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무챵바는 뒤통수를 강하게 맞은 사람처럼 멍하니 손 안에 있는 사진을 응시하였다. 사진 속의 영상은 순식간에 그의 영혼을 지배하며 그의 마음을 지배하여 어떠한 생각도 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는 평생을 공룡화석 연구에 바친 연구자가 바로 눈 앞에 당장이라도 만질 수 있는 희귀 공룡을 본 것과 같은 기쁨에 몸서리쳤다. 그의 영혼 깊은 곳에서 머나먼 과거로부터의 함성이 너무나 진실되게 그리고 친근하게 들려왔다. “가! 가서 그 녀석을 찾아! 너의 영혼과 신앙 그리고 존재이유가 바로 이것이야! 바로 이 녀석의 존재를 직접 보는 거야!” 그리고는 자기 자신을 비웃었다. “여기서 어처구니가 없는 강연을 하고 있구나. 이 사진의 주인은 얼마나 너를 비웃고 있을까? 너는 진정한 마스티프가 무엇인지 몰라! 넌 마스티프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그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어느 순간 그는 이 사진을 보내온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사진에 대해서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는 어떠한 것도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연단에서 뛰어내렸다. 아까 출입구에 서 있던 그 사람이 바로 사진의 주인이라고 확신했다. 또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이 마스티프에 대해서 알 수 없으리라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강연장은 이미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조우무챵바가 어렵게 강연장을 빠져 나왔을 때에는 사진의 주인은 물론 사진을 전달해준 소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조우무챵바는 미친 사람처럼 모든 이에게 물었다. 길을 가는 아주머니에게도 묻고, 벤치에 앉아 밀담을 나누는 연인에게도 물었다. 지나가는 차의 기사에게도 물어보았다. 그러나 어떤 이도 외투를 걸치고 선글라스를 낀 170cm정도의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고 했다. 아무도 그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고 했다.

      조우무챵바는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육체의 생기를 잃어갔다. 그는 이미 마스티프 대회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노력을 해서 만들어낸 대회였지만, 그의 머리에는 이미 사진 속의 눈빛만이 남아 있었다. 조우무챵바는 상사병을 앓는 환자처럼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이루지 못하며 두 장의 사진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비록 사진은 모호했지만 조우무챵바는 사진 속의 마스티프의 털 하나 하나가 눈에 선명히 들어왔다. 사진 속의 마스티프는 오른쪽 뒷발 3번째 발가락의 2센치 위쪽의 앞에서부터 36번째 체모가 갈라져 있었다. 그리고 왼쪽 앞발의 첫 번째 발톱의 끄트머리에는 자그마한 상처가 있었다. 그에게 이 모든 것들은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졌다.

      두 장의 사진은 그의 모든 사고능력을 박탈했다. 만약 그 전화가 없었다면 조우무챵바는 남은 평생을 그렇게 정신병자처럼 살았을지도 모른다. 전화벨은 한참 동안이나 울려 퍼졌지만, 조우무챵바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그에게는 언제나 비서와 영업과장이 있었기에 아주 가까운 친구의 전화만을 직접 받았다.

      하우그 비서가 가볍게 문을 열고 조용히 말했다. “조우회장님을 찾는 전화입니다.”

      조우무챵바는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표정으로 냉담하게 말했다. “없다고 하세요. 그리고 당분간 어떤 전화가 오든지 없다고 하세요.”

      하우그는 고개를 숙이고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전화를 하신 분이 하시는 말씀이 사진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고 하면 반드시 받을 것이라고….”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우무챵바는 방을 뛰쳐나가서 전화기를 들었다.

      조우무챵바는 전화기를 꽉 움켜잡고 딱딱한 영어로 이야기 하였다. “당신이 사진을 준 사람입니까? 절대 전화를 끊지 마세요. 어떤 요구를 해도 꼭 들어드리겠습니다. “

      전화기의 저편에서는 잠시의 정적이 울려 퍼졌다. 조우무챵바는 사형 언도를 받기 직전의 사형수와 같이 그 정적이 끝나기만을 원하고 또 원했다. 전화기의 저편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저기…그 사진에 있는 건 개 맞죠?? 개죠?” 전화기에서는 의외로 젊은이의 중국말이 들려왔다.

      조우무챵바는 바로 대답하였다. “네! 맞습니다! 최고의 개입니다. 지금 어디 계시죠? 만나서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전화기의 목소리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사진을 드린 건 그냥 확인을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굳이 만날 필요는 없는데요.”

      주우무챵바는 익사직전에 구명정을 발견한 사람처럼 끈질기게 매달렸다. “꼭 만나야 됩니다. 반드시 만나야 됩니다. 무엇을 확인하고 싶으신가요? 어떤 요구든 다 받아들이겠습니다. 반드시 만나서 이야기 해야 됩니다. 제가 지금 당장 달려가겠습니다.”

