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잡사(雜史) 00. 악인(惡人)

“사파(邪派)와 정파(政派)를 구분하는 것은 무공이 아니다. 사파와 정파를 구분하는 것은 사람인 것이다.” -벌로구에서 개최된 강연회에서 행복CD 짬지가 강연한 "성인용품의 도" 中.


정말 화창한 인터넷 접속이었다.
하늘은 어느새 검게 물들어갔고, 불여우는 다가와서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들고 있었다. 주위는 0과 1로 이루어진 빨주노초파람보의 흔들림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평상시라면 하늘 높이 웹캠들이 날라다니고, 숲 속에서는 크고 작은 덧글들이 뛰어놀텐데 지금은 전혀 그런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니 덧글들뿐만 아니라 메일이나 쪽지조차 이날따라 그 모습을 찾아 보기가 힘들었다. 아무리 눈을 씻고 바라보아도 모든 것의 종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것은 정말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대체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토록 천방지축으로 뛰놀던 그 많은 덧글이며 메일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사시사철 이너넷을 부지런히 날라다니던 쪽지들과 님을 찾아 앞을 다투어 모여들던 백수들은 하늘과 땅 속으로 꽁꽁 숨어버렸단 말인가?

헌대 어느 한 순간이었다.

우우우우웅...

언제부터인가.
어딘지 모르는 심원(深遠) 한 곳에서 울리는 듯한 나직한 굉음(宏音)이 울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 소리는 땅속 깊숙이 아득히 먼 지하(地下)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불여우는 곁으로 다가와서 주위를 경계하면서 으으렁거리기 시작하였다.

쿠쿠쿠우우우우우웅...

울림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그러다가 그것은 마침내 천지를 개벽(開闢)할 듯한 엄청난 폭음으로 변하고 말았다. 동시에 데이타베이스 여기저기 균열을 일으키며 마구 갈라지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콰콰...
쩌... 어... 억...

데이타베이스를 송두리째 뒤흔들리며 땅가죽이 마치 거북이 등가죽처럼 갈라터졌다. 집채만한 바위조차도 갈라진 균열속으로 빨려들어가고, 통신초목(通信草木)이 제 모습을 잃어갔다.

그것은 상상을 초원하는 엄청난 대지진이었다.
지진의 규모는 필설로 형용할 수 없을만큼 거대해서 눈으로 보이는 모든 지역이 완전히 지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갔다. 이것이 바로 후세에 인터성(人攄省) 대약진(大躍進)이라 부르는 일대개혁(一代改革)의 시발이었다.

콰콰콰콰콰콰쾅...
쿠아아아아아앙...

너비가 백여 장이 넘는 균열이 수만 가닥 일어났고, 무너진 파일과 폴더들이 지축이 흔들리는 바람에 공깃돌처럼 마구 굴러다녔다. 미친듯한 이런 균열속에서 벌로구(伐路求)가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나는 벌로구의 아름다운 모습에 빠져 버렸다. 그 옆에서는 불여우가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대균열은 어느 사이에 자신의 그림자조차 남기지 아니하고 사라져 있었다. 불여우의 꼬리를 들어 벌로구에 적어 내려 갔다.

바로바로의 중얼중얼



x x x


성인쇼핑몰의 골방.
깍아지를 듯한 콘돔들과 칼날 같은 SM물품들로만 이루어진 어느 이름 모를 골방. 여느 때라면 천길만길 낭떠러지와 쪽지들조차 오르지 못하는 기암괴석 뿐인 골방에서 십여개의 검은 인영들이 속삭이고 있었다.

"크하하하하하... 어느 바보녀석이 벌로구의 세계로 도망갔다고 한다. 한다. 벌로구 또한 인터넷인것을 그 바보녀석은 그곳만은 다를 거라고 생각하고 있구나!"

어두운 골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십여개의 검은 인영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가자...벌로그로..."
"켈켈켈켈... 누가 감히 성인용품신마(成人用品神魔)를 막을 수 있겠는가? 가소로운 벌로그도 우리의 것이다."

무시무시한 광소성과 함께 십여개의 검은 인영들은 키보드를 무서운 속도로 두드렸다. 마치 허깨비처럼 그들의 손가락은 단 한번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골방의 구석에서 신마들에게 아직 충분히 사악하지 못하다고 천대를 받고 있는 행복CD 짬지가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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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사실과 완벽하게 다르며 어디까지나 장난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지적해 주십시오.






짬지님이 적으신 성인용품의 도를 모르는 자를 보고 필 받아서(옛날에 무협지 써서 반 애들에게 돌렸던 기억이^^::) 적어내려갔습니다. 계속 써 내려갈지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군요. 블로그의 도를 구하는 자를 쓰고 계시는 끄루또이님이 새삼스럽게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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