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디플로머시’ (Diplomacy) -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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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방일영] 살다보면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사람 상대하는 일이다. 저마다 다양한 개성과 사고를 지닌 사람들을 만나 부대끼다 보면 “내가 왜 이러고 사나” 하는 한심한 생각에 사로잡히기 일쑤다.

그렇다고 상대방을 깡그리 무시해버릴 수도, 제압할 수도 없는 노릇..., 자유민주주의 시민사회의 구성원들이니 만큼 유일한 방책은 ‘대화와 타협’, 그리고 ‘협상과 절충’뿐이다. 여기에 놀면서, 즐기면서 최고의 ‘협상술’을 연마할 수 있는 게임이 있으니 이름하여 디플로머시 (Diplomacy), 즉 ‘외교 게임’이다.

디플로머시(Diplomacy)는 20세기 초 유럽 7대 열강 간의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게임의 목적은 물론 유럽의 정복이다. 게임은 크게 1년 단위로 나뉘고 그 안에 봄 턴, 가을 턴이 있다.

각 턴마다 정견 발표, 외교 협상, 작전명령서 작성, 군대 이동 등 4단계로 진행된다. 정견 발표 때는 6개국을 향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 피력한다. 외교 단계에서는 자신의 군대 이동을 미리 염두에 두고 수월한 전략수행을 위해 6개의 국가들과 각각 협상을 한다.

동맹을 제의하거나 불가침 조약을 맺기도 하고, 정견발표 단계에서 적대감을 드러내어 주변국들에게 적대관계로 인식시켰던 국가와 비밀리에 협상을 맺고 ‘작전’을 수행함으로써 주변국들의 허점을 노리기도 하며, 전력이 약한 국가를 협공하는 등의 ‘공동작전’ 협정을 맺고서 이 정보를 다른 국가에 팔고, 자국에 더 큰 이익을 취하기도 한다.

작전명령서 작성 단계에서는 자신의 군대가 이동할 루트와 수행할 작전을 종이에 작성한다. 군대이동 단계에서는 각국의 작전 명령서를 취합하고 그에 따라 군대이동을 실시함으로써, 그 턴 외교 협상의 결과를 알게 된다. 이때 온갖 탄성이 터져 나온다.

그 탄성의 의미는, 배신할 줄 몰랐는데 배신했다든지, 배신할 줄 알고 그걸 역이용했을 때의 통쾌함이던지, 아니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국면의 전개라든지..각 플레이어들의 각기 다른 꿍꿍이 만큼이나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적인지 아군인지의 판단은 그리 중요하지도 않거니와, 실제 피아간 구분도 모호할 따름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상대방을 설득하고, 협상하고, 신뢰를 주고, 때로는 배신조차 서슴지 않는, 그야말로 냉혹하면서도 흥미진진한 한판 ‘게임’이 펼쳐진다.

인생이 그러하듯, 주사위를 잘 굴리는 ‘운’ 따위는 없다. 오로지 플레이어의 전략과 협상의 기술, 화려한 언변에 의해서만 승패가 결정된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신입사원 연수프로그램에서 사용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참으로 인생을 닮은 게임이자, 그 인생이 ‘단맛’만은 아님을 몸소 체험하게 되는 게임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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