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정말 조용히 있을 생각이었다. 설마 진짜로 저딴식으로 영어 교육을 시킬려나라는 생각을 머리 속에 하고 있었다. 만약 이명박이 개혁가라면 정말 시대를 앞서가는 개혁가일지도 모르겠다. 나름 진보적이고 선진적이라는 자부하는 본인에게는 도저히 이해 못할 일을 저지르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건 개혁이 아니라 그냥 다 같이 죽자는 것으로만 생각된다. 이게 실용주의인가? 바보짓일뿐이다.

본인 지금까지 영어권으로 어학연수를 떠나 본적이 없다. 물론 중국이라는 외국땅에서 오래동안 생활하였지만, 여기서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경우는 극소수의 상황밖에 없다. 물론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할 수 없다. 발음도 별로 안 좋다. 책도 문학소설을 읽을 엄두를 못 내며, 본인의 전공책만 본다. 하지만 본인에게 영어는 딱 그정도면 되는 "도구"이다. 그래서 크게 실망스럽지도 않다.


학부모를 대표해 나온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이경자 운영위원은 “인수위 정책에 두 손 두발 다 들어서 환영하고 싶다”며 “대학을 졸업해도 외국인을 만나면 도망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 는 “이제 선생님들도 자세를 바꿔야 한다”며 “다들 개인적으로 자기 돈 들여서 하는데 나라에서 프로그램까지 세우고 하는데 그것만 기다리는 선생님이 있어선 안 된다. 지금 사교육 시장으로 달려갈 분들은 선생님들이다. 적극적으로 임하고 변화에 노력해 달라”고 교사들에게도 변화를 주문했다.

“에프(F)발음 표기 위해 국어도 바꾼다”… 영어공청회 ‘이모저모’


그런데 이경자 인간교육실현학부모 연대 소속분이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한다. 인간교육을 실현하고자 하는건데, 사교육 보급 실천본부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런 분들의 생각에 동조하는 분들을 위해서 몇마디 해주겠다.

1) 외국인을 만나면 도망을 간다고?!
그건 외국어의 문제가 아니다. 당신의 용기가 부족하고, 낯선 것에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국인의 정서문제이다. 본인 주위에 영어 정말 기똥차게 잘하는 녀석이 있다. 근데 외국인 앞에서는 정작 본인이 하고 싶은 말 못한다. 차라리 나는 말도 안되는 영어라도 그 외국인과 충분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도망가지 마라. 본인도 한국 고등학교까지 나왔다. 하지만 도망가지 않는다. 외국인과 의사소통정도는 할 수 있다. 발음? 엉터리다. 문법? 거지같다. 그래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그 외국인이 당신을 잡아먹지 않는다. 영어 못한다고 그 외국인이 당신을 욕이라고 할 것 같은가?


2) 발음 가지고 찌질되는 분들.
본인의 발음이 안 좋으니 자격지심이니 어쩌고 할것 같은 분들이 있을 것 같지만, 한마디 해야겠다. 발음 신경 쓰지 마라. 혹시 동시통역사를 하실 것인가? 아니면 미.국.에.서. 로펌에 들어가실 분이신가? 그럼 신경 써야될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대부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언어의 목적은 의사소통이다. 누가 더 아름다운 말을 하느냐를 겨루는게 아니다. 발음이 이상하다고 말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웃기지 않는가?

한국 분들 정말 답답한 것이 있다. 말하는 것을 두려워 한다. 틀리는 것을 두려워 한다. 그래서 말도 안한다. 장난하냐? 본인 중국에서 중국어 배웠고, 일본에서 지금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다. 그런데 어학연수 과정에서 한국인들이 "이렇게 말해도 되나요?" 라고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는 것을 별로 본 적이 없다. 왜? 말도 안되는 말이면 쪽팔려서 어떻게 하나라고 생각한다. 궁금하면 질문해라. 틀리면 어떠한가? 당신은 외국어를 배우는 학생이다. 전문 통역사가 아니란 말이다.

