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소개한 3학년 담탱이의 바로에 대한 복수극이다. 절!대! 본인이 쓴 글이 아니라! 담탱이가 적은 글이다!! 본인 비록 만화스토리쪽이 관심이 있었지만, 이런 글은 안 적는다. 문제는 평소에 내가 장난치는 문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난 아냐!!!

전의 글을 안 읽은 분을 위해서 잠시 소개하자면, 본인은 서울고를 졸업했다. 서울고는 "경희"라는 제목의 졸업문집을 작성하는데, 각 반에서 담임선생님이나 반장이 글을 적어서 올려 놓은 페이지가 있다. 그리고 본인이 쓰지 않았고, 담탱이가 적었음에도 본인이 쓴것 같이 적혀져 있어서, 친구들에게 돌 맞은 글이 있다.

글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쓴 글이라고 충분히 의심될 만하긴 하다. 하지만 절대 내가 쓴게 아니다. 탐댕이의 복수극이었다. 내가 말썽 좀 부렸다고!!! 이건 평생을 가지고 가는 건데... 아직도 이 글을 내가 적은거라고 알고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ㅠㅠ



3-3반

사랑방 학생과 선생님

담임 : 이종석



나는 금년 열 아홉 살 난 총각애랍니다. 내 이름은 김바로구요. 우리 반 식구라구는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재미있으신 우리 담임 선생님과 학생들 50명뿐이랍니다. 아차 큰일났군. 새로 호주에서 전학 온 문지욱을 빼놓을 뻔했으니.

이제 우리도 졸업입니다. 그동안 한 해를 같이 미운정, 고운정 쌓아 왔던 친구들이 보고 싶습니다. 지금 대학입시에 바쁜 우리 반 녀석들은 어느 대학을 그렇게 싸돌아다니는지 반에는 코빼기도 안 보이는 때가 많으니까요. 사고를 같이 일으키며 많이도 싸웠던 지긋 지긋한 녀석들조차도 지금은 얼굴을 보고 싶은 때가 많습니다.

우리 담임 선생님은 그야말로 세상에서 둘도 없이 무섭고 재미있으시며, 매를 아주 잘 때리신답니다. 매를 잘 때리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잘 몰라도 하여튼 다른반 동무들이 나더러 '매맞는 놈'이라고들 부르니까 우리 선생님이 매를 잘 때리는 것을 알지요. 다른 선생님들은 다 매를 갖고 다니시는데 우리 반 선생님은 대걸레를 그냥 '뚝' 부러뜨리시기 때문에 '매를 잘 때린다'라고 하나봐요.

크어어어!!! 이 문장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본인이 적은 글이 절대 아니다! 이거 평생 남는건데 내가 미쳤는가?! 그나저나 "매맞는 놈"은 대체 뭐냔 말이다!!!

오성남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 우리 반은 내가 학교에 잘 안나와서 그렇지 여러 말썽 사고가 아주 많았대요.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3학년에 진급하였던 우리 반 녀석들은 대학입시와 즐거운 학창 생활을 병행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였다나요?

서울고 농구왕님을 자부했던 야생마 성욱이, 저랑 결석 횟수 경쟁을 벌였던 잘생긴 아웃사이더 수환이형, 언제나 여자만 밝히는 구라쟁이 경준이, 독어 선생님과 내연의 관계를 맺었던 준모, 언제나 계급 타파를 주장했던 프롤레타리아 유인찬, 머리가 커서 슬픈 가을 동화의 소년 같은 재형이, 체력의 한계가 보이지 않는 스포츠맨 성진이, 특유의 강한 표정을 짓는 인상파 승희, 도박과 내기의 달인 반장 호문이, 큰 눈울로 헐떡거리던 병든 수캐 기우, 인디문화를 추구하는 특이한 구렛나루의 화백 박인배, 우리 반 토크박스의 부동의 1위 재혁이, 유급시일 2일을 남겨두고 누구보다도 학교에 열심히 출석했던 나, 출석부를 때마다 언제나 굵은 목소리로 자신을 표현했던 승준이, 외모는 '산적파'의 두목이지만 공부는 전교 1등 용희, 김희선보다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를 좋아하는 현철이, 운전 면허 시험에 합격해 담임 선생님께 점심을 얻어먹은 빨간 호근이, 가끔 농구도 하는 축구소년 동현이 등 우리 반은 수많은 명물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 재미난 반이었답니다. 부럽지 않우?

