사용되는 말뭉치 분석 방법이며 어렵지 않다. 



바로 : 현재 한국은 세종 21세기 프로젝트를 통해서 다양한 말뭉치를 구축해놓았으며, 간단한 말뭉치 분석 프로그램들이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는 상황이다. 사실 저 정도의 분석은 자체는 대상 텍스트만 있다면 길어봐야 10분이면 해결이 된다. 문제는 도출된 분석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이다. 해석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만큼 인문학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인문학자는 해석만 해도 된다는 소리는 결코 아니다. 대체 어떤 인문학자가 원본자료도 안 찾아보고 딸랑 나온 자료로만 해석하는가?! 분석에도 해석만큼은 아니지만, 대상자료의 선정부터 분석방법 선택 등등에서 판단이 들어가야하기에 인문학자 스스로도 "분석"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김바로, 해외 디지털인문학 동향, 인문콘텐츠 제33호, 2014.6, 229-254 (26 pages)



김바로_해외 디지털 인문학 동향.docx


김바로_해외 디지털 인문학 동향.pdf


김바로_해외 디지털인문학 동향.hwp


바로 : ......네. 제 글입니다. 나중에 저자판?! 개념으로 잡담?!을 추가해볼까요? ^^::





Where to Start? On Research Questions in The Digital Humanities


디지털인문학이 가지는 특징은 프로젝트 수행이다. 기존의 맥스웰 접근법에서는 목표, 개념, 연구질문, 방법, 유효성에 따라서 연구 디자인을 수행하였고, 그 결과로서 프로젝트 제안서를 작성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디지털인문학은 그 태생 자체가 프로젝트(자체적인 프로젝트이든 외부 펀딩이든)을 수행하게 되어 있고, 프로젝트 수행 기획에서의 목표, 개념, 방법, 유효성의 범위와 제약으로 인하여 연구 질문이 자연적으로 형성되고 투영된다. 그렇기에 최초의 연구 질문에 대한 대답을 충실히 탐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게 된다. 기존의 연구 목표와 새로운 관심을 혼동하게 되면 연구나 프로젝트 모두가 미궁으로 빠질 수 있다. 


글쎄...본인이 해석을 이상하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위의 질문은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의 연구질문의 확장을 거부하는 실제적인 이야기이지만, 연구 기획단계에서의 연구 질문에 대해서는 괜찮은 해답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사실 연구 기획 단계에서의 연구 질문의 형성은 다양한 방법이 있기에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고 그다지 큰 의미도 없겠지만...결국 "재미"가 아닐까 싶다.



On Latour's Notion of the Digital


세계디지털인문학대회 2014의 기조연설을 한 라투르(Latour)의 디지털 개념에 대한 논의이다. 라투르는 디지털의 특이성을 부정한다. 그는 디지털은 표현 형식의 변환일 뿐 아날로그와의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주장한다. 본인도 결국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연구가 인문학이기에 디지털로 변환되었다고 그 본질이 변화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한다. 다만 그 방법은 분명히 달라지게 된다. 돌에 글을 기록하는 것과 종이에 글을 기록하는 것은 당연히 다르지 아니한가?


그 외의 논의사항은 그다지 본인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디지털의 개념에 대한 디지털인문학자의 관심이 궁금하다면 한번 글을 살펴보기 바란다. 다만 한가지만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본 논의에 참가하고 있는 모든 이들은 실제 디지털인문학 실무를 경험하였다. 디지털인문학 실무를 경험하지도 않고 이론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당구에 대해서 말하려면 300이상은 무리라도 최소한 150은 쳐야 되지 않겠는가?! 야구에 대해서 논평할려면 최소한의 규칙을 습득하고 캐치볼 정도는 해봐야하지 않겠는가?!


본 내용은 項潔 編,《數位人文研究與技藝》,國立台灣大學出版中心, 2014年의 王汎森,數位人文學之可能性及限制 – 一個歷史學者的觀察을 읽고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정리한 내용이며, 왕판션 논문의 내용과 상이할 수도 있다.

 

왕판션은 디지털인문학의 장점을 디지털화와 데이터 처리 효율성, 교류와 교육 방법의 혁신에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가능성으로 1) 데이터의 정량화를 통한 “무의 역사” 연구방법론의 확대 2) 인문 빅데이터 활용 3) GIS(지리정보시스템)을 통한 공간 사고력 향상을 거론하였다.


1. “무의 역사” 연구방법론은 방대한 사료의 공백을 통한 연구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서 곽말약(郭沫若)는 고문헌 진위 판별법에서 금문에 해당 고문헌 내용 출현하지 않는다면 위서로 판별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문제는 방대한 금문을 모두 살펴보고 해당 내용이 없다고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디지털인문학에서는 간단하게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소수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2. 인문 빅데이터는 방대한 사료와 빠른 데이터 처리를 기반으로 기존에 연구가 힘들었던 다점접 연구방법을 손쉽게 활용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서 유럽의 Mapping the Republic of Letters는 유럽 개몽시기의 문인들 간의 편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GIS 기술을 활용하여 프랑스의 사상이 영국으로 유입되었다고 단정할 수 있었다.


3. GIS(지리정보시스템)는 기존의 인문학자들이 사료에 매몰되어서 쉽게 간과하던 공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향상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왕판션이 생각하는 디지털인문학의 한계는 무엇인가?

1) 사료의 단편화로 시야가 좁아진다.

디지털인문학으로 인하여 그 동안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읽어야 되는 사료를 간단한 검색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24사에 대한 내용을 검색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결코 24사를 통독하는 것을 대체할 수 없다. 수 많은 사료 데이터에 대해서 단순한 검색어로 접근할 경우, 사료들의 특성을 간과하거나 선후관계에 대한 고찰이 부족해질 염려가 높다.


가장 좋은 것은 해당 사료들에 대해서 통독도 하고, 필요한 정보를 검색을 통해서 얻는 것이다. 그러나 방대한 사료를 모두 통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역사적 시야를 좁히는 것은 더더욱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양자를 어떻게 “적당히” 활용하느냐는 지속적인 문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2) 발산과 수렴의 본질적 차이

인문학은 보통 특정 사건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해당 문제의식에 대한 외연을 넓혀간다. 그런데 디지털인문학은 수 많은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구축하고, 데이터를 활용하여 데이터를 구조화한다. 이 둘은 서로 상생할 수도 있지만, 상극이 될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왕판션은 이기론(理氣論)을 거론하며, 인문학은 이(理)로서 사물의 본질이고, 디지털인문학은 기(氣)로써 사물을 담는 그릇으로 비유한다. 이와 기는 서로 다르면서 서로 같은 존재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바로 : 왕판션이 지적한 디지털인문학의 한계를 매우 재미있게 보았다. 그런데 디지털인문학을 주장하는 본인도 원래 역사학도였고, 대충이나마 춘추삼전과 자치통감을 통독하였다. 이건 당연히 전통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시켜야되는 영역이며, 넓은 역사적 시각을 갖는 것은 역사 교육의 핵심 중에 핵심이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결국 방대한 사료의 바다에서 25사도 조그마한 일부분일 뿐이다. 결국 모든 사료를 읽는 것은 인간에게는 불가능하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인문학과 디지털인문학을 이기론과 비유한 부분이다. 정말 수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정반합...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http://acrl.ala.org/dh/2014/04/09/defining-digital-social-sciences/


Defining Digital Social Sciences(디지털 사회 과학의 정의)는 사회과학 영역에서의 디지털 인문학 방법론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주 관심사가 사회과학 영역이지만, 인문학에서도 적용 가능한 내용들이다. 


저자는 디지털인문학의 사회과학 영역에서의 적용에 대해서 "디지털 사회과학"으로 정의하였다. 그리고 사회과학 영역과 방법론으로 "네트워크", "지리정보시스템", "디지털 문화유산", "인터넷연구"을 거론하고 있다.


제일 좋은 것은 해당 내용을 번역해서 소개하는 것이겠지만......언젠가?! 먼 훗날에?! 긁적...


웹에는 모든 것이 있다. 학술논문에서도 웹자원을 참조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보통 학술논문에서는 웹자원에 대해서 "확인: 2014.07.07"과 같은 형식으로 본인이 해당 웹자원을 해당하는 일자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웹자원은 종이매체에 비하여 결정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웹자원이 항시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 링크가 죽어버리는 경우나 내용이 변경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학술논문 참조를 작성하는 이유를 생각하면 웹자원의 항시성 문제는 웹자원의 학술적 효용성 문제가 계속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웹자원의 항시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 한 것인가? IAN MILLIGAN은 Three Tools for the Web-Savvy Historian: Memento, Zotero, and WebCite 을 통해서 웹자원의 항시성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특정 시점의 웹 페이지를 저장하여 특정 싸이트에 저장함으로써 웹자원의 항시성을 보장받겠다는 발상이다.


그는 현존하는 웹페이지 보존 기술인 MementoZoteroWebCite을 사용하여 특정 일자의 특정 웹소스의 항시성을 보장하고자 한다. 그리고 웹자원의 주석형식을 "저자명, 제목, 확인일, 원URL, 보존URL"의 방식으로 하자고 권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MementoZoteroWebCite 역시 없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항시 존재한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따로 독립적인 주소를 가지는 것 보다는 문서 자체에 해당 웹자원을 모두 포함하는 방법이 더 합당하지 않을까 싶다. 디지털 자원이 종이매체에 비해서 공간의 제한이 없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웹자원을 종이매체나 기본출력화면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문서 내에 포함되어 사용자가 원하는 경우 언제든지 불러올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은 어떨까?     


최근 인기있는 출간지들 그러한 New York Times, Nature, theBoston Globe,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 and Inside Higher Ed등의 디지털인문학(DH) 보도들은 디지털 인문학이 단지 Chronicle에서 2009년에 제기한 “다음의 큰 것(the next big thing)”이 아니라, 2011년에 같은 출판사가 기록한 “그것(the Thing)”으로 확인된다. 동시에 많은 학술기관들이 긴축예산, 학부폐쇄, 직원부족 등을 겪을 때 디지털인문학은 다양한 대학과  군집 고용을 이루었으며, 세계를 걸쳐서 새로운 디지털 인문학 센터와 계획들의 설립되고, 수백만달러의 보조금은 연방기관과 자선단체에 의해 분배되었다. 심지어 구글은 일련의 보조금을 디지털인문학 학자들에게 주면서 싸움에 뛰어들었다.


명확하게, 이것은 이 분야의 성장과 기회의 중요한 순간이다. 그러나 이것은 대학 체계의 성질과 목적에 관해 큰 질문들로 이르게 했다. 디지털 인문학의 떠오르는 위기는 새로운 연구방법의 실행가능성(그러한 거대 인문학 데이터 셋의 알고리즘적 접근) 또는 새로운 교육학적 활동(교실수업에서 지리학적 데이터의 결합)뿐만 아니라 그러한 작업을 지지하는 더 큰 학술 환경시스템의 핵심 요소이다. 그것은 동료평가의 상태, 저자와 협업의 진화적 상태, 인문학 연구의 기본적인 해석방법으로 볼지 아니면 정년보장교수(Tenuer)와 대학 사회에서 점차 증가하고 있는 임시고용된 학술 노동자 들 간의 논쟁으로 보든, 이것은 학회가 중요한 방식들에서 이동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분야보다 더욱더 디지털 인문학은 그러한 변화들의 많은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위치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들어, 최근에 형성된 인문학을 위한 국제 그룹은 디지털 인문학 공동체가 그들의 전문지식이 “인문학 연구와 교육을 향상시키기 위한 디지털 기술의 창조적인 사용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인문 옹호를 지원하는 특별한 잠재력과 책임”을 가질 것을 주장했다(“사명”). 위기의 순간에서 디지털 인문학은  우리가 알고 있듯이, 학술적 삶의 생계에 기여했으며, 동시에 학술적 삶을 뒤집기도 했다.


우리는 로베르토 부사[1] 의 디지털 용어색인으로부터 오랜 길을 왔다. 사실은, 대중의 상상력과 그 시야의 부수적인 확장의 급속한 증가는 감쳐져 왔으며, 그 이름이 알려지기 전에 디지털 인문학 작업에 고용된 학자들과 기술자들의 기초적인 작업은 수십년 간 가려지는 위협을 항상 받아왔다. 기존의 동료로부터 수십년간 의심을 극복해온 오랜 실무자들은 이 분야의 신입자들의 유입을 크게 반겼으나  – 2011년 디지털인문학 회의의 테마는 “큰 천막(the Big Tent)”, 이페이지 다음부터 많이 토론될 은유적인 표현, 이었다 -  일부 디지털인문학자들(DHers)은 공동체의 갑작스런 팽창이 당황스러워 하는 것을 알아챘다. 더욱이 전통적으로 학술적인 프로젝트들에 도움을 주기 위한 새로운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디지털 인문학이 학술적 관행의 기초적인 측면을 재형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파괴적, 정략적 힘으로써 가장 강력하다고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디지털인문학 공동체 내부의 단층선은 증가했다.


디지털 인문학이 증가하는 관심과 새로운 관심을 받아왔다. 이 담론은 자기성찰을 증가시켜왔다. 2011년 현대 언어 협회 회의의 결과로, 이분야의 많은 멤버들은 디지털 인문학자가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공개토론에 관여되었다. 논쟁은 네브라스카 대학의 스테판 램지(Stephan Ramsay)가 퉁명스럽게 말한 “누가 들어오고 누가 나가야 하느냐?(Who’s In and Who’s Out.)”에 의해 촉발되었다. 원탁회의 세션의 주최자에 의해 요청을 받고, 디지털 인문학에 대해 3분간을 맡은 램지는 이 분야(디지털 인문학은 최근에 누구나 어느 것이나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의 점점 넓어지는 정의에 대해 지적했다. “디지털인문학은 조금의 바람이 잘 통하는 학회(airy Lyceum)이 아니다. 이것은 돈, 학생, 자금지원기관, 큰학교, 작은학교. 프로그램, 교육과정, 구세대(old guards), 신세대(new guards), 문지기, 명성.. 을 포함하는 일련의 견고한 실체이다. 너는 디지털 인문학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아느냐? 나는 디지털인문학의 정년보장 교수이고, 나는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말한다. 나는 디지털인문학이 어떤 것을 쌓는 것에 관한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니가 어떤 것이라도 만들지 못한다면, 너는 디지털 인문학자가 아니다. 예상대로 이런 언급들은 회의 동안에 강렬한 논쟁을 시작하게 했고, 온라인 토론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램지는 후속 블로그 포스트에서 그의 입장을 완화시키면서 글을 썼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디지털 인문학자들 사이에서 확인될 수 있는 기초적인 공유성을 지적하였다. “만들기 위한 독서와 비평으로 부터의 움직임을 포함해라.(involves moving from reading and critiquing to building and making) (Ramsay, “On Building”)


이러한 최근의, 정의를 다루는 토론은 성장의 고통 속에서 분야의 표식으로 남았다. 이것들의 지지자들은 같은 생각을 가진 학자들에서 때때로 분쟁적 질문들을 묻는 실무자들의 이질적인 집합으로 확장했다. 그들은 또한 디지털인문학 작업이 적용된 모델은 인문학의 본질에서 상당한 이동의 전조가 되는 신호를 보냈다. 디지털인문학자들이 재직서류에 논문과 책 뿐만 아니라, 다른 학자들이 서술적인 메타데이터를 추가할 수 있게 하는 공동의 작업 툴의 코드까지 포함하려고 시도했을 때, 학술의 본질에 관한 핵심 질문이 제기되었다. 이 책의 몇몇 기사는 그러한 문제점과, 현대언어협회가 DH학자들이 그들에게 답하기 시작할 때 도움일 주기 위한 가이드를   편찬해온 지시사항을 다룬다.

유사한 정의를 다루는 토론은 다음에서 확인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디에서 새로운 미디어 연구가 멈췄으며 디지털 인문학은 시작되었는가? 디지털인문학은 이론이 필요한가? 그것은 정치적 견해인가? 직업의 모든 구성원에게 접근가능한지, 아니면 가파른 인프라적 요구사항은 작은대학 또는 자금난을 겪는 공립 대학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을 위한 제한된 참가로 두어야 하는지? 디지털안문학자들은 너무 당파성이 짙은 지?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디지털인문학자들의 직업적 담론을 시시한 것으로 하는지? 디지털인문학이 종신 교수직의 대안을 추구하는 학자들에게 뜻깊은 기회를 줄 수 있는지? 인문학을 구할 수 있는지? 대학인지?


이런 질문들과 다른 질문들은 몇 해 동안 디지털 인문학 주변의 공공 담론을 당혹스럽게 했으나, 그러나 지금까지 이러한 토론들은 대부분 리스트서브(메일링 서버), 블로그, 트위터 에서 현저하게 발생되어왔다. 약간의 시도들은 논쟁을 좀더 신중한 방법으로 수집되고 설명해왔다. 특히 일부 대화들의 결과로서, 디지털 인문학에 의해 확장적으로 사용된 플랫폼 즉 트위터 같은 것들은 완전히 흩어졌고, 간혹 심지어 그들이 발생해온 단지 몇 달 후에 재조직이 가능했다.


디지털인문학의 논쟁들(Debates in the Digital Humanities)은 이런 격차를 감소시키고, 디지털 인문학의 등장에 관한 격렬한 토론의 일부를 보존하고, 형성하고, 명확하게 함으로써 이 분야의 상황을 평가하는 것을 추구한다. 이것은 디지털인문학의 광범위한 관점 또는 심지어 이것을 둘러싼 논쟁들의 모든 것을 포괄하는 묘사가 아니다. 이것은 갈등의 핵심 포인트를 명확하게 하고 급격하게 이동하는 환경의 다양한 시야를 명확하게 하려는 시도를 대표한다. 이러한 시야를 제공하는 제공자들은 관점들의 범위(이분야에서 잘 알려진 고위인물, 기초가 튼튼한 중진학자, 떠오르는 신진학자, 디지털인문학자, 대학원생들)를 가진다. 새롭고 숙련된 목소리들의 혼합은 디지털 인문학 스스로의 개방성을 비추고, 그것의 강한 전통인 협업과 멘토십(mentorship)을 반영한다.


이 모음집은 새로운 것 그리고 곧 있을 수집본들[2] 뿐만 아니라 이전까지의 선구적인 책들[3]을 기반으로 하여 확장하였다. 이러한 택스트들의 정신과  디지털인문학의 오픈소스 정신에 따라, 이 책(Debate~)은 인쇄본과 확장된 오픈엑세스 웹택스트 모두 출간 될 것입니다. 미네소타대학의 출판부는 현저하게 이 책의 도달범위를 확장하려는 이러한 방식으로 책을 공유하려는 그들의 의지는 매우 칭찬받아야 한다.


이 모음집은 디지털인문학의 축하행사 뿐만 아니라 디지털인문학에 대한 의문점이다. 이책의 수준에 있어서 몇몇 글들은 비평들을 디지털인문학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에 겨누었다. 그 문제점들은 첫째, 인종, 계급, 성별, 섹슈얼리티의 문제에 대한 관심의 부족, 둘째, 디지털인문학 교습법 보다 연구진행 프로젝트의 선호, 정치적 언급의 부재, 셋째, 그것의 실무자들 사이에서 다양성의 부적절한 단계, 넷째, 저작권 상에서 텍스트를 해결하려고 하는 무능력, 다섯째, 기금모금이 잘 되는 연구중심대학들에서의 기관적 집중이다. 이러한 비판은 디지털 인문학 이론, 방법 및 관행의 흥미로운 탐험입니다. 빅데이터에서 트랜드의 진보적인 관점을 위한 학문으로 코딩의 새로운 이론을 잘 묘사하기 위한 시도로부터, 이 책은 이 분야가 움직이는 방향의 일부를 묘사한다.


그리고 디지털인문학의 분야는 빨리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인문학에서 담론의 속도는 특히 트위터가 공지 사항, 논문, 프로토 타입, 슬라이드, 백서, 사진, 데이터 시각화, 협업 문서에 연결된 소문들을 제공한 회의에서 종종 신참자에 놀랍게 언급된다. 출판 산업에서의 정형화된 표준에 의해서, 글의 부탁에서부터 1년 안에 책이 출간되어, 이 텍스트는 발전의 유사하게 빠른 속도를 볼 수 있다. 이런 속도로서 이런 크기의 모음집을 만드는 것은 책기반의 학술 출간의 정형에서는 예외적인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논쟁의 강렬함과 제출의 힘 그리고 출판사의 응답에 대한 찬양이다. 그러나 이것은 또한 이 책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협동과정(이것을 받은 동료의 리뷰에서 매우 명확하게 보이는 특징인)의 증명서이다.


