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귀신을 공경하지만 멀리해야한다.(敬鬼神而远之)"라고 말했다. 최소한 표면으로는 유가 논리가 지배하는 동양사회에서 황제의 대신으로서 신선이니 풍수와 같은 황당무계한 헛소리를 믿지 않는 것은 분명히 현명한 방법으로 보인다.


그런데 황제는 스스로를 하늘의 아들인 천자라고 하였다. 하늘과 뜻이 통하는 황제는 어떤 의미에서 미신의 최고봉이며, 미신의 최고 권위의 해석자이다. 수 많은 대신들이 이를 알지 못하고 미신의 최고 해석자에게 감히 도전하여 죽어나갔다.



당조의 사법부장(형법상서刑部尚书) 장량张亮은 취미생활로 점을 보았다. 문제는 심심풀이로 감히 어떤 이에게 황제가 될 수 있는 복이 있는지 점을 보았다가 목이 날아가고 만다. 어디서 감히 황제의 자리를 가지고 점을 치는가?! 남조의 대장군 장경측(张敬则)은 과거 꿈에서 어깨가 뜨거워진 덕분에 대장군이 될 수 있었다고 떠벌리고 다녔다. 그러다가 어제 꿈에 상반신이 모두 뜨거워졌으니 큰 복이 있을 것이라고 함부로 지껄였다가 온 가족이 죽어나가게 된다. 그 뿐만이 아니라 한무제의 태자 유거(刘据)나 양무제의 태자 소통(萧统)도 미신을 믿었다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역시 미신을 믿을 것이 못 된다고 생각되는가?

하지만 미신을 믿어야 할 때도 있다.



강희제(康熙)는 중국에서는 세종대왕 급의 명군으로 손꼽힌다. 그는 중국전통학문에도 뛰어난 능력을 보였을 뿐만이 아니라 서양의 과학에도 정통한 것으로 유명하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대신 연경요(年羹尧)에게 장님점술사를 데려오라고 한다. 연경요는 장님점술사의 품격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데리고 올 수 없다고 한다. 강희제는 장님점술사의 품성이 떨어지는 것은 알고 있으나 그의 점술 능력은 훌륭하다면서 은근히 화를 낸다.


명군이라고 불리우는 강희제가 미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리고 오라고 하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이유가 있는 것인데 감히 어디서 황제의 명령에 거부하는 것인가?!



사실 연경요(年羹尧)의 목숨까지는 뺏기지 않았으니 가벼웠다고 할 것이다. 한나라의 광무제(光武帝) 유수(刘秀)에게는 유가제일학자라고 하는 정흥(郑兴)이 있었다. 한번은 광무제가 점을 보는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유가제일의 학자인 정흥은 당연히 유가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었기에 당당하게 "그런 장난에 관심 없다"라고 한다.


그러나 광무제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최대한 화를 참는 것이었다. 정흥도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채고 자신은 유가학문만을 공부하였기에 미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면서 미신은 미신전문가에게 물어보라고 서둘러 대답한다.


광무제 유수는 다른 것도 아니고 세상에 "유수의 천하가 올 것이다"라는 미신적인 유언비어를 바탕으로 황제의 자리에까지 올라간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를 "장난"으로 취급하면 뭐가 되겠는가?



조선의 태조 이성계도 개경에서 한양(지금의 서울)로 천도를 할 때 내세운 이유가 풍수지리라는 미신적인 이유였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대신들이 결사적으로 반대를 하였고, 피의 소나기가 내리게 되었다.


그런데 이성계는 단순히 미신적인 이유로 천도를 한 것이 아니라 문벌귀족들의 개경세력을 억제하기 위해서 이었다. 그렇기에 유가가 사상적 기반 역할을 하였던 신흥사대부가 오히려 천도를 찬성하며 한양천도를 찬성하였던 것이다.




황제 접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황제의 마음을 짐작하는 것이다. 미신에 대한 모든 판단은 어디까지나 황제의 의도에 따라 정해진다. 당신이 아무리 미신을 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황제가 미신을 거론하는 것에 어떤 이유가 있지 않는지 신중하게 생각하여야 한다. 설령 단순한 황제의 취미생활 이었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그의 심기를 상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본 글에 관련된 내용은 역사에서 처세술을 배운다 : 황제접대학 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맞춤법과 번역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환영합니다. 
본 글은 한국인에 적합하도록 의역하였습니다.

본 글은 출판을 위한 번역이 아니며, 오직 여러분들의 덧글로 힘을 받습니다. ^^


+ 이성계 이야기는 제가 마음대로 넣은 겁니다. 그 동안 원문을 "한국인에 적합하게 한다"면서 충분히 마음대로 변조하고 있었지만...그냥 심심해서 한국 이야기까지 넣어봤습니다. 원문도 보시는 분들은 점차 원문과 멀어지는 글에 경악하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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