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도 번역질로 돈도 벌어봤고, 이제는 압박감없이 하려고 거의 취미로 이것저것 번역해서 블로그에 올리고 있지만 어떤 경우라도 번역이 반역이 안된다는 말은 잊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면, 요즘 반역을 한 글을 억지로 읽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본인은 역사학도이다. 그래서 역사서적을 남들보다는 많이 읽는 편이다. 그 중에서 역사철학부분은 독일이나 프랑스같은 현대역사학의 기틀을 마련한 곳의 내용을 많이 봐야한다. 그런데 본인이 프랑스어나 독일어를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번역된 글을 봐야한다.

요즘 보고 있는 것은 폴 벤느의 <역사를 어떻게 쓰는가>라는 책이다. 이 책의 번역자는 이상길-김현경씨이다. 이 책에 대해서 본인 상당히 분노하고 있다. 이건 번역이 아니고 반역이다.

이 책이 비록 역사철학관련된 책이라서 조금 복잡한것은 사실이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다. 이 글은 분명히 전공서적이며, 글들의 논리적인 전개는 당연한 것이고, 그 글이 간결해서 이중적인 의미로 전달되어서는 안된다. 이것이 전공서적을 번역하는데에 있어서의 핵심이다. 참고로 전공서적 번역은 번역질중에서 제일 쉽다고 알려져 있다. 뉴앙스를 전하는 것보다는 사실을 전하는 것이 더 쉽게 ㅤㄸㅒㅤ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내 머리가 어지럽다. 그리고 이것이 과연 한국어일까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서 "자연의 반복과 인간의 역사적 성격을 대립시키는 것은 시적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본인 이 글을 프랑스원전으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번역해온 경험으로 단정하건데 완전한 직역일 것이다. 그냥 프랑스어의 단어를 한국어로만 변조시킨 것이다. 본인 친구에게 이 글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비꼬았다. "이 번역이야 말로 시적이다."




또 다른 예시를 들어보겠다. 얼마전에 한국에 개봉한 주성치 주연의 <쿵푸>라는 영화를 보셨는가? 본인 처음에는 자막을 보다가 나중에는 짜증나서 그냥 원음으로 들어버렸다. 특히 제일 한심했던 번역은 집주인 부부의 실체가 공개되는 부분이다.

그 아래쪽에 번역을 대충 봐서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지만, 번역으로는 서양의 어떤 두 콤비라고 생각되는 사람의 두 이름이 나와있다. 그런데 원문은 뭐였는지 아시는가?? 그 집주인 부부의 실체는 무려!! "양과와 소용녀였다!!"

본인 이 부분에서 배꼽을 잡고 웃었다. 김용소설을 본 사람들은 왜 웃긴지 이해를 하실 것이다. 김용의 무협소설중 가장 애틋한 "정"을 표현했다는 <신조협려>의 주인공이다. 특히 소용녀는 거의 반드시 김용팬들에게 "연인이 되고 싶은 사람 1위"가 되는 그런 여인!!!그들이 늙어서 저런 "꼬라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성치의 패러디능력은 대단했다.(그것말고도 마지막에 거지가 무술서적을 펼치는데 그곳에 적혀져 있는 무술들이 다들 무협지에 등장하는 무술이다. 특히 독고구검은...ㅠㅠ)

하지만 번역되어 나온것은 서양의 이상야릿한 콤비였다. 이 신나게 웃어야되는 부분에서 번역의 반.역.으로 인하여 썰렁하게 되어버린것이다.

만약 직역식 번역을 선택했다면 "양과-소용녀"라고 번역해서 최소한 김용소설을 아는 무협지팬들이 웃을 수 있게 했어야 했다. 그리고 직역이 아닌 한국의 풍토에 맞추려고 했다면 무슨 서양의 콤비따구의 이름이 아닌 한국의 대표적인 남녀콤비를 사용했어야했다. 예를 들어서 "장동건-김희선"이나, "쓰리랑부부"같이 말이다.




지금 의문시 되는 것은 과연 이 번역자들의 자질이다. 번역가는 단순히 번역기계가 아니다. 자신이 번역하는 2가지(혹은 더 많은)언어능력이 뛰어나는 것은 기본이고, 그 위에 각각의 문화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뒤따라야 한다. 물론 번역하는 글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이런 것들이 없는 번역은 반역이 될 뿐이다. 그리고 한국의 번역수준은 아직 그정도일뿐이다.


언어의 본질적인 문제로 인하여, 100%완벽한 번역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100%을 목표로 해야되지 않겠는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