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말해서 궤 안에는 두 장의 사진이 있었다. 첫 장은 망망한 초원을 배경으로 낮은 관목들이 별처럼 여기저기 수풀 속에 서 있었다. 푸른 하늘에는 흰 구름이 떠 있고, 초원의 중앙에는 검은 색의 허리케인이 불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것은 결코 바람이 아니었다. 어떤 동물의 모습과 같았다. 사진 자체가 모호한 것이 아마도 사진을 촬영한 사람이 손을 떨었던 것으로 보이나 동물의 털을 판별할 수 있는 정도의 선명도였다. 두 번째 사진 역시 같은 초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만 세심히 본다면 촬영한 장소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같은 산들과 같은 관목들이었다. 심지어 우거진 풀 조차 같은 위치에 찍혀 있었다. 단지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의 하늘은 이미 어두운 밤으로 변해 있을 뿐이었다. 다시 말해서 촬영자는 낮부터 밤까지 같은 곳에서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검은색 형체도 거의 어둠 속에 매몰되어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사진은 형체와의 거리가 더욱 가까웠고 촬영자와 마주보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첫 번째 사진보다 더욱 선명하였다.

   두 번째 사진에서 보이는 모호한 얼굴은 아프리카의 숫사자와 같았다. 목의 주름은 갈기와 엉켜서 해바라기처럼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그러나 몸은 숫사자와는 전혀 달랐다. 아프리카의 숫사자는 지리기후적 요인으로 인하여 머리 주변과 무릎 뒤에만 갈기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전신이 두텁고 긴 담요처럼 되어 있어서 아크와 같이 튼튼하고 단단하게 보였다.

   팡신교수는 두 장의 사진을 손에 들고 어떠한 말도 꺼내지 못하였다. 야크와 같은 체격과 사자와 같은 머리 그리고 표범과 같은 곡선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사진 속에서 검은 색 털로 뒤 덮여 있는 이 녀석은 아름답고 무한한 힘을 간직한 듯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듯한 화살과 같은 그 모습은 고양이과의 동물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생물은 분명히 견과 동물이었다. 그것도 사각의 조그마한 귀와 피부에 긴 털이 매달려 있고, 작고 갈라져 넓게 갈라져 있는 입, 그리고 몸체는 직선의 등과 들어가 있는 배 및 기둥과 같은 다리를 보았을 때 분명히 티베트 마스티프였다. 모든 모습이 티베트 마스티프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생물은 결코 보통의 티베트 마스티프가 아니었다. 보통의 티베트 마스티프는 이렇게 크지 않고, 이렇게 단단하지 않다. 무엇보다 이렇게 강맹하고 용맹해 보이지 않는다. 그 녀석은 사진 속에서 왕족의 패기를 들어내며 철인처럼 서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간직한 야성은 천지를 비웃으며 위풍당당히 초원을 내달리고 있었다.

   팡신교수는 30분 동안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동안 조우무챵바는 웃음을 띄우며 교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교수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너무나 잘 알았다. 교수의 머리는 자신이 그 사진을 보았을 때처럼 백지상태일 것이다. 사진 속의 생물은 분명 진정한 티베트 마스티프였다. 사진 속의 맑고 푸르른 하늘과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구름은 고원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사각 가지의 전나무, 낮은 마황, 딱딱한 잎의 버드나무 관목들은 고원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식물이며, 몇몇 종은 특히나 티베트 고원에서만 볼 수 있는 종류였다. 무엇보다 사진 속의 마스티프는 조우무챵바나 팡신과 같은 이 방면의 원로급 인물들은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는 최고급 마스티프였다. 가장 아름다운 체형과 가장 아름다운 기질, 무엇보다 다른 마스티프에게는 없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는 최고의 마스티프였다. 조우무챵바는 호흡을 가다듬고, 다리를 가볍게 꼬집었다. 그는 매번 이 사진을 볼 때 마다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흔들려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이미 몇 번이나 보았지만, 볼 때마다 자신의 두 손을 어찌 할 바를 못했다. 지금도 그의 온 몸은 그의 의지를 벗어나서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팡신은 자신의 돋보기를 벗었다 썼다는 반복하며 계속 사진을 바라보더니, 마침내 사진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불가능하네. 이것은 가짜야. 컴퓨터로 만들어낸 사진이라고!”

