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인문학(Visual Humanities)은 인문학적 연구에서 구축한 인문학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각화 기술을 활용하여 인문 지식을 인지할 수 형태로 만들어 내는 행위의 총칭이다. 


문제는 시각화에 대해서 수 많은 사람들이 착각을 한다는 것이다. 시각화는 분석과 해석 과정을 거친 최종적인 연구 결과물을 인지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하는 행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무슨 말이냐고? 전통적인 인문학 연구로 돌아가보자. 학술지와 저술을 출판하는 것은 지식의 시각화 과정이라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고대의 문헌자료를 영인하여 출판하는 것은 시각화인가? 


시각화이다. 문헌자료라는 지식을 인지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기존의 자료보다 접근성과 명확도를 높여서 보다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인문학 연구는 영인본을 토대로 하여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영인 작업도 시각화가 정의하는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디지털에서의 시각화도 아날로그에서의 시각화와 그 본질은 결코 다르지 않다. 디지털에서는 아날로그에서는 불가능한 효율성과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지식을 인지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는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디지털에서 분석과 해석의 과정을 모두 거친 최종 연구 결과물을 시각화하는 행위도 시각화이지만, 디지털에서 구축된 데이터를 보다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도 충분히 시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제발....ㅠㅠ


* 본 내용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서소리 선생님의 의견을 참고하였습니다.


미국 정부가 공개한 데이터를 대상으로 시각화를 시도하였다. 단순한 통계자료는 일반인들에게는 직관적으로 와 닿기 힘든 내용이 많이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시각화를 통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데이터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출처 : Visualizing Publicly Available US Government Data Online



다만 개인적으로 시각화는 어디까지나 튼튼한 데이터가 바탕이 되어야 하며, 시각화 자체도 원래의 사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는 면에서 조심 또 조심해야된다고 강도 높게 주장해본다.




출처 : http://www.cytoscape.org/



Cytoscape은 네트워크 분석 및 시각화용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이다.  지원하는 데이터포맷은  SIF (Simple Interaction Format), GML, XGMML, BioPAX, PSI-MI, GraphML, KGML (KEGG XML), SBML, OBO, Gene Association 이며, 다국어를 지원한다. 



바로 : 이미 사용하는 네트워크 분석툴이 많아서--;;; 아직 직접 테스트는 해보지 않았다. 나중에 심심하면 할듯도...사용해보신 분이 있으면 처리 속도 쪽 이야기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 




Tableau는 프로그래밍 과정 없이 자신의 데이터를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 할 수 있는 툴이다. 시각화 툴이기에 말이 필요 없다. 직접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시고, 하단의 동영상을 한번만 보셔도 모든 것을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14일의 무료체험판을 접해보실 수 있으며, 구매는 직접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시기 바란다.


Tableau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tableausoftware.com/ko-kr



Tableau의 존재는 디지털인문학에  인문학자들의 토대데이터 구축에 대해서 강력하게 말해주고 있다. 데이터만 잘 만들면 시각화는 날로 먹을 수 있다. 


어떠한 훌륭한 시각화툴이더라도 기본적인 데이터품질이 엉터리면 어떠한 분석도 불가능하다. 대놓고 말해서 엉터리 데이터베이스(표가 있는 한글문서, 온갖 행열 병합을 해놓은 엑셀 문서)가 판을 치는 현재의 인문학 데이터베이스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가 문제다. 







Mike Bostock에 의해서 작성된 Visualizing Algorithms은 알고리즘을 시각화하는 기본적인 방법론들을 실제 예시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비록 대상이 "알고리즘"이지만, 기본적인 시각화의 방법론을 설명하고 있기에 시각화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에게는 유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바로 : ......시각화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관심 있는 분들 화이팅!!! -0-;;



Republic of Letters은 7, 18세기 유럽과 미국에서 원거리 편지 교신으로 지식과 감성의 공감대를 형성해 온 문화적 공동체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Electronic Enlightenment  데이터베이스을 구축하여 17세기 초에서 19세기 중반까지 약 200년의 기간 동안 7,476명의 사람들에 의해 쓰여진 60,647건의 역사적인 기록물을 담고 있다. 단순히 원문을 디지털화 한 것이 아니라, 본문에 270,000여 건의 주석을 부가하고, 관련 있는 사람들을 연결시키고, 중요한 키워드는 옥스퍼드 인명사전 등 50여 개의 다른 데이터베이스에 하이퍼링크로 연결되도록 하였다. 


