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노무현 대통령님. 아니 오늘이 지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직함이 변할 그대를 좋아했습니다. 이제 아저씨가 된 그대도 계속 좋아할 것 같습니다. 남들이 어쩌고 저쩌고 하여도 당신을 지지했습니다. 물론 당신이 모든 일을 다 잘했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분명히 잘못 된 점도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저에게 최소한의 상식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나 지금처럼 기본적인 상식이 무엇인지 고민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군요.
저의 머리 속에서는 아직도 당신의 팬클럽 회원 1호라는 유시민 의원님의 말이 기억됩니다. 당신은 아직 인큐베이터 안의 미숙아라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지금 현재 한국의 현실에서 나오면 안되고, 더욱 아껴두여야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의 5년의 성과들은 앞으로의 5년으로 모두가 되돌려지고 휘둘러지고 망가져 버릴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당신의 대한 냉정한 평가는 100년뒤에나 내려지겠지만, 전 지금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당신을 이제 무현이 아저씨라고 부르겠습니다.
아저씨! 저도 아저씨처럼 바보처럼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래의 글은 서프의 파이란님이 쓴 글입니다. 이미 공개되서 인터넷에 떠돈지 오래되었지만, 오늘 같은 날 참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벌써 보신 분도 많이 계시겠지만, 아직 못 보신 분이 있다면 정독을 권해 드립니다.
노무현이 대통령감이 아닌 것 사실이잖아요
Dear. You
당신은 저에게 상식이 통하는 세상과 정직이 통하는 세상이 무엇인지 말해주었습니다. 내 가 당신을 지지한 건 정직과 상식이 소통하는 세상을 바랬기 때문입니다.
더디고 느리지만, 그것은 당연한 거였으니까요. 오늘 짧은 토막기사 보니깐, 당신의 따님 이 아이를 낳으러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대 지요. 그게 님에게는 상식이었을 텐데, 우리 들은 와~ 합니다. 당신에게는 놀랄 일도 자랑할 일도 아닌 당연한 일인데요.
우린 말이죠.
상식이 무엇인지, 정직이 무엇인지 잘 몰랐나 봅니다.
그래서 당신이 나왔을 때 당신이 상식과 정직을 말했을 때 놀랬습니다. 이때까지 상식과 정직을 말한 분들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말이죠…
그 상식과 정직이 때로는 살아가는데 장애물이 됩니다. 그걸 지키는 사람들은 바보 같고, 그걸 말하는 사람들은 어느 별에서 왔니? 라고 혼자만 성인군자 인척 한다는 얘기를 들어야 해요.
그런 비물질적인 가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어느 정도 속이고, 어느 정도 불법도 저지르고, 어느 정도 편법도 써야 잘 살아갈 수 있는 거라고.
맞아요. 그게 맞는 것인지도 몰라요.
그래야, 지금의 당선자처럼 수천억 원대의 재산을 굴릴 수도 있고, 잘만 하면 대통령도 될 수 있으니까요. 아마도 그 사람의 말이 맞을 수도 있어요. 그 사람이 현명할 수도 있어요 .
어쩜 우리들은요…
그 사람을 부러워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그에게 투영해서 나도 저 사람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 이 들기도 하구요. 맞아요. 그게 세상 살아가는 방법이니까요!
저는 요즘 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졌어요.
그 사람을 보면 파시즘을 보는 것 같아요.
파시즘이 나쁜 것은 사람의 생명과 목숨을 영웅화된 한 개인의 삶과 맞바꾸는 데 있잖아 요. 그 영웅이 일그러진 영웅일지라도, 그 영웅이 위장술에 능하고 편법에 능하고 범죄을 감 추는데 능하고, 돈 벌기에 능하다 할지라도 그 영웅은 다시 파시스트에 의해 새롭게 재생되 고 부활하고 복제되니까요.
박정희의 죽은 망령이 부활하고, 전두환 시절을 그리워하고 그리고 다시 이명박이 재부활 한 것은 살인의 추억을 되살려 주었습니다.
아시나요?
불안과 공포가 없으면 이성이 상실되어 통제화 된 권력을 필요로 하고 그것을 다 시금 갈구하게끔 대한민국을 내면화시켰잖아요.
불안과 공포가 없었던 당신의 권력에 우리들은 불안했고, 내면화된 우 리의 불안과 공포는 다시 통제화 된 권력을 불려 들였습니다.
당신은 우리의 노예화된 파시즘의 망령을 떨쳐버리게끔 해줬는데…
미안해요.
