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은 학문이다. 학문은 순수해야된다. 하지만 역사학을 하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현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순수한 학문으로만 남는 것은 그리 쉽지않다. 그리고 최근 한국 사학계의 어떤 상처가 터져나왔다.

서동요라고 기억하시는가? 백제의 서동이 신라의 선화공주와 결혼하려고 노래를 퍼트렸다는 이야기이다. 서동은 나중에 백제의 무왕이 된다. 이런 내용들은 삼국유사에 기록이 되어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서동요가 구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발굴된 [역사-歷史/史料] - 백제 무왕 미륵사지 ‘금제사리봉안기’ 원문 및 해석 에 따르면, 본래 선화공주가 만들어졌다고 말해지는 미륵사지가 실제로는 무왕(武王)의 정비인 사택(沙宅)씨의 발원으로 시작되었다고 완벽하게 부정이 된다. 그럼 이에 대해서 한국의 사학계는 어떻게 반응을 하였을까?

최대한 선화공주와 끝까지 연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왜냐고? 돈이다.
서동요제라는 지방축제는 물론이고, 관련 논문이나 서적 및 유물집들의 출판이 사실상 연기나 취소되었고,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본인의 좁고 좁은 한국쪽 정보망으로도 몇 개나 이런 사태가 포착이 되니, 실질적으로는 상당히 광범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에 관련된 학자들은 미륵사지는 여러 사람이 만들었다는 논리(분리건출설)로, 서탑은 사택씨가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다른 곳은 선화공주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하거나.... 물론 그들의 말이 아주 말이 안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조금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단지. 삼국유사와 실제 백제인들의 유물 중에서 과연 어느 것을 믿어야될 것이냐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실지 궁금할 뿐이다. (역사학에서 가장 중요한 사료는 해당 시대 사람이 쓴 글이다. 그것을 1차 사료라고 한다. 물론 1차 사료도 그 나름의 문제가 있지만, 이는 여기서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 최근 불교사상사 전공인 동국대 김상현(金相鉉.62) 교수가 사학계에 찌질대지 말라고 강력하게 비판을 하였다. 개인적으로 김상현 교수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본인 이 이야기를 쓸까 말까 하다가 모자란 지식으로 쓸 수 있었던 이유도 아직 한국의 사학계의 희망이 있구나라는 생각에서였다.

돈? 중요하다. 현실?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학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절실히 고민해보아야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추가 : 설화라고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다. 설화는 역사사실과는 다른 그만의 가치가 있다. 설화가 가치가 없다고 하는 것은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이 가치가 없다는 것과 같다. 단! 해당 일은 최소한 현재까지는 역사적 사실이 아닌 어디까지나 설화이라는 것이다.

서동요는 실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상당한 예술적 문학적 가치가 있다. 어떤 학자분이 말씀하신 : "그래도 선화공주를 버리기는 아깝다"라는 것은 설화의 가치를 무시하는 행동이며, 역사학의 기본정신조차 위반하는 행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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