Electronic Enlightenment Project: http://www.e-enlightenment.com/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에서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공개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시각화를 시도하였다. 볼테르(Voltaire), 라이프니츠(Leibniz), 루소(Rousseau), 뉴톤(Newton), 디드로(Diderot) 등 계몽주의 시대의 인물들이 남긴 수 많은 편지의 발신지와 수신지, 발신 날짜로 기록된 공간, 시간 정보를 시각적으로 재현한 다이내믹 디지털 콘텐츠 구현하고자 한 것이다.


Mapping the Republic of Letters: http://www.stanford.edu/group/toolingup/rplviz/rplviz.swf



바로 :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시각화 자체도 나름 괜찮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주의해야될 부분은 DB구축과 시각화의 분리이다. 한국의 프로젝트는 DB구축과 시각화 모두를 하도록 사실상 강요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각각의 연구기관들과 연구자들의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DB화에만 집중하거나, 시각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될 것으로 생각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컴퓨터 그래픽(CG) 영상 제작용 '디지털 네이처 저작기술'을 개발, 영화나 드라마의 가상도시 제작에 시범 적용하는 등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중략)


외산 저작기술은 외국 자연환경 기반의 가상세트 특성에 맞춰져 있어 국내 전통 가옥·지형지물 등 환경을 반영하려면 별도의 수작업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국내 자연환경 기반의 가상세트 특성에 맞게 자동 제작이 가능하다.


단 한 장의 사진만으로 3차원 나무나 숲을 만들 수 있고, 2차원 스케치만으로 3차원 지형지물, 건축물 등 자연환경 기반의 통합 가상도시를 제작할 수 있어 제작 기간과 비용을 외산 저작기술 대비 절반으로 절감할 수 있다.


(중략)


미래부는 이 기술이 영화, TV, 게임과 같은 전통적인 CG 영상 콘텐츠 제작 산업뿐만 아니라 도시 설계나 교육·가상현실 콘텐츠 제작에도 활용될 수 있어 교육, 건축, 에듀테인먼트 등 다양한 콘텐츠 산업분야에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부와 ETRI는 디지털 네이처 관련 콘텐츠 제작 및 솔루션 업체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기술이전 사업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출처 : 연합뉴스, 컴퓨터 영상 제작기술 개발·상용화



바로 : 미래 10년은 3D의 세계이다. 3D로 제작하고 체험하고 출력한다. 이번에 미래부와 ETRI의 한국형 3D 영상제작 기술의 개발은 영화시장 뿐만이 아니라, 미래 교육 콘텐츠와 문화유산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예술적인 감각 제로에 도전하는 본인은...있다는 것만을 아는 것으로 만족하련다-_-)




Visualizing Cultures(문화 시각화)는 미국 MIT에서 주도하는 “이미지가 이끄는 학술”(Image Driven Scholarship)을 표방하는 디지털 환경의 인문 교육 교재 개발 연구 사업으로 근대 중국과 일본 데이터를 바탕으로 역사 스토리텔링을 시도하는 프로젝트이다. 


http://ocw.mit.edu/ans7870/21f/21f.027/home/index.html


바로: 기술적으로는 특별한 것이 없다. 다만 인문학자들이 스스로 웹을 통해서 교재를 개발하는 프로세스만은 배울만 하다. 



Visualizing Emancipation Project(노예해방잔젱 시각화 프로젝트)는 리치몬드 대학교(University of Richmond)와 Azavea(GIS기업)이 노예해방전쟁을 대상으로 GIS(지리정보시스템)을 바탕으로 시각화를 시도한 프로젝트이다. 


http://dsl.richmond.edu/emancipation/


바로: 시각화 프로젝트는 특별한 설명자체가 필요 없다. 직접 가서 체험해보시길 바란다.


블로그에 자유롭게 쓴 글인데 생각보다 논문에 인용이 되서 당황스러운 심정이다. 개인적으로 블로그글도 학술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학계의 분위기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이에 만약 본 글을 인용하시려거든 다음과 같이 인용하시면 될 것으로 보인다.(내용이 100% 일치하지는 않지만, 기본 개념은 동일하다)


김바로, 『시맨틱 데이터 아카이브의 구축과 활용』, 파주:보고사, 2018.12.10, pp.17~20


김바로, 『시맨틱 데이터 아카이브의 구축과 활용 - 제도와 인사의 관계에 대한 근대(1895~1910) 학교 자료를 중심으로』, 파주:보고사, 2018.12.10, pp.17~20


알라딘 링크


디지털인문학이 요즘 인문학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인문학에 대한 정의조차 제대로 모르면서 "디지털인문학"을 악용하려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각주:1].  디지털인문학 관련 내용을 올리는 블로거로서 최소한의 정의는 소개해야된다는 쓸데 없는 의무감이 생겨버렸다. 