전혀 안 부럽다. 그리고 유급시일 2일이라는 계산은 어떻게 나오냐면, 3일 더 빠지면 자동퇴학이어서 보통 하루가 남았을 때 학교에서 유급을 시켜서 1년 더 다니게 만들기 때문에......이런거 잘 알고 있는 내가 더 비참하다.ㅠㅠ

이렇게 재미있게 보냈던 우리 반이 이제는 헤러지게 된다더군요. 보충수업시간마다 자리가 비어 교실이란 그림에 여백의 미를 추구했던 우리 반 동무들. 언제나 종례가 없어 누구보다도 일찍 하교할 수 있었던 우리들이 이제 영원한 하교를 하게 되었지요.

여러 밤을 자고 난 어떤 날 아침에 오래간만에 교실에 나가 보았더니, 친구들이 졸업식을 하느라고 분주하겠지요. 내가 입학했던 때가 어제 같은 데 벌써 졸업이라니 믿을 수가 없을 수밖에요. 난 무척 슬펐다우. 1년 동안 같이 생활했던 정 들었던 친구들과 헤러지게 되었으니 말예요.

"친구들아 어디가우?"
"응. 이제 대학으로, 직장으로, 사회로 멀리루 간다."
"언제? 이제 우리 헤어지면 정말 다시 못 만나누?"
"아냐... 동무야... 헤어짐은 또 다른 시작을 말하는거야. 우리 바로 잘 살아야해."

...다시 말하지만!! 본인이 적은 글 아니다!! 내가 미쳤나? 돌았는가?!
이것때문에 애들한테 돌 맞은걸 생각하면.ㅠㅠ


나는 슬펐다우. 우리가 이렇게 헤어지게 되었다니. 그 때 담임 선생님이 날 "바로야"하고 부르십니다.
"바로는 언제나 언제나 3반을 안 떠나지. 바로는 언제나 언제나 3반을 기억할 꺼지. 이 선생님이 늙어서 꼬부랑 할아비가 돼도 바로는 3반을 기억하지. 바로가 고등학교 졸업하구, 대학교 졸업하구, 사회에 나가서 한국서 제일 훌륭한 작가가 되도 바로는 3반을 기억하지. 응? 바로는 3반을 얼마나 사랑하나?"
"이망큼" 하고 나는 두 팔을 쫙 벌리어 뵈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쓴게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가.ㅠㅠ "이망큼~~"은 대체 뭐냐고!! 거기에 두팔을 쫙 벌리다니...ㅠㅠ

이제 모두 헤어지겠지요. 우리를 가르쳐 주셨던 여러 선생님들과 친한 친구들도 이제는 추억으로 남겠지요. 이제 우리에겐 고등학교보다 더 큰 사회가 있다우. 그리고 그 사회 속에서 우리는 3반이었던 것을 기억하며 멋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거라우.

"핑클 빵 사소"하고 매일 빵을 파는 매점 아줌마가 빵을 이고 들어왔습니다.
"인젠 우리 빵을 안 사요. 빵을 먹는 이가 없어요."하는 내 친구의 목소리는 맥이 한 푼 어치도 없었습니다. 나는 내 친구의 말에 놀라서 폭력을 좀 써보려 했으나 석양에 빤히 비치는 내 친구의 얼굴을 볼 때 그 용기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주신 졸업장에다가 내 입을 갖다 대고 가만히 속삭이었습니다.

"애, 내 친구가 거즈뿌리 썩 잘 하누나. 내가 핑클 빵 좋아하는 줄 알문성 먹을 사람이 없대누나. 폭력을 좀 쓰고 싶다만 저 내 친구 얼굴을 좀 봐라. 어찌문 저리도 쓸쓸해 보일까. 아마 어디 아픈가 보다"라구요.

...참고로 본인 빵같은거 별로 안 좋아한다. 특히나 저넘의 핑클 빵은 정말 정말 싫어했다-_++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글은 조금의 편집이나 수정도 하지 않았음을 장담합니다. 지금은 이미 정년퇴임하셨겠군요. 이종석선생님. 물론 선생님 마음도 이해를 하지만, 이건 너무 하셨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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