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누가 승진을 싫어할까? 지금뿐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승진은 모두의 꿈이었다. 누구나 천인지상 만인지하의 재상이나 황제의 어머니인 황태후가 되고 싶어 한다. 황제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것은 분명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황제 주변에서 벌어지는 승진 경쟁 중에서 가장 격렬한 것은 황궁 여자들 사이의 경쟁이다. 물론 대신들도 재상이 되어서 천하를 통치하고 싶어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 외의 선택지도 많이 있기에 그다지 승진에 연연하지 않는다. 대신들은 천하를 유람할 수도 있고, 문학작품을 남겨서 몇 천년동안 이어질 이름을 남길 수 있다. 그래서 스스로 은퇴를 자청해서 고향의 삶을 향유하는 대신들이 많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황궁의 여자들은 대신들과는 달랐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황궁에서 살고 황궁에서 죽을 운명이었다.

그런데 어떤 이는 자신이 가질 수 있는 황제의 어머니라는 황실 여자에게 있어서 최고의 자리인 황태후의 자리를 마다하고 그 다음 자리인 황태비가 된다. 그녀는 왜 그랬을까?



유(刘)씨는 후당(後唐)을 건국한 이존욱(李存勖)의  아버지 이극용(李克用)의 큰마눌님이었다. 비록 이존욱의 친어머니는 조(曹)씨이지만, 그녀는 유씨의 시비에 불과하였다. 훗날 이존욱이 황제가 된 이후 자신의 친어머니인 조씨를 황태후의 자리에 모시고, 정실인 유씨를 황태비의 자리로 격하시킨다.

그런데 유가의 전통에서 이러한 행동은 용납 받지 못하는 행동이다. 질투와 전횡으로 유명한 자희태후 조차 정실이었던 자안태후와 공동으로 태후의 자리에 있었을 정도였다. 설령 친어머니라고 할지라도 가문의 정실만이 최고의 권위를 가질 수 있었기에 이존욱도 대신들의 강력한 반대를 마주치게 된다. 심지어 친어머니 조씨조차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황제에게 결정을 바꾸라고 편지를 쓴다. 그런데 정작 유씨는 아무런 말도 없이 황태비의 자리에 올랐을 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조씨에게 황태후가 되라고 권유를 한다.

유씨는 해탈을 할 정도로 마음이 넓었을까? 아니면 황제의 말도 안 되는 행동에 화가 났을까? 혹은 황제가 자신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실마리는 조씨에게 황태후가 되라면서 권유했던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우리 아들이 황제가 되어서 후량(後粱)과의 일전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긴다면 황태후든 황태비든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패배한다면 관직이 높은 사람부터 목숨을 잃게 될 터인데 굳이 싸울 필요가 무엇이란 말입니까?!"



공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위험한 나라에는 들어가지 않고, 혼란한 나라에는 살지 않는다.危邦不入,乱邦不居"의 진리이다. 만약 당신이 소국에 있다면 고위관직에 올라가려 노력하지 마라. 나라가 위태로운 순간 당신의 관직이 당신의 목숨을 노리게 될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진(晋)나라는 조(曹)나라를 멸망시키고서 300명의 고위관료를 죽여 버렸다. 남북조시대의 유유(刘裕)도 산동의 소국 남연(南燕)을 멸망시키고 200명의 고위인사를 죽이고서야 특별사면령을 내린다.

오히려 고위인사가 아니었기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예시가 적지 않다. 금(金)나라는 북송(北宋)을 멸망시키고서는 휘종(徽宗)과 흠종(钦宗)을 비롯한 수천 명의 황족과 궁녀들을 인질로 데려간다. 오직 송철종(宋哲宗)의 황후였던 맹씨만이 어떤 이의 간섭도 받지 않고 황궁에 남아 있었다. 왜냐하면 맹씨가 몇 번이나 황후에서 폐위되었기에 황실인사 명단에서 지워져있었고, 어디까지나 여도사로서 황궁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맹씨는 본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여도사가 된 것일 뿐이다. 그에 비하여 유씨는 명확하고 지혜로운 안목으로 황태후의 자리를 양보했으니 놀랍지 않은가?



위험한 곳에 가지 않는다는 간단하고 당연한 말을 승진이라는 허울에 속아서 쉽게 망각하고는 한다. 태평천국 후기, 청나라 군대가 태평천국의 수도의 턱 밑까지 진격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평천국의 대신들은 끊임없이 승진을 원하였다. 그 결과 2700여명의 왕과 100여명의 승상이 멸망과 동시에 처형을 당한다. 왕망(王莽)이 함곡관(函谷关)을 잃고 멸망을 기다리고 있을 무렵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왕망이 "나를 위해서 울어주는 사람에게 관직을 내리겠다."라는 말에 따라서 열심히 눈물을 흘렸다.

사람들은 승진을 사랑한다. 자신의 노력과 능력이 인정받는 것인데 싫을 이유는 없다. 다만 어떤 관직을 맡기 전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본 글에 관련된 내용은 역사에서 처세술을 배운다 : 황제접대학 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맞춤법과 번역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환영합니다. 
본 글은 한국인에 적합하도록 의역하였습니다.

본 글은 출판을 위한 번역이 아니며, 오직 여러분들의 덧글로 힘을 받습니다. ^^



+ 특히 아무 생각 없이 인사청문회에 나와서 온갖 비리가 까발려지는 분들의 사례를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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