물론 발음이 좋으면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발음만 좋다는 소리를 듣고, 외국인 앞에서 얼어붙는 것보다 말도 안되는 발음이라도 의사소통을 하는 편이 훨씬 좋다고 생각되는것은 나뿐일까?


3) 당신은 외.국.어.를. 배우고 있다.
한국사람들은 외국어에 대한 개념이 너무나 독특하다. 모든 외국어를 소위 네거티브 수준으로 익혀야 된다고 생각한다. 제발 참아라. 본인의 경우 정말 네이티브라고 불리는 사람이 되려면 최소한 해당 나라에서 10년동안 열심히 생활해야된다고 생각한다. 언어라는 것은 발음이니 문법이니를 다 떠나서, 그 나라의 문화가 모두 녹아있다. 20살이 넘어서 해당 국가에 가서 10년동안 굴러도, 완전한 네이티브가 되기만 한다면 그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간단하게 붉은 악마의 함성이었던 "대한민국"은 그냥 나라이름일 뿐이다. 하지만 그 속에 있는 수 많은 감정들을 생각해보라. 그런 모든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네이티브가 되는 것이다.

흔히 이번 일을 비판하면서 나오는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에 나오는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을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이해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 같은가? 정말 간단하게 가보자. "으이구...마음에 한으로 남아있다"라는 말의 "한". 이거 외국인이 얼마만에 이걸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그 땅에서 태어나서, 그 땅의 물을 마시고, 그 땅에서 웃고 울어보지 않았으면 어디까지나 외국어이다. 제발 외국어를 외국어로 보았으면 좋겠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해당 언어권에서 어릴때부터 살거나 소수의 언어적 천재들 외에는 일반적인 사람들은 네이티브가 되기가 사실상 힘들다. 포기해라. 제발...


마지막으로 선생님들이 앞장서서 사교육 현장으로 달려가야된단다. 이쯤되면 인터넷식 용어로 "막장 중에서도 개막장이다." 농담이 아니고 진지하게 고뇌해본다. 미국이 받아줄런지 모르지만, 미국의 새로운 주로 편입하자고 주장하는게 훨씬 좋을 것 같다.






본인 수구주의자도 아니고, 민족주의자도 아니다. 본인 세계가 모두 통일되어서 세계정부를 이루는 것을 소원하는 극단적인 세계주의자이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본인도 사람들에게 외국어를 배우는게 좋다고 역설하는 편이다. 동생에게도 군대 제대하면 중국이든, 미국이든, 일본이든...어디든지 가서 1년정도는 살아보라고 말하고 있다. 다른 문화를 바라보면 한국이 새롭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외국어를 네거티브로 익히라고는 안한다. 제발 부탁이다. 껍데기를 버리고 그 속을 봐라. 언어가 왜 있는가?


아주 간단하게 정리하면, 네이티브의 환상을 버려라. 그냥 본인이 필요한 수준만큼만 공부해라.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문화풍토부터나 만들어라. 그게 외국인 앞에서 당당하게 외국어를 할 수 있게 하는 비결중에 비결일 것이다.

무엇보다. 명심해라. 언어는 의사 소통을 위한 도구일뿐이다.
그리고 혼동하지 말아라. 외국인도 결국 밥먹고 똥싸는 인간이다.
사람 사는거 거기서 거기다.



이 글을 적고 진중권씨의 인터뷰를 보았다. 진중권씨. 전 역시 당신 팬입니다. 하지만 표현의 강도는 조금 조절해주셔요. 솔직히 맞는 말이긴 하지만 공공매체 아니겠습니다. -_-! 그런데 말이죠. 지금의 인수위와 이명박이 빈라덴같은 원리주의자라고 하셨는데, 사실 진중권씨도 원리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방향이 극단적으로 다른 쪽이긴 하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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