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씽츨(주성치 周星驰)의 쿵푸(功夫)는 중국문화, 특히 중국무협지에 대한 수 많은 패러디를 합쳐놓은 것이라서 번역의 난이도가 상당한 것은 분명하다[각주:1].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쿵푸의 한국어 번역에는 안타까운 곳이 한 두곳이 아니다. 그 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이 분들이 누구인지가 번역의 핵심이었다!!!!


딴 여자랑 만나고 다니는 아저씨와 뚱땡이 아줌마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이 대목에서는 본인 절규를 하고 말았다.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저씨-아줌마는 다름이 아니라 김용이 쓴 "신조협려[각주:2]"의 커플로서 한국의 무협지팬들도 베스트커플로 꼽는 "양과"와 "소용녀"이다. 양과와 소용녀의 아름다운 사랑을 아는 사람들에게 이 장면은 거대한 충격이자 최고의 웃음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각주:3]이다.

그런데 한국어 번역에서는 "파리스.."와 "트로이의 헬렌"이라는 어이없는 명칭으로 등장한다. 이로서 한국의 수 많은 무협지팬들은 안타깝게도 "양과"와 "소용녀"라는 최고의 웃음포인트를 잃어버리게 된다. 물론 번역 테크닉으로 해당 국가의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의역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기왕 의역을 하려면 한국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철이와 미애"나 "철이와 갑순이"을 사용하여서 비슷한 웃음을 줄 수 있다. 그런데 굳이 그리스 신화를 이용하는 것은 대체 무슨 발상인가?!

번역은 제 2의 창작이라고 불릴 만한 고된 작업이다. 원작자만큼의 원작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하여 해당 언어는 물론이고 그 안에 원작자도 무심결에 내포시킨 문화요소까지 잡아내야 한다. 그 뿐만이 아니라 모국어에서 원작의 "냄새"을 얼마나 원형에 가까우면서도 다른 문화의 모국어 사용자들이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번역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의 번역은 원작을 이해하지도 못했고,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도 실패한 번역이 아닌 반역이 된 사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고 보니 본인이 중국어를 배운 이유 중에 하나가 아버지가 김용소설 원작의 맛을 아냐고 놀렸던 기억[각주:4]인데, 이런 안타까운 번역을 볼 때마다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 감사한다.

  1. 사실 대부분의 주성치 영화들에서는 온갖 패러디가 나와서 더욱 번역을 어렵게 한다....좀 다른 말이지만, 주성치의 인간성이 더러운 것은 이미 유명하지만, 그의 리얼뽕짝 3류영화는 몇 번을 봐도 좋다. (장강13호 제외-_-) [본문으로]
  2. 한국에서는 영웅문시리즈 2부로도 유명한데 정식 이름은 신조협려이다. [본문으로]
  3. 참고로 본인 이상형도 소용녀...젠장...소용녀란 말야!! 저 아줌마는 머냐고!!!!!!! [본문으로]
  4. ...농담이 아니고 정말 놀리셨다. 그래서 중국어 공부 2달만에 김용소설에 도전하는 미친짓을 감행했다. 참고로 그딴 짓 하지 마라. 마치 영어 2달 배우고 섹스피어 원문을 읽겠다고 하는 짓과 다를 바가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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