      전화기의 목소리는 여전히 주저하며 “멀 이렇게까지 해요. 칫…” 그 사람은 상당히 의외라는 듯 코웃음을 터트렸다.

      5분 뒤 조우무챵바는 엔드리스 병원에 입구에서 결국 전화기의 목소리와 만나게 되었다. 그는 십대후반으로 보이는 조금 건방진 중국 소년이었다. 자신을 탕밍이라고 소개하였다.

      조우무챵바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말했다. “무엇을 확인하고 싶으시죠? 설마 사진이 출처를 모르시나요?”

      탕밍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 “당연히 사진이 어디서 왔는지 알죠. 전 그냥 이 사진에 있는 것이 마스티프인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조우무챵바가 대답했다. “당연히 마스티프입니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고귀한 티베트 마스티프입니다. 마스티프 중에 마스티프입니다!”

      탕민은 조금 곤란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그게 아니고요. 이 마스티프는 진짜 존재하는 건가요? 환상이 아니고요??”

      “환상이라고요?!” 조우무챵바가 말했다. “어떻게 환상일 수 있겠습니까? 혹시 촬영자에게 물어보지 않았나요? 이 사진은 대체 어디서 구한 겁니까?”

      탕밍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래도…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봤거든요. 마스티프를 키우는 전문가들이라는데 다들 가짜래요. 컴퓨터로 합성한 거라고 하던데요?”

      조우무챵바는 탕밍의 어깨를 잡으며 초조함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사진 찍은 사람은요? 그 사람 어디 있습니까? 그 사람에게 물어보면 분명하지 않습니까?”

      탕밍은 어깨에 아픔을 느끼면서 조우무챵바의 손을 피했다. 그는 서생처럼 보이는 교수의 강한 힘에 놀라며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사진은 제 형이 찍은 건데, 이젠 물어볼 수가 없어요.”

      조우무챵바는 흥분해서 다시 탕밍를 잡으려고 했다. 탕밍이 그의 손길에서 벗어나자, 그는 급하게 물었다. “형은 대체 어디 있지요? 지금 당장 만나야 합니다!”

      탕밍은 미친 사람을 보는 것처럼 기괴하다는 눈빛으로 조우무챵바를 쳐다보았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엔드리스 병원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따라오세요”

      엔드리스 병원은 미국의 유명한 정신병원이다. 조우무챵바는 병실에서 탕밍의 형과 벽에 붙어 있는 수 많은 사진을 볼 수 있었다.

      탕밍의 형은 조우무챵바가 처음 사진을 볼 때와 같은 표정으로 침상에 누워서 멍하니 사진들이 붙어 있는 벽을 응시하고 있었다. 갑자기 생소한 사람이 들어오자 두려움에 벌벌 떨기 시작하였다. 탕밍은 형의 몸을 어루만지며 조용히 위로하자 겨우 진정을 하기 시작했다. 탕밍은 그보다 5살이 많으며 이름은 탕타오라고 소개했다.

      탕타오와 탕민의 키는 거의 비슷했으나 탕타오가 훨씬 건장하였다. 피부는 강철처럼 튼튼해 보였고, 머리카락은 매우 짧아서 바늘처럼 날카로워 보였으나 외모만은 매우 준수했다. 조우무챵바는 탕타오를 어디선가 본 것 같았지만, 벽에 붙어 있는 사진들이 먼저 그를 잡아 끌었다. 벽에는 세계 각지의 풍경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어떤 사진은 조우무챵바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런 사진들은 분명히 프로사진작가가 찍은 것으로 보였고, 어떠한 사진 잡지에 투고하여도 무조건 커버사진으로 사용될 수 있었다. 조우무챵바는 감탄을 하며 물어보았다.  “이 사진들이 다 형이 찍은 겁니까?”

      탕밍은 자랑스럽게 대답하였다. “당연하죠!”

      조우무챵바는 주위의 벽에 걸려 있는 사진들의 촬영 위치 선정이나 선명함 그리고 예술성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탕타오는 오직 그의 앞에 있는 벽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우무챵바는 탕타오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그 벽에 있는 사진은 다른 사진과는 완전히 다른 몇 십장의 모호한 사진들이었다. 그리고 그 모호한 사진 모두가 바로 그 신비한 마스티프였다. 조우무챵바는 그제서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두 장의 사진은 여기 붙어 있는 사진 중에서 가장 선명한 사진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벽에 있는 사진 중에 가장 모호한 것은 녹색 구름에 검은 구름이 박혀 있는 것처럼 상당히 불분명하였다. 조우무챵바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님 분은 어떻게 된 겁니까?”

