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국 사람들은 뉴스에 해외에서 한국 사람들이 인종 차별을 받았다고 하면 발끈하고는 한다. 그런 뉴스의 덧글들을 보면 한반도의 모든 욕을 집대성해놓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그러나 정작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인종 차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본인은 현재 북경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중국에 있는지도 상당히 오래되었고, 패션도 한국에서 다닌 중고등학교때부터 꾸미는 것을 몰라서 그냥 적당히 손에 잡히는대로 입고 다닌다.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일을 많이 목격하기도 하고 당하기도 하였다.


1) 본인이 한국인에게 인종차별 당한 이야기.
지금은 학교 기숙사로 이전했지만, 과거에는 우다오코우(五道口 오도구)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야되는 롱저(龙泽)라는 곳에서 살았다. 당시만 해도 지하철 13호선을 타는 한국인은 매우 소수였고, 롱저에 살고 있었던 한국인도 소수였다.

언제나처럼 지하철에 탔다. 그 날은 이미 저녁 8시도 지나있어서 사람이  많지는 않았으나 자리에 앉을 정도는 아니었다. 본인은 문자중독증을 그대로 들어내며 당시 나의 사랑스러운 1.1kg의 초경량 도시바 r150 노트북을 꺼내서 한국 소설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앞에서 한국 여성 3분이서 열심히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하며 그냥 소설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여성 3분이서 본인을 타켓으로 수다를 떨어주시는 것이었다.

"어머~ 별 꼴이야. 지금 노트북 있다고 자랑하는거야?" (그냥 문자중독-_)
"하여간 짱깨들은 이래서 안된다니까. 예의가 없어" (앞에서 욕하는건 예의고? -_)
"노트북 들고 있으면 있어보인다고 생각하나보지?" (별로 겉모습에 신경 안쓰는데-_)
"옷을 저따구로 입어놓고 잘도 있어보이겠다." (입고 있던 옷...개량한복이었다.-_)

순간 어이가 저 멀리 날아가는 줄 알았다. 사람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으면 화도 나지 않는 것이다. 내가 고개를 올려서 바라보니 내 눈을 피한다. 그러나 "짱깨가~~~ 어쩌고~~~저쩌고~"는 끊나지 않는다. 짜증이 나서 노트북을 덮고 한숨을 한 번 내쉬어 주고 말았다. 나중에 여친님이 그 이야기를 듣고는 그 자리에서 자기한테 전화해서 한국말로 그 상황을 설명하지 그랬냐고 한다. 그래야 그런 애들은 정신 좀 차린다는 것이었다.

상대방이 한국말을 알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일까? 본인이야. 그런 모습을 보고서 그냥 한숨을 쉬고 말았지만, 만약 한국이 좋아서 한국말을 배우고 있는 중국인이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과연 그 다음부터 그 중국인은 한국인에 대해서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될까?


2) 한국어를 아는 "깜둥이"
실제로 본인이 시즐먼(西直门 서직문)에서 13호선을 타고 오는 길에 벌어진 또 다른 일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본인은 당시 노트북을 가지고 가지 않아서 조용히 벽에 기대어서 인간관찰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인 여성 2분이서 마주보고 있는 흑인을 보며 열심히 입방아를 내려치고 있었다.

"아우~~ 깜뚱이. 냄새 졸나나"
"그치그치. 깜뚱이 냄새 진짜 독하다."

본인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마디 하려는 순간에 그 "깜뚱이"분이 비록 정확하지는 않지만, 또렷또렷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한국말로 이야기하였다.

"저 한국에서 공부했습니다. 깜뚱이는 안 좋은 말입니다. 쓰지 말아요."

그 이야기를 듣을 본인은 두 한국인 여성에 대한 살기가 저도 모르게 뿜어져 나오는 동시에 낯 뜨거워서 몸둘 바를 모를 상태가 되었다. 그러자 그 여성들은 조용히 사과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 여성들과 본인이 같은 곳에서 내리게 되었는데 그 사람들은 그 흑인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깜둥이가 한국말도 하네. 왠일이니!" 본인 황당함에 얼음이 되어서 무엇이라 할말도 없었다. 당시 머리 속에는 수 많은 욕설과 살의로 마비되어있었다. 허허허...


3) 한국에서 영어를 제외한 외국어를 사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 아니면 말도 안되는 말을 진지하게 할 수 있다면 역시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 경험을 단 한번만 해보시면 한국에 대한 자랑스러운 이미지가 쓰레기통으로 쳐박히는 참~~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된다.

당신이 평소에 한국인이어서 느끼지 못했던 외국인으로서의 한국인을 알 수 있게 된다. 싸늘한 눈빛은 기본이고 대놓고 욕하는 사람까지 참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물론 친절하게 응대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만약 위에서 거론한 이야기가 한국인이 당했던 인종차별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우 화를 내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에서는 너무나 무관심하다. 한국만큼이나 짱깨, 깜뚱이, 쪽발이 같은 말을 일상에서 쉽게 이야기하는 곳은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어떤 나라에나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있다. 그러나 한국만큼 자주 사용하는 곳은 본적이 없다. 본인이 당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말자.


본인은 단지 내가 받기 원하는 대접만큼 상대방을 존중하라는 초등학교 수준의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정도의 상식만을 실천하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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