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신은 이미 온갖 세상의 풍파를 거쳐왔기에 이제는 어떠한 물건도 그를 동요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조우무챵바가 가지고 온 물건이 다시금 그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었다. 대체 어떤 물건이기에 조우무챵바가 저리도 중요시 하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조우무챵바는 머뭇거리며 상자를 열지 않았다가 팡신이 상자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조우무챵바는 상자를 팡신의 앞에 가져다 두면서 존경심을 담아서 말했다. “지도교수님이 열어보십시오.”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조우무챵바는 백팔십의 키에 떡 벌어진 어깨와 곰 같은 허리, 그리고 산발한 머리와 딱딱한 표정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용맹스러움이 묻어져 나왔다. 그러나 일상 생활에서 양복을 입고 뿔태 안경을 쓴 그는 언제나 입에 미소를 뜨고 있어 온화해 보인다. 어떤 이는 그를 조우회장님이라고 부르고 어떤 이는 그를 교수라고 불렀다. 그러나 가까운 친구들은 챵바라라고 불렀다.

   42세의 티베트인인 조우무챵바는 티엔슬 명견훈련센타의 총재이자 상하이 푸단대학 생물학과에서 세계명견연구로 명예교수 자리를 얻었다. 티베트 고원의 무인지역에 가까운 변두리 다와누츄에서 태어난 조우무챵바라의 이름은 바다를 싸워 이긴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 이름대로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고, 현재 수십억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회장이며, 유명 대학의 교수로 명예와 부귀를 모두 얻었다.  그의 명예와 부는 모두 개로부터 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몇 천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공인되었다 싶이, 체형이 가장 크고 흉맹한 개는 마스티프입니다. 그리고 이 마스티프는 바로 우리 티베트지역의 특산품입니다. 마스티프는 이미 약 2000년 전에 그리스로 흘러 들어가서 훗날 로마제국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또 동유럽의 슬라브족에 의해서 유럽의 각국에 퍼져나가서 현재는 세계의 명견이 모두 DNA안에 티베트 마스티프의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라사 뿐만이 아니라 티베트 지역의 독특한 개는 모두가 티베트 마스티프에 속하며…” 조우무챵바는 화려한 강연단에서 강직한 모습으로 강연회에 참가한 손님들에게 티베트 마스티프의 역사적 유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이 행사는 그의 회사가 자금을 지원해서 조직된 제 1차 세계 마스티프견 대회의 개막식이다. 미디어를 통해서 티베트 마스티프을 알리고, 세계의 마스티프 애호가들에게 자신들의 훈련소를 알리려는 목적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진정한 마스티프가 무엇인지 보여주려 하였다.

   홀에는 세계 각 국의 기자 100여명과 이 대회를 위해서 세계 각국에서 날라온 마스티프 애호가들 8000여명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조우무챵바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현재 순혈의 마스티프 강아지의 가격은 10만달러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마스티프를 기르는 사람은 적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마스티프의 가치를 알아보는 분들입니다. 저는 여러분들께 감히 이 이야기를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순혈의 마스티프는 바로 저희 기지에 있습니다. 설오(雪獒)와 철포금(铁包金, Berchemia lineate)그리고 홍오(红獒) 모두가 저희 센터의 것이 가장 우수합니다. 또한…”

   홀을 매 우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참가자들은 이미 조우회장이 운영하는 센터의 마스티프가 가장 희귀하고 가장 순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에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자신의 개가 순위권에 드는 것을 원할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개가 티베트 마스티프의 대가로 알려진 조우회장의 눈에 띄어서 티엔슬 명견훈련센타에 들어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 곳의 개와 교배를 하면 더욱 순종의 티베트 마스티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티베트 마스티프가 티베트를 벗어난다며, 그 개를 마스티프라고 할 수 있나요?”

   보통 조우회장이 이야기를 할 때에는 모두가 조우회장의 강연 속에서 마스티프 양육법에 대한 지식을 조금이라도 더 듣기 위하여 경건하게 듣고만 있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의 돌발적인 질문으로 인하여 강연의 흐름은 끊어지게 되었으니 모두가 분개할 수 밖에 없었고, 몇몇의 마스티프 애호가들은 곧장 반박을 하였다.

   “어떻게 마스티프라고 할 수 없는가?”

   “니가 옷을 벗는다면, 너는 사람이냐?”

   “이 무슨 쓰레기 같은 말이야!!”