이책은 사실상, 독립된 수정들이 요구된 동료검토의 세번의 구분되는 단계를 거쳤다. 첫 번째이자 가장 혁신적인 공정은 서로의 작업을 지적하는 반 공개적인 동료간의 검토였다. 그다음에 에세이들은 편집자의 검토를 거쳤고 마지막으로 출판사들에 의해 관리되는 전통적인 블라인드 검토로 이어진다.


반공개적 동료간 검토는 동료간 검토의 많은 최근의 실험들의 모델이 되었다. 특히 Noah Wardrip-Fruin’s Expressive Processing (2008), Kathleen Fitzpatrick’s Planned Obsolescence (2009), Shakespeare Quarterly’s “Shakespeare and New Media” issue (2010), and Trebor Scholz’s Learning through Digital Media (2011)이 있다. 이러한 방법 모두에서, CommentPress, a WordPress의 the Institute for the Future of the Book에 의해 지어진 블로그 테마는 초고를 의견이 본문의 특정 문장 옆의 여백에 추가될 수 있게 하는 사이트에 출간하는데 사용되었다. 그러나 전술된 예들의 대부분은 링크되고 특정 글에 흥미를 가진 누구라도 읽을 수 있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의미로서 완전하게 공공적이다. Debates in the Digital Humanities를 위해, 우리는 사이트가 암호로 보호되었으며, 단지 이것의 제작에 관여된 학자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의미를 지닌 반 공공적 선택(semipublic option)의 지지를 선택했다. 초안 에세이는 검토 할당 목록과 함께 사이트에 배치했다. 각각의 참여자는 적어도 하나의 다른 글에 의견을 추가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 과정은 맥목적이지 않다. 검토자들은 그들이 읽는 글이 누가 썼는지 알고 있었고 그리고 그들의 의견들은 그들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종종, 참여자들 사이의 논쟁은 텍스트의 여백에 생겼다.


양적으로 또는 질적으로 측정되든 간에, 동료간 검토 과정은 효과적이었다. 2주동안에, 이 과정을 통과한 30편의 에세이들은 586건의 의견(평균적으로 한편당 거의 20건의 의견, 중앙값은 18건)을 받았다. 많은 참여자들은 그들에게 부여된 한편의 글 보다 많은, 절반이상을 코멘트 했다. 회의론자들이 nonblind 리뷰 과정이 피상적인 칭찬을 불가피하게 이끌고 심지어 부정적인 피드백의 순수한 억압을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것은 그러한 가능성들에 대항하여 동료간 평가 의 몇몇가지 특징으로 주목해야 한다. 검토의 반공공적 특성은 검토자들의 이름들이 왼쪽에 언급됨으로써 첨부되어진다. 실질적인 의견들을 남기는데 실패한 것은 검토자 자신의 글에 잘 반영되지 못했다. 검토 과제가 참여자의 범주 사이에서 공개적으로 공유 된다는 사실은 검토자가 그들의 의무를 기피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동료간의 압박을 만들었다. 그리고 동료간 리뷰는 대중에게 완전하게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완전히 공개적인 플랫폼에서 가졌던 것 보다 더 개방된 방식으로 부정적인 비판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을  편안하게 여겼다.


동료간 리뷰 웹사이트는 결국은 전체로서의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체와 집합성을 부여하게 되었다. 이것은 또한 참여자에게 사전공개된 상태의 완전한 책의 더 나은 이해를 주었다. 편집된 책의 참여자들은 일반적으로 그것이 완전히 출간될 때 전체 책의 관점을 얻는 반면에, Debates in the Digital Humanities의 참여자들은 그들의 글이 수정되고 있는 동안 그들 동료의 글들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은 일부 작가들이 동료간 리뷰동안에 주어진 피드백을 위한 그들의 인정에서 동료간의 참여자들에게 감사할 뿐만 아니라, 서로간의 글과 동료 리뷰들을 인용하는 것에 까지 이르게 했다. 요약하자면, 전적으로 게이트키핑(gate-keeping)[4] 매커니즘으로서 제공하는 것 보다 이 검토 과정은 프로젝트 스스로가 주변의 결합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검토에 관한 좀더 전통적인 방식들을 제공하고 보충했다..


결론 문장은 현재 디지털인문학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의 범위를 반영한다. 이것은 “디지털인문학의 정의” 부문, 즉 디지털인문학 공동체 내의 영구적인 토론의 주제, 에서 시작한다. 이 책의 다른 부분들은 이론에서 비평에서 연습에서 교습에서 끝으로 디지털인문학의 미래로 이동함으로써 분야를 탐험하게 된다. 각각의 챕터는 그러한 디지털 인문학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공간들의 중요성 그리고, 학문적 소통을 위한 중요한 통로로서 서비스하는 것과 좀더 형식적인 출간 프로젝트를 반영하기 위한 “중간상태”의 출판방법들을 반영함으로써 학문적 블로그와 위키백과로부터 재인쇄된 자료의 간단한 선택으로 마친다.


“디지털인문학에서의 논쟁들”의 인쇄판은 이 프로젝트의 첫번째 신판(iteration)이다. 이것은 온라인과 확장된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웹텍스트로 계속 될 것이다. 우리는 책의 고정된 버전이 아니라, 오히려 지속적으로 공동체를 기반으로 현재 논쟁의 담론을 추적하고 확장하는 데 사용할 수있는 것을 제공할 것이다. 디지털 인문학이 성장하는 속도 감안할 때, 그런 역동적인 자원은 필수적이다. 그런의미에서, 이 책은 대화의 새로운 세트의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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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내용은 서구에서 디지털인문학 기본 개론서로 인정받는 "Debates in the Digital Humanities"의 서장부분이다. 번역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정보학 석사과정의 김사현씨가 대충대충 하였고, 해당 원문과 번역 원문을 자신의 블로그의 "The Digital Humanities Moment"에 올려놓았다.



바로 : 디지털인문학이 무엇인지 아직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디지털 방법론을 사용해서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면서 디지털인문학을 논하는 것은 마치 알파벳도 모르면서 영문학에 대해서 논평을 하는 것과 같다. 


디지털인문학의 정의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논쟁이 오고 갈 것이고, 디지털인문학의 개념, 범위, 역할 등을 정의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추구해야할 작업이다. 그러나 디지털 방법론을 사용할 줄도 모르고, 연구지원금을 타 먹기 위해서 허황된 이야기를 하는 행동에는 도무지 찬동을 할 수 없다. 


일단 해봐! 온톨로지든.......XML이든......GIS(지리정보시스템)든......코퍼스(말뭉치)든......

해보라는건 용역 업체에 시키지 말고 직.접. 해보란 말이다.

그 다음에 디지털인문학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본 내용은 [디지털인문학/DH_News] - 디지털인문학과 문화콘텐츠 1차 포럼 - 인문콘텐츠학회에서 김현 교수가 발표한 "디지털인문학의 개념과 현황"에서 핵심사항이었던 미국 NEH의 디지털인문학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서 설명한 글이다. 어디까지나 본인의 해석이기에 김현 교수의 뜻과는 상이한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



미국인문학재단(NEH, 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은 2006년 디지털인문학 계획(Digital humanities Initiative)을 시작하며 디지털인문학에 관심을 보였다. 강력한 학계의 호응과 더불어 2년만인 2008년에 디지털인문학단(ODH, The Office of Digital Humanities)로 승격시키며 디지털인문학에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게 된다.


그럼 구체적으로 NEH는 어떤 방식으로 디지털인문학을 지원하고 있을까? 

현재 ODH의 주요 프로젝트는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Digital Humanities Start-Up Grants (디지털인문학 프로젝트 초기 조성 지원) 

1년의 시간동안 $30,000~$60,000(3천만원~6천원만)의 자금으로 디지털인문학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초기 토대를 마련하도록 하는 지원금이다. 디지털인문학은 인문학자들에게 비교적 생소한 디지털인문학 방법론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인문학 연구방법에 의거한 프로젝트 수행은 이론, 설계, 장비 등의 다양한 준비과정을 수반하게 된다. 

예를 들어서 디지털 영문 조선왕조실록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영문 조선왕조실록의 특성을 분석하여야 한다. 그 다음 영문 조선왕조실록의 특성에 합당한 온톨로지 설계 혹은 XML 설계 혹은 RDB 설계 작업을 수행하여야 한다. 또한 영문 조선왕조실록 사전 작업 수행을 도와줄 디지털 편찬툴도 제작하여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프로젝트 수행 1차년도에 영문번역과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제대로 된 분석과 설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기존의 종이매체 방식으로 우선 작업을 하고, 나중에 디지털 방식으로 재작업을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초기 조성 지원은 향후 5년 이상의 장기 디지털인문학 프로젝트에 대해서 토대를 튼튼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정책결정자의 입장에서는 1년 동안의 토대구축 과정을 검증함으로써 문제 있는 장기 프로젝트 수행에 의한 지원금 누수를 막을 수 있다. 




2) Digital Humanities Implementation Grants (디지털 인문학 프로젝트 실행 지원)
1년에 $300,000(3억원)정도의 예산으로 디지털인문학 프로젝트 초기 조성지원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거나, 이미 초기 조성 지원이 필요 없는 수준의 성공적인 성과를 보인 프로젝트에 대하여 지원해주는 지원금이다.

예를 들어서 2013년 지원금에 선정된 Extending WorldMap to Make It Easier  for Humanists and Others to Find, Use, and Publish Geospatial Information은  하버드 대학교의 피터볼 교수에 의해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오픈형 인문지리정보시스템(GIS) WorldMap이다. Networks in History: Data-driven tools for analyzing relationships across time 역시 스탠포드 대학교에 의해서 이미 기본적인 방법론을 적용하였던 유럽의 편지공화국 네트워크 분석 시각화 프로젝트이다. 




3) Institute for Advanced Topics in the Digital Humanities (디지털 인문학 연구 센터 지원)
$200,000(2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디지털인문학 방법론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지원금이다. 디지털인문학은 새로운 방법론이다. 아무리 뛰어난 인문학자라도 처음 접하는 방법론을 어떠한 교육 없이 독학으로만 디지털인문학 방법론을 익히기란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서 "Another Week | Another Tool - A Digital Humanities Barnraising"은 12명의 인문학자를 대상으로 디지털인문학 방법론에 대한 개론을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이다.  "Doing Digital History: An Institute for Mid-Career American Historians"은 2주간 25명의 중견 역사학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역사학 연구방법론과 교수방법론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Humanities Heritage 3D Visualization: Theory and Practice"은 인문학자 20명을 대상으로 문화유산의 3D시각화 방법론과 실무를 수행해보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태동기인 디지털인문학에서 디지털인문학의 방법론에 대한 교육은 디지털인문학 프로젝트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렇기에 프로젝트 실행 지원금에 버금가는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4) Digging Into Data Challenge (인문학 빅 데이터 분석 과제)
$120,000(1억2천원) 정도의 예산으로 기존의 인문학데이터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지원하는 지원금이다. 빅데이터 분석은 정보공학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정보공학에서조차 기술보다는 인문학적 분석능력이 중요하다고 할 정도로 기술만큼이나 인문학적인 식견과 분석이 필요한 영역이다. 특히 인문학 빅데이터를 대상으로 하게 되면 해당 데이터에 정통한 인문학자의 분석력은 필수 중에 필수이다.

예를 들어서 "Resurrecting Early Christian Lives: Digging in Papyri in a Digital Age"는 파피루스에 쓰여진 초기 크리스챤의 삶에 대해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해당 시대적 배경과 초기 크리스챤에 대한 제반지식 없이는 빅데이터 분석은 고사하고 연구 자체의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Digging Archaeology Data: Image Search and Markup (DADAISM)"은 고고학 데이터를 이용하여 고고학 이미지와 마크업을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만약 고고학 자료의 특성과 고고학 이론을 모른다면 연구를 진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한국도 IMF의 탈출전략으로 인문학의 디지털화를 추구하였고[각주:1], 수 많은 인문학 빅데이터가 축적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만약 축적된 인문학 데이터를 정보공학자들에게 맡기게 된다면, 제대로 된 분석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디까지나 인문학자가 참여해야되는 영역이다. 



5) 해외 협력 프로그램(독일)
핵심이 아니라서 발표에서는 생략되어 있지만, 디지털인문학 프로젝트에는 독일과의 해외협력 프로그램이 있다. 해당 해외협력 프로그램은 국제적으로 진행되며, 상호 연구자 교환 수준의 강도 높은 상호 교류가 요구된다[각주:2]



6) 단순한 디지털화는 NEH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발표현장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단순한 디지털화는 NEH 지원대상이 될 수 없다. 단순한 디지털화란 디지털인문학의 방법론을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고문이나 출판된 문헌을 디지털화하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이런 디지털화는 종이매체의 한계에 매몰될 뿐이기에 NEH는 디지털화에 대한 지원을 명확하게 금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NEH의 디지털인문학 지원프로그램은 그대로 한국에 이식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굳이 뽑자면, 3) Institute for Advanced Topics in the Digital Humanities (디지털 인문학 연구 센터 지원)이 될 것이다. 디지털인문학의 핵심은 인문학자가 스스로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서 인문학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문학자가 디지털 도구의 사용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 아니! 필수적으로 익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지털인문학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1. 이런 데이터 중에서 전체적으로 쓰레기 데이터가 훨씬 더 많지만....일단 여기서 중요한 내용은 아니니까...패스!! [본문으로]
  2. 추후 미국과 한국의 디지털인문학 협력 프로젝트가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0- [본문으로]

세계일보에서 디지털 시대의 사전편찬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네이버 국어사전 따로 국어원 표준사전 따로?“포털, 국어사전 발전에 기여해야” 95%이 많은 사전 속에 韓流·다문화가 없다고?) 모든 학문은 문사철로 귀결된다는 말이 있다. 언어가 없으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철학이 없으면 학문이 성립되지 않으며, 역사가 없으면 학문이 유지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기본 중에 기본이 되는 것이 언어이다. 그리고 언어의 토대 중에 토대가 사전이기에 세계일보의 이번 기획기사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1. 한국의 사전 편찬 현황 

국립국어원이 한국어에 대한 최고권한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한국의 모든 사전은 국립국어원으로 귀속된다. 일반적인 국어사전 뿐만이 아니라, 과학기술용어사전이나 조선왕조실록사전과 같은 전문사전도 모두 국립국어원이 최고권한을 가지고 있고, 해당 사전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는 법적 보장을 받고 있다. 


국립국어원의 사전에 대한 막강한 권리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모두를 가지고 있다. 우선 "표준어"을 위해서는 국립국어원과 같은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표준어"라는 말 자체가 강력한 표준규칙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국립국어원과 같은 존재가 없으면 표준어가 사라지고, 한국인끼리도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문제는 국립국어원이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관리하려고 하기에 문제가 발생한다. 모든 사전을 자신에게 귀속하지만, 모든 사전을 검수할 수 있는 인력과 재정능력은 부족하다. 그렇다면 자신의 권한을 위임하는 형식으로 권한 혹은 권력을 나누어주어야 하지만, 자신의 영역을 결코 내어주지는 않는다.



2. 디지털 사전 vs 종이 사전

한국 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사전 모두가 디지털 사전의 승리로 이미 방점을 찍었다. 상징적인 사건은 위키백과 사전의 패권장악과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종이 사전 출판 중단과 온라인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도 특히 포털에서 제공하는 사전들로 인하여 종이사전은 사실상 멸절하였다. 


디지털 사전은 종이 사전의 모든 기능을 포괄할 뿐만이 아니라, 더 빠른 검색, 더 빠른 교정-교열, 더 빠른 새로운 단어 추가, 더 효율적인 연관단어 기능 제공, 이론적으로 무한대에 가까운 지면 한계을 제공한다. 디지털 사전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 바보짓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디지털 사전의 확장으로 종이 사전이 몰락한 것이야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지만, 종이 사전에서 사전을 편찬하던 인력들이 디지털 사전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같이 몰락해버렸다는 점이다. 그로 인하여 새로운 단어에 대한 추가가 느려지거나 힘들어졌고, 디지털 사전의 기본이 되는 국립국어원의 디지털 사전의 업데트도 정체되었다. 



3. 디지털 사전의 발전 방향

3.1. 열린 국립국어원 구축

국립국어원은 모든 사전의 기본이 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정작 국립국어원은 자신의 데이터를 정부 3.0에 부합하도록 오픈하고 있지 않다. 그 뿐만이 아니라, 디지털 마인드를 가진 정책과 전략이 부재할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피드백들을 인력과 재정능력의 한계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네이버 사전은 기본적으로 국립국어원 사전을 가지고 왔다. 그러나 네이버측은 어디까지나 국립국어원과의 계약을 통해서 전체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왔을 뿐이다. 정부 3.0에 부합하려면 국립국어원은 공공데이터인 사전정보에 대한 오픈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어야 했다. 만약 오픈데이터베이스가 있다면 국립국어원의 수정 내용은 곧장 네이버 사전에 반영되었을 것이다.


또한 네이버 사전은 사전 데이터의 오류에 대한 수 많은 사용자들의 피드백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정오표를 발표하고 데이터를 수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수정된 정보는 네이버만이 가지고 있는 정보일 뿐이고, 다시 국립국어원으로 제대로 흡수되고 있지 않다. 


한국의 사전의 중심은 국립국어원이다. 국립국어원이 디지털 사전으로의 발전을 추동하지 못하면, 다른 곳도 자연스럽게 정체될 수 밖에 없다. 만약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국립국어원의 강력한 권한에 대한 의문과 비판이 강력해질 것이다.



3.2. 사전 편찬의 연구 성과 인정과 원고료 인상

사전 편찬을 하는 인원은 기본적으로 학자들이다. 해당 영역을 연구해온 학자들이 학문의 성과를 사회로 환원하는 가장 기본적이며 강력한 방법이다. 그런데 사전 편찬은 학자들의 연구 성과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경쟁이 치열해진 학자들의 사전 편찬 참여는 점차 저조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사전 편찬에 투입되는 원교료 예산도 거의 증액되지 못하고 있기에 참여율은 더더욱 저조해진다. 그 뿐만이 아니라, 원고의 질이 저하되는 현상도 분명히 발생하고 있다. 


물론 학문의 의무인 성과의 사회환원으로 채찍질을 하며 학자들의 사전 편찬을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있으나 채찍질로만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연구 성과 인정과 원고료 인상이라는 현실적인 당근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3.3.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사전편찬 방법론 개발

디지털 시대에는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사전 편찬 방법론이 필요하다. 국립국어원이 사전의 허브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국립국어원이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사전 허브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강력하게 제기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국립국어원은 위키백과의 성공을 반드시 벤치마킹해야된다고 생각한다. 위키백과는 완전한 공개편집 시스템을 사용하여 빠른 단어 추가와 빠른 교정-교열을 가능하게 하였다. 물론 그로 인하여 사전 항목들의 검증의 부정확이나 공신력의 저하등의 문제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국립국어원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사전 필진 정보를 통하여 제한적인 오픈사전을 제작함으로써 위키백과의 장점을 흡수하고 단점을 배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문사전의 위탁 편찬 및 위탁 관리를 통해서 정부 3.0에 부합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물론 학계의 자기 반성과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사전편찬 방법론 채택도 반드시 필요하다. 기존의 전통적인 사전편찬 방법론에만 매몰되어 디지털 시대와 동 떨어져 있는 것이 학계의 현실이다. 학계는 학문의 성과를 사회로 환원하는 것이 학문의 기본적인 역할 중에 하나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현재의 사회가 디지털 시대에 이미 돌입했다는 분명히 인지하고, 디지털 시대에 학문이 해야될 일을 생각하고 또 행동해야 할 것이다.




