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이미 새벽 3시. 북경대 기숙사에는 석박사 3명이 모여있었다. 그들 사이에서는 4시간여째 격렬한 토론과 함께 심리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뜨겁게 타오르는 학구열이나 현실비판은 아니었다. 그들은 3인장기에 푹 빠져 있었다.


그들은 이 날 처음 3인 장기를 접하였다. 3명 모두 한국장기와 중국장기의 길을 보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들은 3인장기라는 새로운 장기를 접하고서는 한시간이면 끝나리라는 초심자가 자주 범하는 실수를 하고야 말았다. 그러나 그들은 행복했다.

2명이서 하는 장기와 3명이서 하는 장기는 그 전략이 완전히 변해버린다. 상대를 공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견제를 위해서 참아야 했으며, 치열하게 싸우다가도 순간 손을 잡고 또 다른 이를 공격하고 있었다.


이 3인장기는 三国演弈棋라고 부르는 중국에서 최근에 개발된 보드게임으로 중국장기 + 한국장기의 기분이 절실히 든다. 무엇보다 2인 대전일때와는 다른 치열한 심리전이 이 게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시대는 삼국시대, 위촉오가 서로 한나라의 계승자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그 중에 한명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 배신하고 결맹하고 또 다시 배신한다. 마지막 한명만이 살아남는다.

이 게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나중에 따로 상세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 다만 이 말은 해드리고 싶다. 이 게임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갈 정도로 재.미.있.다. 바쁜척 하지만 실제로는 백수 빰치는 석박사들조차 이 단 한판의 게임에 6시간을 투자 하고서는 다시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너무 빠져들까 두려운 것이다.



* 구체적인 게임플레이 방법이 필요하신 분이 있으신가요? 알고 싶으신 분이 없을 것 같아서 일단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게임은 일정정도 장기를 아는 사람이 두는 편이 더욱 재미있기에 실제로 하고 싶은 생각이 떠오르고 계실 분들은 별로 없을듯 합니다. 혹시나 제 예상보다 그런 분이 많으신가요? 그럼 굉장히 기쁠듯 합니다.

[취미생활/게임이야기] - 삼국장기 - 삼국연의팬의 필수보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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