1. 디지털인문학이란 무엇인가?







디지털인문학은 인문학과 정보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이 합쳐진 융합학문이다. 전통적인 인문학의 연구과정에 정보기술의 설계, 구축, 분석, 해석 및 시각화의 과정이 융합되어 탄생된 인문학의 새로운 방법론이며, 학문분과이다. 



2. 디지털인문학의 설계와 구축


우선 전통적인 인문학에서의 수집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역사 연구를 위해서 해당 시대의 사료를 수집하여 정리하였다. 고고학 연구를 위해서 직접 발굴을 해서 연구자료를 획득하고 정리했다. 물론 1차적인 자료 뿐만을 수집하고 정리한 것이 아니다. 해당 분야에서 과거의 연구 성과를 모아서 연구사 혹은 선행연구를 정리한다. 


1) 1차 자료 정리

2) 연구사(선행연구) 자료 정리


그런데 현재 인문학계는 과거에 비해서 거대해졌다. 과거에는 사서삼경과 관련 도서 몇 백권이 유일한 1차 자료였고, 연구사 자료였다. 그러나 현재는 조선전기 정치사를 전공했다면, 같은 조선전기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민속사 영역으로 가면 연구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역사학계 자체 내에서 이런 상황이니 다른 학문(정치학, 예술학)으로 가면 일자무식이라고 해도 빈말이 아닌 상황이다. 


현재 학계는 방대해진 연구 성과에 짖눌려 있다. 현재 인문학의 가장 큰 숙제는 과거와는 상대도 되지 않는 방대한 자료의 처리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일개 개인의 힘으로 단일 학문의 모든 연구자료와 연구사를 검토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정보기술이 현재로서는 유일무이한 해답이다. 

1)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1차자료와 연구사를 수집-정리

2)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개인에게 필요한 1차자료와 연구사를 제공

 

실제로 유럽의 모든 문화유물의 데이터를 총망라한 "유로피아나"나 미국 관련 모든 자료를 디지털화한 "아메리카메모리"와 같은 서양의 디지털 인문학 프로젝트를 통해서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인문학을 어떻게 수집-정리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실 멀리 볼 것도 없이 "조선왕조실록"이나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만 하더라도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성과이다. 그리고 이렇게 "잘" 정리된 자료는 자연히 개인에게 방대한 정보에서 자신이 필요한 정보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기술을 활용한 방법론도 제공하고 있다. 


쉽게 생각해보자. 디지털화된 논문정보를 제공하는 DBPIA나 KISS 혹은 RISS을 통해서 우리는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원하는 논문을 검색하게 되었는가?! 이제 논문 뿐만이 아니라 인문학 자체를 디지털 자료로 이식하면 어떤 효과가 있겠는가?! 


그런데 아날로그의 지식을 컴퓨터가 이해 가능한 데이터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의 지식 체계를 컴퓨터에게 알려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데이터 설계 혹은 온톨로지 구축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인문학 영역 아날로그의 지식 체계는 디지털 영역의 전문가들에게 접근이 힘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한 영역이다. 그렇기에 대상 지식 체계를 파악하고 있는 인문학자의 힘이 필요하다. 






3. 디지털인문학의 분석(디지털 추론)

역시 전통적인 인문학에서의 분석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수집된 자료를 이용해서 분석하고 기존의 자료 이상의 내용을 추론해낸다. 조선시대의 복식을 재현해내고, 조선시대의 음식을 재현해낸다. 사회의 구조를 파악하고, 인류에게 최선인 사회 구조가 무엇인지를 예측한다. 


그런데 과거에 비하여 기가급수적으로 늘어난 연구성과들을 모두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아무리 디지털화된 자료를 이용해서 최대한 빠르게 자료를 수집-정리할 수 있다고 하여도 개인의 힘으로는 방대해진 데이터를 파악하고 분석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개인의 분석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인간의 수명을 늘려야 하나? 게놈인간을 만들어서 지능을 올려야 하는가? 현재 가장 타당한 해법은 정보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추론"이다.


사실 "디지털 추론"은 이미 상업 영역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일정한 알로리즘(논리)을 통해서 맞춤형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으로 유명한 아마존 닷컴은 수 많은 고객데이터를 컴퓨터를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해당 고객이 구매한 물품을 토대로 구매 가능성이 높은 물품을 추천하고 있다. 우리가 요즘 자주 말하는 "빅데이터"의 동반자인 "데이터 마이닝"이다. 




혹자는 정보기술이 모든 분석을 수행하면 더 이상 학자가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보기술은 수백만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알고리즘(논리)에 의해서 처리하는 기술을 제공할 뿐이다. 분석방법인 알고리즘(논리)는 인간의 판단을 기다릴 뿐이다. 


