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는 복잡한 열차로 묶여 있습니다. 아니 엉켜있습니다. 도쿄에 사는 사람들도 평소에 가지 않는 곳을 갈때에는 길을 잘 못 찾을 정도라는 이런 도쿄의 지하철에서도 모두가 알고 있고, 모르면 이상한 선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야마노테선 山手線(やまのてせん)입니다. JR에서 운영하는 해당 노선은 한국으로 따지면 2호선과 거의 비슷한 역활을 하는 도쿄 중심부의 순환선입니다.

 

일본어 학교가 신쥬쿠에 있다보니 매일 이 야마노테선을 타게 되는데 들려오는 음악이 너무나 익숙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딴딴 따따따딴~~~ 따따딴딴 따따따따~~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면서 이게 대체 무슨 노래인지 2일동안 생각해보았습니다. 네. 제가 바보였습니다.

 

그 실체는 바로 우주소년 아톰의 주제가 였던 것입니다. 당연히 익숙할 수 밖에요. 어릴 때 그렇게 보던 애니매이션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일본이 다시금 무섭게 다가왔습니다. 가까운 나라라지만, 분명히 다른 나라에서 성장한 제가! 무엇보다 일본이라면 일단 대 놓고 쪽발이라고 욕부터 하는 나라에서 성장한 제가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를 너무나 친숙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죠.

그것이 문화의 힘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저도 모르게 그 노래를 들으면서 친숙한 느낌과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겠죠. 아무리 일본을 욕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이런 문화산업의 모습은 배워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일본의 독특한 문화에서 이러한 문화들이 배양되었고, 그것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시키기란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한국에서 잘나간다는 온라인 게임의 대부분의 제작자와 관련 직원들이 즐거워서 밤을 새는 것이 아닌, 어쩔 수 없이 밤샘을 하는 현실에서 과연 이렇게 강력한 문화적 토양이 만들어 질 수 있는지 매우 의심이 됩니다. 사실 제가 아는 개발자들은 다 미련하기 그지 없습니다.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미련스럽게 텍스트큐브를 계속 작업하시는 분들도 있고, 매일 밤샘을 하면서 투덜투덜되면서 msn으로 퇴근 안하냐고 물어보면 안돼! 이거 마무리 해야된다면서 즐겁게 말하는 친구녀석들.

 

이런 미련한 것들은 냅두면 알아서들 미련하게 근무합니다. 그들의 기본적인 생계만 보장해 준다면 말이죠. 어차피 그런 족속들은 취미도 그쪽이고 결국 일과 연관되는 물건들은 자기 월급으로 지릅니다. 그런 미련한 족속들을 어떻게 배려하는냐가 앞으로 한국의 문화 산업이 발전하는 한 방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예를 IT 쪽으로만 들었지만, 만화나 애니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웹툰이라는 돈이라고는 되지 않는 것을 미련하게 죽어라 그려대는 사람들... 적지만 몇몇의 그 미련한 것들과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저는 기쁘답니다.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 나이를 먹어도 계속 그 열정을 유지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매우 회의적입니다. 돈과 생활. 그리고 가정이라는 현실 앞에서 열정을 유지하기란 매우 힘들기만 하죠. 그들에 대한 배려. 한국에서는 언제쯤이나 이루어질까요?

 

하긴 저도 제목으로도 적었지만, "문화 산업"이라는 말을 쓰는 것부터가 자유로운 창작보다는 찍어내기식 상업성을 추구한다는 말이 은근히 내포되어있을지도요. 문화가 산업이 되는 이 아름다운 사회에서 문화를 그냥 즐기는 바보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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