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의 종결은 서진(西晋)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두예(杜预)가 있었다. 그는 홀로 오나라 점령 전략을 구상하였을 뿐더러, 직접 원정군에 참여하여 오나라를 멸망시켰다. 그런데 오나라를 멸망시킨 서진의 원정대의 사령관은 두예가 아니었다. 오히려 오나라 점령계획을 끝까지 반대했던 가충(贾充)이었다.


가충은 이미 원정대가 출발 준비를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에 반대하며 집에서 뭉그적거렸다. 결국 서진의 황제 사마염(司马炎)이 화가 나서 "계속 그러면 내가 직접 간다?!"라고 할 정도로 압박을 주자 어쩔 수 없이 원정군 사령관이 되긴 한다. 다만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과는 몇 천리가 떨어져 있는 수도 근처에 사령부를 설치하고는 "지휘"을 한다.


이딴 사령관 아래서 짜증나서 어디 일하겠는가? 그런데 꼴 같지도 않은 사령관을 추천한 것은 다름이 아닌 두예 자신이었다. 두예는 자신의 일에 처음부터 끝까지 반대하는 이런 사람을 왜 굳이 자신의 상관으로 모시려고 했던 것일까? 미친 걸까?


사실 두예는 가충을 자신의 안전모로 사용했던 것이다.



정치사는 언제나 배신과 배반으로 얼룩져 있다. 최고 권력자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운 것은 군대를 통솔하는 사령관의 반란이었다. 그래서 사령관들은 자신의 가족을 인질로 잡히고는 하였다. 사실 가족을 인질로 잡는 것도 그다지 합당하지 않다. 어차피 천하를 잡으려고 반란을 일으키는데 그깟 가족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

그렇기에 황제는 힘을 가진 자를 의심하고 또 의심한다. 북위(北魏) 말년에 “그림자 황제”로까지 불릴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지방반란세력을 토벌해야했던 하발악(贺拔岳)은 자신의 처지를 "이겨도 안 되고 져도 안 되는 지경"으로 묘사하였다.


지게 된다면 당연히 문제이겠지만, 만약 설사 이기더라도 황제의 자신에 대한 의심과 의혹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발악은 자신의 정치적 맞수였던 이주천광(尔朱天光)을 사령관으로 강력하게 추천하고, 자신은 부사령관의 자리를 맡는다.


결과적으로 대승을 거두게 되었고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이주천광은 사령관이라는 이유로 다양한 포상을 얻게 된다. 하지만 하발악 역시 승진을 하였을 뿐더러 자신에게 집중되던 영광과 권력을 분산함으로서 황제의 의심을 줄일 수 있었다



다시 두예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서진이 천하를 통일하기 위하여 마지막 남은 오를 공격하려고 하고 있었다. 서진의 수도에서 몇 천 리나 떨어진 곳으로 대군을 보내야 되는 황제의 입장에서 완전히 믿는 사람이라도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


가충은 비록 병신 같고 계속 전쟁자체를 반대해왔지만, 황제의 총신일 뿐더러 황제 가문과 혼약으로 맺어진 사이였다. 이런 믿을 수밖에 없는 사람을 사령관으로 떠억 하니 모셔두면 황제라도 안심할 수 있게 될 뿐더러 그 후광을 이용하여 장군들을 조절하기도 쉽다. 무엇보다 사령부가 현장하고 멀리 떨어져 있기에 오히려 방해를 받지 않고 전략을 펼칠 수 있었다.



사실 아무리 현명한 황제라고 하더라도 코드인사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연소왕(燕昭王)은 인재를 아끼고 사랑한다고 유명하지만, 구름처럼 몰려온 인재들이 자신의 수도에서 음모를 꾸미는 것이 걱정이 되어서 수도와는 떨어진 곳에 그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였다.


오왕 합려(阖闾)는 오나라를 부흥시킨 명군이었지만, 초나라와의 전쟁을 결심하고서는 누가 봐도 최고의 인재이지만 초나라 출신인 오자서(伍子胥)와 백비(伯嚭)을 멀리하였다.


명군이라는 사람들도 코드인사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일반적인 지도자들은 어떻겠는가? 그렇기에 당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다름이 아닌 "안전모"이다.



물론 "안전모"도 괜찮은 것을 착용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당대의 명장 곽자의는 당숙종(唐肃宗)의 아들 광평왕 이숙(李俶)을 자신의 안전모로 사용하였다.


문제는 군사전략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던 이숙이 갑자기 스스로가 천재군사전략가라고 된 것처럼 직접 나서서 지휘를 해버린다. 그 결과 천하의 곽자의라도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고 몇 십만 명의 당군은 패망을 하고 만다. 안전모는 어디까지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방어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안전모가 자기가 명검이라도 되는 듯이 날뛰었으니 난장판이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물론 당신의 충분히 용감하다면 전국시대 제나라의 명장  사마양저(司马穰苴)의 사례를 배울 수도 있다. 그는 군기를 바로 세우기 위하여 황제가 하사한 표준형 안전모를 군법회의에 늦었다는 이유로 처형해 버린다. 황제가 특사를 파견해서 말리기까지 하였으나 "장군이 군중에 있을 때에는 비록 주공의 명령이라도 받지 않는다." 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게 하였을 뿐이었다. 그 결과 황제의 총신도 군법 때문에 죽는 모습을 본 병사들은 군법과 사마양저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게 된다.

하지만 안전모를 스스로 박살내는 행동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선택이다. 우선 안전모가 큰 잘못을 해야 함은 물론이고 황제도 당신을 이해해주는 현명한 사람이어야 된다.


웬만하면 그냥 "자나 깨나 안전모"을 생활화 하자. 




본 글에 관련된 내용은 역사에서 처세술을 배운다 : 황제접대학 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맞춤법과 번역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환영합니다. 
본 글은 한국인에 적합하도록 의역하였습니다.
본 글은 출판을 위한 번역이 아니며, 오직 여러분들의 덧글로 힘을 받습니다. ^^


.....귀..귀찮아서 번역 안 할 뻔 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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