바로 : 응?? 오랜만에 괜찮은 기획기사를 읽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세계일보 굿!! -0-





기존 인문학의 산업화와 디지털인문학의 산업화는 무엇이 다를까? 기존 인문학의 산업화는 자료를 인문학자가 전통 인문학 결과물(논문, 사전 등)으로 생산을 하고, 이를 정보공학자가 디지털화 하여 데이터 베이스로 만드는 중간과정 이후에나 사업가들에 의해서 경제적으로 활용된다. 물론 사업자들이 직접적으로 전통적인 인문학결과물에 접근하는 경우도 있으나, 방대한 인문학 결과물을 사업자가 모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비해서 디지털인문학의 산업화 개념은 "디지털인문학자"가 핵심 키워드로 등장을 한다. "디지털인문학자"는 디지털 지식을 갖춘 인문학자을 의미하거나 프로젝트의 진행단계부터 디지털 지식을 가진 정보공학자가 참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인문학자"의 등장으로 인문학의 결과물은 종이매체의 단계를 넘어서 직접적으로 디지털에 최적화된 형태로 공개가 된다. 이 결과 사업가들이 인문학결과물에 효율적으로 접근을 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디지털 지식을 갖춘 인문학자들도 다른 디지털인문학 결과물에 손쉽게 접근을 하고, 자신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기존의 방식이 더 합당하다는 대답이 많다. 인문학자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결과물을 제시하면 되고, 그 다음의 과정은 정보공학자나 다른 사람들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인문학자는 사전만 만들면 되고, 그 사전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은 나중 일이라는 이야기이다. 



디지털인문학의 산업화가 기존 방식과 다른 것의 핵심은 정확성과 효율에 있다. 


1. 연구의 정확도와 효율 향상

디지털인문학 방식의 도입으로 연구의 정확도와 효율을 향상할 수 있다. 디지털인문학에서는 기존과는 다른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여야 하기에 명확한 구조체계를 가지게 되고, 기존에 인간의 힘으로 확인이 힘들었던 오류들을 자동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특정사전을 편찬하거나 특정사료를 번역한다고 생각해보자. 기존에는 명확한 규칙에 의거하기보다는 항목을 제시해주고 느슨한 틀을 제시하였다. 그래서 "불국사"에 대한 내용을 집필하게 될 때, 역사학자의 집필내용과 고미술학자의 집필내용과 불교학자의 집필내용이 서로 상이하는 현실적인 문제점이 발생한다. 만약 디지털인문학의 방법론을 사용하면 엄격한 규칙에 의거하여 모든 관점을 담아낼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집필방식으로는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오탈자 문제도 디지털인문학에서는 훨씬 더 효율적으로 수정이 가능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프로젝트 관리 차원에서도 디지털인문학 방법론에서는 스케쥴 관리부터 원고 분량 및 내용뿐만이 아니라, 예산책정까지 통합관리가 가능하기에 기존 방식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효율성을 가질 수 있다.(다 떠나서 최소한 집필-교정-교열 과정의 각각의 원고들을 프린트 하는 비효율은 없어진다.)



2. 종이매체의 한계 극복을 통한 새로운 연구 가능

디지털 매체는 종이매체가 가지는 지면 한계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종이매체에서는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제한적으로 제공할 수 밖에 없던 수 많은 방법들이 사용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서 특정 사전을 편찬하거나 특정 사료를 번역한다고 생각해보자. 기존의 사전편찬에서는 특정 항목의 관련된 항목을 제한적으로만 보여줄 수 있었다. 잘해봐야 몇 개의 동의어나 상위어를 제시해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디지털 매체에서는 사실상 무한대로 확장이 가능하고, 사용자들에게도 모든 내용을 제시해줄 수 있다. 종이 매체에서 자료을 찾기 위해서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인덱스(색인) 기능은 디지털 매체에서는 훨씬 더 강화된 방법으로 온갖 방식의 검색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3. 기존 연구 성과의 재활용 효율 향상

디지털인문학의 최대 강점 중에 하나가 바로 기존 연구 성과의 재활용이다. 인문학자들은 이미 다른 사람들의 논문이나 문헌을 통해서 수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논문이나 문헌 싸이트을 통해서 훨씬 더 편하게 특정 논문이나 문헌을 접할 수 있다. 그것을 더 발달시켜서 데이터를 가지고 와서 직접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떻겠는가?


예를 들어보자. 한국학중앙연구원에는 역대인물사전이 존재한다. 우리가 어떠한 인문학 연구를 진행하든지 인물을 벗어날 수는 없다. 만약 단순히 역대인물사전의 내용의 일부분을 복사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이 보유하거나 작성중인 데이터베이스와 연동을 시킬 수 있다면 인문학 연구성과의 축적은 지금과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의 빠를 것이다. 


실제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역대인물사전은 국립도서관의 문헌자료와의 데이터 연동을 기획중에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역대인물사전의 인물데이터와 연동된 국립도서관의 문헌자료를 통해서 해당 인물의 문헌자료를 확장할 수 있고, 국립도서관의 문헌자료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역대인물사전과 연동해서 특정 문헌의 저자들의 데이터를 확장할 수 있다. 


반대로 기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지 못하고, 처음부터 문헌자료를 축적하거나 인물정보를 축적하는 것은 인문학 연구의 중복연구 논란을 야기 할 뿐이며, 선행연구에 대해서 파악하고 이용하는 기본적인 인문학 연구 방법 사상에도 위배된다고 할 수 있다. 



4. 사업적 활용의 효율 향상

디지털인문학의 성과는 자연스럽게 통합되거나 서로 간에 연동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사업가의 입장에서는 그 동안 조각이 되어 있어서 파악하기 힘들었던 인문학 정보를 손 쉽게 받아 볼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당신 스스로를 사극 작가로 생각해보자. 그 동안은 어떤 시대를 배경으로 사극을 쓸려면, 해당 시대의 역사적 사실이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살펴보고, 따로 해당 시대의 인물 정보를 살펴보고, 해당 시대의 복식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다시 살펴봐야되는 부담 뿐만이 아니라, 각기 다른 데이터베이스간의 연결을 할 능력까지 요구되었다. 그러나 모든 정보가 통합이 된다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특정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이는 사실 사업가 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인문학자들에게도 통용된다. 전문화로 인한 학문 파편화는 자신의 전공영역 밖의 정보 습득을 힘들게 하고 있지 않은가?!



오해가 없도록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디지털인문학은 인문학의 연구 방법론에 주목한다. 산업화는 2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다만 그 어떤 산업화에 대한 논의보다 오히려 산업화에 유용하다는 것이 아이러니 아닌 아이러니다. 





바로 : 흐음..한번 두들겨 봤습니다. 아직 정리가 좀 더 필요할 듯 하군요. 머....블로그에서는 생각나는대로 쓰고 퇴고를 최대한 하지 않고 일단 공개하는 것으로 가자고 생각을 굳혔기 때문에 그냥 날 것으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NEH는 미국 최대의 국립 인문 기금으로서 미국 인문학 정책의 실질적인 실행기관이다. 한국의 한국연구재단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NEH는 2000년대 중반부터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지원을 강화시키며 미래 미국 인문학 발전의 핵심으로 디지털 인문학을 조명하고 있다. 왜 우리가 먼저 하지 못했나 아쉽기도 하지만, 인문학의 미래로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미국의 정책에 대해서 알아보고 한국 인문학의 미래를 생각해보자.







Office of Digital Humanities Program (디지털 인문학 프로그램): 

전통적 인문학에 새로운 미디어와 기술의 융합을 장려하여, 위의 4개 분야, 즉 보존 및 접근, 연구, 교육, 공공 분야에 대한 디지털 기술의 융합을 지원. 



a. Digging Into Data Challenge(데이터 분석 도전):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인문.사회과학 연구 프로젝트 지원. 2009년부터 2년마다 지원 대상 선정 (http://www.diggingintodata.org/). 빅데이터가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연구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중점을 두어, 현재 인문 사회과학분야 학자들이 사용하는 방대한 자료 (디지털화된 교재, 신문 및 음악을 비롯하여 웹검색, 센서데이터 또는 핸드폰기록과 같은 트랜젝션데이터에 이르는)를 가지고 컴퓨터에 기반한 새로운 연구방법론 적용에 주안점을 둔다



b. Digital Humanities Start-Up Grants (디지털 인문학 프로젝트 초기 조성 지원금) :

인문학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혁신적’ 프로젝트 개발을 촉진하고자 기획 단계에 소규모 지원금 지급. 


선정 대상 우선 연구는 다음과 같다 :

- 디지털 인문학 분야에 새로운 접근 방법을 도입하는 연구 또는 최고의 실천 사례를 기록.정리하는 연구

- 도서관과 박물관의 디지털 자산을 포함한, 디지털 자료들의 보존, 분석과 접근을 용이하게하는 새로운 디지털 도구 원형의 기획과 개발

- 디지털 문화의 역사, 비판과 철학, 그리고 이들의 사회적 영향에 중점을 둔 연구

- 인문학의 특정 분야 및 다른 분야와의 학제간 연구에서 신생 기술 사용의 철학적 함의와 영향을 조사하는 학문

- 전통적 미디어와 새로운 미디어 모두를 활용하는 대중 프로그램과 교육을 위한 기술의 혁신적 사용

- 인문학의 보급을 용이하게 하는 출판의 새로운 디지털 방식



c. Digital Humanities Implementation Grants (디지털 인문학 프로젝트 실행 지원금): 

혁신적 프로젝트의 조성 단계를 이미 성공적으로 완수한 후 프로젝트 실행을 위한 지원금 지급


선정 우선 대상 연구는 다음과 같다 :


- 디지털 인문학 분야에 새로운 접근 방법을 도입하는 연구 또는 최고의 실천 사례를 기록.정리하는 연구

- 인문학 연구를 위한 컴퓨터에 기반을 둔 방법론 및 기술의 실행

- 인문학 연구, 공공프로그래밍 또는 교육현장에서 사용할 새로운 디지털 도구의 실행

- 도서관이나 아카이브와 관련된 디지털 자료 유지를 위한 노력

- 디지털 문화의 역사, 비판과 철학, 그리고 이들의 사회적 영향에 중점을 둔 연구

- 인문학의 특정 분야 및 다른 분야와의 학제간 연구에서 신생 기술 사용의 철학적 함의와 영향을 조사하는 학문

- 인문학 보급을 용이하게 하는 출판의 새로운 디지털 방식의 실행



d. Institute for Advanced Topics in the Digital Humanities(디지털 인문학 주제 발전을 위한 기관 지원금)[각주:1]

인문학 연구자들에게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집중 훈련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지원.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인문학자들을 증가시키고 인문학 관련 고급 기술 도구와 방법론에 대한 지식을 널리 보급하고자 함. 


권장하는 주제는 다음과 같다. 


- TEI(Text Encoding Initiative), 디지털 편집 및 출판에 관한 지원(Applications of the Text Encoding Initiative, electronic editing, and publishing)

- 학술적 교류 및 출판(Scholarly communication and publishing)

- 디지털 문학(E-literature)

- 원문 분석 및 텍스트 마이닝(Textual analysis and text mining)

- 멀티미디어 연구에서의 가상현실-모바일 플랫폼 포함 (Immersive and virtual environments in multimedia research, including those for mobile platforms)

- 3D 이미지 기술(3-D imaging technology)

- 디지털 이미지와 사운드 분석(Digital image and sound analysis)

- Information aesthetics and approaches to visualizations of humanities topics and research

- 인문학이 적용된 컴퓨터 게임 및 시뮬레이션(Computer gaming and simulations as applied to the humanities)

- 고사양 컴퓨터나 슈퍼컴퓨터 및 인문학(High-performance computing or supercomputing and the humanities)

- GIS(지리정보시스템) 발전 지원(Advanced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s applications)



e. NEH/DFG Bilateral Digital Humanities Program: NEH와 독일연구재단 (Deutsche Forschungsgemeinschaft e.V. DFG)이 인문학 연구를 위한 디지털 인프라와 서비스 개발 및 실행을 위한 연구 지원. 미국과 독일 공동 연구 필수


출처 : NEH http://www.neh.gov/

번역 : 홍정욱(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정보학)

검토 : 김바로(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정보학)


NEH의 디지털 인문학 계획에서 A는 현재 있는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방법에 대한 지원이다. B를 통해서 하나의 독립적인 지원으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C를 통해서 실질적인 연구 지원을 실행한다는 것이다. 어떤 일에서든 초기 기획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D의 경우 각 대학과 연구기관에 디지털 인문학 센터를 통해서 디지털 인문학 방법론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도록 하였다. 특히 D항목은 A,B,C와 다르게 기존의 인문학 학자들에게 새로운 방법론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놓았다.


그런데 디지털 인문학에 대해서 주목할 만한 점은 "DIGITAL HUMANITIES START-UP GRANTS(디지털 인문학 프로젝트 초기 조성 지원금)"에서 규정한 지원하지 않는 종류의 프로젝트이다. 


지원하지 않는 종류의 프로젝트


다음 사항은 디지털 인문학 프로젝트 초기 조성 지원금에 사용될 수 없다.

 프로젝트가 주로 디지털화를 수반하는 경우. 다만 디지털화 방법론 제시가 주목적인 경우는 제외한다;

 학술지를 만들거나 변환하는 경우(다만 새로운 방식의 학술적 출판을 위한 계획 고찰은 가능하다);

 반복되거나 공인된 학회나 개인적인 만남;

 컴퓨터 장비나 소프트웨어 구입비가 지원금의 20%을 초과하는 경우;

 창조 예술이나 공연 예술의 경우;

 경험에 의거한 과학적 사회조사;

 학위를 위하여 행하는 일;

 교과서를 준비하거나 출판하는 일;

 프로젝트가 일부 정치적, 종교적, 사상적 내용으로 편향된 경우;

 프로젝트가 일부 사회적 행동에 편향된 경우;


Types of projects not supported 

Digital Humanities Start-Up Grants cannot be used for 

 projects that mainly involve digitization, unless the applicant is proposing an innovative method for digitization; 

 the creation or conversion of a scholarly journal (however, the exploration of or planning for new modes of scholarly publication is allowed); 

 recurring or established conferences or professional meetings; 

 acquisition of computer equipment or software in excess of 20 percent of the grant total; 

 creative or performing arts;

 empirical social scientific research; 

 work undertaken in the pursuit of an academic degree; 

 the preparation or publication of textbooks; 

 projects that seek to promote a particular political, religious, or ideological point of view; 

or 

 projects that advocate a particular program of social action. 


출처 : http://www.neh.gov/files/grants/digital-humanities-start-sept-12-2013.pdf

번역 : 김바로


대부분의 내용이 기존의 인문학 연구에서는 지원되던 항목들이다. 그러나 디지털 인문학의 연구에서는 배제되어 있다. 예를 들어서 단순한 디지털화는 인정하지 않는다. 단순한 디지털화라고 함은 기존의 문서로 된 내용을 스캔하거나 워드파일로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행위는 다른 인문학 프로젝트를 통해서 이루어질 사항이며, 새로운 방식으로 보기도 어렵다. 다만 새로운 디지털화 방식을 제시하는 것은 디지털화 방식에 대한 연구이기에 허용하여서 방법론에 대한 접근은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해놓았다. 


특히 눈여겨 볼 항목은 "교과서를 준비하거나 출판하는 일"을 불허한 점이다. 인문학의 최종 목적이 인류 지식의 향상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조금 의아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textbook은 "교과서"라기 보다는 "종이인쇄물"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디지털 교재를 만드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존의 인문학의 행태를 반복하는 명분으로서 가장 유용한 교육을 함부로 남용하지 말라는 취지로서 본 항목이 있다고 보인다. 



한국의 인문학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몰락하고 있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좋다...

한국의 인문학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한국 인문학의 미래는 무엇인가? 만약 당신에게 특별한 대안이 없다면 미국에서 선택한 "디지털 인문학"에 걸어보는 것은 어떠한가?



  1. 이 항목으로 인하여 미국의 대학 및 연구기관에 디지털 인문학 연구센터가 순식간에 필수요소로 자리잡았다. [본문으로]

디지털 인문학에서 사용되는 중요 ICT 기술과 적용사례를 소개해본다. 해당 기술은 디지털 인문학에서 현재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기술일 뿐이며, 어떠한 ICT 기술도 디지털 인문학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XML 

XML(Extensible Markup Language)은 W3C에서 다른 특수 목적의 마크업 언어를 만드는 용도에서 권장되는 문서를 사람과 기계 모두가 읽을 수 있는 형식으로 부호화하는 규칙의 집합을 정의한 다목적 마크업 언어이다. XML은 텍스트 데이터 형식으로 유니코드를 통한 전 세계 언어를 지원할 뿐만이 아니라, 임의 자료구조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인문-사회학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연구가 다양한 언어와 형식의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현실과 부합하기에 인문학 연구의 기초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가장 적합한 ICT 기술로 생각되고 있다. 



[XML예시] 


해외의 디지털 인문학 연구에서 XML은 기본 언어로 다루어지고 있다. 다만 언어학 영역에서는 XML과 같이 SGML에서 파생된 TEI(Text Encoding Initiative)을 바탕으로 한 코퍼스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XML이나 TEI 모두 같은 SGML에서 파생되었기에 상호간의 호환이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1995년 서울시스템주식회사(현 (주)솔트웍스)에서 CD-ROM <국역 조선왕조실록>과 <디지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XML을 도입하기 시작한 이후로 한국고전종합DB을 비롯한 다양한 인문학 프로젝트에서 채용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인문학 프로젝트의 ICT 기술편차로 인하여 다양한 인문학 프로젝트에서 XML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고, 단순한 Text 데이터만을 제출하였다. 그 결과 재활용이 가능한 인문학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되지 못하였다. 




말뭉치(코퍼스, corpus)

말뭉치는 디지털 인문학의 주요 근원이 된 말뭉치 언어학(코퍼스 언어학)의 기초 기술이다. 말뭉치는 언어학에서 크고 구조를 이루고 있는 텍스트의 집합을 의미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말뭉치 언어는 SGML 기술의 일종인 TEI이다. 연구자들은 말뭉치를 통해서  빈도 정보를 획득한 이후에 연어 연구, 변이 연구, 비교 언어학 연구, 언어 교육, 사전 편찬등의 영역에서 신빙성 있는 증거자료로서 활용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1963년 브라운 말뭉치 구축을 기점으로 1억 어절의 말뭉치를 구축한 BNC(British National Corpus)와 유럽 다국어 말뭉치(European Corpus Initiative Multilingual Corpus) 및 4억 어절을 구축한 COCA(Corpus of Contemporary American English) 등이 지속적으로 구축되고 있다. 코퍼스는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언어학 내부의 활용이 아닌 인문학 전체에 대한 활용으로는 타이완역사 디지털도서관(台灣歷史數位圖書館, THDL)이 있다. 타이완역사 디지털 도서관에서는 1621년부터 1911년 사이의 250종류의 자료소스를 바탕으로 언어학의 분석 이론을 통하여 타이완의 근현대 사회상을 규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언어학의 접사분석모델을 이용하여 “主義”의 전방접사의 시대별 빈도를 추출해주고 있다. 특히 개념사 영역의 역사 연구자들은 특정 단어의 전방접사 빈도를 통하여 당시의 시대상과 용어의 변천에 대해서 규명하고 있다. 



[타이완역사 디지털도서관 - 主義 검색결과]


한국에서는 1987년 연세대학교의 연세 한국어 말뭉치가 구축된 이후에 1998년부터 “21세기 세종 계획 : 국어정보화 추진 중장기 사업”의 일환으로 국가차원에서 말뭉치가 구축되고 있다.  또한 서울대학교 꼬꼬마 프로젝트나 연세대의 깜짝새 프로그램 등 다양한 한글 자료 처리 프로그램들의 구축되어서 연구자들의 연구를 도와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말뭉치는 아직 언어학 내부의 방법론으로서만 활용되고 있으며, 다른 인문학 연구 영역에서는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지리 정보 시스템(GIS,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지리 정보 시스템은 지리공간적으로 참조가능한 모든 형태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수집, 저장, 갱신, 조정, 분석, 표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및 지리적 자료, 인적 자원의 통합체이다. 지리 정보 시스템은 1960년대부터 토지이용, 기상관측, 동식물연구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어 왔다. 현재는 컴퓨터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구글 지도, 다음 지도, 네이버 지도와 같이 일반대중에게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인문학 영역에서는 기술에 대한 능력 부족으로 시각화 영역에 한정되어서 사용되고 있으며, 지리 정보 시스템을 활용한 자료의 수집과 분석의 영역은 실험적인 단계이다. 


중국역사GIS(China Historical GIS, CHGIS, 中国历史地理信息系统)는 2001년부터 하버드 엔칭연구소와 복단대 역사지리연구소가 연합하여 하상주부터 민국시대까지 중국역사에 등장하는 모든 지명을 좌표점과 좌표면으로 시간축상에 표기하는 역사지리토대DB 구축 프로젝트이다. 중국의 고지명과 해당 고지명의 시간과 공간을 명시함으로써 인문학 연구에서의 지리적 토대를 마련했다. 



