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개인적으로 한의학전공이 아니다. 다만 고문을 기본적으로 독해를 해야되는 역사학을 공부하였기에 감히 이 번역문을 비판을 하려고 한다. 아니. 한 명의 번역쟁이로서 "번역"이 "반역"이 되는 순간을 목격한 분노를 보여줄듯 하다.


1) 번역이란?
번역이란 "어떤 언어로 된 글을 다른 언어의 글로 옮기는 것"[각주:1]을 지칭한다. 이것은 번역을 해석한 것이다. 그럼 번역의 목적은 무엇인가? "어떤 언어"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는 "다른 언어"로 옮겨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한국에서 고문 번역을 잘했다는 "조선왕조실록"을 보자. 조선왕조실록의 원문은 일반인들은 알아볼 수 없는 고문이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은 깔금하게 현대 한국사람들이 쓰는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편안하게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2) "엉터리" 번역문 예시
그런데 위의 책은 본인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일단 "번역되었다는 문장"을 보도록 하자.

"伤寒의 发热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发热이란 皮와 膚 사이에서 끊어오르듯(怫怫然) 发하여 세찬 불이 타오르듯熇熇然 흩어지면서 생기는 热이다.[각주:2]"

혹시 이 문장을 보고서 무슨 뜻인지 이해하실 수 있는 분이 계시는가? 본인의 첫반응은 "뭔 소리야"였다. 그리고 원문을 찾아보고서야. "아~!!"라고 했었다. 고문보다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문장이 제대로 된 번역인가?

더 황당했던 것은 해당 책의 제목이 "지하철에서 읽는 상한론 시리즈"였다는 점이었다. 대체 어떤 일반인들이 해당 책을 지하철에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인가? 물론 작가는 해당 책이 어디까지나 "학생들이 상한론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지고, 등하교 시간 동안이라도 상한 관련 책들을 항상 손에서 놓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제목을 붙이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하여 목표대상이 한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면 원문을 직접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된다. 설사 한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볼 용도로 "번역"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정확한 주석을 달아주거나 구체적으로 "가장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3) 이렇게 번역하는 것이 더 맞다고 본다.
본인이라면 위의 같은 문장을 가지고 다음과 같이 "번역"을 할 것이다.

"상한론伤寒 에서는 열이 나는 것发热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열이 난다는 것发热는 피부의 겉표면 껍질皮과 피부 아래부분인 피하지방이나 땀선등과 같은 부膚사이(주리腠理 라고도 함)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듯怫怫然 시작发하여 세찬 불이 타오르듯熇熇然 흩어지면서散 생기는 열热이다.[각주:3]

물론 이런 방식으로 번역을 하면 번역가는 매우 고달파진다. 해당 단어에 합당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찾기 위해서 엄청난 고생을 해야된다. 사실 본인은 일단 发热을 열이 난다라고 풀어서 해석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글을 올리는 지금도 고민스러울 정도이다.  发热에는 열이 난다는 것만으로 번역하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원문의 뜻을 완전히 이해를 해야지만 제대로 번역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문의 경우 한자 한자의 뜻을 이해해야 하기에 더욱 더 피곤해진다. 그러나 그런 전제조건이 있고서야 "제대로 된 번역"이 있을 수 있다.

본인이 엉터리 번역이라고 말한 번역방식으로 번역을 한다면 상한명리론伤寒明理论의 경우는 일주일에서 이주일 사이에 번역을 완료할 수 있다[각주:4]. 불분명하거나 모르는 단어를 찾을 필요도 없이 이미 일정한 고정된 틀이 있는 부사들만 번역하니 쉽고 빠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번역이 아닌 반역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4) 번역은 제 2의 창작이다.
번역을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원문을 옮기는 것뿐인데 얼마나 어렵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원문을 완전히 이해해야될 뿐만이 아니라[각주:5], 그것을 분명히 다른 문화에서 생겨난 원래 언어와는 다른 언어로 옮기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각주:6].그렇기에 번역을 제 2의 창작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번역가 수준도 아닌 번역쟁이이지만 번역의 이름을 망치는 "이따위"에 분명 화가 난다.

번역은 장난이 아니란 말이다!!!

  1. 표준국어대사전 [본문으로]
  2. 伤寒发热,何以明之,发热者,谓怫怫然发于皮肤之间,熇熇然散而成热者是也 [본문으로]
  3. 伤寒发热,何以明之,发热者,谓怫怫然发于皮肤之间,熇熇然散而成热者是也 [본문으로]
  4. 조금 과장이 들어가기는 했다. 하지만 한달내로는 충분히 번역완료할 수 있다. [본문으로]
  5. 심지어는 원작자 자신조차도 무의식적으로 쓴 단어활용과 문장사용까지도 잡아내야된다. 그런 이유로 번역 한번 해보면 원작자의 수준이 적나라하게 보인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본문으로]
  6. 단어 하나 때문에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다. 가장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单位이라는 중국어가 있다. 한국어로는 간단한게 회사정도로 쓰일 수 있지만, 중국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단순히 회사로 말하기가 힘든 면이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본문으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