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화의 욕은 그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 중 하나이다. 언뜻 이해하기 힘든 말일 수도 있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욕은 사용해서는 안 될 "나쁜 말"이며, 고전명작들을 읽어야 된다는 가르침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욕에는 그 문화의 어둠이라고 할 수 있는 터부뿐만이 아니라 역사도 녹아 들어 있다.

예를 들어서 "씨팔"이라는 욕은 여성의 성기나 성행위를 뜻하는 "씹"에다가 "하다"라는 동사형 어미가 붙어서 만들어 진 것으로서 "씹을 할"이라는 뜻이다. 현재 한국문화의 바탕이 되는 유가문화에서는 성행위나 성과 관련된 말들을 터부로서 금지해왔고, 그 문화에 익숙한 우리들은  "성행위를 하다"라는 뜻의 "씨팔"을 들으면 매우 큰 모욕감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욕은 단순히 “나쁜 말”이 아니라 어떤 문화의 정수가 녹아있기에, 어떤 문화의 욕을 이해한다면 그 문화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럼 이제부터 중국의 욕을 통해서 중국 문화에 다가가보도록 하자. 중국에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장 널리 사용되는 욕은 타마더(他妈的 tāmāde)이다. 중국사람들로부터 "중국의 욕"이라는 칭호까지 받은 명품욕이다. 중한사전에서는 타마더를 "젠장, 제기랄"정도로 번역하고는 하는데, 그것은 단지 억지로 한국어로 옮긴 것에 불과하며 정확하지도 않다. 타마더는 중국어에서 원한이나 분노 혹은 경악을 표현할 뿐만이 아니라, 친근감까지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친구끼리 주고 받는 “개새끼”가 친근함의 표현인 것과 유사하다.

그럼 타마더의 구체적인 뜻은 무엇일까? 타마더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그의 어머니의”라는 뜻이다. 그의 어머니와 어떤 일을 한다는 말은 없다. 아마도 성행위를 한다라는 말이 내포되어 있겠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체 왜 대화 상대방을 지칭하는 “너의 어머니”도 아니고 “그의 어머니”라고 하는 것일까?

일단 타마더의 유래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현재 어떠한 중국인도 “타마더”가 어디서 유래하였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다만 한국에도 아Q정전등으로 유명한 중국근대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루쉰(魯迅 노신 1881.9.25~1936.10.19)이 “타마더를 논하다 (论“他妈的!)””라는 글을 통해서 피력한 의견을 주의해볼 필요가 있다.

삼국시대를 끝낸 진晋나라는 과거와는 달리 문벌(門閥)제도를 확립하고 문벌가문에 속한 자손들은 버러지 같은 인문들이라도 관직을 얻을 수 있었다. 유목민족인 탁발(拓跋)씨가 중국북부를 평정하고 북위를 세우지만, 문벌제도는 남북조 모두에게 널리 받아들여졌을 뿐만이 아니라, 더욱 엄격해져서 평민출신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가지고 있어도 일정 이상의 관직에 올라갈 수 없었다. 가문이 모든 것을 정하는 세상에서 일반 백성들은 좋은 문벌가문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풍족하게 사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과 분노를 담아서 “그의 어머니!”라고 외쳤다고 상상해 볼 수 있다.

당唐나라 이후 가문만을 중시하는 문벌제도는 쇠락하고, 능력에 의거하여 사람을 뽑는 과거제도가 점차 완성되어 가면서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되는 등급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약화되었다. 그러나 비록 문벌제도 때와 비교하여 권력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기는 했지만, 일반 서민들이 권력층으로 올라 갈 수 있는 통로는 좁기만 하였다. 그렇기에 권력층은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였고, 이를 보충하는 증거를 만들기 위하여 족보를 고쳐서 조상들을 위대한 사람들로 만들었다. 이러한 행동은 우리가 위인신화를 통해서 자주 보이듯이 “신선과 동침했다”라던지 “곰과 결혼했다” 혹은 “동정녀가 임신하였다”등은 형태로 나타나고는 하였고, 일반 서민들은 그런 이들의 웃기는 행동을 보면서 “그의 어머니는!”이라고 외쳤던 것이다. 이러한 루쉰의 분석은 상당히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루쉰의 분석 외에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 “어머니의 비천한 신분을 모욕하는 말”에서 나왔다는 설이다.