[China Historical GIS]


한국에서도 중국역사GIS와 유사한 개념으로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가 중심이 되어서 조선시대 전자문화지도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조선시대 문화를 대상으로 하여 전자문화지도를 개발하고, 전자문화지도 개념을 응용하여 조선시대를 문화를 연구한다. 2년간 조선시대 문화를 주제별로 분류하고, 조선시대의 군현별 행정 구역을 초ㆍ중ㆍ후기로 나누어 복원하였으며 총 25개 주제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였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현재 동북아역사재단의 주관으로 동북아시아 전자역사지도 개발을 진행중에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 전자문화지도 시스템은 유지보수가 이루어지지 않고, 데이터도 비공개로 되어 있어서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동북아시아 역사지도는 아직 개발 단계에 있다. 


문화재청에서 주관한 문화재공간정보서비스는 문화재정보와 지도정보가 결합한 공간정보 활용체계이다. 문화재 위치정보, 속성정보에 대한 공간데이타베이스와 활용시스템을 구축하여 문화재 보존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문화유산 콘텐츠 활용이 가능하도록 구축된 정보시스템이다. 문화재의 사진 및 도면, 영상, 설명등의 속성정보가 위성기반의 위치정보와 함께 결합되어 HGIS 지도 서비스 제공하고 있어서 연구적 가치 뿐만이 아니라 실용적 경제 가치도 뛰어나다.



[문화재공간정보서비스]




LOD(Linked open data, 링크드 데이터)

링크드 데이터는 웹 상에 존재하는 데이터를 개별 URI(Uniform Resource Identifier)로 식별하고, 각 URI에 링크 정보를 부여함으로써 상호 연결된 웹을 지향하는 모형이다. 디지털 인문학에서는 현재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디지털 인문학 성과들을 통합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각광 받고 있다. 



[LOD 다이어그램]


유로피아나(Europeana)는 유럽 연합의 전자 도서관 프로젝트이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유럽의 문화와 과학 유산을 종합하여 모든 사람들이 접근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든다는 목적으로 유럽 문화에 관한 디지털화된 서적, 회화, 영화, 음악, 유물 등 모든 형태의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콘텐츠는 단순한 데이터모음이 아닌 EDM(the Europeana Data Model)으로 불리는 표준방식을 이용하여 대영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등 2000여 소의 관련 기관들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통합데이터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유로피아나]


한국에서는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을 통해서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금석문 종합영상정보시스템, 조선왕조실록,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등의 연계싸이트들로부터 데이터를 통합하여 한국 역사자료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개별 싸이트에 방문할 필요 없이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을 통해서 통합적인 한국역사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다.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




사회 연결망(Social Network)

사회 연결망은 사회학에서 개인, 집단, 사회의 관계를 네트워크로 파악하는 개념이다. 즉 개인 또는 집단이 네트워크의 노드(node)이며, 개인과 집단 간의 연결 관계는 링크(link)로 표현한다. 연구자는 네트워크에서 노드와 링크의 관계를 파악하고, 그 의미를 연구하여 사회의 구조를 파악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CBDB(China Biographical Database Project, 中國歷代人物傳記資料庫)가 대표적인 인문학적 사회 연결망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CBDB는 중국역대인물들의 정보를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버드 옌칭연구소가 시스템을 지원하고, 중국 북경대학교에서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한 데이터베이스이다. 본 데이터 베이스는 인물의 생몰년뿐만이 아니라 지역, 관직, 저작 및 인물관계를 제공하고 있으며, 중국 역대 인물들의 모든 데이터 베이스를 제공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China Biographical Database Project(中國歷代人物傳記資料庫)]


한국에서는 성균관대의 한국족보자료시스템에서 족보에 수록된 혈연관계를 바탕으로 관계망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족보 정보에 한정되어 있으며 타 가문과의 연계정보도 극히 제한적으로만 제공하고 있기에 실험적인 단계에 멈추고 있다. 현재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은 고대 동아시아의 간찰(편지) 정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교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한국족보자료시스템]

세계 각 국에서 디지털 인문학이 어떻게 연구되고 있는지 간단하게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은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정리하였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많은 의견 부탁합니다.



한국의 디지털 인문학

한국은 2000년 전후를 기점으로 IMF 경제위기의 탈출구로서 제시된 문화콘텐츠를 바탕으로 “인문콘텐츠”의 개념으로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2002년에 인문콘텐츠 학회가 출범하였고, 학회지 <인문콘텐츠> 을 창간하였다. 정부에서도 2001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을 설립하고 문화콘텐츠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도높게 추진한다. 또한 2005년에는 전국대학문화콘텐츠학과협의회가 발족되면서 점차 제도화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2003년에 7개 불과하던 대학교 콘텐츠 학과들이 2008년 말에는 28개 대학에 설립되게 되고, 2013년에는 57개의 대학이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양적인 팽창과정을 걷게 된다. 그러나 기술적인 기반이나 산업과의 연계가 미약하며, 교과과정을 위한 교수 인력도 부족하며 교재조차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있는 형편이다. 디지털 인문학의 방법론에 집중한 인문정보학계열의 학과로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인문정보학 석사과정이 2007년에, 박사과정이 2011년에 개설되어서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교과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2009년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교는 개원과 동시에 디지털정보융합학과를 개설하고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와 음악정보처리를 중심으로 교과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1995년의 국역 조선왕조실록(朝鲜王朝实录)의 전산화사업의 결과물로서 조선왕조실록(朝鲜王朝实录) CD-ROM이 간행되었다. 국역 조선왕조실록 CD-ROM은 학계뿐만이 아니라 역사애호가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고적의 DB화 작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올라갔다. 1998년 고종ㆍ순종실록이 추가적으로 CD-ROM으로 제작되었고, 2003년에 조선왕조실록 원본을 CD-ROM으로 제작하게 된다.

 

고적의 DB화에 대한 관심이 떠오르게 되면서 1999년부터 한국학중앙연구원과 서울대학교는 각각 소장 중인 고전TEXT에 대한 전산화 작업을 선도해간다.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은 1999년도부터 대규모의 정보화사업을 시작한 이래, 1차에서 현 7차에 이르기까지 22,342책의 자료를 DB로 구축 서비스하고 있으며 규장각에서 소장하고 있는 다수의 국보(7종, 7,078책)와 보물(8종, 28책)을 비롯하여 약 26만여 점에 달하는 고도서와 고문서, 책판 등을 디지털화 시키고 있다. 현재까지 완성된 사업 결과는 규장각 웹에서 목록, 해제, 고지도, 일성록, 등의 디렉토리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시기별 횡적검색 또한 가능하다.

 

1999년부터 지금까지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왕실 도서관 장서각에 소장된 자료와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편찬 간행한 한국학 관련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한국학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왔다. 한국학데이터베이스의 자료가 인터넷으로 무료 서비스 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언제나, 어디에서나 한국학데이터베이스의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5차에 걸친 1단계 사업을 통해 한국학데이터베이스는 한국학 지식정보의 생태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주력해 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을 방문하지 않고서도 장서각에 소장된 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한국학데이터베이스는 한국학 연구에서 자료를 수집하는 시간과 비용을 비약적으로 절감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한국학데이베이스에서 <한국구비문학대계> 편찬의 저본이 된 녹취자료가 서비스되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것이다. <한국구비문학대계> 관련 한국학 연구가 보다 심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학계는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정부에서도 지식정보자원의 디지털화 현황을 조사를 진행하였고, 2001년 1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에 산재되어 있는 지식정보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 보존하고 공공 및 민간 부분에서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지식산업의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지식정보자원관리법>이 공포된다. 지식정보자원관리법의 시행에 따라 인문 분야에서는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의 구축에 들어갔고,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전담하여 운영하는 지식정보자원관리사업 가운데 하나로 시작되어 14개 기관의 역사자료 데이터베이스를 통합메타데이터 방식으로 검색서비스하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는 2002년부터 전국에 산재한 금석문을 모아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1910년)까지 종합적으로 웹상에 구축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석문종합영상DB구축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금석문은 세월의 흐름과 환경적인 요인으로 마모되어 가는 실정이기에, 금석문의 탁본, 실물 등의 영상이미지와 판독과 번역의 텍스트를 수집하여 기록을 보존하는 것을 일차적인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또한 전문 연구가에게는 원문 자료의 활용을 가능하게 하고, 일반인에게는 선조들의 기록문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것으로, 2004년 5월부터 국립문화재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웹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편찬사업은 본래 1980년부터 1991년 편찬 완료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찬 작업의 후속 사업으로 기획되었는데, 2003년부터 10개년 계획으로 전국 시군구의 향토문화 자료를 발굴, 디지털화여 정보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다. 시범 사업의 일환으로 2005년 3월 ‘디지털성남대전’이 개통하였고, 청주ㆍ강릉ㆍ진주 등 후속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초기 고적 DB화의 열풍을 일으킨 조선왕조실록도 2005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전산화작업을 실시하여 국역문과 표점본의 통합서비스 시스템을 개발하여서 인터넷에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2005년부터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주간아래 이루어진 한국역대인물종합정보시스템은 고조선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약 3만 명의 인물정보와 조선시대 과거 합격자와 고려시대 과거 합격자 및 음관정보 등의 약 16만여 명의 인물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한국역대인물종합정보시스템은 이용자들에게 OpenAPI을 제공하여 2차가공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미국의 디지털 인문학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사회에서는 이탈리아의 예수회 신부 로베르토 부사(Roberto Busa, 1913-2011)가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의 저작을 위시한 중세 라틴어 텍스트의 전문 색인을 전자적인 방법으로 편찬한 것을 디지털 인문학의 효시로 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인문학 연구의 새로운 방법에 눈을 뜨게 된 미국과 유럽의 인문학자들은 컴퓨터의 활용을 여러 방면으로 모색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인문학 전산화(Humanities Computing), 또는 전산 인문학(Computational Humanities)이라는 이름으로, 텍스트 및 언어 자원의 색인․통계 처리를 위주로 하였으나, 정보 기술 환경의 급속한 진화와 더불어 그 활용 범위를 데이터베이스와 멀티미디어, 그리고 대규모 원시 데이터에서부터 전자적인 방법으로 의미있는 사실을 찾아내는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그 결과를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시각화(Visualization)로 넓혀 갔다.

 

유럽과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창의적인 인문학 연구자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된 디지털 인문학은 정부 및 민간단체의 재정적인 지원에 힘입어 보다 광범위하게, 적극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인문학재단(NEH, 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이 2008년에 설립한 디지털 인문학 지원단(ODH, Office of the Digital Humanities)의 연구비 지원을 비롯하여, 맥아더 재단(MacArthur Foundation)의 HASTAC Digital Media and Learning Grants, 구글(Google)의 Digital Humanities Research Awards, 앤드류 맬론 재단(Andrew Mellon Foundation)의 디지털화 프로젝트 지원 사업 등이 미국의 대학 사회에서 디지털 인문학 연구가 급진적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5) 영국의 경우, 학술연구 지원 기구인 예술인문연구회(AHRC, Arts and Humanities Research Council)와 경제사회연구회(ESRC, Economic and Social Research Council)의 지원에 힘입어, 옥스퍼드, 케임브릿지, 런던, 셰필드 대학 등이 유럽 디지털 인문학의 선도적인 모델이 되는 연구결과물을 산출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디지털인문학 성과물로는 문서 인코딩의 표준을 제시한 TEI(Text Encoding Initiative)와 동적인 문서편집시스템을 구현한 XTF(eXtensible Text Framework)이 있다. 텍스트 입력을 통한 DB 구축에서는 미국국회의 American Memory나 Online Catalog와 CADAL(China-America Digital Academic Library), Project Gutenberg등이 존재한다. 국제적인 협력사업으로는 International Dunhuang Project가 있다. 현재 각 분과별로 GIS, CAD모델링, 멀티미디어 등의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디지털인문학 학회는 기존의 ALLC(The Association for Literary and Linguistic Computing), ACH(the Association for Computers and the Humanities), SDH/SEMI(the Society for Digital Humanities/Société pour l'étude des médias interactifs)가 합쳐져 ADHO(The Alliance of Digital Humanities Organizations)가 만들어졌고, ADHO에서는 정기적으로 Digital Humanities conference을 개최하고 있다.

 

 


타이완의 디지털 인문학

타이완의 디지털 인문학은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한 민간에서도 종교연구와 대중화의 목적 아래 불교규범자료데이터베이스(佛學規範資料庫, Buddhist Authority Database Project)가 구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불교규범자료 데이터베이스는 비록 불교에 집중되어 있지만, 한중일의 시간정보데이터와 인명데이터 및 지명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구축하고 사용자들에게 공개함으로써 디지털 인문학 방법론을 통한 연구의 기폭제가 되었다.

 

1998년부터는 정부의 강력한 디지털 인문학 지원 정책 아래 중앙연구원(中央研究院)과 국립타이완대학교(國立台灣大學)가 중심이 되어서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타이완의 디지털 인문학은 국가의 주도 아래 디지털 주요문헌 관리 시스템 참고 플랫폼, 작명시스템과 분석식 검색, 디지털 물체와 당안 형식, 멀티미디어와 디지털화 참고 프로세스, 디지털 주요문헌 서비스 시스템 및 다국어 서비스등의 6개 부문의 표준안을 제시되고, 중앙연구원에 의하여 타이완의 모든 디지털 인문학의 기술적인 부분을 지원하는 강력한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주제범위 또한 동물, 식물, 지질, 인류학, 당안, 측량학, 금석탁편, 선본고적, 고고학, 기물, 서화, 신문, 영상음악, 고전적 및 건축물등 다양한 방면으로 확장되어 연구가 진행되었다. 또한 서양학계와의 다양한 학술적 교류를 통하여 아시아 디지털 인문학 연구의 중심으로 인식되고 있다.


타이완의 디지털 인문학 정책은 1998년 5월의 “디지털 박물관 전문안건 계획(數位博物館專案計畫)”으로 시작되어서 지속적으로 국가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 “디지털 박물관 전문안건 계획”은 타이완 특색의 디지털 박물관을 구축한다는 목표로 교육 기능을 함양한다는 실험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2000년 7월  행정원은 “국가 주요문헌 디지털화 계획(國家典藏數位化計畫)”을 수립하고, 2001년 1월 1일부터 국가고궁박물원, 국가도서관, 국립역사박물관, 국사관타이완문헌관, 국립자연과학박물관, 국립타이완대학교 및 중앙연구원 등의 7개 기관의 참여 아래 “국가 주요문헌 디지털화 전문안건 계획”을 시행한다. 1998년부터 2002년의 단계는 타이완의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실험적인 정책 단계이다. 


2002년 5월 천수이볜(陈水扁) 총통의 강력한 지원 아래 타이완 행정원은 “도전2008: 국가발전중점계획(2002 - 2007)(挑戰2008:國家發展重點計畫(2002-2007))”을 의결하게 된다. “도전2008: 국가발전중점계획”에 따라서 기존의 “디지털 박물관 전문안건 계획”과 “국가 주요문헌 디지털화 계획”은 통합한 “디지털 주요문헌 국가형 과학 계획(數位典藏國家型科技計畫)”(http://wiki.teldap.tw/index.php/數位典藏國家型科技計畫)을 집행하게 된다.  “디지털 주요문헌 국가형 과학 계획”은 타이완의 과학기술 발전의 최고책임기관인 행정원 국가과학위원회에서 주관을 하며 교육부, 경제부, 문화부의 차장급 및 중앙연구원, 국립자연과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원, 국립타이완대학, 국립역사박물관, 국사관, 국사관타이완문헌관, 국가도서관 및 타이완성자문위원회 등 9개 관련 기관장들의 이사회(指导小组)을 구성하여 계획에 힘을 실어주었다. 


디지털 주요문헌 국가형 과학 계획은 주제범위로는 동물, 식물, 지질, 인류학, 당안, 측량학, 금석탁편, 선본고적, 고고학, 기물, 서화, 신문, 영상음악, 고전적 및 건축물등 다양한 방면으로 확장되어 연구가 진행되었다. 또한 기술적으로는 디지털 주요문헌 관리 시스템 참고 플랫폼, 작명시스템과 분석식 검색, 디지털 물체와 당안 형식, 멀티미디어와 디지털화 참고 프로세스, 디지털 주요문헌 서비스 시스템 및 다국어 서비스등의 6개 부문의 표준안을 제시하였다. 이로서 타이완 디지털 인문학 발전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었고,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대폭적으로 상승하게 되었다. 


1기 디지털 주요문헌 국가형 과학계획의 성공과 국제적으로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 프로젝트(UNESCO Memory of the World)(http://www.unescomow.org.nz/) 이나 미국 기억 프로젝트(American Memory)(http://memory.loc.gov/) 및 유럽의 유로피아나(Europeana) 계획(www.europeana.eu)의 자극을 받아서 디지털 주요문헌 국가형 과학계획은 2기로 연장되었다. 2007년부터 시작된 2기 디지털 주요문헌 국가형 과학계획은  이는 ”타이완 디지털 주요문헌 확대 계획(拓展臺灣數位典藏計畫)”, “디지털 주요문헌 인문사회경제산업 발전 촉진 계획(推動數位典藏人文社會經濟產業發展分項計畫)” 및 “디지털 주요문헌 세계화 및 국제협력네트워크 촉진 계획(數位典藏海外推展暨國際合作網路推動分項計畫”을 통하여 1기의 성과를 종합하여 기존 주요 문헌에 대한 대대적인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디지털화 된 자료에 대한 응용방안에 대해서 연구 및 국제적인 협력을 강화하여 세계 각 국의 기관들과의 교류 확대을 모색하였다. 또한 “디지털 주요문헌 기술연구 개발 계획(數位典藏技術研發分項計畫)”과 “디지털 주요문헌 인터넷 핵심 플랫폼 계획(數位典藏網路核心平台分項計畫)”을 통하여 디지털 인문학의 실제적인 운영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한편 2003년부터 행정원 국회를 통해서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디지털 도구를 이용한 교육이라는 목표 아래 “디지털 학습 국가형 과학 계획(數位學習國家型科技計畫)”을 실행하였다. 디지털 학습 국가형 과학 계획의 목적은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하여 디지털 교재를 활용한 디지털 교육을 확대 하여 지식경제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국민에 대한 평생교육을 실현이다. 이를 위하여 “전국민디지털학습”, “디지털격차해소”, “행동학습교재개발”, “디지털학습 인터넷과학기지”, “디지털학습기술연구발전전망”, “디지털학습기초연구”, “정책과제 및 인재육성”의 하위 과제를 행정원과 경제부, 국방부, 교육부, 국립고궁박물관, 타이난현정부 등의 주요 정부기관들의 주도 아래 진행하게 된다. 


2008년 타이완 총통이 민주당의 천수이볜(陈水扁) 에서  국민당의 마잉주(马英九)로 정권교체가 된다. 그러나 이전 정권의 핵심 사업 중에 하나이던 타이완의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정책은 기존의 “디지털 주요문헌 국가형 과학계획”과 “디지털 학습 국가형 과학계획”을 통합한 “디지털 주요문헌과 디지털 학습 국가형 과학계획((數位典藏與數位學習國家型科技計畫)”으로 더욱 강력한 국가적 지원을 받게 된다. 정책 자체는 기존의 정책과 큰 차이는 없으나, 기존에 행정원에서 직할로서 계획을 관리하던 것을 중앙연구원이 주관이 되어서 연구적인 성격을 강화하고,  더욱 심도 깊고 다양한 하위 프로젝트을 설계함으로써 디지털 인문학의 심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의 디지털 인문학

중국에서는 디지털 인문학의 기초적인 단계인 디지털화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고전적에 대한 디지털화를 “고적DB화(古籍数字化)”의 이름으로 고적의 이용과 보호를 목적으로 출발하여 컴퓨터 기술을 통하여 언어문자와 도형부호를 컴퓨터가 인지할 수 있는 데이터부호로 전환하여, 고적의 검색, 고적서적목록DB화 및 고적전문DB화를 실현하여 고적문헌 정보데이타를 나타내기 위한 시스템구축작업으로 정의하고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중국의 인문정보학은 고적DB화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발달해 왔기에 도서관학회에서 주도적으로 디지털 인문학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화의 수준이 단순히 종이매체를 컴퓨터로 옮겨 놓는 수준으로서, XML 기술등을 활용한 인명이나 지명등의 고유명사에 대한 태킹 작업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GIS나 e-R&D등을 활용한 심도 있는 디지털 인문학 프로젝트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디지털 인문학을 위한 학회는 존재하지 않는 상태이며, 2011년에 무한대학교(武漢大學)에 디지털 인문학 연구센터(数字人文研究中心)가 생긴 것이 유일하다. 