실제로 인문학의 영역중에서 언어학과 사회학에서 "디지털 추론"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말뭉치(코퍼스) 분석은 방대한 언어데이터를 분석하여 유의미한 결론을 유추하고 있다. 물론 정보기술 없이 개인이 언어데이터을 통해서 유의미한 결론을 유추할 수도 있다. 인간의 수명이 백만년정도 된다면 말이다. 사회학에서는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서 다양한 관계망 분석을 시도하였고, 사회의 구조를 밝히는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SNS 분석이나 의미망 분석과 같은 응용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디지털화는 어디까지나 디지털 추론을 위한 자료수집에 불과하다. 

어떤 인문학자가 자료 수집-정리만을 하고 분석이 필요 없다고 할 것인가?! 



4. 디지털인문학의 해석

분석은 연구 대상을 자르고 나누는 행위를 말한다. 다시 말해서 연구 대상에 대한 모든 자료를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수치화하는 방법론을 말한다. 그 동안 기존 인문학에서 분석과 해석을 구분하지 않고는 하였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한 명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해석하고 있었기에 구분이 무의미하였다. 그러나 전문화된 현대의 학문에서 "수치화"의 분석과 "의미부여"의 해석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디지털인문학의 해석 영역은 대부분 기존 인문학에서 몇 천년동안 정립해 온 해석 방법론을 승계하고 있다. 디지털인문학은 어디까지나 디지털에서 수행하는 인문학 연구 방법론이며, 그 동안 기존 인문학이 해석에 "매몰"되었던 것을 탈피하고, 일정 이상의 자료와 분석결과를 통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 강조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디지털인문학은 범용 방법론으로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기존 인문학 방법론의 다양한 해석 방법론들을 폐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반대로 디지털인문학은 새로운 해석 방법론에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 동안 축적되어 온 기존 인문학의 해석 방법론을 재활용하는 것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디지털인문학에서는 해석의 영역을 그다지 크게 강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기존 글에서는 해석 영역에 대해서 서술하지 않고, 오프라인의 강의에서만 부과적으로 설명을 했더니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추가했습니다.)




5. 디지털인문학의 시각화

역시 전통적인 인문학에서의 출력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정리된 글을 논문발표, 서적출판 등의 형식으로 출력하였다. 심지어 최근에는 논문과 서적 모두가 이미 디지털화되어서 프린트를 통해서 출력되고 있다. 그런데 어차피 이미 디지털화된 것을 굳이 다시 종이 매체로 만들 필요가 있는가? 연구성과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여 인간의 지식영역을 빠르게 확장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특히 인문학의 고유 관심자인 교육의 영역에서 상당히 많은 방법론의 모색이 있다. 정보기술을 통해서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장애를 벗어나서 교육자료를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인기를 끈 "정의란 무엇인가?"는 하버드 대학교의 강좌가 온라인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었기에 한국에도 알려졌고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한국에서 중고등학생의 기본 옵션이 되어버린 인터넷강의(인강)도 강사가 한 번의 촬영을 통해서 수 많은 학생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디지털 인문학의 출력에서 교육이라는 목적이 강조되고 있으며, 현재로서 가장 성공적인 수단이 인터넷 동영상 강의인 것은 맞다. 그러나 강의는 하나의 지식체계에 대한 전달 방식으로서 유용하다면, 단일 지식 혹은 특수한 지식의 전달 방법에 대한 다양한 시각화의 방법도 끊임 없이 모색되고 있다. 


예를 들어서 모든 의복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놓고 분석을 하였더라도 관련 연구자나 사극 작가가 해당 데이터에 손쉽게 접근할 수 없다면 어떻게 쓸모가 있을 수 있겠는가?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방법 뿐만이 아니라, 성과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다양한 계층에게 전달하느냐도 인문학의 중요한 목적 중에 하나이다. 




6. 디지털인문학에 대한 오해

본인이 가장 걱정되는 것은 디지털 인문학을 어느 특정 인문학 분야가 선점을 해서 마치 특정 인문학 분야의 방법만이 디지털 인문학의 전부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디지털 인문학의 수집은 현재 문헌정보학이나 기록학에서 선도하고 있고, 디지털 인문학의 분석은 언어학과 사회학에서 선도해가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인문학의 출력은 교육학의 영역에서 선도해가고 있다. 그리고 각각은 모두가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문헌정보학, 기록학, 언어학, 사회학, 교육학에서 다루고 있는 새로운 방법론은 분명히 디지털 인문학이다. 그러나 착각하지 말아야 될 것은  단순히 디지털화만 잘한다고 디지털 인문학이 아니다. 디지털 인문학의 일부일 뿐이다. 디지털 분석만을 잘한다고 디지털 인문학이 아니다. 디지털 인문학의 일부일 뿐이다. 단순히 시각화를 잘한다고 디지털 인문학이 아니다. 디지털 인문학의 일부일 뿐이다.


