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에르라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모짜르트이라는 천재와 같이 태어난 바보이다.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모짜르트의 재능을 넘어서지 못한 바보이다.

그래. 일단 난 지금 술을 먹었다. 솔직히 취하지는 않았다. 술이 약하지만 맥주 한 캔에 술이 취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취했다. 취해버리고 싶다. 너무나 슬프다.

외국 땅에서 외국어로 그 나라의 천재들과 같이 공부를 하는 것은 나같은 범재에게는 너무나 큰 "영광"일 것이다. 그래. 가진 것 없고, 생각도 없고, 바보같은 내가 북경대학교라는 곳에서 역사과를 나와서 계속 석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한 편의 코메디일지 모르겠다.

너무나 바보 같다. 고문 사료. 나는 열심히 본다고 본다. 하지만 내 친구들의 능력을 따라갈 수 없다. 내 친구들이 본과에서 곧바로 박사가 된 천재들이 모였다는 북경대에서도 천재들이라는 변명은 웃긴 것이다. 나의 고문 사료 해석 능력은 친구들에 비해서 너무나 부족하다. 아니 한심하다.

외국인이 그럴 수도 있다. 그럼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개념. 그런 것이 있어야 될 것이다. 하지만 없다. 그냥 남들이 하는 생각정도에 머무는 한심한 바보이다. 새로운 것. 말이 쉽다. 새로운 것은 기존의 것을 완벽하게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

나 같은 인간은 역사를 사랑하면 안되었다. 바보로서는 너무나 힘든 길이기에 말이다. 하지만 난 역사를 이미 사랑해버렸다. 이런 돈도 안되는 한심한 학문을 사랑해버렸다. 어찌 해야하겠는가....


바보 같은 나로서는 그냥 걸어갈 수 밖에 없다.
그냥 이렇게 걸어 갈 수 밖에 없다.
세계적인 석학도, 위대한 학자도 나에게는 이루지 못할 꿈이다.
그냥 역사를 공부하자. 그냥 사랑하자. 그것 밖에 없지 않는가....
이미....알고 있지 않는가?!





더더욱 주절주절
살리에르도 비록 모짜르트의 재능에 슬퍼하고 탄식하고 좌절했지만, 살리에르가 없었지면 모짜르트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 나는 이런 바보같은 길을 걷지만, 내 자식.....넌 죽었다. 그리고 미안하다. 넌 이제 나에게 사육당할 것이다. 나같은 것은 그냥 결혼하지 않고 너도 안 만드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넌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xxx의 아버지"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 말이다. 하하하하.........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나는 바보다.

영어도 제대로 못한다. 본인 전공 관련이나 겨우겨우 사전 찾아가면서 보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중국에 있으면서 중국어를 잘하느냐? 발음은 완전 개꽝이다. 표준어가 아무리해도 구사가 안된다. 그렇다고 일본어를 하느냐?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지 않아서 이상야시꾸리하다. 몽골어나 러시아어는 이제 알파벳이나 아는 수준이니 할말도 없다. 그렇다고 모국어인 한국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다. 언어적 재능만 없는게 아니다.

 

주위에서 같이 공부하는 중국 친구들은 왜 이리 아는 것도 많을까? 나만 모르고, 나만 허우적 거린다. 너무나 쉬운 문제를 가지고 혼자서 낑낑 고민하고 있다. 사료를 5시간 들여서 겨우겨우 완독을 하면 중국 친구들은 이미 다 읽고 분석하고 있다. 남들은 쉽게 쉽게 논문만 잘 쓰던데 나는 왜 소설을 쓰고 있는 걸까? 간단한 해답이 있다. 바로는 바보라는 사실이다.

 

요즘은 내가 천재였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고민을 한다. 모든 사료들을 한 번 휙~ 보기만 해도 머리 속에 입력이 되고, 모든 언어들은 사전 한번 휘릭~ 보면 모국어처럼 구사할 수 있고, 논문 따위는 그냥 생각나는데로 주르르륵 쓰면 국제적으로 유명한 학술지들에서 서로 그 논문을 차지할려고 난리를 치는...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본다.

 

하지만 현실은 지옥이다. 주위에는 천재들뿐이고, 나는 미련할 뿐이다. 노력하는 천재에게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게으른 천재한테 도전하려면 열심히 노력하는 바보라도 되야되는데, 논문 안 써진다고 이런 글이나 적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다.

 

자. 나는 바보다. 명심. 또 명심하자.

그러니...닥치고 논문에나 집중하자! 이 바보야!

 

(논문이 드럽게 안 써져서 꿍시렁 해봤다. 약한 모습! 이제 금지! 그 시간에 공부를 하자고! 그래야 칭찬은 못 받을 망정, 욕이나 안 먹을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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