전국책(戰國策)에는 “너의 어머니는 비천하다 (而母婢也)”라는 어머니를 모욕하는 말이 나온다. 주나라의 제34대 왕 주열왕(周烈王)이 죽은 뒤에 제후들이 모두 조문을 하였는데 제齊나라만이 늦게 오자 이를 강도 높게 비판하였다. 그러자 제나라왕은 반박하며 “너의 어머니는 비천하다”라고 말한다. 너희 어머니는 비천하다라는 말은 가문을 중시하는 봉건사회에서 조상이 비천한 사람이라는 말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특히 직계 혈통인 어머니에 대해서 비천한 사람이라고 비웃는 행위는 큰 모욕감을 가져다 주게 되었다. 그 뒤에 오랜 시간을 지나오면서 “비천하다”라는 말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가 뜻을 이해하였기에 “비천하다”라는 말이 빠져서 “너희 어머니의”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러다가 더욱 광범위하게 욕을 할 수 있는 말을 생각하게 되었고, 이인칭인 “너”보다 더욱 광범위한 삼인칭 “그”를 사용하게 되었다는 논리이다.

어떤 추측이든 이미 과거의 봉건제도가 무너진 현재까지도 “타마더”라는 욕을 사용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을까? 어째서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며 무차별적으로 과거의 것을 파괴하는 문화대혁명의 풍파 속에서도 과거 봉건제도의 특권층에 대한 비판을 내재하고 있는 “타마더”의 사용이 오히려 더 늘어난 것일까? 단지 가족을 중시하는 문화가 아직도 살아있기 때문일까?

1978년부 터 시작된 덩샤오핑(鄧小平 1904~1997)의 개혁개방改革開放정책은 중국의 경제를 평균 9%이상의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하였고, 현재는 일본의 GDP을 추월하여 미국에 이어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등극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의 햇빛 뒤에는 빈부격차라는 그림자가 선명히 나타나게 되었다. 세계은행의 보고에 따르면 중국상위 1%의 인구가 중국 전체 부의 41.4%을 차지하고 있었다. 빈부격차의 척도가 되는 지니계수도 중국정부가 2004년 공식적으로 공표한 최후의 숫자조차 0.4387로 나타났다. 사회학자들은 지니계수가 0.4가 넘으면 사회의 혼란이 오며, 0.6이 넘으면 폭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중국정부가 지니계수를 공개하고 있지 않아서 최근 데이터를 알 도리가 없지만, 중국의 경제성장모델과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의 동향을 보았을 때 0.6에 근접하거나 이미 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관료의 자식이나 부자의 자식들은 중국에서 관얼따이(官二代)와 푸얼따이(富二代)로 불려지는 특권계층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부자의 아들이 도로의 도시에서 자동차경주를 하다가 대학생을 치어 죽이고 증거를 조작했던 사건이나 경찰관료의 아들이 여대생 두 명과 추돌하여 한 명이 현장에서 사망하였지만 당당하게 “우리 아버지가 리깡이야!”라고 하는 등의 사건들이 발생했고, 중국네티즌들은 이들의 행위에 크게 분노를 하고 있다. 중국 사회에는 아직도 특권층이 존재하고 있고, 중국사람들은 이들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사회에 특권층이 존재하는 한 “타마더”라는 욕은 계속 “중국의 욕”으로 남아 있을 듯 하다. 그런데 고위층의 군면제가 당연하고 화문 노동자를 폭행하고 "맷값"을 지불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한국 사회에도 "타마더"라는 욕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 본 내용은 신생 앱진(아이패드 앱진)에 의뢰를 받아서 쓴 글입니다. 나름 유머러스하게 쓴다고 했는데 실제 내용은 너무 딱딱하군요. 흑..ㅠㅠ

* 본 글이 공개될 때에는 8주훈련이기에 막 훈련소를 나와서 자대배치를 받을 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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