중국의 디지털 인문학은 민간을 중심으로 발달해왔다. 민간에서 두 가지 큰 줄기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우선 해외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디지털 인문학 연구 시도이다. 특히 하버드 옌칭 연구소와의 협력을 통한  복단대학교의 중국역사GIS(China Historical GIS, CHGIS, 中国历史地理信息系统)(http://www.fas.harvard.edu/~chgis/)와 북경대학교의 중국인물 데이터베이스 프로젝트(Supporting Documents § China Biographical Database Project (CBDB), 中國歷代人物傳記資料庫(CBDB))(http://isites.harvard.edu/icb/icb.do?keyword=k35201) 등은 세계적인 디지털 인문학 모델로서 주목 받고 있다. 그러나 두 프로젝트 모두 디지털 인문학적인 기획과 자금 및 기술이 하버드 옌칭 연구소에서 나왔으며, 복단대학교와 북경대학교는 단순히 데이터를 입력하는 단순작업과 활용하는 실험대상으로 사용되었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중국역사GIS나 CBDB 모두 중국의 디지털 인문학 성과라기 보다는 미국의 디지털 인문학 성과라고 보는 편이 합당하다.


중국 디지털 인문학의 다른 큰 줄기는 도서관학(문헌정보학)에서 추구하는 디지털화 작업이다. 상해도서관은 고전선본전문CD화 프로젝트를 실시하여, 1996년 말 중국고적선본열람ㆍ검색시스템(中国古籍善本查阅系统)을 통하여 모든 전문영상과 일부분의 전문검색을 지원하였다. 요령성도서관은 IBM의 TDI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하여 고적에 대한 DB화를 진행하였다. 1998년에 국가도서관에서는 중국디지털도서관 프로젝트(中国数字图书馆工程를 시작하여 지방지DB, 석비탁본DB, 갑골문헌DB, 각종문헌서적목록DB, 영락대전DB등의 6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그 외에도 20여개의 고적전문DB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는데, 그 중에 비교적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상무인서관(商务印书馆)의 백납본24사 디지털 CD(百衲本《二十四史》电子版光盘)와 중국지방지송대인물자료관리시스템(中国地方志宋代人物资料管理系统), 속자치통감장편전문검색시스템(续资治通鉴长编全文检索系统), 전당시전자검색시스템(全唐诗电子检索系统) 및 2종류의 고금도서집성(古今图书集成)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상징적인 성과로는 문연각사고전서 디지털버전(文渊阁四库全书电子版)(http://www.sikuquanshu.com/)이 있다. 1998년 말, 상해인민출판사(上海人民出版社)와 홍콩적지문화출판사(香港迪志文化出版社)는 <문연각사고전서 디지털버전(文渊阁四库全书电子版)>에 출판되어 부단한 업그레이드를 거쳐서 2007년 3.0버전까지 발표된 상태이다. <문연각사고전서 디지털버전(文渊阁四库全书电子版)>는 unicode과 OCR기술 및 전문적인 교감소스프웨어를 사용하여 다양한 OS에서 구동 가능한 제작기술, 전문검색기술을 선보였다.


또한 중국기본고적고(中国基本古籍库)(http://www.er07.com/product.do?method=findproById&productId=30)는 북경대학교를 중심으로 전국의 각 대학교들이 참가해서 만들어낸 중국정부에 의한 대규모 고적DB화 프로젝트이다. 선진시대부터 중화민국시대까지(BC11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역대 서적 1만 여종, 16만여 권을 전산화시켰다. 사실상 현재 나온 대부분의 고적의 전문과 1∼2개의 영인을 제공합니다. 총합 17억 자, 판본 1만 2천여 개, 영인 1천여만항목에 이르며 용량만 320G을 넘었다. 이는 <문연각사고전서(文渊阁四库全书)>의 3배에 해당한다. 그러나 사고전사나 기본고적도 모두가 XML을 이용한 디지털화가 아닌 단순히 전자 Text을 만들어서 검색기능을 지원하는 수준이며, 상업적인 판매을 위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에 디지털 인문학 연구를 위한 토대로서는 부적절하다.


중국 정부도 1998년부터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电子图书馆工程)을 통하여 주요문헌의 디지털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2002년부터는 중국과학데이타연구소(中国科学信息研究所), 중국과학원문헌정보센타(中国科学院文献情报中心) 및 중국국가도서관(中国国家图书馆)은 국가차원에서 국가데이타도서관표준규범(国家诸子图书馆标准规范)을 제정하려 시도하였고, 2004년에 <디지털도서관표준규범-전문데이타대상에 대한 메타데이타묘사규범数字图书馆标准规范-专门数字对象描述元数据规范>을 통하여 국가표준안을 발표하였다. 또한 2000년대 중반부터는 사고전서와 기본고적고에 대한 인문학자들의 지대한 관심과 타이완의 디지털 인문학의 발전에 자극을 받아 중국의 디지털 인문학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기존 보유 자료들에 대한 명확한 현황 파악 및 목록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2007년부터 문화부 산하 중국국가도서관 주관으로 전국고적일제조사(全国古籍普查)(http://pcab.nlc.gov.cn/initialIndex.action)를 진행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타이완이 80년대에 이미 보유한 고적들에 대한 정리작업을 완료한 것에 비하여, 중국은 아직도 보유한 문헌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기초적인 토대 작업 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방법론인 디지털 인문학을 도입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초보적인 디지털 인문학 발전단계를 밟고 있다. 전체적으로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부족한 상태이며, 차세대 디지털 인문학 연구를 위한 발전 계획도 전무한 상태이기에 향후 10년 동안은 국제적인 협력을 통한 자료 제공 수준의 성과 이외에는 디지털 인문학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울 것이고 보인다. 




일본의 디지털 인문학

일본의 디지털 인문학 연구는 영미권의 영향 속에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고, 정부의 주도적인 정책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민간에서 주요문헌에 대한 개별적인 디지털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소규모 프로젝트성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지 않고 있다. 다만 <대학구조개혁의 방향>을 기초로 추진되고 있는 2002년 문무과학성의 21세기 COE 프로그램(21世紀COEプログラム, The 21st Century Center Of Excellence Program)(http://www.jsps.go.jp/j-21coe/)에서 디지털인문학 거점으로 선정된 리츠메이칸 대학(立命館大学, Ritsumeikan University)(http://www.ritsumei.jp)은 디지털인문학 센터 수립을 통하여 연구를 지원하고, 디지털 인문학적 방법론을 교육을 통해서 차세대 디지털 인문학 연구인력을 양성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리츠메이칸 대학교는 일본문화 디지털 인문학 거점(日本文化デジタル・ヒューマニティーズ拠)(http://www.arc.ritsumei.ac.jp/lib/GCOE/)을 통하여 일본문화데이터베이스 구축, 디지털 아카이브 기술 연구, 지리정보시스템 융합연구등의 일련의 디지털 인문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소방방재청이나 지역정부와 연계하여 조망곤강 보전구역 검색(眺望景観規制検索WebGIS)(http://www.geo.lt.ritsumei.ac.jp/webgis/keikan/)이나 역사도시 교토의 안심안전 3D맵(歴史都市京都の安心安全3Dマップ)(http://www3.rits-dmuch.jp/anshinanzen/)의 실용기술 연구에도 투자하고 있다. 한편 학부과정부터 디지털 인문학 방법론에 대한 교육을 통하여 차세대 인재 양성에 힘 쓰고 있다. 


도쿄대학교도 디지털인문학 융합교육프로그램(http://dh.iii.u-tokyo.ac.jp)을 마련하고 대학원 학생들이 자유롭게 참가하여 이수함으로써 대학원생들의 디지털 인문학 소양을 함양시키고 있다. 교육 과정에는 디지털 인문학 개론부터 시작하여 아카이브 구축, 데이터 마이닝, 멀티미디어, 저작권법 등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다방면의 심도 있는 교육과정을 제공하여 대학원생들의 다양한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만족시켜주려 하고 있다. 






블로그에 자유롭게 쓴 글인데 생각보다 논문에 인용이 되서 당황스러운 심정이다. 개인적으로 블로그글도 학술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학계의 분위기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이에 만약 본 글을 인용하시려거든 다음과 같이 인용하시면 될 것으로 보인다.(내용이 100% 일치하지는 않지만, 기본 개념은 동일하다)


김바로, 『시맨틱 데이터 아카이브의 구축과 활용』, 파주:보고사, 2018.12.10, pp.17~20


김바로, 『시맨틱 데이터 아카이브의 구축과 활용 - 제도와 인사의 관계에 대한 근대(1895~1910) 학교 자료를 중심으로』, 파주:보고사, 2018.12.10, pp.17~20


알라딘 링크


디지털인문학이 요즘 인문학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인문학에 대한 정의조차 제대로 모르면서 "디지털인문학"을 악용하려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각주:1].  디지털인문학 관련 내용을 올리는 블로거로서 최소한의 정의는 소개해야된다는 쓸데 없는 의무감이 생겨버렸다. 




1. 디지털인문학이란 무엇인가?







디지털인문학은 인문학과 정보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이 합쳐진 융합학문이다. 전통적인 인문학의 연구과정에 정보기술의 설계, 구축, 분석, 해석 및 시각화의 과정이 융합되어 탄생된 인문학의 새로운 방법론이며, 학문분과이다. 



2. 디지털인문학의 설계와 구축


우선 전통적인 인문학에서의 수집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역사 연구를 위해서 해당 시대의 사료를 수집하여 정리하였다. 고고학 연구를 위해서 직접 발굴을 해서 연구자료를 획득하고 정리했다. 물론 1차적인 자료 뿐만을 수집하고 정리한 것이 아니다. 해당 분야에서 과거의 연구 성과를 모아서 연구사 혹은 선행연구를 정리한다. 


1) 1차 자료 정리

2) 연구사(선행연구) 자료 정리


그런데 현재 인문학계는 과거에 비해서 거대해졌다. 과거에는 사서삼경과 관련 도서 몇 백권이 유일한 1차 자료였고, 연구사 자료였다. 그러나 현재는 조선전기 정치사를 전공했다면, 같은 조선전기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민속사 영역으로 가면 연구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역사학계 자체 내에서 이런 상황이니 다른 학문(정치학, 예술학)으로 가면 일자무식이라고 해도 빈말이 아닌 상황이다. 


현재 학계는 방대해진 연구 성과에 짖눌려 있다. 현재 인문학의 가장 큰 숙제는 과거와는 상대도 되지 않는 방대한 자료의 처리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일개 개인의 힘으로 단일 학문의 모든 연구자료와 연구사를 검토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정보기술이 현재로서는 유일무이한 해답이다. 

1)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1차자료와 연구사를 수집-정리

2)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개인에게 필요한 1차자료와 연구사를 제공

 

실제로 유럽의 모든 문화유물의 데이터를 총망라한 "유로피아나"나 미국 관련 모든 자료를 디지털화한 "아메리카메모리"와 같은 서양의 디지털 인문학 프로젝트를 통해서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인문학을 어떻게 수집-정리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실 멀리 볼 것도 없이 "조선왕조실록"이나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만 하더라도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성과이다. 그리고 이렇게 "잘" 정리된 자료는 자연히 개인에게 방대한 정보에서 자신이 필요한 정보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기술을 활용한 방법론도 제공하고 있다. 


쉽게 생각해보자. 디지털화된 논문정보를 제공하는 DBPIA나 KISS 혹은 RISS을 통해서 우리는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원하는 논문을 검색하게 되었는가?! 이제 논문 뿐만이 아니라 인문학 자체를 디지털 자료로 이식하면 어떤 효과가 있겠는가?! 


그런데 아날로그의 지식을 컴퓨터가 이해 가능한 데이터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의 지식 체계를 컴퓨터에게 알려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데이터 설계 혹은 온톨로지 구축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인문학 영역 아날로그의 지식 체계는 디지털 영역의 전문가들에게 접근이 힘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한 영역이다. 그렇기에 대상 지식 체계를 파악하고 있는 인문학자의 힘이 필요하다. 






3. 디지털인문학의 분석(디지털 추론)

역시 전통적인 인문학에서의 분석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수집된 자료를 이용해서 분석하고 기존의 자료 이상의 내용을 추론해낸다. 조선시대의 복식을 재현해내고, 조선시대의 음식을 재현해낸다. 사회의 구조를 파악하고, 인류에게 최선인 사회 구조가 무엇인지를 예측한다. 


그런데 과거에 비하여 기가급수적으로 늘어난 연구성과들을 모두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아무리 디지털화된 자료를 이용해서 최대한 빠르게 자료를 수집-정리할 수 있다고 하여도 개인의 힘으로는 방대해진 데이터를 파악하고 분석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개인의 분석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인간의 수명을 늘려야 하나? 게놈인간을 만들어서 지능을 올려야 하는가? 현재 가장 타당한 해법은 정보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추론"이다.


사실 "디지털 추론"은 이미 상업 영역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일정한 알로리즘(논리)을 통해서 맞춤형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으로 유명한 아마존 닷컴은 수 많은 고객데이터를 컴퓨터를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해당 고객이 구매한 물품을 토대로 구매 가능성이 높은 물품을 추천하고 있다. 우리가 요즘 자주 말하는 "빅데이터"의 동반자인 "데이터 마이닝"이다. 




혹자는 정보기술이 모든 분석을 수행하면 더 이상 학자가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보기술은 수백만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알고리즘(논리)에 의해서 처리하는 기술을 제공할 뿐이다. 분석방법인 알고리즘(논리)는 인간의 판단을 기다릴 뿐이다. 


실제로 인문학의 영역중에서 언어학과 사회학에서 "디지털 추론"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말뭉치(코퍼스) 분석은 방대한 언어데이터를 분석하여 유의미한 결론을 유추하고 있다. 물론 정보기술 없이 개인이 언어데이터을 통해서 유의미한 결론을 유추할 수도 있다. 인간의 수명이 백만년정도 된다면 말이다. 사회학에서는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서 다양한 관계망 분석을 시도하였고, 사회의 구조를 밝히는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SNS 분석이나 의미망 분석과 같은 응용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디지털화는 어디까지나 디지털 추론을 위한 자료수집에 불과하다. 

어떤 인문학자가 자료 수집-정리만을 하고 분석이 필요 없다고 할 것인가?! 



4. 디지털인문학의 해석

분석은 연구 대상을 자르고 나누는 행위를 말한다. 다시 말해서 연구 대상에 대한 모든 자료를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수치화하는 방법론을 말한다. 그 동안 기존 인문학에서 분석과 해석을 구분하지 않고는 하였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한 명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해석하고 있었기에 구분이 무의미하였다. 그러나 전문화된 현대의 학문에서 "수치화"의 분석과 "의미부여"의 해석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디지털인문학의 해석 영역은 대부분 기존 인문학에서 몇 천년동안 정립해 온 해석 방법론을 승계하고 있다. 디지털인문학은 어디까지나 디지털에서 수행하는 인문학 연구 방법론이며, 그 동안 기존 인문학이 해석에 "매몰"되었던 것을 탈피하고, 일정 이상의 자료와 분석결과를 통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 강조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디지털인문학은 범용 방법론으로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기존 인문학 방법론의 다양한 해석 방법론들을 폐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반대로 디지털인문학은 새로운 해석 방법론에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 동안 축적되어 온 기존 인문학의 해석 방법론을 재활용하는 것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디지털인문학에서는 해석의 영역을 그다지 크게 강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기존 글에서는 해석 영역에 대해서 서술하지 않고, 오프라인의 강의에서만 부과적으로 설명을 했더니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추가했습니다.)




5. 디지털인문학의 시각화

역시 전통적인 인문학에서의 출력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정리된 글을 논문발표, 서적출판 등의 형식으로 출력하였다. 심지어 최근에는 논문과 서적 모두가 이미 디지털화되어서 프린트를 통해서 출력되고 있다. 그런데 어차피 이미 디지털화된 것을 굳이 다시 종이 매체로 만들 필요가 있는가? 연구성과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여 인간의 지식영역을 빠르게 확장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특히 인문학의 고유 관심자인 교육의 영역에서 상당히 많은 방법론의 모색이 있다. 정보기술을 통해서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장애를 벗어나서 교육자료를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인기를 끈 "정의란 무엇인가?"는 하버드 대학교의 강좌가 온라인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었기에 한국에도 알려졌고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한국에서 중고등학생의 기본 옵션이 되어버린 인터넷강의(인강)도 강사가 한 번의 촬영을 통해서 수 많은 학생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디지털 인문학의 출력에서 교육이라는 목적이 강조되고 있으며, 현재로서 가장 성공적인 수단이 인터넷 동영상 강의인 것은 맞다. 그러나 강의는 하나의 지식체계에 대한 전달 방식으로서 유용하다면, 단일 지식 혹은 특수한 지식의 전달 방법에 대한 다양한 시각화의 방법도 끊임 없이 모색되고 있다. 


예를 들어서 모든 의복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놓고 분석을 하였더라도 관련 연구자나 사극 작가가 해당 데이터에 손쉽게 접근할 수 없다면 어떻게 쓸모가 있을 수 있겠는가?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방법 뿐만이 아니라, 성과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다양한 계층에게 전달하느냐도 인문학의 중요한 목적 중에 하나이다. 




6. 디지털인문학에 대한 오해

본인이 가장 걱정되는 것은 디지털 인문학을 어느 특정 인문학 분야가 선점을 해서 마치 특정 인문학 분야의 방법만이 디지털 인문학의 전부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디지털 인문학의 수집은 현재 문헌정보학이나 기록학에서 선도하고 있고, 디지털 인문학의 분석은 언어학과 사회학에서 선도해가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인문학의 출력은 교육학의 영역에서 선도해가고 있다. 그리고 각각은 모두가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문헌정보학, 기록학, 언어학, 사회학, 교육학에서 다루고 있는 새로운 방법론은 분명히 디지털 인문학이다. 그러나 착각하지 말아야 될 것은  단순히 디지털화만 잘한다고 디지털 인문학이 아니다. 디지털 인문학의 일부일 뿐이다. 디지털 분석만을 잘한다고 디지털 인문학이 아니다. 디지털 인문학의 일부일 뿐이다. 단순히 시각화를 잘한다고 디지털 인문학이 아니다. 디지털 인문학의 일부일 뿐이다.


디지털인문학은 데이터설계-데이터구축-분석-해석-출력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종합학문분과이다.







  1. 디지털만 붙이면 사람들이 무조건 좋게 봐줄 것이라고 생각했나?!....허허허.... [본문으로]

3. 인문학의 미래, 인문정보학의 전망


  기독교의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方舟)’는 세상이 대홍수로 사라질 때 옛 세상에 속했던 동물들을 그곳에 태워 새 세상으로 이주시키는 역할을 했다. SF 영화나 소설 중에는 지구가 재앙을 맞아 사라지게 되었을 때 거대한 우주선이 인류를 싣고 은하계 건너편의 새 지구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도 있다. 이것은 신화나 소설 속에만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수십 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사이버 공간이라는 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고 옛 세계에 속했던 많은 것이 그곳으로 옮겨 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책을 판매하는 서점도, 세계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은 백화점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식을 담고 있는 백과사전도 예전에 그것들이 있었던 실재 세계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사이버 공간으로 이주해 간 것이다.  현재로서는 현실 세계의 일부분이, 그러나 미래에는 좀 더 많은 부분이 그곳으로 옮겨갈 것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는 인류가 수천년의 역사 속에서 만들고 쌓아온 유산들을 인류 문명의 새로운 거주 공간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수많은 방주들이 건조되고, 짐을 싣고, 닻을 올리고 있다. 인문정보학은 인문지식의 사이버 이주를 위한 방주를 띄우는 일이다.


  컴퓨터의 대중화가 시작된 20년 전부터 오늘까지 인문지식의 디지털화는 종이에 적힌 글자를 디지털 코드로 전환하는, 문자의 디지털화 위주로 진행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작지 않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었다. 문자 검색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정도의 변화는 사이버 환경의 특성에 충분히 적응한 모습으로 볼 수 없다. 앞에서 살펴본 인문정보학의 과제들은 인문지식이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여 가치있는 문화콘텐츠가 되기 위한 요건들이다.