디지털인문학은 데이터설계-데이터구축-분석-해석-출력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종합학문분과이다.







  1. 디지털만 붙이면 사람들이 무조건 좋게 봐줄 것이라고 생각했나?!....허허허.... [본문으로]


우리는 인터넷 상의 지식 정보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가 지식의 작은 조각을 만들어내고, 다른 누군가가 뜻을 통하게 하는 연결 고리를 만들고,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원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이다.  그런데 그러한 일련의 일들이 체계 없이 무질서하게 엮어지는 것과 일정한 목표와 방법을 가지고 수행되는 것 사이에는 결과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보다 유용하고, 신뢰할 수 있고, 더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식 정보의 생산을 위해서는 전략과 기술의 개발, 그리고 그것을 운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육성이 필요하다.

  인문정보학은 인문지식의 정보화에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탐구 주제로 삼는다. 정보 처리 기술 수준으로 이야기하자면, 가장 낮은 단계의 데이터 입출력 문제에서부터 정보과학의 궁극적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구현에 이르기까지, 거기에 인문 지식이 결부되는 과제들은 모두 인문정보학의 과제일 수 있다. 그 가운데 실용적인 측면에서 문화콘텐츠의 제작과 직결된 것을 우선적으로 꼽는다면 인문학적 지식을 디지털 미디어에 탑재하여 사이버 공간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텍스트 편찬 기술, 그리고 ‘읽고 이해하는’ 대상이었던 인문지식 콘텐츠를 ‘보고 느끼는’ 감성적 체험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인문지식의 시각화 기술을 들 수 있을 것이다.



2) 시각적 인문학

  시각적 인문학(Visual Humanities)이란 인문지식을 시각적인 형태로 전환하여 그 활용성을 높이려는 시도이다.

  시각적 인문학의 한 분야는 인문학 지식으로 의미를 갖는 데이터의 관계망이나 통계적 수치를 그래프 형태로 시각화하는 것이다.  ‘족보(族譜)’의 내용을 정보화하는 것을 예로 들어 보자.

  족보(族譜)에는 한 집안의 여러 세대에 걸친 가계가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은 문자로만 기술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하나의 형식을 예로 들면, 한 장의 지면을 5~7 개의 단으로 나누고 각 단에 한 계대의 자손을 기록함으로써 여려 대의 가승(家乘)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종이라고 하는 매체만을 사용할 수 있던 시절, 우리의 조상들이 만들어낸 가장 우수한 지식의 시각화 기술 가운데 하나이다.

  디지털 기술로 지면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우리는 새로운 방법으로 전자 족보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전자 족보가 전통적인 족보의 형식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그것은 족보라는 책을 디지털 매체에 옮겨 놓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하고자 것은 그 책에 담겨 있는 사실(fact)을 전자적인 방법으로 재현하는 것이다. 디지털 족보의 가상 지면 상에서는 가계도를 새로운 모양으로 보여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수를 제한할 필요가 없이 수백 년 간의 가계도를 하나의 그래프로 그려낼 수도 있다.


   


         [그림 3] 전통적인 족보의 계대 정보 / 팬 차트 형태로 시각화 한 계대 정보



  여러 집안 족보를 표준화된 형식의 데이터베이스에 수록하면 그것은 훨씬 더 의미있는 지식 콘텐츠로 재탄생하게 된다. 문중간의 혼맥(婚脈)을 찾아내고 그 관계를 데이터망의 시각화 기술을 통해 그래프로 표현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조선시대의 과거 급제자 명부인 문무과방목에서 추출한 인명 데이터를 여러 문중의 족보 DB와 연계하여 동일인을 찾고 그 관계성 데이터를 시각화하면 조선시대의 정치적 엘리트들의 혈연 지도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확산과 더불어 그 네크워크의 양태를 분석하고자 하는 수요가 일어나면서 데이터망 시각화 기술의 이용은 예전보다 훨씬 용이해졌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과 접목했을 때 의미있는 지식 콘텐츠로 재탄생할 수 있는 인문지식 데이터를 생산하는 일이다.