   질문을 한 사람도 대중의 분노를 받고 싶지 않은지 침묵하였고 조우무챵바는 웃으면서 사람들은 제지하였다. “좋은 질문입니다. 마스티프는 분명히 티베트에 있어야만 흉폭한 체형과 독특한 패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어떻게 저희 센터의 마스티프가 어떻게 그리도 용맹하냐고 묻습니다. 사실 그 이유는 저희 센터의 마스티프는 언제나 티베트에서 고르고 티베트에서 기르고 티베트에서 훈련시킨 진정한 티베트 마스티프이기 때문입니다.” 조우무챵바의 말이 시작되자 대중들은 비로서 안정을 되 찾고 그의 신성한 말에 귀를 기울였다.

   비록 사람들은 방금 질문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지만, 조우무챵바는 문가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두터운 조끼의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 알아차렸다.

   조우무챵바는 계속 자신감이 충만한 연설을 이어갔다. 그가 그의 센터에서 가장 우수한 마스티프의 사진을 화면에 비출 때에는 군중들 속에서 경탄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조우무챵바의 마음에는 무엇과도 비견하지 못할 만족감을 주었다. 그는 화려한 등 아래서 가벼운 흥분감을 느끼며 얼굴이 붉어지고 이마에 살며시 핏줄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바로 그 때, 한 남자 아이가 어떤 물건을 들고 사람들을 밀치며 강단으로 다가왔다. 강단에 가까워질 무렵 몇몇의 건강한 사나이들이 소년을 막아 섰다. 조우무챵바는 그 아이가 어떠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단지 손에 편지와 같은 물건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보드가드들에게 눈빛을 보내었다. 보디가드들은 소년이 조우무챵바에게 전해주려는 물건을 받아서, 잠시 검사를 한 뒤에 조우무챵바에게 건내주었다. 소년은 물건을 전해 주고는 부탁 받은 일을 끝냈다는 듯이 돌아갔다.

   조우무챵바는 그의 뒤의 펼쳐진 화면을 가리키며, 그의 센터에서 기르고 있는 마스티프의 우수함과 혈통을 계속 말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편지를 뜯었다.

   편지를 뜯는 그 찰나의 순간, 그의 얼굴에서는 언제나 달려 있을 듯한 웃음이 사라졌다. 밝은 조명 아래의 강연단에서 마치 미라처럼 굳어져 서 있었다.

   조우무챵바의 연설을 주의 깊게 듣고 있던 많은 사람들은 그가 멈추자 모두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단지 반입을 허가 받은 몇몇 카메라의 셔터만이 찰칵 찰칵 소리를 내고 있었다. 대체 어찌하여 갑자기 연설을 멈추었는지 모두의 눈빛이 조우무챵바의 몸에 집중되었지만, 그의 눈은 사진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마치 영혼이 사라진 육체처럼 살짝 붉게 상기되었던 얼굴은 이미 창백하기 그지 없었다. 조우무챵바가 자기도 모르게 한 손으로 들고 있던 편지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들었다. 그의 손은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청중들은 조우무챵바의 눈이 떨리는 것을 보며, 분명히 어떠한 큰 충격을 받았다고 생각하였다. 민감한 기자들은 때를 놓치지 않고, 이 모든 사건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하고 있었다.

   일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 조우무챵바는 갑자기 정신이 든 것처럼 마이크를 잡고 외쳤다. “애야..기다려!” 목소리는 이미 메마르고 날카롭게 변해 있었고, 마치 기자나 다른 모든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소년만은 노려보며 물었다. “이 물건은 대체 누가 너한테 준거야?”