  인문지식을 디지털 환경에 적응시키는 방법의 많은 부분은 정보 과학이나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이루어낸 기술적 성과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요소들을 특정 분야의 인문 지식에 적용하여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그 분야 인문 지식에 관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그 일은 단순히 확정된 기술을 인문 지식에 도입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인문 지식의 내용과 특성에 따라 적용할 기술을 변경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을 수반해야 하는 일이다.[각주:1]



  그렇다면, 인문지식을 배경으로 하는 연구자가 정보기술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것은 용이한 일인가?  중요한 사실은 ‘정보기술’이 결코 ‘정보기술 전문가’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인문학’이 인문학 교수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과 같은 논리이다. 정보 기술 분야의 전문 연구자들은 현재 기술의 한계에 도전하여 더욱 발전된 새 기술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한다. 그것이 그들의 일이다. 하지만 일단 만들어진 기술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그 운용의 주체가 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학습이 필요하다. 휴대폰 하나를 새로 장만해도 그 사용법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고, 카메라 하나를 새로 사도 그것을 잘 쓰기 위한 공부가 필요한데,  인문지식을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하고자 하는 사람이 그것을 이루어내는 기술적인 방법에 대한 학습과 연구를 도외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문정보학의 교육 프로그램은 인문지식을 디지털 세계에 소통시키는 데 꼭 필요한 요소 기술들을 선별하고, 인문 지식의 전문가가 그것들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인문정보학을 배우고, 연구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21세기의 디지털 문명 속에서 인문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인문정보학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문정보학이 가르치는 디지털 텍스트와 하이퍼미디어는 아날로그 시대의 글쓰기와 책 출판을 대체할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인문정보학을 독립된 전공이나 분과학문으로 보기보다는 인문학의 학습과 연구를 위한 기초 소양 과정으로 인식할 수 있다. 한편 인문학 연구 분야 중에서도 방대한 사료 속 데이터의 분석이라든가 언어 자원 처리, 지리 정보의 수집 분석 등 데이터 처리를 수반하는 연구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학제간 교육의 차원에서 좀 더 심화된 수준의 인문정보학 교육을 이수할 필요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에서 이 분야의 연구 수준은 매우 취약하며, 연구 효율 제고를 위한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인문학 연구 성과를 이용한 다양한 응용 연구, 디지털 환경에서 인문 지식을 사회화 하는 지식 콘텐츠의 개발에 관심을 둔 사람은 문화콘텐츠학의 일환으로, 또는 직접적으로 인문정보학을 전공으로 삼아 인문지식의 디지털 정보화 기술과 그것의 이론적 배경을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다. 이들은 사회에 진출해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획․개발자, 공공 영역에서 지식 자원의 사회적 수집․공유․활용을 촉진하는 정보 관리자, 디지털 인문 지식의 생산과 소통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인문정보학 전문 연구자로서 활동하게 될 것이다.



  사이버 세계는 단순히 아날로그 신호가 디지털 신호로 전환된 세계가 아니다. 현실 세계에서 불가능했던 일이 그곳에서 가능해지기도 하고, 현실 세계에서 지배적이었던 논리가 그곳에서는 아예 의미 없게 되기도 한다. 이주하려는 곳의 환경이 기존에 살던 곳과 전혀 다르다면, 그 다른 점을 수용하고, 새로운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문 지식을 사이버 세계로 이주시키는 인문정보학의 과업은 인문지식이 그곳에서 새로운 힘을 얻게 하는 일이다. 



본 내용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정보학 김현 교수의 "인문정보학"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1. 김현, 「인문콘텐츠를 위한 정보학 연구 추진 방향」, 2003. 6. 『인문콘텐츠』 1 [본문으로]


우리는 인터넷 상의 지식 정보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가 지식의 작은 조각을 만들어내고, 다른 누군가가 뜻을 통하게 하는 연결 고리를 만들고,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원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이다.  그런데 그러한 일련의 일들이 체계 없이 무질서하게 엮어지는 것과 일정한 목표와 방법을 가지고 수행되는 것 사이에는 결과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보다 유용하고, 신뢰할 수 있고, 더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식 정보의 생산을 위해서는 전략과 기술의 개발, 그리고 그것을 운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육성이 필요하다.

  인문정보학은 인문지식의 정보화에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탐구 주제로 삼는다. 정보 처리 기술 수준으로 이야기하자면, 가장 낮은 단계의 데이터 입출력 문제에서부터 정보과학의 궁극적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구현에 이르기까지, 거기에 인문 지식이 결부되는 과제들은 모두 인문정보학의 과제일 수 있다. 그 가운데 실용적인 측면에서 문화콘텐츠의 제작과 직결된 것을 우선적으로 꼽는다면 인문학적 지식을 디지털 미디어에 탑재하여 사이버 공간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텍스트 편찬 기술, 그리고 ‘읽고 이해하는’ 대상이었던 인문지식 콘텐츠를 ‘보고 느끼는’ 감성적 체험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인문지식의 시각화 기술을 들 수 있을 것이다.



2) 시각적 인문학

  시각적 인문학(Visual Humanities)이란 인문지식을 시각적인 형태로 전환하여 그 활용성을 높이려는 시도이다.

  시각적 인문학의 한 분야는 인문학 지식으로 의미를 갖는 데이터의 관계망이나 통계적 수치를 그래프 형태로 시각화하는 것이다.  ‘족보(族譜)’의 내용을 정보화하는 것을 예로 들어 보자.

  족보(族譜)에는 한 집안의 여러 세대에 걸친 가계가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은 문자로만 기술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하나의 형식을 예로 들면, 한 장의 지면을 5~7 개의 단으로 나누고 각 단에 한 계대의 자손을 기록함으로써 여려 대의 가승(家乘)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종이라고 하는 매체만을 사용할 수 있던 시절, 우리의 조상들이 만들어낸 가장 우수한 지식의 시각화 기술 가운데 하나이다.

  디지털 기술로 지면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우리는 새로운 방법으로 전자 족보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전자 족보가 전통적인 족보의 형식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그것은 족보라는 책을 디지털 매체에 옮겨 놓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하고자 것은 그 책에 담겨 있는 사실(fact)을 전자적인 방법으로 재현하는 것이다. 디지털 족보의 가상 지면 상에서는 가계도를 새로운 모양으로 보여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수를 제한할 필요가 없이 수백 년 간의 가계도를 하나의 그래프로 그려낼 수도 있다.


   


         [그림 3] 전통적인 족보의 계대 정보 / 팬 차트 형태로 시각화 한 계대 정보



  여러 집안 족보를 표준화된 형식의 데이터베이스에 수록하면 그것은 훨씬 더 의미있는 지식 콘텐츠로 재탄생하게 된다. 문중간의 혼맥(婚脈)을 찾아내고 그 관계를 데이터망의 시각화 기술을 통해 그래프로 표현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조선시대의 과거 급제자 명부인 문무과방목에서 추출한 인명 데이터를 여러 문중의 족보 DB와 연계하여 동일인을 찾고 그 관계성 데이터를 시각화하면 조선시대의 정치적 엘리트들의 혈연 지도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확산과 더불어 그 네크워크의 양태를 분석하고자 하는 수요가 일어나면서 데이터망 시각화 기술의 이용은 예전보다 훨씬 용이해졌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과 접목했을 때 의미있는 지식 콘텐츠로 재탄생할 수 있는 인문지식 데이터를 생산하는 일이다.




                      [그림 4] 영·정조 5개 가문의 가계와 혼인 관계망[각주:1]


  보다 넓은 의미의 시각적 인문학은 인문지식을 전달하는 텍스트가 문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시각적인 미디어를 통해 표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문지식은 수천 년 동안 ‘글’이라는 이름의 문자 중심 텍스트의 형식으로 기록되고 전승되어 왔다. 그 영향으로 인문지식은 곧 글, 그리고 그 글을 담은 종이 책으로 대변된다. 하지만 오늘날의 독자들이 흡수하는 지식의 텍스트는 반드시 전통적인 책이나 글의 형식을 따르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TV를 통해 방영되는 다큐멘터리라고 하는 장르의 영상물은 이미 여러 가지 척도에서 책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 네트워크가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 유통의 무대가 되면서, 책 속의 글과는 다른 모습의 텍스트가 요구되기 시작했다.

  디지털 정보 시대의 인문지식 수요를 겨냥한 시각적 인문학은 전통적인 문자 텍스트와 뉴미디어 상의 시각적 자료가 적정한 문맥으로 엮여져서 감성적인 멀티미디어 텍스트로 재탄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 마을의 자연 환경, 역사적인 유래와 유적, 그곳 주민들의 생업과 문화적인 이벤트, 특산물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여 기록한 학술 보고서를 예로 들어보자. 참고 도판 몇 장이 들어 있을 뿐, 대부분의 텍스트가 문자로만 기술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학계의 전문가들에게나 유용한 딱딱하고 지루한 자료로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이야기되는 모든 사실과 인물들이 마을이라는 공간과 그 마을이 지내온 시간의 어느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인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고, 그것이 묘사하는 환경과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눈으로 보는 장치를 마련하면, 이 딱딱한 학술 보고서는 그 자체로 즐기면서 배우는 문화콘텐츠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조선시대 왕궁의 건축과 조경, 왕실의 혼인 등 갖가지 의례, 궁중에서 벌이는 다양한 연희와 놀이, 왕자와 공주에 대한 교육...... 건축학, 역사학 예술학, 교육학 등 분과학문 분야에서 제각기 따로따로 이러한 문제를 탐구하지만 그것은 ‘궁중’이라는 일정한 범위의 공간 내에서 밀접하게 연관되어 존재했던 것이다. 조선시대 궁중을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재현하여 조선왕실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수용하는 무대로 만들고, 그 안에서 독자들이 알고자 하는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게 하고, 자연스럽게 좀 더 깊은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킬 수 있게 한다면, 전통시대의 역사 문화에 대한 학습은 힘들고 따분한 일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듯 흥미진진하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산과 언덕, 강과 호수와 같은 자연 지형이나 전각, 누정, 불탑과 같은 건축물을 디지털 공간에 3차원 형상으로 재현하는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해 있다. 이른바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라고 하는 기술 분야의 연구 개발 성과에 의한 것이다.

  자연 지형을 실물에 가까운 형태로 가상화 하는 기술은 지리 정보 시스템(GIS,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s) 연구를 통해 발전하고 있다. 인공위성에서 조밀하게 측정한 지표면의 고도 데이터를 입체적인 지형 그물망(Terrain Mesh)으로 형상화하고, 그곳에 위성 사진이나 항공 사진을 통해 얻어진 이미지를 입혀서 자연의 실제 모습을 닮은 3차원 영상 지도로 만드는 것이다. 지형 그물망 데이터는 군사적인 목적으로 쓰일 정도의 정밀한 것 외에는 많은 부분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그림 5] 지형 그물망



  건물과 같은 인공축조물의 가상화는 레이저 스캐너(Laser Scanner)를 통해 대상물 표면의 요철(凹凸)을 측정하고, 그 각각의 화소에 광학적 카메라로 포착한 색상을 입히는 방법으로 구현한다. 건축 문화재를 관리하는 분야에서는 보수를 위해 해체 복원 작업을 할 때나, 화재등의 사고로 실물을 잃었을 때 원형에 가깝게 재현할 수 있도록 이 기술을 사용하지만, 여기에서 생산된 데이터는 그 문화재의 역사성과 문화적 의미를 탐구하는 목적으로도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다.





[그림 6] 숭례문 3D모델[각주:2]



  사물의 움직임을 가상 세계에 옮겨 놓은 작업은 모션 캡쳐(Motion Capture, Motion Tracking) 기술을 활용한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제작 등에 주로 쓰이던 것인데 최근에는 인문․예술 분야의 연구나 지식 콘텐츠 제작 목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신체의 움직임을 전자적인 신호로 전환하고, 그 데이터에 따라 컴퓨터 프로그램 상에서 아바타가 움직이게 하는 이 기술을 통해 전통 무용의 춤사위, 무예의 몸놀림, 한방 체조의 몸동작 등을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다.



[그림 7] 모션 캡쳐링을 이용한 움직임의 디지털화[각주:3]



  자연지형이나 인공축조물의 3D 모델링은 현실과 닮은 3차원 공간을 느낄 수 있게 하기 때문에 가상현실 시스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모션 캡쳐링도 정적(靜的)이었던 가상세계에 생동감을 주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실물의 형상을 수치화하고, 그 수치 값을 영상 신호로 환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물의 본래의 아름다움을 감동적으로 재현하는 것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상을 눈으로 보면서 느끼는 감성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매체는 렌즈를 통해 포착된 이미지 - 사진(Photography)이다.



  과거에 필름이 하던 역할을 디지털 촬상소자(撮象素子)가 대신하게 되면서, 카메라는 셔터를 누르는 순간 디지털 데이터를 생산하는 장비가 되었다. 요즈음은 거기에 갖가지 자동화 기능이 더해져서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인문지식의 시각화 자료 가운데에는 카메라로 찍은 스틸 이미지의 비중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제작이 용이할 뿐 아니라 의미있는 대상을 명시적으로 포착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고품질 지식 콘텐츠로 쓰일만한 사진을 제작하는 것은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인문 지식 콘텐츠 제작자들은 전통적인 사진학의 성과를 보다 진지하게 이해하고 수용할 필요가 있다. 아날로그 필름 시절부터 사진학에서 다루어 오던 렌즈의 미학은 상당 부분 디지털 콘텐츠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한 지점에서 여러 방향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그것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합성하여 얻어낸 넓은 화각의 스틸 이미지를  파노라마 사진(Panoramic Image)이라고 한다. 화각을 상하 사방 360°까지 넓히게 되면 광학적인 3D 영상이 만들어진다.  누정(樓亭)과 그곳에서 바라보이는 산과 강, 사찰이나 서원, 향교의 건물 배치, 전각 내부의 4면의 모습 등 시선을 어느 한 곳에만 고정하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이 360° 전방위 영상은 생생하게 전달해 줄 수 있다.



[그림 8] 누정 안에서 촬영한 360° 파노라마 이미지


  유․무인 항공기를 이용하여 50~300m 고공에서 파노라마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항공 파노라마(Aerial Panoramic Photo)라고 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방법으로 한 마을이나 지리적 환경과 취락 구조를 한 눈에 알 게 할 수 있다.  일정한 경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360°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동영상 VR도  파노라마 사진 촬영을 기반으로 하는 응용 기술이다.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주변의 환경을 살피는 생태 탐사, 재개발 이전 산동네의 좁은 골목길을 걸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의 구현 등에 응용된다.


  이와 같이 다양한 가상화 기술을 통해 어떤 대상을 감성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멀티미디어’(multimedia)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과거에는 문자, 음향, 영상 등을 별도의 매체에 저장할 수밖에 없었는데, 오늘날의 기술은 그것을 한꺼번에 담아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얻게 된 이름이다. 하지만 각각의 가상화 기술은 대상의 특정한 일면을 포착하고 재현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모노미디어’(monomedia)에 머물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진정한 멀티미디어는 다양한 모노미디어를 의미있게 조합하여, 종합적인 세계를 형상화하고 그 속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문자 텍스트와 함께 다른 미디어의 콘텐츠를 종합적으로 엮어내는 것을 하이퍼미디어(hypermedia)라고 한다. 의미의 연결고리를 좇아 무수한 텍스트 조각들이 자유롭게 연결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하이퍼텍스트(hypertext)라고 하는데, 하이퍼미디어는 그 연결이 종래의 문자 텍스트에 한정되지 않고 오감으로 체험하는 멀티미디어 콘텐츠로까지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인문정보학이 추구하는 시각적 인문학은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술이 물리적인 형상의 가상화에 머물지 않고, 인문학적 연구가 찾아낸 무형의 지식이 그 안에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하이퍼미디어는 개별적인 모노미디어들을 의미있는 문맥(context)으로 엮어내는 ‘조합의 기술’이다.

  유서 깊은 역사성과 아름다운 건축미를 지닌 옛집을 디지털 세계에 재현하는 일을 생각해 보자. 그 건물은 아무데나 자리한 것이 아니라 산세와 물줄기, 풍광을 모두 고려하여 선택된 곳에 지어졌을 것이다. 자연 형상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3D 전자지도는 그 터의 풍수지리적 입지를 보여 줄 것이다. 안채와 사랑채 등 분별과 소통의 문화를 담고 있는 건물의 구조와 외관은 360° 파노라마 사진으로,  부엌과 곳간에 남아 있는 옛 기물은 클로즈업 스틸 사진으로 묘사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연못가의 정자에서 연주되었을 거문고 연주는 동영상으로, 마당에서 벌어진 남사당의 기예는 모션 트래킹에 의한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하여 그 흥취를 되살려 볼 수 있다. 그리고 건물 곳곳에 붙어 있는 현판(懸板)과 주련(柱聯)의 글씨와 해석, 그곳의 주인이었던 사람들의 이력과 업적, 그들이 남긴 서간(書簡)과 일기(日記) 등을 유관한 시각적 장면과 연결된 하이퍼텍스트로 제공할 수 있다.

  전자지도나 파노라마 영상, 동영상 등이 단순히 텍스트의 의미 전달을 도와주는 삽도(illustration)로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으로 문맥을 만들고 텍스트의 흐름을 이끌어 가게 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다른 미디어의 콘텐츠를 매개해 주는 문맥 구현자(Context Builder)[각주:4]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모노미디어와 그 사이의 연결고리를 디지털 텍스트로 기술하거나 표준화된 형식의 메타데이터(metadata)로 제작하는 방법, 그 정보를 체계적으로 편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database)의 구축,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인터페이스 규약을 디지털 텍스트 상에 적정하게 활용하는 방법 등이 ‘조합의 기술’을 지향하는 하이퍼미디어의 세부 과제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단편적인 하나 하나의 미디어는 이야기(storytelling)로 엮이게 되고, 그 눈으로 보는 이야기를 통해 생동감 있는 지식의 전달이 가능해질 수 있다.

  하이퍼미디어의 구현을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기술을 이해하고 그것의 운용 능력을 얻는 것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과제는 그 기술을 가지고 전달하고자 하는 원천 지식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이다. 그 토대 위에서만 무엇을 어떠한 형태로 시각화할지, 그리고 그것을 어떠한 문맥으로 조합할지를 정하는 판단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 내용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정보학 김현 교수의 "인문정보학"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1. 이재옥, 「혼인 관계 분석을 위한 족보 데이터베이스 개발 연구」, 2010. 12. 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학원 석사학위 청구 논문 [본문으로]
  2. 문화재연구소 제작 [본문으로]
  3.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닷컴(http://www.culturecontent.com) [본문으로]
  4. 김현, 「하이퍼미디어: 인문지식의 새로운 형식을 찾아서」, 『인문정보학의 모색』 (2012. 12. 북코리아) p. 818 [본문으로]

우리는 인터넷 상의 지식 정보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가 지식의 작은 조각을 만들어내고, 다른 누군가가 뜻을 통하게 하는 연결 고리를 만들고,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원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이다.  그런데 그러한 일련의 일들이 체계 없이 무질서하게 엮어지는 것과 일정한 목표와 방법을 가지고 수행되는 것 사이에는 결과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보다 유용하고, 신뢰할 수 있고, 더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식 정보의 생산을 위해서는 전략과 기술의 개발, 그리고 그것을 운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육성이 필요하다.

  인문정보학은 인문지식의 정보화에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탐구 주제로 삼는다. 정보 처리 기술 수준으로 이야기하자면, 가장 낮은 단계의 데이터 입출력 문제에서부터 정보과학의 궁극적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구현에 이르기까지, 거기에 인문 지식이 결부되는 과제들은 모두 인문정보학의 과제일 수 있다. 그 가운데 실용적인 측면에서 문화콘텐츠의 제작과 직결된 것을 우선적으로 꼽는다면 인문학적 지식을 디지털 미디어에 탑재하여 사이버 공간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텍스트 편찬 기술, 그리고 ‘읽고 이해하는’ 대상이었던 인문지식 콘텐츠를 ‘보고 느끼는’ 감성적 체험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인문지식의 시각화 기술을 들 수 있을 것이다.


1) 디지털 텍스트

  디지털 텍스트란 지식을 전달하는 문자 언어를 디지털 미디어에 전자적인 신호로 기록한 것을 말한다.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하여 컴퓨터 속에 저장한 한 편의 글도 넓은 의미의 디지털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워드프로세서로 만든 문서는 종이에 출력하여 사람이 읽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갖는 디지털 텍스트는 기계(컴퓨터)가 읽고 해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종이에 쓰일 때에 얻을 수 없었던 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컴퓨터와 정보 통신 네트워크, 모바일 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까지 대중화된 오늘날의 사회에서 우리는 이미 디지털 텍스트의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다. 매일 매일 접하는 인터넷 상의 모든 웹(Web) 문서들이 모두 다 디지털 텍스트이다. 그러한 문서들이 종이 책의 텍스트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그것이 어느 나라, 어느 기관의 서버에 있든, 인터넷 포털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검색과 열람이 가능하다. 그리고 적지 않은 양의 웹 문서에는 그 문서상에서 내용적 관련성을 가진 다른 문서를 찾아갈 수 있는 연결고리가 포함되어 있다.