                      [그림 4] 영·정조 5개 가문의 가계와 혼인 관계망[각주:1]


  보다 넓은 의미의 시각적 인문학은 인문지식을 전달하는 텍스트가 문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시각적인 미디어를 통해 표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문지식은 수천 년 동안 ‘글’이라는 이름의 문자 중심 텍스트의 형식으로 기록되고 전승되어 왔다. 그 영향으로 인문지식은 곧 글, 그리고 그 글을 담은 종이 책으로 대변된다. 하지만 오늘날의 독자들이 흡수하는 지식의 텍스트는 반드시 전통적인 책이나 글의 형식을 따르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TV를 통해 방영되는 다큐멘터리라고 하는 장르의 영상물은 이미 여러 가지 척도에서 책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 네트워크가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 유통의 무대가 되면서, 책 속의 글과는 다른 모습의 텍스트가 요구되기 시작했다.

  디지털 정보 시대의 인문지식 수요를 겨냥한 시각적 인문학은 전통적인 문자 텍스트와 뉴미디어 상의 시각적 자료가 적정한 문맥으로 엮여져서 감성적인 멀티미디어 텍스트로 재탄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 마을의 자연 환경, 역사적인 유래와 유적, 그곳 주민들의 생업과 문화적인 이벤트, 특산물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여 기록한 학술 보고서를 예로 들어보자. 참고 도판 몇 장이 들어 있을 뿐, 대부분의 텍스트가 문자로만 기술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학계의 전문가들에게나 유용한 딱딱하고 지루한 자료로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이야기되는 모든 사실과 인물들이 마을이라는 공간과 그 마을이 지내온 시간의 어느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인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고, 그것이 묘사하는 환경과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눈으로 보는 장치를 마련하면, 이 딱딱한 학술 보고서는 그 자체로 즐기면서 배우는 문화콘텐츠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조선시대 왕궁의 건축과 조경, 왕실의 혼인 등 갖가지 의례, 궁중에서 벌이는 다양한 연희와 놀이, 왕자와 공주에 대한 교육...... 건축학, 역사학 예술학, 교육학 등 분과학문 분야에서 제각기 따로따로 이러한 문제를 탐구하지만 그것은 ‘궁중’이라는 일정한 범위의 공간 내에서 밀접하게 연관되어 존재했던 것이다. 조선시대 궁중을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재현하여 조선왕실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수용하는 무대로 만들고, 그 안에서 독자들이 알고자 하는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게 하고, 자연스럽게 좀 더 깊은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킬 수 있게 한다면, 전통시대의 역사 문화에 대한 학습은 힘들고 따분한 일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듯 흥미진진하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산과 언덕, 강과 호수와 같은 자연 지형이나 전각, 누정, 불탑과 같은 건축물을 디지털 공간에 3차원 형상으로 재현하는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해 있다. 이른바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라고 하는 기술 분야의 연구 개발 성과에 의한 것이다.

  자연 지형을 실물에 가까운 형태로 가상화 하는 기술은 지리 정보 시스템(GIS,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s) 연구를 통해 발전하고 있다. 인공위성에서 조밀하게 측정한 지표면의 고도 데이터를 입체적인 지형 그물망(Terrain Mesh)으로 형상화하고, 그곳에 위성 사진이나 항공 사진을 통해 얻어진 이미지를 입혀서 자연의 실제 모습을 닮은 3차원 영상 지도로 만드는 것이다. 지형 그물망 데이터는 군사적인 목적으로 쓰일 정도의 정밀한 것 외에는 많은 부분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그림 5] 지형 그물망



  건물과 같은 인공축조물의 가상화는 레이저 스캐너(Laser Scanner)를 통해 대상물 표면의 요철(凹凸)을 측정하고, 그 각각의 화소에 광학적 카메라로 포착한 색상을 입히는 방법으로 구현한다. 건축 문화재를 관리하는 분야에서는 보수를 위해 해체 복원 작업을 할 때나, 화재등의 사고로 실물을 잃었을 때 원형에 가깝게 재현할 수 있도록 이 기술을 사용하지만, 여기에서 생산된 데이터는 그 문화재의 역사성과 문화적 의미를 탐구하는 목적으로도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다.





[그림 6] 숭례문 3D모델[각주:2]



  사물의 움직임을 가상 세계에 옮겨 놓은 작업은 모션 캡쳐(Motion Capture, Motion Tracking) 기술을 활용한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제작 등에 주로 쓰이던 것인데 최근에는 인문․예술 분야의 연구나 지식 콘텐츠 제작 목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신체의 움직임을 전자적인 신호로 전환하고, 그 데이터에 따라 컴퓨터 프로그램 상에서 아바타가 움직이게 하는 이 기술을 통해 전통 무용의 춤사위, 무예의 몸놀림, 한방 체조의 몸동작 등을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다.



