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여서 덧글을 못달고, 트랙백도 못 거니 그냥 이렇게 간단하게 풀어야겠군요. 최근 고구려가 중국역사가 아닌 세가지 이유이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논지는 현재 국토를 중심으로 역사서술을 하는 원칙론에 대한 나름 괜찮은 반박이기는 하다. 국토중심의 서술은 과거의 개념을 억지로 끼워넣는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하지만!!

귀찮은 분을 위해서 결론부터 말하면 :
한국도 똑같다. 고구려가 왜 한국사인가? 그 주장도 억지이긴 마찬가지이다. 한국도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서 억지로 "만들어낸 민족의 개념"에 고구려를 때려 넣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몇 가지 오류를 지적하면 :
1) 해동삼국(海東三國:고구려, 백제, 신라)이라고 묶어서 불렀다고 같은 나라라고??;;; 그럼 동남아국가라고 몰아서 부르는 말레이시아나 태국 및 인도네시아들은 같은 민족이고 같은 역사인가? 지역적인 개념으로서의 이야기와 실제 역사적 관계를 동일시 하는 것은 대체 어떤 논리에서 나오는 것인가? 개념 정리부터 하시기를 ^^

2) 발해의 민족이 발해족이라;;;; 발해의 상층은 고구려유민이고 중하층은 말갈이다. 이것부터 명확하게 하고! 이 다음부터 문제가 된다. 상층 지배민족을 기준으로 그 국가를 정의하느냐? 아니면 중하층을 기본으로 지배하느냐의 문제이다. 보통 현재까지의 논리는 지배민족에 무게를 두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식이면 몽골점령시기나 일본제국시기는 한국 역사가 아닌가? 만약 발해의 상층이 고구려유민이라고 같은 전통성이 있다고 말한다면 전체 한국사로는 모순적이 상황이 되게 된다. (본인 개인적으로는 당시에는 제대로 된 민족 개념자체가 없었다고 본다.)

3) 독자적인 연호와 천자의 개념은 상당히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그리 뛰어난 반박이론이 될 수는 없다. 중국에 얼마나 많은 자칭 천자와 연호가 있었을까? ^^::: 예를 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의 위촉오는 각기 다른 민족인가? 연호와 천자의 개념은 분명히 실질적인 독립국이라는 의미로는 중요하다. 그리고 분명히 당시에는 조공-책봉관계라는 하나의 외교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역사관에서 이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역사관에서는 "정통"이라는 개념과 "반란"이라는 개념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주셨으면 좋겠다. (이것이 역사적 사실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아니다. 단순히 해당 일을 가지고 반박을 하기는 ^^::::)


왜 고구려가 한국사인가?
반대로 고구려를 한국사에 넣을려고 삽질하는 것은 왜 생각하지 못하는가? 정말 묻고 싶다. 왜 고구려가 한국사인가? 위의 글에서는 어설프게 넘어가는 질문이 있다. "3. 고구려가 멸망한 뒤 고구려인은 대부분 중국에 속하게 되었다?" 여기서의 중국은 현재의 중국을 말한다. 실제 고구려 멸망이 후, 통일신라로 귀속되는 인구보다 현지에 남은 인구가 더 많다. 이거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다 못해서 아직 확실한 설은 아니지만, 통일 신라로 귀속된 인구만큼이나 중국대륙 내부로 들어간 인구가 있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국의 민족주의적 역사관으로는 설명하기 곤란한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발해사 역시 한국사로 인정된 것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으며, 고구려를 이었다는 거란이나 만주족들도 한국에서는 한민족만 역사에 넣는지라 무시한다. 차라리 중국의 다민족사가 이쪽에서는 더 설득력을 가진다.(물론 이것도 나름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최소한 이런 사실에 대한 해석에서는 더 설득력을 가진다는 말이다.)

혹자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를 말할 지 모른다. 이 책을 보면 같은 민족이라는 정체성이 있지 않냐고? 고대사서도 어디까지나 당시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서 쓰여진 것이어서 신중하게 해석해야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안다. 그리고 해당 사료는 엄밀하게 말해서 1차 사료도 아니다. 참고로 고구려 관련 논문에서 빠질 수 없는 위지동이전은 중국쪽 사료이다. 중국쪽 사료에 고구려 역사를 적었으니 그럼 고구려도 중국사겠네? ^^::

무엇보다 어디까지나 한국의 잣대인 "한족"에 의한 통치로 중국사를 보는 것은 웃기기까지 하다. 중국의 역사관은 어디까지나 다민족사이다. 결코 한족만의 중국사가 아니다. 그리고 한족만의 역사를 죽어도 할 수 없다.

솔직히 고구려사는 고구려사이다. 이것을 현재의 국사 개념에 억지로 넣을려고 하니까 서로 다른 역사관으로 인하여 충돌을 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의 역사관으로 스스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하지만 자신의 역사관만큼 상대방의 역사관도 존중을 해주어야할 것이다. (물론 역사관 존중과 역사적 사실이 다름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배워서 고구려가 한국사이다라는 말이 아니라, 왜 한국사인지 스스로 생각해보고 불타오르던지 했으면 좋겠다. 20대 이상의 성인이면 다들 알겠지만, 초중고교과서는 어디까지나 기초교육이며, 현재 학계의 정설에 한참을 뒤떨어지거나 왜곡되는 내용이 있기 마련이다.

반드시 오해할 사람이 있었던지라 다시 말하지만 : 본인이 한국의 역사관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중국의 역사관에 찬성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런 이분법적인 사고를 좀 없애시기를 바란다. 본인은 둘 다 국사개념에 매몰되어 민족주의라는 통치기술에 훌륭하게 활용되는 아름다운! 역사관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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