  다른 문서에 대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전자 문서를 하이퍼텍스트 문서(Hypertext Document)라고 한다. 이미 현대인들의 생업과 여가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가 되어 있는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은 하이퍼텍스트 문서를 저장하고 있는 컴퓨터의 범세계적인 집합이다. 하이퍼 텍스트는 종이에 쓰였던 텍스트가 디지털 신호로 전환되었다는 점 외에, 그 문서의 이곳, 저곳에 태그(tag)라고 불리우는 특별한 표시가 기입되어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예시 1] HTML 문서

  <html>
        <head>
                <title>웹 사이트 목록</title>
        </head>
        <body>
                <a href="http://www.humancontent.or.kr">인문콘텐츠학회</a><br/>
                <a href="http://www.aks.ac.kr">한국학중연구원</a><br/>
                <a href="http://www.digerati.kr">인문정보학</a><br/>
        </body>
</html>


  순수하게 문자나 삽도만으로 이루어진 기본 텍스트(Plain Text)에 이와 같은 태그를 기입하는 것을 마크업(markup)이라고 한다. 순수한 텍스트는 사람에게 읽히기 위한 것이지만, 여기에 부가된 태그들은 기계(컴퓨터)가 읽고 해석하며, 지시된 기능을 수행하게 한다. 이를 테면 <titlle>....... </title>이라는 태그는 표시된 부분이 그 문서의 제목이니 제목으로 취급하라는 의미이고, <a href="url“> ...... </a>라는 태그는 그곳을 클릭하면 "url"(Uniform Resource Locater)로 지시되는 곳(월드 와이드 웹 상의 주소)의 문서로 이동하라는 의미이다.


  이와 같이 미리 약속된 몇 가지 태그를 기입하여 월드 와이드 웹 상에서 통용될 수 있도록 한 문서를 HTML(Hyper Text Markup Language) 문서라고 하는데, 이는 하이퍼 텍스트 링크 기능을 위주로 하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디지털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텍스트 속에서 특정한 의미를 담고 있는 부분을 명시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컴퓨터로 하여금 더욱 다양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게 한 또 하나의 약속 체계가 XML(eXtensible Markup Language)이다. HTML의 태그는 미리 만들어진 것을 쓰는 것인 데 반해, XML의 태그는 문서 제작자가 새롭게 정의할 수 있고, 그 각각의 태그에 대해 컴퓨터가 어떠한 처리를 할 것인지를 지시할 수 있다. 다음은 XML 문서로 만들어진 디지털 텍스트의 한 예이다.


[예시 2] XML 문서

2-1. 원시 데이터


敎旨
  吳性鎰爲鬱陵島島監者.
光緖十六年九月 日



교지
  오성일을 울릉도 도감으로 임명함.
광서 16년 9월  일






2-2. XML 문서: 고문서

<고문서 유형="교지">
        <표제>敎旨</표제>
        <본문><인명 성격="수급자">吳性鎰</인명>爲<지명>鬱陵島</지명>島監者</본문>
        <일자 성격="발급일" 서력="1890"><연호>光緖</연호>十六年九月 日</일자>
</고문서>



2-3. XML 문서: 위치 정보

  <공간정보 유형=“기관”>
        <명칭>독도박물관</명칭>
        <주소>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581-1</주소>
        <위치>
                <위도>37.48332</위도>
                <경도>130.9008</경도>
        </위치>
</공간정보>


  우리는 [2-1] 문서에 쓰인 오성일(吳性鎰)이 사람 이름이고, 울릉도(鬱陵島)가 지역 이름이라는 것을 알지만, 컴퓨터는 그것을 인식할 수 없다. 하지만  [2-2]에서 처럼 ‘吳性鎰‘에 <인명> 태그를 달아주고, ’鬱陵島‘에 <지명> 태그를 달아주면 컴퓨터도 텍스트 속에서 그것을 식별해 낼 수 있다. 이러한 문서가 100만 건 정도 있다고 가정해 보자. 컴퓨터는 그 모든 자료에 대해 완벽한 인명 색인과 지명 색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뿐 아니다. [2-3]에는 이 문서를 소장하고 있는 독도박물관이라고 하는 곳이 지구상의 어느곳에 위치하는지를 알리는(Global Positioning)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XML 마크업을 통해 <경도> 요소와 <위도> 요소를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게 하고, XML 문서의 시각화를 담당하는 XSL(eXtensible Stylesheet Language) 문서에 그것의 처리를 지시하면,[각주:1] 컴퓨터는 전자지도 상에서 그곳의 위치를 정확하게 나타내 준다. [2-2]와 [2-3]은 독립적인 문서로 존재할 수도 있지만, ‘독도박물관’이라는 키워드를 매개로 하이퍼 링크를 맺을 수 있다. 조선시대의 고문서를 3차원 위성 영상 지도를 통해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림 1] 고문서와 위치 정보의 연계



위의 예시들은 소략한 정보만을 담고 있지만, 이보다 훨씬 크고 복잡한 데이터도 XML이라는 디지털 텍스트의 형식을 통해 체계적, 명시적으로 기술하여, 컴퓨터에게 그 처리를 지시할 수 있다. 낱장의 고문서나 지도뿐 아니라 수십권 분량의 백과사전이나 수백년에 걸쳐 만들어진 역사 기록이 모두 디지털 텍스트로 편찬됨으로써, 그 속에 담긴 작은 사실 하나까지도 사이버 공간에서 지식 정보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월드 와이드 웹 상에서 유통되는 디지털 텍스트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되면서 그 가운데 서로 유관한 데이터가 서로에 대해 의미를 갖고 모여질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탐구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시맨틱 웹(Semantic Web)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론적인 설명 대신 간단한 예시를 통해 시맨틱 웹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아 보기로 하자.



[예시 3] 내용적으로 유관한 월드 와이드 웹 자원



3-1. 함양 거연정 위치
Google Maps

   

3-2. 함양 거연정 사진

문화재청 문화재 DB

 

   3-3. 함양 거연정 기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3-4. 거연정기 판액 사진
개인 홈페이지

   

3-5. 거연정기 한문 원문
고전번역원 문집총간 DB
   

3-6. 거연정기 번역문
개인 홈페이지

   

3-7. 임헌회(거연정기 저자) 기사
한국학중앙연구원 역대인물 DB


  위에 예시로 든 7개의 디지털 자료는 모두 경상남도 함양군 남강천에 있는 유서 깊은 누정 ‘거연정’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내용면에서 관련성이 있지만 각각 다른 곳에 별개의 문서로 존재한다.  이러한 자료를 고립된 자원으로 두지 않고, 의미의 연결 고리를 좇아 문맥을 이루게 하려면 어떠한 노력이 더해져야 할까?

  현재의 월드 와이드 웹 환경에서는 그 문서들에 공통으로 포함되어 있는 어휘- 이를테면 ‘거연정’-를 이용해서 서로 관계가 있을 수 있는 후보 문서를 모두 탐색한 후에, 이용자의 눈으로 그 결과 하나 하나를 확인하면서 필요한 것을 취하는 방법이 가능할 뿐이다.

  시맨틱 웹은 데이터가 생산될 때 유관한 자료의 의미적 연관 관계를 약속된 방식으로 명시함으로써 보다 지능적인 데이터 연계가 이루질 수 있게 할 것을 제안한다. 위에 예시한 월드 와이드 웹 상의 데이터에 대해 그 관계성을 정의하는 데이터를 다음과 같이 만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 개체의 고유한 이름(URI: Uniform Resource Identifier) 정의
  N1: 월드 와이드 웹 상에서 ‘함양 거연정’을 유일하게 지목하는 식별자
  N2: 월드 와이드 웹 상에서 ‘거연정기’를 유일하게 지목하는 식별자
  N3: 월드 와이드 웹 상에서 ‘임헌회’를 유일하게 지목하는 식별자
  D1: 3-1 문서의 고유한 식별자
  D2: 3-2 문서의 고유한 식별자
  D3: 3-3 문서의 고유한 식별자
  D4: 3-4 문서의 고유한 식별자
  D5: 3-5 문서의 고유한 식별자
  D6: 3-6 문서의 고유한 식별자
  D7: 3-7 문서의 고유한 식별자


  - 개체간의 관계성 정의
  N1의 누정기는 N2이다.
  N2의 저자는 N3이다.
  N1의 지도는 D1이다.
  N1의 사진은 D2이다.
  N1에 대한 설명은 D3이다.
  N2의 사진은 D4이다.
  N2의 한문 원문은 D5이다.
  N2의 번역문은 D6이다.
  N3에 대한 설명은 D3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관계성을 기술한 정보가 [예시 3]에서 보인 개별 문서와 함께 인터넷 상에 존재할 때, 우리가 현재의 월드 와이드 웹에서 얻을 수 없는 무엇을 더 얻게 될 것인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전까지는 웹 상에서 고립된 형태로 존재하는 지식의 조각이 다른 조각들과 함께 모여 커다란 의미체를 이루게 된다.

  객체 사이의 관계성을 표시해 주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월드 와이드 웹의 세계에서는 RDF(Resource Description Framework)라고 불리우는 형식이 표준으로서의 지위를 얻고 있다.[각주:2] 웹 주소와 같은 명명법으로 객체에 식별자를 부여하고 두 객체 사이의 관계성을 약속된 서술어로 기술하는 방식이다. ‘거연정기’라는 텍스트와 ‘임헌회’라는 인물 사이에 ‘~의 저자는 ~이다’라는 관계성을 서술어로 부여하는 RDF 문의 모양새는 다음과 같다.






[그림 2] RDF 그래프


  현실세계에서는 지역과 조직, 그리고 전공이라는 벽 때문에 지식과 정보가 조각 조각 나뉠 수밖에 없었지만, 디지털 세계에서는 그 벽을 넘어서서 나누인 조각들을 모을 수 있다. 또 그것을 한 가지 기준이 아니라, 관심과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문맥으로 만들어낼 수가 있다.

  인문정보학은 현실 세계의 다양한 영역에서 만들어진 지식의 조각들을 그것의 관계성까지 고려한 디지털 텍스트로 전환하여 가상 세계에 옮겨 놓는 일에 주력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의미있는 지식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형태로 모여지고 쓰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 내용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정보학 김현 교수의 "인문정보학"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1. XSL 문서에서 전자지도 콘텐츠 공급자가 제공하는 Open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구동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인문지식 콘텐츠를 위한 전자지도 활용 방안에 관해서는 「GIS와 지역문화 콘텐츠의 연계 응용 기술」(2009. 11. 『인문콘텐츠』 16)에서 상세하게 소개하였다. [본문으로]
  2. RDF(The Resource Description Framework)는 월드 와이드 웹 자원의 메타데이터를 기술하는 형식이다. 2004년 W3C(World Wide Web Consortium)의 권고안이 제시되었으며, 시맨틱 웹 활동의 일환으로 운용되고 있다. RDF가 기술하는 웹 자원의 속성은 인간이 아닌 컴퓨터가 읽고 해석하기 위한 것이며, 인간을 대신하여 지능적인 정보 처리를 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 http://www.w3.org/RDF/ [본문으로]

  인문정보학(Cultural Informatics)이란 인문지식의 정보화 기술에 대한 연구이다. 정보기술은 학술 세계에서 연구의 도구로 채용되지만 그 강력한 도구가 예전에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연구 활동을 창출하기도 한다. 생물학과 정보기술이 융합하여 탄생한 바이오인포매틱스(Bioinformatics), 화학과 정보기술이 결합한 케모인포매틱스(Chemoinformatics), 의과학과 정보기술이 결합한 메디컬 인포매틱스(Medical Informatics)가 그런 것이다. 인문정보학은 인문학과 정보기술의 융합으로 탄생하였다.[각주:1] 인문학적 지식을 연구자 및 그 연구 성과의 수요자가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지식 정보 자원으로 전환하고, 그 자원을 자유롭게 활용하여 2차적인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가상의 연구 공간을 만듦으로써 인문학의 연구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그 성과의 사회적 확산을 용이하게 하는 것. 이를 위한 인문학 맞춤형 정보기술 연구를 인문정보학이라고 한다.[각주:2]



인문정보학과 문화콘텐츠학은 어떠한 관련이 있는가?

인문정보학은 문화콘텐츠학이 목표로 하는 것을 이루어낼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문화콘텐츠학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이 책 전체에서 폭넓게 논의되고 있으므로  이곳에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문화콘텐츠학과 인문학의 관계에 한정하여  보면, 영 화나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같은 엔터테인먼트적 문화 상품에 대해 그것의 이야기(storytelling)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 문화콘텐츠로서의 인문학의 역할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 대학의 문화콘텐츠 관련 학과 중 그 모태가 인문학 분야의 학과였던 곳에서는 대부분 이와 유사한 사고와 전략 속에서 ‘문화콘텐츠학’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들은 인문학과 문화산업 동향에 대한 지식을 아우르는 인력을 양성하여 그들이 문화산업계에서 창조적인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화콘텐츠학이라는 이름으로,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인문지식뿐 아니라 그것의 산업적 응용 방법까지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그와 같은 학제적인 탐구가 ‘교양적 지식’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문화산업에 기여할 전문성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인문 지식 세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이야기 자원을 발굴하고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일을 잘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지식의 세계는 너무도 넓고 깊을 뿐 아니라 끝없이 변화하는 것이어서 혼자만의 힘으로 유효한 지식을 다 섭렵할 수는 없다.



문화산업계의 지식 전문가는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그때 그때의 필요에 따라 필요한 것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알아야 할 때 그것을 바로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지식의 중재자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디지털 정보통신망 속에 구현된 지식 정보 시스템이 그 기능을 수행한다. 디지털 정보의 세계 속에 인문지식의 중재자를 세우는 것은 바로 인문정보학이 담당하고자 하는 역할이다.



그렇다면 문화콘텐츠를 위한 인문정보학의 역할은 문화콘텐츠 제작자가 필요로 하는 인문 지식을 만들어서 그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문화콘텐츠라고 하는 것을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엔터테인먼트적 문화 상품으로 보고, 인문지식을 그 소재로 생각하는 관점에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시야를 넓혀서 오늘날의 디지털 환경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에 주목하여 보면, 인문정보학은 보다 광범위한 영역에서 직접적으로 문화콘텐츠의 생산에 관여한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 사람들이 영화 연극 등의 공연 예술을 즐기던 방식과 오늘날의 그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과거에 오프라인 상에서만 관람할 수 있었던 수많은 작품들이 온라인 상에서 재매개(remediation)되는 것은 변화상의 일부일 뿐이다. 관람자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영상물을 보면서 그 내용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새로운 지식을 얻고 새로운 즐길거리를 발견한다. 유적지를 탐방하면서 역사를 배우고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활동의 양상도 예전과는 다르다. 방문자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고, 그것을 안내판의 한 구석이나 안내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QR 코드 이미지에 비출 때마다 방문지에 관한 풍부한 정보가 쏟아진다. 



놀이와 학습을 구분할 필요없이 그것들이 한 데 어우러진 복합적인 현상이 지식 정보화 시대인 오늘날의 ‘문화’이다.[각주:3] 이것은 분명히 정보 기술에 힘입어 이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지만 오로지 ‘기술’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문화적으로 향유할 가치가 있는 지적, 감성적 자원들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선택되고, 정리되어 디지털 정보 기술로 불리는 틀 안에 담겨졌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콘텐츠 라고 하는 것은 ‘내용물’이라는 의미이다. 디지털 정보 기술이라는 그릇에 담겨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모든 문화적 자원들은 넓은 의미에서의 ‘문화콘텐츠’이다. 인류가 오랜 역사 속에서 축적해 온 유무형의 문화적 자산을 디지털 미디어에 담아 그 가치를 증대시키고 활용의 폭을 넓히는 인문정보학은 그 자체로 문화콘텐츠의 생산 기술이라고 이야기해도 무방하다.



본 내용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정보학 김현 교수의 "인문정보학"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1. 인문학과 정보기술의 융합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연구, 교육 활동을 폭넓게 지칭하는 말로 ‘디지털 인문학’(Digital Humanities)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인문정보학은 디지털 인문학을 위한 기술적 방법론을 탐구하는 학문으로서, 디지털 인문학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인문학에 관해서는 김현, 「디지털 인문학: 인문학과 문화콘텐츠의 상생 구도에 관한 구상」 (『인문콘텐츠』 29, 2013. 6.) 참조. [본문으로]
  2. 김현, 『인문정보학의 모색』 (2012. 12. 북코리아) p. 363 [본문으로]
  3. 김현, 「문화콘텐츠, 정보기술 플랫폼, 그곳에서의 인문지식」, 2010. 8. 『철학연구』 90 [본문으로]

인문콘텐츠학이 디지털 인문학을 수용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제 본격적으로 배출되기 시작한 문화콘텐츠학 전공자들의 일부가 인문정보기술의 운용 능력을 갖춘 지식 코디네이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부가 아니라 일부라고 하는 이유는 이곳에서도 분업과 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학 전공자 중에는 인문학보다는 문화산업의 현장 쪽에 더 가깝게 다가가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 방향에서 요구하는 기획-제작-마케팅의 능력을 배양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한편 인문학 지식으로부터 문화상품의 자원을 끌어내는 일에 관심을 둔 사람들은 인문지식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뿐 아니라 그곳에서 생산되는 지식을 디지털 콘텐츠로 조직화하는 정보 처리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들이 바로 순수 인문학 연구자와 문화산업 종사자 사이에서 인문 지식의 소통과 응용을 가능케 하는 지식 코디네이터들이다. 인문지식 코디네이터의 위상을 그림으로 그려본다면 그들의 한 쪽 옆에는 순수 인문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있고 다른 쪽에는 문화산업 종사자들이 있는 그림이 될 것이다.  문화산업계의 동향을 살펴 그곳에서의 인문지식 수요를 파악하는 한편, 인문학 연구자들을 도와 응용 가치가 있는 지식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지식 코디네이터의 역할이다. 




  대학의 문화콘텐츠학과에서 인문지식 코디네이터를 육성하기 위한 정보 기술 교육은 어떻게 시행되어야 할까? 이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갖춘 교수 인력과 적정한 교육 설비의 확보, 그리고 검증된 교수법과 교과과정의 도입 등 교육 인프라를 갖추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대학에서 단시간에 이같은 여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나는 인문콘텐츠학회가 중심이 되어 단계적으로 이 문제의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 유효한 벙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첫 번째 실천 방안은 학회 차원에서 각 대학의 문화콘텐츠학 및 인문학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인문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디지털 인문학의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대학마다 독립적으로 이 분야의 정규 교과 과정을 운영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학회 차원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인 교육 기회를 마련하고, 각 대학이 이를 일종의 과외 수업처럼 활용한다면, 소수의 교수 인력만 가지고도 다수에게 그 지식을 전달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학회 차원에서 회원들의 중지를 모아 추진할 필요가 있는 두 번째 실천 과제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에 우리나라의 디지털 인문학 육성을 위한 연구 지원 시스템을 조속히 시행하도록 촉구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관해 조언하는 일이다. 앞에서 소개하였듯이 교육부(당시의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에 이미 우리나라의 인문사회과학 진흥을 위해 ‘디지털 휴머니티스’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수렴한 바 있다. 그런데 이에 관한 사업 계획이 아직까지 실천에 옮겨지지 못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사이 교육과학기술부가 2개의 부처로 나뉘면서 융합적인 성격의 연구 지원에 혼선이 빚어진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디지털 휴머니티스'의 육성 필요성에 대한 관련 학계의 목소리가 정부 부처와 전담기관의 실무자들이 생각한 만큼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문학계는 예전부터 해 온 연구 방식에 집착하는 보수성 때문에, 그리고 문화콘텐츠학계는 문화산업을 이해하고 그 쪽으로 다가가는 것이 더 급한 과제여서 인문지식의 기초적인 응용 환경을 조성하는 이 분야에는 무관심했던 듯하다. 