[그림 7] 모션 캡쳐링을 이용한 움직임의 디지털화[각주:3]



  자연지형이나 인공축조물의 3D 모델링은 현실과 닮은 3차원 공간을 느낄 수 있게 하기 때문에 가상현실 시스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모션 캡쳐링도 정적(靜的)이었던 가상세계에 생동감을 주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실물의 형상을 수치화하고, 그 수치 값을 영상 신호로 환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물의 본래의 아름다움을 감동적으로 재현하는 것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상을 눈으로 보면서 느끼는 감성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매체는 렌즈를 통해 포착된 이미지 - 사진(Photography)이다.



  과거에 필름이 하던 역할을 디지털 촬상소자(撮象素子)가 대신하게 되면서, 카메라는 셔터를 누르는 순간 디지털 데이터를 생산하는 장비가 되었다. 요즈음은 거기에 갖가지 자동화 기능이 더해져서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인문지식의 시각화 자료 가운데에는 카메라로 찍은 스틸 이미지의 비중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제작이 용이할 뿐 아니라 의미있는 대상을 명시적으로 포착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고품질 지식 콘텐츠로 쓰일만한 사진을 제작하는 것은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인문 지식 콘텐츠 제작자들은 전통적인 사진학의 성과를 보다 진지하게 이해하고 수용할 필요가 있다. 아날로그 필름 시절부터 사진학에서 다루어 오던 렌즈의 미학은 상당 부분 디지털 콘텐츠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한 지점에서 여러 방향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그것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합성하여 얻어낸 넓은 화각의 스틸 이미지를  파노라마 사진(Panoramic Image)이라고 한다. 화각을 상하 사방 360°까지 넓히게 되면 광학적인 3D 영상이 만들어진다.  누정(樓亭)과 그곳에서 바라보이는 산과 강, 사찰이나 서원, 향교의 건물 배치, 전각 내부의 4면의 모습 등 시선을 어느 한 곳에만 고정하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이 360° 전방위 영상은 생생하게 전달해 줄 수 있다.



[그림 8] 누정 안에서 촬영한 360° 파노라마 이미지


  유․무인 항공기를 이용하여 50~300m 고공에서 파노라마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항공 파노라마(Aerial Panoramic Photo)라고 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방법으로 한 마을이나 지리적 환경과 취락 구조를 한 눈에 알 게 할 수 있다.  일정한 경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360°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동영상 VR도  파노라마 사진 촬영을 기반으로 하는 응용 기술이다.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주변의 환경을 살피는 생태 탐사, 재개발 이전 산동네의 좁은 골목길을 걸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의 구현 등에 응용된다.


  이와 같이 다양한 가상화 기술을 통해 어떤 대상을 감성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멀티미디어’(multimedia)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과거에는 문자, 음향, 영상 등을 별도의 매체에 저장할 수밖에 없었는데, 오늘날의 기술은 그것을 한꺼번에 담아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얻게 된 이름이다. 하지만 각각의 가상화 기술은 대상의 특정한 일면을 포착하고 재현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모노미디어’(monomedia)에 머물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진정한 멀티미디어는 다양한 모노미디어를 의미있게 조합하여, 종합적인 세계를 형상화하고 그 속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문자 텍스트와 함께 다른 미디어의 콘텐츠를 종합적으로 엮어내는 것을 하이퍼미디어(hypermedia)라고 한다. 의미의 연결고리를 좇아 무수한 텍스트 조각들이 자유롭게 연결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하이퍼텍스트(hypertext)라고 하는데, 하이퍼미디어는 그 연결이 종래의 문자 텍스트에 한정되지 않고 오감으로 체험하는 멀티미디어 콘텐츠로까지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인문정보학이 추구하는 시각적 인문학은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술이 물리적인 형상의 가상화에 머물지 않고, 인문학적 연구가 찾아낸 무형의 지식이 그 안에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하이퍼미디어는 개별적인 모노미디어들을 의미있는 문맥(context)으로 엮어내는 ‘조합의 기술’이다.