   조우무챵바는 자기도 모르게 일어났다. 그의 얼굴은 이미 새하얗게 질려서는 손가락으로 팡신교수를 가리키고 있었다. 팡신교수가 그렇게 오래도록 바라보고서도 부정적인 결론을 내릴지는 생각도 못했다. 만약 그가 존경하는 인물이 아니었다면 당장에 주먹을 휘둘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팡신교수는 평온을 되찾고 다시 사진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먼저 이 사진을 보게. 낮에 촬영한 이 사진은 비록 배경이 상당히 모호하지만, 사진 속의 식물은 알아 볼 수 있지. 자네도 알다 싶이, 촨시-가문비 나무가 다 자란다면 대략 10미터에서 15미터 정도이네. 그리고 촬영자는 같은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았네. 그럼 우리는 목격된 이 녀석과 두 나무 사이의 거리를 추측할 수 있지. 만약 같은 평면상에 있다고 가정할 시에 비율을 따져서 생각해보면 이 녀석의 크기를 추정할 수 있네. 만약 이 녀석이 진짜라면 대략 계산을 하여도 지상으로부터 어깨까지 1.2미터에서 1.4미터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네. 만약 그렇다면 이 녀석의 전체 크기는 최소 2.5미터를 넘어갈 걸세. 이미 개가 아니라 조그마한 송아지라고 할 수 있지. 지금까지 보아왔던 어떠한 개도 지상으로부터 어깨까지의 거리가 1.05미터를 넘지 못하였네. 그리고 최근 보고의 가장 큰 개도 2.1미터일 뿐이라네. 마스티프의 크기는 자네도 잘 알고 있을 것일세. 지상으로부터 어깨까지의 거리는 0.8미터를 넘지 못하고, 전체 크기도 1.5미터를 넘지 않는다네. 자네는 이렇게 커다란 개를 본 적이 있나?”

      조우무챵바는 격분해서 말했다. “그러나! 마스티프과 견 속은 개 중에서도 가장 큰 개입니다. 마스티프의 중국이름인 아오(獒)의 원래 뜻은 체격이 크고 싸움을 잘하는 개를 말하지 않습니까? 독일의 유목견이나 덴마크견 그리고 스위스의 세인트버나드와 같이 세계가 공인한 커다란 체격의 견 류가 모두 마스티프의 혈통을 이어받았습니다. 마스티프가 특별히 큰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특별히 큰 것?” 팡신 교수는 냉소를 품고 말했다. “분명 그렇지. 그런데 자네도 이 녀석이 생존하고 있는 환경을 알지 않나? 고원일세. 그것도 세계 상에서 가장 높은 고원인 티베트 고원일세.”

   조우무챵바는 흥분을 억누르며 웅얼거렸다. “그래서……그게 어떻다는 겁니까?” 그의 전문지식은 분명 지도교수에게 미치지 못하였다.

   팡신이 말했다. “고원은 매우 특수한 생존환경일세. 공기가 매우 희박해서 그 안에 있는 생물은 모두 저산소 환경에 적응해야되네. 그래서 그 체형은 지세가 높아 질수록 점차 작아지게 되지. 대부분의 티베트 고원 동물들은 체격이 작고, 피부가 두껍고 털이 길며 사지가 작고 굵지. 신체 내 혈액이 정상적으로 산소를 공급하여 뇌의 상태를 맑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어. 자네도 배웠을 터인데 말이야. 결론적으로 고원의 모든 생물은 저지대의 같은 종류의 생물에 비해서 체격이 작지. 이 사진 속에는 티베트 고원 중에서도 고지대에서만 자라는 작은-고사리가 있네. 다시 말해서 사진 속의 마스티프는 다른 마스티프 보다 더욱 더 고지대에 있다는 것일세. 그런데 어떻게 다른 마스티프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것인가?” 팡신은 말을 하면서 탁자의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를 조작하면서 계속 천천히 말했다.  “우리 컴퓨터로 분석을 해보겠네. 이 사진의 해상도와 풀의 모호한 상태를 보면 대략 24%정도일세. 촬영자의 손이 떨려서 일어난 일이라고 판단할 수 있지. 그러나 이 녀석의 모호한 정도는 67%에 이른다네. 일반적인 카메라로 촬영을 할 경우, 플레쉬 발광에 필요한 시간은 0.005에서 0.01초 정도일세. 그럼 200분이 1초의 시간 동안 이 녀석은 사진 속에서 20센티미터나 그 이상을 움직였다고 할 수 있네. 이를 바탕으로 추론을 해보면 이 녀석의 속도는 초속 40미터에 이르네, 시속으로 따지면 140KM정도이지. 그런데 현재 지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은 표범이네. 표범의 최고속도도 시속 120KM을 넘지 못하는데, 자네가 생각하기에 이 마스티프가 표범보다 빠르다는 건가?”