당신은 우리에게 호사였어요. 당신은 아직 우리들에게는 맞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억압되고 통제된 권력이었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강력한 칼있으마를 지닌 "억압되고 통제된 권력"이었으며 "국민을 휘어잡을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 력"이었습니다. 당신은 그걸 하지 않았지요.
당신의 권력은 예수의 그것처럼 약해서, 그들을 후려칠 수 없기에 당신은 그저 약한 존재 였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을 무시했고, 밟았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영웅은 "잘 짜여진 구조화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자신들을)통제하는 권 력"을 원했던 겁니다. 이명박이 딱 맞는 사람이었죠. 당신은 너무 약했어요. 당신의 권력은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권력이었고 친근한 권력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당신의 권력에 많이 당황했지요. 에게게 저게 대통령이야? 에게게 저게 모야? 라고 말이죠.
우리는 힘센 람보를 원했고, 그 람보가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이라는 실체 하지 않 은 믿음에 올인했습니다. 그 람보는 우리가 원했고, 그리워했던 박정희와 전두환의 자화상이 잘 조화된 전과 16범이라도 오케이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말이죠. 그 사람은 말이죠. 박 정희의 독재와 전두환의 무대포 정신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아주 희한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 니까요.
우리는 우리가 기대하고 꿈꾸던 방향으로 이 사회가 변화되길 바랄 뿐입니다.
내가 몸과 마음을 바쳐 당선시켰던 사람이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싸늘하게 등을 돌릴 수 있는 자유가 우리에겐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입니 다.
이러한 상식을 가르쳐준 사람이 바로 노무현 당신입니다. 이러한 상식적인 정치 행위들이 우리 사회에도 가능한 것임을 보여준 사람이 바로 노무현입 니다.
우리가 분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낡은 잣대일 뿐. 우리는 분열하는 것이 아니라 , 오히려 단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한 개인을 보며 단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양 심과 상식에 따라 단결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깨야 하는 것은 나도 모르게 내 몸속에 잠자고 있는 이러한 낡은 관성입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너무 과분한 대통령이었습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은 대통령이었습니다.
우리에게 과분했기에 불편했고, 우리에게 맞지 않았기에 어색했습니 다.
우리는 여전히 영웅에 목 말라 합니다. 한 사람의 강력한 영웅에 목 말 라 하는 우리는 타자화 된 객체일 뿐입니다.
노짱.
참 많이 미안했고, 많이 고마웠습니다. 당신에게 등을 돌릴 자유를 가져 당신에게 싸 늘하게 등을 돌렸지만, 당신이 물러날 시점에 나는 다시 당신의 상식에 대해 생각합니 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은 우리에게는 어울리지 않은 대통령이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박정희와 전두환과 같은 독재자를 그리워하니까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대한민국 국민은 때려야 말을 듣는다고요. 어쩜 이것이 정확한 우리의 자화상인지도 모르 겠습니다.
자유는 방종이 아니잖아요. 자유는 누릴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하는 거잖아요.
당신의 부드럽고 따뜻했던 권력을 누리기에는 아직 우리의 몸이, 우리의 사고가 우리의 생각이 아직도 많이 불편하고 어색한가 봅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대통령감은 아니었 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대통령감은 우리의 삶을 통일 시키고, 우리의 삶을 감시하고, 우리에 게 지시하고, 우리의 삶을 일일이 통제할 그럴 강력한 람보 같은 사람이니까요.
우리는 아직 노예근성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우리를 때려줄 대통령이 필요해요. 그래야, 말을 들으니까요. 너무 오랫동안 길들어와서 그것을 5년 안에 벗어버리기에는 힘들 었나 봐요. 자기를 부정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당신도 아시잖아요. 자기를 부정하는 사슬 을 떨쳐 버리고 살아있는 꽃을 꺾을 수 있게 하기 위한 일을 하기에 얼마나 힘든지. 차라리 길들임을 받는 것이 더 편안 일이니까요.
노짱.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가슴이 먹먹하고, 울컥거리네요. 오늘은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인데요. 온몸으로 통제된 권력에 맞서 투쟁하다 결국에 권력자와 기득권자의 손에 십자 가 형에 처했던 예수님 나신 날인데…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당신이 많이 그리울 것 같아요. 많이 고마웠고, 많 이 미안했습니다.
추신:
5년 만에 처음으로 노짱이란 당신의 친근한 별명을 불러보네요.
내 생전에 다시 한번 당신 같은 사람이 좋아 정치인 때문에 눈물 흘리고 웃을 수 있는 날이 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