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 역사를....아니 학문 자체를 나같은 것이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아직도 역사는 좋아하지만, 역사 공부는 더 이상 즐거움으로 다가오지 않고 있다. 스스로 원해서 결정을 한 석사생활이었지만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점점 더 느껴지는 것은 나와 학문은 맞지 않는다는 생각뿐이다.

지난 2년 동안 배운 것이 있기에 그 시간들이 후회스럽지는 않다. 최소한 나와 학문이 맞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인생을 사는데 중요한 것은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것이 즐겁냐는 것인 나에게 공부가 이미 싫어져 버린 것이다[각주:1].

어린 시절부터 학교공부는 하지 않더라도 책만은 손에서 놓지 않았던 내가 최근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책이 있었는지 어렵게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 단지 책에서 몇몇 부분만을 보거나 논문 쪼가리나 읽고 있었다. 하다못해서 이번 여름방학에는 어떤 책도 주문하지 않았다. 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이다.

냉정하게 자기 자신을 돌아봐서 이미 마음이 떠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좋아하던 독서 자체도 싫어하게 될 것 같아서 무섭다. 독서는 언제 어디서나 나를 즐겁게 해주었던 취미었는데 말이다. 그럼 당장 그만두어야 하지 않느냐고?

문제는 남은 1년 조차 단지 졸업장과 학위라는 종이딱지를 받기 위해서 노력해야하느냐는 것이다. 그런 종이딱지가 중요하다고? 중요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으로 살아오지도 않았고, 살아갈 생각도 없다. 그런 대체 무엇이 문제냐고? 부모님들이다. 이미 나이를 먹으신 부모님들이 반가워 할리가 없고, 충격까지 받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남은 일년을 소비해서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 드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님에게 대못을 박는 후회야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일년은 나에게 또 다른 후회로 남을 것이다.

어거지로 일년을 버티고 졸업장과 학위를 받아야될까?
하지만 나의 마음은 이미 죽어있다.


  1. 싫다와 좋다로 무엇인가를 결정한다고 한다면 한심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인생을 지 마음대로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호불호보다 중요 한 것이 과연 있을까? 인간이라는 존재는 쓸데 없이 온갖 명분을 가져다 붙이며, 정작 "자신이 원해서 그랬다"라는 말은 하지 못한다. 물론 본인도 쓸데 없는 온갖 포장을 가져와서 단순히 "싫다"가 아니라 왠지 그럴듯해 보이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만이고 위선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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