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Humanities은 현재 한국에 막 도입된 상태이다. Digital Humanities의 한국어 용어를 "디지털인문학"이라고 할 것인가? "디지털 인문학"이라고 할 것인가? 사소해보일 수도 있지만, 한국어 띄어쓰기 규칙의 융통성으로 인하여 생각보다 복잡해 진다. 



국립국어원의 띄어쓰기 규정에 의하면, "제50항전문 용어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쓸 수 있다.(ㄱ을 원칙으로 하고, ㄴ을 허용함.)"로 "디지털 인문학"이 원칙이고, "디지털인문학"도 허용한다고 하고 있다. 세부 내용을 확인하면 "전문 용어란, 특정의 학술 용어나 기술 용어를 말하는데, 대개 둘 이상의 단어가 결합하여 하나의 의미 단위에 대응하는 말, 곧 합성어의 성격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붙여 쓸 만한 것이지만, 그 의미 파악이 쉽도록 하기 위하여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편의상 붙여 쓸 수 있도록 하였다."라고 하고 있다. 사실 "디지털 인문학"이나 "디지털인문학"이나 의미파악에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원칙인 "디지털 인문학"이 더 합당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띄어쓰기 규정 "제49항성명 이외의 고유 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띄어 쓸 수 있다.(ㄱ을 원칙으로 하고, ㄴ을 허용함.)"의 세부설명에 따르면, "둘 이상의 단어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고유 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붙여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학과이름과 같은 고유명사의 경우 "디지털인문학과"이라고 쓰는 것을 현실적인 요구를 반영해서 허가하고 있다. 



한국어의 띄어쓰기 규정은 원칙을 정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허용조건을 두고 있다. 보통 단어의 연결 방식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띄어쓰기를 판단하게 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예시가 "산교육"이다. "산교육"을 하나의 굳어진 단어, 즉 합성어로 볼 것인지? 아니면 "관형어+명사"의 두 개의 단어로 된 구인지 하는 판단의 문제이다. 합성어는 그 구성 성분이 본래의 성질을 잊어 버리기에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산교육"의 경우 "산"이 본래 동사의 관형형으로서 동사가 가지는 성질을 보유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하나의 부사나 부사구의 수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산 사람"에서 "산"은 "오래", "잘"과 같은 수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산교육"에서의 "산"은 이런 부사나 부사구의 수식을 받게 되면 "오래 산교육", "잘 산교육"으로서 문법적인 한국어의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각주:1]


그렇다면 "디지털+인문학"은 두 개의 단어로 된 명사구인가? 아니면 하나로 굳어진 합성어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디지털'과 '인문학'의 품사는 모두 '명사'이다. 그런데 "디지털"의 경우,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디지털^계기, 디지털^녹음, 디지털^시스템'등 합성어가 아니라 여러 개의 명사로 구성된 명사구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을 통해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나 붙여 쓸 수 있는 전문용어나 고유 명사 표시를 하고 있다.  (아..슬슬 짜증나기 시작한다........)



사실 언어의 문제에서는 다수가 갑(甲)이다. 다시 말해서 많이 쓰는 것이 장땡이다. 그렇다면 현재 아직 보급단계이기에 많이 쓰이지는 않지만 "Digital Humanities"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논문[각주:2]에서는 4편이 "디지털 인문학"으로 사용중이고, 2편이 "디지털인문학"으로 사용중에 있다. 학과이름이나 교육과정 이름으로는 관습에 따라서 "디지털인문학"으로 사용중에 있다. 아직 표본자체가 너무나 소수이기에 갑(甲)이 존재한다고 말하기가 힘들다. (...나 한국어 싫어해도 되는거죠? 크어어엉!!!!!! )




생각을 전환해보겠다. 아직 절대적 다수가 사용하는 갑(甲)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열심히 Digital Humanities 관련 내용을 올리고 있는 나부터 어느 하나로 통일을 해서 지속적으로 홍보?!을 하면 그것이 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의 모든 원칙과 허용을 뒤로 하고 관습적인 면에서 생각해보았다.


"디지털인문학"이라고 하면 하나의 학문분과이자 고유단어로 생각된다. 그런데 "디지털 인문학"이라고 하면 하나의 방법론으로 느껴진다. 예를 들어서 "문화콘텐츠"는 고유명사로 대우받고 있으며, "문화콘텐츠"의 이름으로 수 많은 학과들이 생겨났다. 이에 반하여 "네트워크 분석"과 같은 경우는 하나의 분석도구로서 생각될 뿐이고, 독립적인 학문으로서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디지털인문학"이 "문헌학"과 같이 미래 인문학 연구의 필수 방법론이 될 것이며, 역시 "문헌학"과 같이 그 자체로도 하나의 독립적인 학문영역이라고 생각하기에 "디지털인문학"으로 표기하는 것이 보다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변화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당분간은 "디지털인문학"으로 표기하도록 하겠다!!




어떻게 보면 정말 쓸데 없는 사소한 것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언어의 힘을 믿기에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그렇기에 고민은 계속된다. 하아...ㅠㅠ


  1. 이희승, 안병희, 한재영, <증보 한글 맞춤법 강의>, 신구문화사, 2012.03.02, p151~p152 [본문으로]
  2. 2014년 6월 15일 RISS을 통한 간략검색결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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