  순수 인문학의 입장에서 보면 디지털 인문학은 인문지식의 사회적 확산을 돕는 길이고, 인문콘텐츠학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문화산업에 응용할 방대한 인문학지식을 가장 효과적으로 획득하는 방법을 마련하는 일이다. 미국과 유럽, 심지어는 가까운 일본과 대만의 상황을 보더라도 디지털 인문학의 육성은 범인문학계(인문학+인문콘텐츠학)의 자연스러운 발전 궤도 위에 놓인 과제이다.  시행 시기에 있어 다소의 빠르고 늦음은 있겠지만 언젠가는 들어서야 할 이 길에 인문콘텐츠학 연구자들이 선도적인 발걸음을 내딛고, 그 길의 올바른 방향 정립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본 내용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정보학 김현 교수의 "디지털 인문학: 인문학과 문화콘텐츠의 상생 구도에 관한 구상"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바로 : 학생의 입장에서 지금 당장으로서는 다른 학교로의 자유로운 수업 청강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학기에 본인이 선봉장?!으로 다른 학교들 수업을 청강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0-!


 

Digital Humanities:

Cooperative Scheme between Humanities and Cultural Contents

 

Kim, Hyeon

 



This paper will argue that a cooperation is necessary between the fields of humanities contents and traditional humanities in exploring the potential of digital humanities.


Digital humanities refers to all new types of humanities research, education, and creative projects enabled by information technology. The definition is not limited to studies of traditional humanities topics using information technology as a research method; but it also includes completely new forms of humanities research realized by the use of computers.


Digital humanities can be beneficial to both humanities and cultural contents. For the traditional humanities studies, digital humanities will contribute to a wide dissemination of humanities knowledge in society; for cultural contents, digital humanities will provide the most efficient medium to acquire humanities knowledge for application in the cultural industry.


In order for the cultural contents to contain digital humanities, I suggest that education programs of the cultural contents departments should train some of their students in information technology to raise them as humanities knowledge coordinators. These coordinators should be equipped with not only the basic humanities knowledge, but also the information-processing skills to systemize the knowledge into digital contents. In case of Korea, where there is a shortage of professionals in the field of digital humanities, it is difficult for colleges to independently run digital humanities programs. But with open educational opportunities such as Digital Humanities Conference, it will be possible with just a few human resources to distribute knowledge and ideas to a large audience.



본 내용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정보학 김현 교수의 "디지털 인문학: 인문학과 문화콘텐츠의 상생 구도에 관한 구상"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문화콘텐츠에 대한 정의가 무엇이냐를 떠나, 그 이름을 가지고 떠올리는 대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 답변은 아마도 수십 가지 이상으로 다양하게 나올 것이다.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을, 음원 사업자는 대중음악, 모바일 서비스 프로바이더는 스마트폰 상에서 동작하는 게임 프로그램을 우선 연상할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문화콘텐츠’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여러 해 전부터 일관되게 유지해 온 나의 답변은 “인문지식이 곧 문화콘텐츠”라는 것이다[각주:1]부연하자면, 인문지식은 문화콘텐츠의 ‘소재’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문화콘텐츠일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만들어내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적 소비 현장을 들여다보자. 


  모바일 기기의 이용자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물을 보면서 그 내용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새로운 지식을 얻고 새로운 즐길 거리를 발견한다. 유적지를 탐방하면서 역사를 배우고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활동의 양상도 예전과는 다르다. 방문자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고, 그것을 안내판의 한 구석이나 안내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QR 코드 이미지에 비출 때마다 방문지에 관한 풍부한 정보가 쏟아진다. 


  인터넷, 모바일, IPTV 등 오늘날의 정보기술이 만들어낸 정보 통신 플랫폼은 지식이 곧 문화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학술과 창작, 전문성과 대중성,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향유가 가능해진 것이다. 놀이와 학습을 구분할 필요없이 그것들이 한 데 어우러진 복합적인 현상이 지식 정보화 시대인 오늘날의 ‘문화’이다.


  인문학을 배경으로 하는 문화콘텐츠학과의 교육 커리큘럼에서는 이른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라고 하는 것이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듯하다. 나 역시 스토리텔링의 인문콘텐츠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 스토리텔링을 영화나 드라마,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적 장르의 이야기 소재로만 보는 듯한 사고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노비의 도망’을 다루는 드라마를 보던 시청자가 호기심에 이끌려 ‘노비’라고 하는 키워드로 인터넷 상의 정보를 검색하고, 조선시대에 실제로 존재했던 노비 신분의 사람들과 도망 노비의 추쇄(推刷)에 관한 지식을 얻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드라마의 줄거리도 역사적 소재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이지만, ‘노비’라는 키워드를 출발점으로 하여 노비의 생활, 노비의 도망, 노비의 신분 세탁, 노비의 추쇄의 실상 등 역사적 사실에 관한 지식을 단계적인 마우스 클릭으로 얻어낼 수 있도록 조직화화 하는 것 역시 스토리텔링의 한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즐길거리로 만들어지는 ‘허구적 스토리텔링’과 지식을 조직화 하는 ‘사실적 스토리텔링’은 서로가 서로에 대해 뿌리와 열매가 되는 상보적 순환관계에 있다.  사실적 스토리텔링의 폭과 깊이가 더해질수록 그것을 응용한 허구적 스토리텔링의 수준이 높이질 것이고, 허구적 스토리텔링의 흥미와 인기는 다시 사실적 스토리텔링에 대한 수요를 촉발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디지털 인문학에 대해 갖는 비전은 그것이 인문학과 문화산업의 사이에서 부가가치의 선순환을 일으키는 펌프 역할을 하리라는 것이다. 기초적인 인문학 연구의 산물을 지식 콘텐츠로 조직화하고 이를 통해  문화산업적 콘텐츠의 생산을 돕는 것, 그렇게 해서 인문지식의 사회적 수요를 제고하고 인문학 연구가 더욱 활성화 되도록 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본 내용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정보학 김현 교수의 "디지털 인문학: 인문학과 문화콘텐츠의 상생 구도에 관한 구상"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바로 : 세속적으로 말하면...앞으로 이 전공은 어떻게든 먹고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이것저것 할 것은 많거든...하지만 잘못하면 단순한 "지식노동자"가 될 가능성도 많다.


  1. 김현, 「문화콘텐츠, 정보기술 플랫폼, 그곳에서의 인문지식」, 『철학연구』 90, 2010. 8. [본문으로]

문화콘텐츠 관계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디지털 기술’을 문화산업 분야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영상이나 3D 전시관 구현 기술 쪽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디지털 인문학에서도 시각화(Visualization) 분야에서는 이러한 것을 관심 있게 다룬다. 하지만 이보다 우선시하는 것은 인문지식을 정보화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인문지식을 그것의 학제적, 산업적 응용이 가능하도록 부품화 하고, 그 부품 사이에 새로운 문맥(Context)을 부여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인문지식의 정보화 기술에 대한 연구를 인문정보학(Cultural Informatics)이라고 이름짓고[footnote]“인문정보학이라고 하는 것은 정보 기술을 인문 분야의 연구․교육 활동에 접목시켜 인문 지식의 사회적 공유체계를 구축하고, 아울러 그 체계 안에서 훈련을 받은 인문학 전공자가 정보 전문가로서 정보화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자는 제안이다.” (김현, 「인문정보학에 관한 구상」,

디지털 인문학이 문학, 사학, 철학 등 전통적인 인문학의 영역에서 탐구되어야 할 과제인지, 아니면 인문지식의 문화콘텐츠적 응용을 추구하는 인문콘텐츠학의 과제인지를 묻는다면, 이에 대한 나의 일차적인 답변은 인문학의 과제라는 것이다. 디지털 인문학은 모든 인문학이 새롭게 갈아입어야 할 옷과 같은 것이다. 디지털이라고 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인문학은 더 이상 현대의 학문이라고 할 수 없다. 적어도 우리의 다음 세대의 인문학자들은 모두 디지털 인문학자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문콘텐츠학이 디지털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그것을 외면하면, ‘인문지식의 문화콘텐츠적 응용또한 전통적인 인문학의 몫으로 돌아가고 우리에게는 남는 것이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0, 당시의 교육과학기술부와 이 부처의 산하 기관으로서 학술연구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연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우리나라 인문사회 분야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이에 따른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인문사회 학술진흥 장기 비전 수립 추진위원회를 운영하고, 여기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2030 인문사회 학술진흥 장기비전을 발표하였다. 우리나라 인문사회 분야 학술진흥 사업의 마스터 플랜 및 로드맵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기획안이 제시한 6대 과제의 하나가 디지털 연구 기반 구축을 위한 디지털 휴머니티즈이다[각주:1].


이 계획서에서는 디지털 휴머니티즈 사업의 제안 배경에 대해, “문화콘텐츠산업은 인문사회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축적된 지식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디지털화를 통해 인문사회분야 학술연구성과를 교육문화산업에 활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문화적, 경제적 효과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디지털 인문학(=Digital Humanities)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가 문화콘텐츠산업에의 기여라고 한다면, 같은 목표를 가진 인문콘텐츠학이 이에 대해 무관심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영역에서 인문콘텐츠학이 담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순수 인문학 분야의 연구자들을 도와 보다 응용 가치가 높은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일일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응용 가치는 물론 문화산업적인 활용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산업계의 동향과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역할은 인문콘텐츠 연구자들의 몫이다. 고전문헌 속의 데이터와 씨름해야 하는 인문학 연구자들이 문화산업계의 세세한 동향까지 살피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인문콘텐츠 연구자들이 문화산업계의 지식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디지털 인문학 연구에 반영될 수 있기 위해서는 이들도 그 연구 개발 활동에 직접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인문학 연구자와 인문콘텐츠학 연구자들의 공동 프로젝트 수행에서 후자가 담당해야 할 또 하나의 역할은 인문학의 원천지식을 디지털 콘텐츠로 재조직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그에 필요한 기술을 운용하는 일이다.


디지털 인문학은 디지털 기술을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분야의 연구자들에게는 학술 활동에 목적에 적합한 도구를 찾아내고 적정한 방법으로 그것을 운용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사실상 인문학이 디지털 인문학으로 옮겨 갈 수 있느냐 없느냐는 이 도구 운용 능력이 있고 없음에 좌우된다고도 할 수 있다. 도구는 상업적인 소프트웨어 패키지일 수도 있고, 개방적인 API[각주:2]나 공개된 프로그램 소스를 활용하여 만든 새로운 응용 프로그램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도구 자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지만, 그것의 실제적인 운영 능력은 운용자가 연구의 목적과 데이터의 성격을 얼마만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바꿔 말해, 정보 기술을 이해할 뿐 아니라, 그 기술을 적용할 인문 지식에 대해 잘 알거나, 적어도 그 분야의 전문가인 순수 인문학자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인문콘텐츠학의 발전적인 커리큘럼 속에는 이와 같은 학제적인 연구개발 인력을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본 내용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정보학 김현 교수의 "디지털 인문학: 인문학과 문화콘텐츠의 상생 구도에 관한 구상"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바로 : 논문 자체가 인문콘텐츠 학회쪽으로 낼 것이라서 인문콘텐츠적인 면으로 접근하였다.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인문정보학은 인문학의 측면에서는 지금도 인문학의 기본 방법론인 "문헌"을 대체할 수단으로서 자리잡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디지털 인문학"은 기존 인문학의 전통적인 "문헌학" 혹은 "서지학"과 대비되는 차세대 인문학 방법론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1. 이 사업 계획은 ‘디지털 휴머니티즈’라는 이름의 중점 과제 밑에 ① 디지털 인문학 연구 기반 구축, ② 디지털 가상 라이브러리 사업, ③ 디지털 아카데미 구축 사업 등 3 개의 세부 과제를 두고, 디지털 인문학 진흥을 위한 연구 지원, 인프라 구축, 인력 양성 등의 사업을 향후 5년간, 연간 예산 600억 원 규모로 수행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인문사회 학술진흥 장기 비전 추진위원회, 『2030 인문사회 학술진흥 장기 비전』, 2010. 12. pp. 217-249) [본문으로]
  2. 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이용자가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루틴을 제공하면서 그것을 호출하고 조합하는 방법을 정한 규약. [본문으로]

문학과 인문콘텐츠학 사이의 협업은 어떻게 추구될 수 있을까? 인문콘텐츠학계와 전통적인 인문학계가 공동으로 관심으로 가져야 할 과제로서 디지털 인문학’(Digital Humanities)의 가능성에 주목해 볼 것을 제안한다[각주:1].


디지털 인문학이란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방식으로 수행하는 인문학 연구와 교육, 그리고 이와 관계된 창조적인 저작 활동을 일컫는 말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인문학의 주제를 계승하면서 연구 방법 면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 그리고 예전에는 가능하지 않았지만 컴퓨터를 사용함으로써 시도할 수 있게 된 새로운 성격의 인문학 연구를 포함한다. 단순히 인문학의 연구 대상이 되는 자료를 디지털화 하거나, 연구 결과물을 디지털 형태로 간행하는 것보다는 정보 기술의 환경에서 보다 창조적인 인문학 활동을 전개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디지털 매체를 통해 소통시킴으로써 보다 혁신적으로 인문 지식의 재생산을 촉진하는 노력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사회에서는 이탈리아의 예수회 신부 로베르토 부사(Roberto Busa, 1913-2011)가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의 저작을 위시한 중세 라틴어 텍스트의 전문 색인을 전자적인 방법으로 편찬한 것을 디지털 인문학의 효시로 보고 있다[각주:2]. 이를 계기로 인문학 연구의 새로운 방법에 눈을 뜨게 된 미국과 유럽의 인문학자들은 컴퓨터의 활용을 여러 방면으로 모색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인문학 전산화(Humanities Computing), 또는 전산 인문학(Computational Humanities)이라는 이름으로, 텍스트 및 언어 자원의 색인통계 처리를 위주로 하였으나, 정보 기술 환경의 급속한 진화와 더불어 그 활용 범위를 데이터베이스와 멀티미디어, 그리고 대규모 원시 데이터에서부터 전자적인 방법으로 의미있는 사실을 찾아내는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그 결과를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시각화(Visualization)로 넓혀 갔다.


유럽과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창의적인 인문학 연구자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된 디지털 인문학은 정부 및 민간단체의 재정적인 지원에 힘입어 보다 광범위하게, 적극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인문학재단(NEH, 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2008년에 설립한 디지털 인문학 지원단(ODH, Office of the Digital Humanities)의 연구비 지원을 비롯하여, 맥아더 재단(MacArthur Foundation)HASTAC Digital Media and Learning Grants, 구글(Google)Digital Humanities Research Awards, 앤드류 맬론 재단(Andrew Mellon Foundation)의 디지털화 프로젝트 지원 사업 등이 미국의 대학 사회에서 디지털 인문학 연구가 급진적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각주:3]. 영국의 경우, 학술연구 지원 기구인 예술인문연구회(AHRC, Arts and Humanities Research Council)와 경제사회연구회(ESRC, Economic and Social Research Council)의 지원에 힘입어, 옥스퍼드, 케임브릿지, 런던, 셰필드 대학 등이 유럽 디지털 인문학의 선도적인 모델이 되는 연구결과물을 산출하고 있다.


디지털 인문학 연구는 미국, 영국뿐 아니라, 캐나다,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도 활발하게 전개 되고 있으며, 일본 대만에서도 그것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각주:4]. 세계 디지털 인문학 연구 단체들이 결성한 국제적 네트워크인 센터넷(CenterNet)세계 디지털 인문학 센터 디렉토리[각주:5]에 등재된 디지털 인문학 관련 연구센터, 학회, 전문 기구 수는 무려 190여 곳에 달한다[각주:6].



본 내용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정보학 김현 교수의 "디지털 인문학: 인문학과 문화콘텐츠의 상생 구도에 관한 구상"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바로 : .....넵. 지도 교수님 논문 맞습니다. ~.~ 이건 초록이고 이제 전체 내용을 적당히 편집하고 제 의견을 마지막에 넣는 형식으로 올릴겁니다. 이제 이 블로그가 점차 중국 전문 블로그에서 디지털 인문학 블로그로 변해가는군요. 아....생각해보니 원래가 제 일기였죠.


  1. 문화콘텐츠 관계자들은 ‘디지털’을 ‘산업적 응용’을 위한 기술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내가 이 글에서 말하는 ‘디지털’은 ‘문화산업’보다 ‘인문학’ 쪽으로 협업 구도를 만드는 수단이다. [본문으로]
  2. 로베르토 부사(Roberto Busa, 1913-2011)는 1949년부터 미국 IBM사의 도움을 받아 1천1백만 단어에 이르는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의 저작과 관련 자료를 컴퓨터의 힘을 빌어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물은 1974년에 인쇄물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고, 1992년에는 하이퍼텍스트 기능을 포함한 디지털 텍스트가 CD-ROM 판으로 간행되었다. (Susan Hockey, The History of Humanities Computing, A Companion to Humanities Computing, 2004. Blackwell Publishing, P. 4) [본문으로]
  3. Luke Waltzer, Digital Humanities and the "Ugly Stepchildren" of American Higher Education, Debates in the Digital Humanities, 2012.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pp. 336-337 [본문으로]
  4. 리츠메이칸 대학(立命館大学)의 일본문화 디지털 휴머니티스 센터(日本文化デジタル・ヒューマニティーズ拠点)에서 간행한 『일본문화 디지털 휴머니티즈 총서(シリーズ日本文化デジタル・ヒューマニティーズ)』 , 타이완 대학(臺灣大學)의 디지털 휴머니티스 센터(數位人文中心)에서 간행한 『디지털 휴머니티스 총서(數位人文硏究叢書)』 등. [본문으로]
  5. The International Directory of Digital Humanities Centers: http://digitalhumanities.org/centernet/centers [본문으로]
  6. 190여 개 기관 가운데, CenterNet의 결성을 주도한 18개 주요 기관은 아래와 같다. Canadian Institute for Research in Computing and the Arts (University of Alberta, Canada) Center for Digital Research in the Humanities (Nebraska, USA) Center for Digital Scholarship (Brown, USA) Center for E-Research (King’s College London, UK) Centre for Open Electronic Publishing [Cléo] (France) Digital Humanities Center for Japanese Arts and Cultures (Ritsumeikan University, Japan) Digital Humanities Hub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Digital Humanities at Oxford (UK) Electronic Textual Cultures Lab (University of Victoria, Canada) Göttingen Centre for Digital Humanities (Germany) HAVLab (McGill, Canada) Maryland Institute for Technology in the Humanities (Maryland, USA) Matrix (Michigan State, USA) Print Culture eResearch Hub (Victoria University of Wellington, NZ) Research Center for Digital Humanities (National Taiwan University, Taiwan) Roy Rosenzweig Center for History and New Media (George Mason, USA) Scholars’ Lab (Virginia, USA) University College London Centre for Digital Humanities (UK) [본문으로]

인문콘텐츠학계와 전통적인 인문학계가 공동으로 관심으로 가져야 할 과제로 디지털 인문학’(Digital Humanities)의 가능성에 주목해 볼 것을 제안한다.


디지털 인문학이란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방식으로 수행하는 인문학 연구와 교육, 그리고 이와 관계된 창조적인 저작 활동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인문학의 주제를 계승하면서 연구 방법 면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 그리고 예전에는 가능하지 않았지만 컴퓨터를 사용함으로써 시도할 수 있게 된 새로운 성격의 인문학 연구를 포함한다.


순수 인문학의 입장에서 보면 디지털 인문학은 인문지식의 사회적 확산을 돕는 길이고, 인문콘텐츠학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문화산업에 응용할 방대한 인문학 지식을 가장 효과적으로 획득하는 방법을 마련하는 일이다. 미국과 유럽, 심지어는 가까운 일본과 대만의 상황을 보더라도 디지털 인문학의 육성은 범인문학계(인문학+인문콘텐츠학)의 자연스러운 발전 궤도 상에 있는 과제이다.


인문콘텐츠학이 디지털 인문학을 수용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문화콘텐츠학과에서 배출하는 인력의 일부를 인문정보기술의 운용 능력을 갖춘 지식 코디네이터로 육성하는 일이다. 이들은 인문지식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뿐 아니라 그곳에서 생산되는 지식을 디지털 콘텐츠로 조직화하는 정보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다. 디지털 인문학의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대학마다 독립적으로 이 분야의 정규 교과 과정을 운영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학회 차원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인 교육 기회를 마련한다면, 소수의 교수 인력만 가지고도 다수에게 그 지식을 전달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본 내용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정보학 김현 교수의 "디지털 인문학: 인문학과 문화콘텐츠의 상생 구도에 관한 구상"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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