   그 소년은 조우무챵바의 표정에 겁을 먹은 듯 단지 출입구 방향을 가리킬 뿐이었다. 그리고 대답 없이 사람들의 틈에서 벗어나려고 하였다. 조우무챵바는 소년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방금 전의 “외투에 선글라스 낀 사람”은 어느 사이에 사라져 있었다. 조우무챵바는 연단에서 뛰어내려서 출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장내는 곧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였다. 기자들은 특종의 냄새를 맡고 그에게 접근하려고 하였고, 보디가드들은 조우무챵바를 위해서 길을 터주고 있었다. 어떤 이는 앞으로 나서려 하고, 어떤 이는 물러서려 하니 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조우무챵바는 홀연히 사라졌다. 사람들은 소년이 조우무챵바에게 대체 어떤 물건을 주었는지 궁금해 하였다. 어떤 물건이기에 이 많은 카메라 앞에서 이런 중요한 개막식을 내팽개치고 쫓아 간단 말인가? 더욱이 조우무챵바가 난리가 난 개막식 이후, 다른 세계최고급 마스티프 대회일정에 한번도 모습을 들어내지 않자 이러한 의심은 더욱 깊어만 갔다. 앞자리에 앉았던 사람들이 편지봉투에 들어있었던 것이 사진이었다고 증언하였다. 많은 기자들은 분명 무슨 일이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이 사건에 대해서 온갖 추측 기사들을 쏟아내었다. 조우무챵바의 이름은 순식간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기자들이 이 사건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취재를 하고 있을 때, 조우무챵바는 이미 상하이의 팡신교수의 집에 있었다. 조우무챵바는 사실 명예교수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팡신이야 말로 진정한 견류동물학교수이다. 현재 65세로 이전에 조우무챵바가 견류 생물연구를 할 때의 지도교수였다. 그들은 한 때 티베트 마스티프 연구 파트너였다. 그런데 팡신교수는 학술적인 측면에서의 연구만을 해야 된다고 주장하며, 마스티프를 돈 벌이 수단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였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의 길을 달리하였다. 훗날 조우무챵바가 마스티프 사육으로 이름을 높이고 있을 때에도 팡신교수는 여전히 이름 없는 연구가였다. 그러나 팡신교수가 조우무챵바를 이 길로 이끌었던 은혜가 있고, 팡신 교수의 깊은 학술적인 지식을 높이 사서, 조우무챵바는 여전히 팡신교수의 학술활동을 계속적으로 지원하였다. 현재 팡신교수는 견류학술계에서 이미 일가를 형성하였다. 만약 세계적인 명견이 되고자 한다면, 팡신교수의 증명을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정도였다. 최근 그는 전세계 티베트 마스티프에 대한 족보를 만드는 티베트 마시티프 혈통 논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 논문만 완성이 된다면, 앞으로 세계의 유명한 마스티프는 그의 논문 안에서 모두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논문은 이번에 팡신 교수에게 푸리터상을 수여할 예정인 마시우리야생물논단에 발표하기 위하여 쓰여지고 있었다. 푸리터상은 동물학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동물학자들의 꿈이었다.

   팡신은 이미 백발이 되었지만, 그러나 정신은 언제나 맑고 또렸하였다. 그는 두 눈을 빛내며 습관적으로 중화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담배 연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말했다. “나는 다음주에 독일의 마시우리아 생물논단에 참가할 예정일세. 특별한 물건을 가지고 왔다지? 대체 무슨 물건이 미국 마스티프대회에서 자신을 알릴 기회를 포기하고 상하이로 돌아오게 했는지 궁금하구만……”

   조우무챵바는 언제나 그렇듯이 존경을 담아서 말했다. “지도교수님. 이것을 한번 보십시오.” 그는 말을 하면서 손에 있던 가방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것은 철갑으로 만들어진 도난방지용 운송가방이었다. 팡신은 그 때서야 조우무챵바가 수갑으로 자신의 손과 가방을 묶어놓았음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팡신은 놀라고 말았다. 조우무챵바는 과거 티베트 쿠바이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인 경찰은 그의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는 예전에 2000만 달러의 다이아몬드를 옮겨야 될 때도 대충 헝겊 주머니에 담아서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을 뿐이었다. 비싼 다이아몬드조차 조심스럽게 운반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조우무챵바가 가방을 열었을 때, 팡신은 더욱 더 놀라고 말았다. 가방 안에는 한 척 크기의 황금궤가 들어있었다. 황금궤의 위에는 불상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고, 네 모서리에는 화려한 묘안석이 박혀 있었다. 가장 작은 묘안석도 최소 13개 이상의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팡신은 이 황금궤가 감히 값어치를 매길 수도 없는 조우무챵바의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보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보물궤는 원래 불경을 담아두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조우무챵바의 아버지가 티베트에서 가장 완전한 닝마선경을 포탈랍궁에 헌납한 뒤에는 계속 비어있던 것이었다. 조우무챵바는 농담으로 본인의 일생에서 이 궤에 들어갈 물건은 찾지 못할 것이라고 냉소하며 말하고는 하였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물건을 넣어 가지고 왔다는 것인가?

   팡신은 이미 온갖 세상의 풍파를 거쳐왔기에 이제는 어떠한 물건도 그를 동요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조우무챵바가 가지고 온 물건이 다시금 그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었다. 대체 어떤 물건이기에 조우무챵바가 저리도 중요시 하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조우무챵바는 머뭇거리며 상자를 열지 않았다가 팡신이 상자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조우무챵바는 상자를 팡신의 앞에 가져다 두면서 존경심을 담아서 말했다. “지도교수님이 열어보십시오.”
   팡신은 하얀 장갑을 착용하고 조심스럽게 궤를 열었다. 궤의 안에는 오직 사진이 들어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팡신의 표정은 조우무챵바가 처음 그 물건을 보았을 때처럼 순식간 돌처럼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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