      탕밍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모르겠어요. 이번에 돌아오니 이렇게 되어 있었어요. 의사들은 강한 충격을 받아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국내에서 치료를 받다가 미국의 의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이쪽으로 와서 심리암시요법을 받고 있어요. 신문에서 최근 마스티프 대회가 근처에서 개최된다고 하기에 참가해서 사진을 건내 드려 본 것이에요.”

      조우무챵바는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보기에는 별 문제 없어 보입니다만…”

      탕밍은 천장의 등을 가리키며 말했다. “암흑공포증이래요.” 조우무챵바는 그 때서야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방안의 모든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수 많은 의혹이 쏟아 올랐다. 그는 대체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탕밍이 말했다. “저도 이 사진이 진짜라고 믿어요. 형은 조작 같은 것을 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도대체 이 사진을어디서 찍었는지 도통 모르겠어요. 어떻게 몇 십장의 사진 중에 선명한 것이 하나도 없는 건지…”

      조우무챵바는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형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는데 어떻게 돌아올 수 있었던 겁니까?”

      탕밍이 대답했다. “작년 6월에 커커시리 산악순찰부대에서 발견했어요. 발견했을 때 형은 당장이라도 죽을 듯이 달리고 있었대요. 그 때 이미 정신적인 문제가 생겼던 거죠. 만약 순찰부대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죽을 때까지 달렸을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순찰대 요원이 말해주었는데, 형을 발견하고 겨우겨우 제지하자 갑자가 쓰러져서 혼수상태가 되었대요. 나중에 깨어났을 때에는 이미 이런 상태였고요. 단지 계속 두 말만 반복했대요. “멍허의 미친넘의 말이 사실이었어. 지옥의 문이야.” “왔어! 그들이 왔어! 도망쳐!” 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요. 나중에 순찰대가 형을 발견한 지점에서 300KM 떨어진 곳에서 형의 지프를 발견했대요. 지프에는 기름이 남아 있지 않았고요.”

      조오무챵바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만약 그의 형이 기름이 떨어진 뒤, 차를 포기하고 달렸다면, 그는 300KM나 달리고도 멈추지 않으려 한 것이다. 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그렇게까지 했던 것일까? 그러나 그는 너무나 즐거웠다. 남들이 모르는 그 두 마디를 그는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그는 어떤 이름이 생각났다. 그는 탕밍에게 물었다. “독행협?! 형이 독행협 탕타오인겁니까?”

      탕밍은 이제야 생각났냐는 표정으로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우무챵바가 어디서 본 것 같았던 것도 너무나 당연했다. 그는 국내에서 대단히 유명한 탐험가 독행협 탕타오였던 것이다. 그의 아버지 탕밍후이는 중국 유제품산업의 3대 거상 중 하나였지만 40이 채 되지 않아서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두 아들에게 몇 억 위엔의 유산을 남겼던 것이다. 그의 큰아들 탕타오가 언제부터 탐험을 좋아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혼자서 탕구라산을 넘은 것부터 시작해서, 그는 홀로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고, 홀로 초모랑마 정상을 정복하고, 홀로 황하와 장강 그리고 야로장포강를 배를 타고 내려왔다. 또 혼자서 발해해협을 수영으로 건너기까지 하였다. 그 뒤에 그의 활동무대는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산과 가장 무서운 급류 그리고 공포스러운 사망계곡을 향하여 떠나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이 가지 않는 곳에 그는 언제나 홀로 뛰어들어갔다. 모두가 죽을 것이라는 죽음의 행진 속에서 그는 언제나 기적적으로 다시 문명사회로 돌아왔다. 과거 어떤 이는 그에게 왜 이런 위험한 일을 하냐고 질문한 적이 있었다.. 그는 단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사진에도 조예가 깊었다. 역시 홀로 여행을 하면서 생겨난 취미였다. 그러나 그는 단 한번도 사진을 팔아본 적이 없었다. 많은 잡지사에서 상당한 액수를 불렀으나, 단 한 장의 사진도 얻을 수가 없었다.

      팡신 교수에게 사진을 어떻게 구했는지 모두 말한 뒤, 조우무챵바는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지도교수님! 독행협 탕타오가 찍은 사진입니다. 어떻게 가짜일 수 있습니까?”

      팡신이 말했다. “이미 결심을 한 것 같구나. 나의 아들아. 그래 가거라. 꼭 성공을 하길 바란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조우무챵바는 그의 지도교수를 설득할 수 없자 풀이 죽어버렸다. 그는 최고의 도우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는 원망스러워하며 사진을 챙겨 무거운 발걸음으로 걸어 나갔다. 문에 거의 도착했을 때, 그는 별안간 몸을 돌리며 물었다. “지도교수님. 아직 저희에게 처음 수업하셨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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