  유서 깊은 역사성과 아름다운 건축미를 지닌 옛집을 디지털 세계에 재현하는 일을 생각해 보자. 그 건물은 아무데나 자리한 것이 아니라 산세와 물줄기, 풍광을 모두 고려하여 선택된 곳에 지어졌을 것이다. 자연 형상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3D 전자지도는 그 터의 풍수지리적 입지를 보여 줄 것이다. 안채와 사랑채 등 분별과 소통의 문화를 담고 있는 건물의 구조와 외관은 360° 파노라마 사진으로,  부엌과 곳간에 남아 있는 옛 기물은 클로즈업 스틸 사진으로 묘사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연못가의 정자에서 연주되었을 거문고 연주는 동영상으로, 마당에서 벌어진 남사당의 기예는 모션 트래킹에 의한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하여 그 흥취를 되살려 볼 수 있다. 그리고 건물 곳곳에 붙어 있는 현판(懸板)과 주련(柱聯)의 글씨와 해석, 그곳의 주인이었던 사람들의 이력과 업적, 그들이 남긴 서간(書簡)과 일기(日記) 등을 유관한 시각적 장면과 연결된 하이퍼텍스트로 제공할 수 있다.

  전자지도나 파노라마 영상, 동영상 등이 단순히 텍스트의 의미 전달을 도와주는 삽도(illustration)로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으로 문맥을 만들고 텍스트의 흐름을 이끌어 가게 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다른 미디어의 콘텐츠를 매개해 주는 문맥 구현자(Context Builder)[각주:4]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모노미디어와 그 사이의 연결고리를 디지털 텍스트로 기술하거나 표준화된 형식의 메타데이터(metadata)로 제작하는 방법, 그 정보를 체계적으로 편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database)의 구축,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인터페이스 규약을 디지털 텍스트 상에 적정하게 활용하는 방법 등이 ‘조합의 기술’을 지향하는 하이퍼미디어의 세부 과제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단편적인 하나 하나의 미디어는 이야기(storytelling)로 엮이게 되고, 그 눈으로 보는 이야기를 통해 생동감 있는 지식의 전달이 가능해질 수 있다.

  하이퍼미디어의 구현을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기술을 이해하고 그것의 운용 능력을 얻는 것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과제는 그 기술을 가지고 전달하고자 하는 원천 지식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이다. 그 토대 위에서만 무엇을 어떠한 형태로 시각화할지, 그리고 그것을 어떠한 문맥으로 조합할지를 정하는 판단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 내용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정보학 김현 교수의 "인문정보학"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1. 이재옥, 「혼인 관계 분석을 위한 족보 데이터베이스 개발 연구」, 2010. 12. 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학원 석사학위 청구 논문 [본문으로]
  2. 문화재연구소 제작 [본문으로]
  3.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닷컴(http://www.culturecontent.com) [본문으로]
  4. 김현, 「하이퍼미디어: 인문지식의 새로운 형식을 찾아서」, 『인문정보학의 모색』 (2012. 12. 북코리아) p. 818 [본문으로]




이름 : 구글 세계의 불가사의 프로젝트(Google World Wonders Project)

기관 : 구글(Google)

주소 : http://www.google.com/intl/en/culturalinstitute/worldwonders/


세계의 불가사의 프로젝트는 세계의 현대 및 고대 문화 유산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입니다. Google은 스트리트 뷰, 3D 모델링 및 다른 Google 기술을 사용하여 누구나 이러한 문화 유산을 둘러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동영상, 사진 및 심층적인 정보를 사용하여 편안하게 앉아 마치 그 곳에 있는 것처럼 세계의 불가사의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바로 : 세계의 주요 지점에 대한 파노라마, 동영상, 사진, 3D 모델 및 문서까지 보여줄 뿐만이 아니라, 서양계열의 언어 위주이지만 다국어를 지원하고 있다. UI도 하나의 정보를 밀집시켜서 표현해주는 방식으로서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 아직까지 지원하는 장소가 많지 않지만, 만약 개개인의 참여가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경우 상당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생각된다.







* DH 리뷰는 DH스터디를 간략하게 요약한 내용입니다. DH스터디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진행되며 모든 분들의 참가를 환영합니다. DH스터디에 관한 문의 사항은 ddokbaro@gmail.com 으로 언제든지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름 : 구글 역사적 순간(Google Hisoric Moents)

기관 : 구글(Google)

주소 : http://www.google.com/culturalinstitute/project/historic-moments


인류 역사의 중요한 순간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전해주는 온라인 전시물을 둘러보세요. 각 전시물은 문서, 사진, 동영상 및 경우에 따라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설명을 통해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바로 : 역사적 정보의 가시화 영역에서 반드시 참고를 할 만한 가치가 있는 UI을 제공한다. 현재는 공공CP들만이 참여하고 있지만, 만약 개개인들에게 동일 컨텐츠 제작플렛폼을 공개할 경우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 DH 리뷰는 DH스터디를 간략하게 요약한 내용입니다. DH스터디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진행되며 모든 분들의 참가를 환영합니다. DH스터디에 관한 문의 사항은 ddokbaro@gmail.com 으로 언제든지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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