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ly564님의 아버지의 금연에 트랙백하였습니다.



본인은 아직도 아버지를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사는 보통 남자이다. 어머니는?! 어머님은 나의 평생 연인이다. 어머님이 많이 동안이시고, 본인이 상당히 겉늙어 보이는지라 요즘도 같이 나가면 어머니-아들보다는 누나-남동생으로 보인다. 아니면 불륜관계처럼 보일까?! -0-;;;

아버지는 논문이라는 것을 자주 쓰는 직업에 종사하신다. 알고 있다. 본인의 행태를 생각하면 아버지에게 조금 미안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 아버님의 그 아들인것을-0-;;

아버지가 논문을 쓰는 시기가 오면, 아예 담배를 보루도 아니고 한 박스를 사다 놓으신다. 더욱 경악인 것은 그 한 박스가 1주일도 못 간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하루에 3갑 이상을 피우시는 것이다. 그래서 1년정도 한 집에 살게 되면 벽지가 누렇게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도 담배를 상당히 어린 시기에 접하였다. 초등학교 고학년쯤 처음 담배를 빨아보았었다. 그리고 점점 그 양이 증가하더니, 고등학교때는 하루에 한갑정도 피게 되었다. 이게 다! 아버지 때문이라고 투정을 피워본다.




"니 마음대로 해라! 단, 책임도 니가 져라."

본인의 집의 자식 교육 방침은 아주 단순하다. 본인 역시 내 자식에게 더욱 철처하게 이 교육 방침을 적용시킬 생각이다. 저 내 마음대로는 그 어떠한 일에서도 적용이 된다. 담배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 이후에, 하루에 한갑이상이면 담배를 피운다고 말해야된다고 자기자신에게 기준점을 잡고 있었기에, 부모님한테 담배피운다고 당당하게 말하였다. 그리고 들려온 소리는 어머님이 말씀하시는 "건강에 안 좋단다 끊는게 어떻겠니?"라는 어디까지나 청유형이었다. 물론 지금도 어머님은 담배 끊으라고 하신다. 어머님의 마음이 그렇지 않은가?!

여기서 어떻게 자기 자식에게 그렇게 할 수 있어! 라고 하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본인이 생각해도 이런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고등학교정도만 되어도 본인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자각은 있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책임을 부모님이 대신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당신들이 하신 말씀을 지키시는 분들이었다.

한번은 만화가 갑자기 싫어졌었다. 매너리즘이라면 매너리즘일 것이다. 그 전까지 죽도록 만화를 했었고, 나도 "난 만화를 할거야"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었다. 하지만 갑자기 싫어졌다. 그래서 "이젠 만화 싫어"라고 한마디 했다가 죽도록 맞았었다. 원래 내가 만화를 하는 것에서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계셨는데도 내가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았다고 두들겨 맞은것이다. 그렇게 맞고 깨닭은 바가 있어서 다시 만화에 빠져 들었지만, 자기가 한 말은 책임져야 하는 것이 우리 집의 법칙이다.똑같은 원리로 본인이 대충 2만여권을 모았었는데, 그 만화책 사는 돈도 다 본인 스스로 알바를 해서 벌었었다. 인생이 그런것이다.





이제 담배 이야기로 돌아가겠다. 이런 최강 골초이신 우리 아버님이 내가 고2때 금연을 선언하셨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아버지의 히스테리를 받아주느라고 죽도록 시달림을 받는 1년이 되었다. 담배를 끊어보신 분들은 아시리라 생각한다. 그 히스테리가 장난이 아니다. 그렇다고 당신이 한 말이 있으니 다시 필수도 없는 막다른 골목!!!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를 온 몸으로 실천하면서 막강 자존심을 보이시던 아버님도 결국 8개월만에 무릎을 꿇었다. 그것보다는 이젠 그 히스테리를 견디기 힘들었던 어머님의 "차라리 담배를 다시 펴!! 다시펴!!"라는 한마디가 주효하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아버님은 담배를 다시 입에 물으셨다.




위에서 말했다 싶이, 나는 담배 피는 사실을 고등학교때부터 집안에 공개하였다. 그 당시 아버님이 하신 말씀이 있었다.

"맘대로 해라. 대신! 대학생이 될 때까지는 맞담배는 안된다."

......뭐 그런거다. 대학생이 될때까지는 맞담배는 허용하지 못하겠다는 아버님의 의지였고, 본인 역시 그 정도는 한국 사회에서 용인되는 전통중에서 충분히 받아들일 만하다고 생각되었기에, 사실은 저것도 상당히 개방적인 일이이기에, 받아들였다.

그리고 본인이 성인이 되는 해에 지금까지 삽질을 하고 있는 중국-북경으로 오게 되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은 처음 3개월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뒤로하고, 잠시의 휴식을 위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충격적인 장면을 보아버렸다.









......................아버님이 담배를 끊으셨다.



드디어 집안의 허락하에 맞담배를 필 수 있는 기회였건만, 오~~ 하늘이여!!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어! 라고 욕하실려면 욕하시라. 아버님과 맞담배를 핀다는 사실은 나에게 있어서 내가 성인으로 인증받는다는 그런 의미가 어느 정도 내포되어있었다. 이제 성인으로서 아버님의 받침대로서 아버지 앞에서 당.당.히. 담배를 핀다라는 생각! 이런 표현으로는 맞담배를 핀다는 생각을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수 많은 감정의 잔해들이 얽혀있는 그 무엇인가......윤리와 도덕의 잣대로 욕을 해도 나는 그 감정적인 행복을 느끼고 싶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담배를 끊으셨다. 그 뒤로 지금까지 3년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금연중이시다. 평생동안 아버지와 맞담배를 펴 볼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미 불가능해진 아련한 꿈이지만...
아버지와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나누면서 맞담배를 자연스럽게 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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