      조우무챵바는 조금은 실망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지도교수님. 선명도는 그리 정확하지 않습니다. 만약 수치를 100분의 1로 놓고 본다면 이 녀석의 속도는 시속 80KM정도입니다. 일반적인 마스티프의 순간 속도를 생각하면 적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팡신이 말하였다. “그렇다고 하세. 속도로는 합당하다고 생각해보세. 그렇다면 우리는 이 녀석의 혈통의 측면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걸세. 지금 현재 세계 상의 마스티프의 원산지는 거의 모두 티베트에 있네. 총 3종7속16과이지. 털의 색은 순흑, 순백, 적갈색, 회색, 금색 발과 흑색등 및 순금색의 마스티프가 있네. 물론 희귀종인 붉은 색 마스티프도 있고, 하얀 눈의 사자머리도 있고, 동공이 두 개가 있는 표범 마스티프도 있지. 그런데 자네가 볼 때 이 개는 어떠한가? 그의 전체적인 털색은 자네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검은색이 아니네, 그렇다고 적갈색도 아니지. 만약 이 녀석이 진짜 존재한다면, 한번도 출연한 적이 없는 마스티프 종이지. 그의 털 색은 자주색이야. 그것도 매우 짙은 자홍색이지. “ 팡신은 여기까지 말을 하고는 안경을 들어올렸다. 이런 동물의 존재는 그의 전문 지식에 대한 도전이며, 그에 대한 무시였기에 얼굴이 자연스럽게 준엄해졌다.

      조우무챵바는 계속 혼잣말을 하면서 어떻게든 반론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학술적인 영역에서 그는 팡신의 학생이었을 뿐이기에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비록 마스티프 양육에 있어서는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학술적인 지식에 있어서는 팡신교수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어떻게 교수를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이는 그에게 사진을 준 이도 모를 것이다. 이 사진은 어디서 왔을까?

      팡신은 또 다른 증거를 말했다. “이런 털의 색과 체형 및 속도를 보았을 때, 어떤 사람이 컴퓨터를 통해서 이상적인 마스티프를 재현하려고 했을 걸세. 그런데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32비트의 색 분별도로서는 화학분광에 미치지 못하지. 그래서 합성한 검은색은 쉽게 짙은 자홍색이 되어버려. 두 색은 컴퓨터에서는 큰 차이가 없으니 말이야. 이 사진을 합성한 사람은 분명 전문적으로 마스티프를 연구해봤을 거야. 그래서 마스티프의 특징들을 알고 있었지. 그런데 너무 심하게 과장해서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다가 이런 실수를 하고 만 거야.”

      팡신은 조우무챵바의 이마에 땀이 맺히는 것을 보며 이번에는 그를 타일렀다. “됐네. 나도 자네가 세계 최고의 마스티프를 계속 찾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래서 이렇게 우수해 보이는 마스티프를 보고 잠시 혼동을 한 것일 테지. 괜찮네. 괜찮아. 일생을 몸바쳐 연구를 한 전문 골동품 수집가들도 잘못 볼 때가 있는 법인데, 자네 같이 전문적으로 마스티프을 연구하지 않은 사람이야 말해 무엇 하겠나.”

   “아닙니다!” 조우무챵바는 꿋꿋하게 고개를 들고 말했다. “지도교수님. 저는 이것이 진짜 마스티프라고 믿습니다. 이 녀석이 분명히 티베트에서 생활하고, 지금도 저 곳에 있을 것입니다. 저는……저는 결심했습니다. 저는 이 녀석을 찾으러 갈 것입니다. 이번에 지도교수님을 뵈러 온 것은 본래 지도교수님이 조언을 해주실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도교수님이 이 녀석의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으시니, 저 혼자서라도 찾으러 갈 수 밖에 없군요.”

      팡신은 과거 자신의 최고의 제자이자 친구였던 파트너를 바라보며 온화하게 질문을 던졌다. “사랑하는 챵바라. 무엇이 너를 이리도 고집스럽게 만들었니? 이렇게 큰 결정을 내린 것은 설마 존재하지도 않는 컴퓨터로 합성된 마스티프를 찾기 위해서니?”

      조우무챵바는 팡신교수의 손에 있던 사진을 잡고 두 번째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도교수님. 이 녀석의 눈빛을 보세요. 저는 처음 이 눈을 보았을 때 느낌이 왔습니다. 이 두 눈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이 녀석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입니다.”
      팡신은 다시 두 번째 사진을 살펴보았다. 사진기가 마스티프의 얼굴을 향하고 있기에 다른 부분은 모호해도, 두 눈만은 선명하게 보였다. 팡신교수는 그 두 눈을 보면서 놀라고 말았다. 그윽한 두 눈이 어두운 밤의 별처럼 사람을 혼비백산하게 하는 마력을 발산하면서 독특한 맹렬함과 패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조우무챵바는 선언하듯이 외쳤다. “컴퓨터로 합성한 사진이 어떻게 이런 눈빛을 보여줄 수 있습니까? 이것은 제가 본 것 중 가장 맑고 가장 사람을 끄는 눈빛입니다. 지도교수님은 이 눈빛을 보았을 때 어떠셨습니까? 저는 완전히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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